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병대
변 호 인
변호사 김영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의 점)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경영하는 (상호 생략)사업장의 공장장으로서 사업주인 피고인을 보좌하여 사업장 내의 안전관리업무를 총괄하였던 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차량에 장착된 구멍 난 연료탱크의 용접작업을 거절하여 왔던 점, 이 사건 연료탱크는 23톤 덤프트럭에 장착된 것으로서 구멍이 난 부분을 용접하여 달라는 의뢰를 받고, 공소외 1 이외의 다른 직원 전부가 위험하다면서 의뢰를 받지 말 것을 주장하였음에도, 공소외 1이 용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의뢰를 받아 자신이 직접 용접작업을 하다가 용접열에 의하여 연료탱크 내부의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가스가 팽창하면서 연료통이 부풀어 오르고 연기가 나는 등 폭발의 위험성이 나타났음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가 결국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점, 피고인은 당시 외부로 출장을 갔기 때문에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점,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1이 위와 같은 위험한 작업을 실행할 것으로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전조치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형사책임을 부과할 수 없을 것임에도,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유죄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에 대한 사실오인이나 법령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형량(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직권판단
먼저 피고인의 위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각 공소사실의 내용을 바꾸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당원이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당초의 공소제기를 전제로 하는 원심판결은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삼고 있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주장은 위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는 먼저 위 주장에 관하여 살펴본다.
3.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구 (상세번지 생략) 소재 (상호 생략)사업장의 대표자로서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 관리하는 사업주인바,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05. 8. 26. 14:00경 위 회사 작업장에서 공소외 1, 2로 하여금 차량의 연료탱크 용접작업을 실시하게 함에 있어 연료탱크 내부에 연료가 존재함에도 배관·탱크 또는 드럼 등의 용기에 대하여 미리 위험물 외의 인화성 유류·가연성 분진 또는 위험물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다.
나. 관련법령
산업안전보건법(2006. 3. 24. 법률 제79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조 (목적)는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3조(안전상의 조치) 제1항 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다음 각호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중략〉 2. 폭발성, 인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이라고 규정하고, 제4항 은 “ 제1항 내지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사항은 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67조 (벌칙)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23조 제1항 내지 제3항 〈중략〉 규정에 위반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2005. 10. 7. 노동부령 제2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267조 (유류 등이 존재하는 배관 또는 용기의 용접 등)은 “사업주는 위험물, 위험물 외의 인화성 유류 또는 가연성 분진이 존재할 우려가 있는 배관·탱크 또는 드럼 등의 용기에 대하여 미리 위험물 외의 인화성 유류·가연성 분진 또는 위험물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한 후가 아니면 용접·용단 기타 화기를 사용하는 작업 또는 불꽃을 발생시킬 위험한 작업을 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쟁점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2005. 8. 26. 14:00경 피고인이 경영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차량의 연료탱크 용접작업을 실시함에 있어 연료탱크 내부에 연료가 존재함에도 배관·탱크 또는 드럼 등의 용기에 대하여 미리 위험물 외의 인화성 유류·가연성 분진 또는 위험물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용접 작업을 하다가 위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바람에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한 사실이 인정된다.
검사는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사업주인 피고인이 근로자인 공소외 1에게 위와 같이 폭발의 위험성을 내포한 연료탱크 용접작업을 시킴에 있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의 규정을 위반하여 같은 법 제67조 제1호 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소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와 관련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법 제23조 가 규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사업주가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위험, 즉 그 소속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입을 수 있는 산업재해의 위험을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서, 사업주가 미연에 예방 또는 방지하여야 할 산업재해의 위험은 사업주가 당해 사업과 관련하여 지배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위험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단순히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던 중 산업재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곧 그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거나 추정하여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적어도 사업주에게 근로자로 하여금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되도록 하였거나 이미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는 데 소홀히 함으로써 산업재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도록 방치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사업주에게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장 내에서 작업을 하도록 함에 있어 그 작업이 산업재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의 현실화, 즉 산업재해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 또는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형사책임을 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돌이켜 보건대, 과연 사업주인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당시 공장장인 공소외 1이 인화성 유류 등이 존재할 우려가 있는 차량의 연료탱크에 대하여 그 인화성 유류 등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용접 작업을 하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느냐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라. 판단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인 피고인은 주로 대외 영업활동에 주력하며 자주 위 사업장을 비웠던 반면, 공장장인 공소외 1은 일감을 선택하고 현장 직원들을 감독하는 등 사업장 내의 작업을 총괄하였던 사실, 공소외 1은 수시로 직원들에게 작업의 위험성을 환기시켰던 사실, 차량의 연료탱크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연료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곤란하므로, 연료탱크의 용접 작업은 폭발 등의 위험이 매우 큰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은 평상시 그 작업을 의뢰받더라도 수리를 거부하거나 의뢰자로 하여금 연료탱크를 새것으로 교환하도록 권유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이전에는 한번도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연료탱크의 용접 작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던 사실,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공소외 1은 다른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료를 완전히 제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연료탱크의 용접 작업을 맡아 자신이 직접 작업하였던 사실, 용접 작업 도중에 연료탱크의 과열로 인하여 1차 폭발이 있었음에도 계속 작업을 하였고, 곧이어 발생한 2차 폭발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공소외 1이 평상시와 달리 차량의 소유자로부터 폭발의 위험성이 매우 큰 작업인 연료탱크의 용접 작업을 의뢰받아 그 작업을 시행함에 있어 그 연료탱크 안에 남아 있던 인화성 유류 등의 위험물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자신이 직접 그 작업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에서 규정한 안전조치의무를 다 하지 아니하였다고 탓할 수는 없고,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양형부당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대구 (상세번지 생략) 소재 (상호 생략)사업장의 대표자로서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 관리하는 사업주인바, 사업주는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때에는 24시간 이내에 발생개요 및 피해상황 등을 관할 지방노동관서의 장에게 전화, 모사전송 기타 적절한 방법에 의하여 보고하여야 함에도, 아래 무죄부분 제1항 기재와 같이 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2005. 9. 13. 14:00경 공소외 1이 사망하였음에도 보고기한인 2005. 9. 14. 14:00까지 공소외 1에 대한 재해발생사실을 보고하지 아니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당원이 인정하는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해당란의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노역장유치
3. 가납명령
무죄부분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은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에 대하여는 위 제3의 나. 내지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