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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4.30. 선고 2014노3431 판결
가.살인나.살인교사
사건

2014노3431 가. 살인

나. 살인교사

피고인

1.가. A

2.나. B

항소인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최경규(기소), 이병석, 박현규(공판)

변호인

변호사 C(피고인 A을 위한 사선)

법무법인(유한)DF(피고인 B을 위한 사선)

담당변호사 DG, DH, DI, DJ

판결선고

2015. 4. 30.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20년에 처한다.

압수된 증 제1 내지 5호를 피고인 A으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 B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B

가. 원심 국민참여재판의 문제점

원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일부 배심원이 재판시작 전 이미 언론에 과다하게 노출되었고, 배심원들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재판에 임하였으며, 언론에서 피고인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에 부적절한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배심원들의 공정한 심리를 위한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배심원들이 외부 언론 등에 의해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심증의 오염이 유죄평결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A으로 하여금 피해자 H를 살해하도록 교사하지 않았고, 이 사건은 A이 단독으로 강도범행을 저지른 것에 불과하고,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A을 교사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합리적인 의심이 존재함에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1) 피해자는 피고인의 중요한 후원자로서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없다.

가) 피해자는 2013년 말까지 피고인의 술값을 대납해 주었고, 이 사건 범행으로 피살되기 직전에도 피고인의 부탁으로 산악회 DK에 타월 300장을 후원하는 등 오히려 이 사건 범행일시에 임박한 시기까지 피고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술값 약 7,0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외에 5억 2,000만 원 상당의 금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

다) 피해자가 2010. 10.경부터 이 사건 J빌딩 지역이 상업지구로 용도변경될 것을 기대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피해자는 2013. 3경에서야 용도변경을 추진하였으므로, 2011. 12. 20.자 차용증과 용도변경은 무관한 것이다.

라) 더욱이 당시 피해자는 상업지구로의 용도변경을 원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J빌딩을 관광호텔로 증축하여 호텔사업을 하려고 했을 뿐이다.

마) 결국 5억 2,000만 원이 기재된 이 사건 차용증과 용도변경은 전혀 무관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상업지구로의 용도변경 경비 또는 로비 명목으로 합계 5억 2,000만 원 상당의 금원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위 5억 2,000만 원을 폭로한다고 하여 이를 두려워하거나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는바, 검사가 주장하는 살인교사의 동기는 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바) 설령 피고인이 용도변경의 경비나 로비 명목으로 5억 2,000만 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것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2) A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가) A의 진술은 일관되지 못하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수사상황에 진술을 끼워맞추고 있을 뿐이며 단지 7,000만 원의 빚 때문에 피고인의 교사에 응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살하기로 했다는 등 신빙성이 없다.

나) 범행일시에 관하여, 2014. 3. 4. 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마지막 담판일이었다는 어떠한 정황증거도 없다.

다) 오히려 A은 당시 경제적으로 궁핍하였고 단독으로 재력가인 피해자를 강취할 동기가 충분하였는데, 이는 A과 처 M과의 카카오톡 내용, A의 지인인 W, X과의 대화내용에 비추어 뒷받침된다.

3) 이 사건은 A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강도범행을 저지르다가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다.

가) 이 사건 범행 도구인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는 그 자체로 살상도구가 아닌 강도의 도구이다. 치명상을 가하는 칼이 아니라, 충격을 가하고 금원을 강취하는 데 적합한 도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강도의 범의가 드러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A이 현금을 강취하였다고 볼 정황이 충분함에도, 수사기관은 A의 진술만 믿고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원심도 이 부분을 외면하였다.

다) 살인교사라는 극단적 범행내용에 비하여 살해조건이나 대가의 약속이 전혀 없고, A도 초기 수사단계에서 피해자를 죽일 의사가 없었는데 죽이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 A의 중국에서의 태도나 스스로 휴대전화에 작성한 메모의 내용 등 강도범행의 정황이 충분하다.

4) 피고인이 유치장에서 A에게 교부한 쪽지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없다.

첫 번째 쪽지는 M에게 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고, 두 번째, 세 번째 쪽지는 A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녹취록 등에 관하여, A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권유하고 충고해 주는 것에 불과하고, 경찰을 통해 전해지는 쪽지의 내용에 피고인이 화를 낼 수가 없었으며, 피고인은 A을 달래어 거짓자백을 철회시킬 필요가 있었다.

2. 피고인 A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

원심은 피고인 A에게 징역 25년, 피고인 B에게 무기징역을 각 선고하였는바, 피고인 A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사는 피고인들의 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한다.

1. 피고인 B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국민참여재판에 문제점이 있었는지 여부

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이라 한다)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이 건전한 상식과 판단에 기초하여 장애 없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재판장은 배심원 또는 예비 배심원이 위해를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 또는 공정한 심리나 평의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보호, 격리, 숙박,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국민 참여재판법 제53조 제1항), 검사, 피고인, 변호인, 배심원 또는 예비 배심원은 재판장에게 제1항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국민참여재판법 제53조 제2항).

나. 이 사건의 경우 수사단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아 많은 뉴스 등이 보도되었고,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은 법관에 비하여 법정 외의 정보나 증거능력 없는 증거에 의한 유죄의 예단을 배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여지는 있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미 언론에 과다하게 노출된 배심원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

가) 원심의 배심원 선정기일에 피고인과 변호인이 참석하여 국민참여재판법 제28조상 배심원후보자에 대한 질문권, 기피신청권, 제30조상 무이유부기피신청권 등 배심원선정과 관련한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받았고, 실제로 변호인이 배심원후보자 중 2명에 대하여 무이유부기피신청을 하여, 재판장이 불선정결정을 하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배심원후보자를 배제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

나) 이 사건은 수사단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므로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배심원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2) 재판진행 중 언론에 노출되고, 국민참여재판법 제53조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

가)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지만(국 민참여재판법 제3조) 국민참여재판은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원이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국민 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면(국민참여재판법 제9조 제1항)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나) 더욱이 국민참여재판법은 통상절차 회부에 관한 규정을 두어, 국민참여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민참여재판에 의하지 않고 심판할 수 있는데, 법원이 직권으로 회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고인이나 변호인도 통상절차 회부를 신청할 수 있다(국민참여재판법 제11조 제1항).

다) 이 사건은 수사단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채택된 증인이 23명으로 많았고 수사기록이 방대하여 재판이 길어졌는데, 배심원들의 사생활 유지상 장기간의 재판과정에서 배심원을 격리하는 것에 현실적 무리가 있었으며, 국민참여 재판법 제53조 역시 '보호, 격리, 숙박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법원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B은 2014. 6. 25.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였고 그 이후인 2014. 7. 28.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제1회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명시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진술하였는바,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거나, 언론에 배심원이 노출될 여지가 있다는 상황은 당시에도 동일하였음에도, 통상절차 회부를 신청하거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없으며 배심원들의 보호나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라) 피고인의 교사범행에 관한 직접증거인 A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인데, 이러한 쟁점의 성격에 비추어 배심원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에 근거한 사실인정 역시 사안의 실체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 참고가 될 수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보이고, 배심원들이 전문가인 재판장 등의 조력과 설명을 받아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배심원들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하므로(국민참여재판법 제46조 제5항) 법원이 직권으로 평결 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배심원들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채택된 이상, 언론이 배심원들의 심증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심이 사실을 오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을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일부 절차 진행이 미흡하였다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배심원들이 언론에 노출되었다는 점이 배심원의 평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소송행위 전부를 무효로 할 정도라거나, 이를 참고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절차의 위법이 있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라.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인정사실(범행 당일 및 그 후의 상황)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A은 2014. 3. 2. 23:52경 서울 I에 있는 4층 건물인 J빌딩 맞은편 주차타워 2층과 3층 계단 사이에서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소지하고, 창문을 통하여 J빌딩 3층 피해자 H 사무실 옆 노래연습장의 영업이 끝나고 성명불상의 노래연습장 업주가 퇴근하는 것을 확인한 뒤, 2014. 3. 3. 00:16경 주차타워에서 나와 J빌딩 안으로 들어가 그곳 3층 여자화장실 첫 번째 칸에서 피해자가 오기를 기다리던 중, 같은 날 00:39 경 피해자가 J빌딩 3층으로 올라와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있는 사이 피해자 뒤로 몰래 다가가 손도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수회 힘껏 내리치고, 이에 피해자가 대항하면서 손도끼를 빼앗아 휘두르자 전기충격기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충격하여 피해자를 제압한 다음, 다시 손도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수회 내리쳐 그 자리에서 두피좌열창으로 인한 실혈로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 명의의 휴대전화(BF) 외에 대포폰(가입자 BA, AW)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A은 이 사건 범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 3. 3. 02:08 경부터 피고인과 문자를 주고받고 통화까지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오후에 A을 만나 현금 130만 원을 교부하기도 하였다.

3) A은 2014. 3. 6. 14:15 중국 청도로 출국하였고, 중국에 도착한 후에도 피고인뿐만 아니라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4. 3. 11. 새로운 대포폰(가입자 BC, BB)을 구입하여 같은 달 28.까지 A과 통화를 하였다.

4) 수사기관이 CCTV 분석 등을 통해 2014. 3. 18.경 살해용의자를 A으로 특정하고 2014. 3. 25. 국제공조수사 요청을 하였고, 중국공안은 2014. 5. 22. 중국 심양에서 A을 체포하였다.

5) A은 체포된 이후에 현지에 있는 속칭 'BI'의 도움을 받아 중국 경찰관의 휴대전화로 피고인과 M(A의 전처)에게 연락을 하였다. 이때 피고인은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A과 통화를 하였다.

6) A은 2014. 6. 24. 체포영장이 집행되었고, 피고인 또한 같은 날 체포되어 피고인들은 2014. 6. 26.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7) 피고인은 2014. 6. 29. 경찰서 유치장 경찰관을 통해 A에게 쪽지 2장을 교부하였고, 2014. 6. 30. 유치장 세면실 A의 칫솔통에 쪽지 한 장을 남겨놓아 A이 이를 발견하였다. 쪽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가) 첫 번째 쪽지 내용

수도없이 적었다 찢었다를 반복하다가 간단히 적는다.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사과를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고백해야 내 맘이 편하겠다.

니 와이프 운운하며 욕한건 내가 정말 잘못했다. 결코 진심이 아니었다.

날 용서해주기 바란다. 더 적으면 안될 것 같아서 할말 많아도 못적겠다.

그래도 친구 얼굴 보니 좋다.

2014. 6. 29

EH경찰서 옆옆방에서 ..

B

(나) 두 번째 쪽지

친구야 이제 곧 헤어져 한참을 못보겠구나. 어디 있던지 잘 지내길 바란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너 원래 살해의도가 없었다고 했잖아. 나에게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그래서 반대쪽으로 때렸다고 했거든... 잊고 있을지 몰라서.. 절대로 잊으면 안돼. 그

이후 상황이 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문제는 “그날 무엇을 했느냐”,

“과연 의도가 있었느냐” 야 이점을 잊지마 절대로...

함정수사 얘기 들었다.

전문가의 충고는 반드시 북비권 행사하래. 방에서 쉬래. 이름부터 모든걸...

재판정 가서 얘기하란다. 그게 큰 도움될 것이다. 참고하렴

넌 쉽겠다. 할 얘기 다했다며 버티면 되잖아?

(다) 세 번째 쪽지

(앞면)

꼭 기억해라. 함정수사한 통화녹취물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형법에 나

와있어. 그래서 지금 갖고있는 증거는 니 진술과 니가 얘기해준 M, DL 진술 뿐이야.

절대로 쫄지마라. 그리고 지금은 무조건 묵비권! 묵비권 해도 불리한건 반성이 부족

하단건데, 반성여부보다 형량에 훨씬 더 큰건, 의도성 유무다. 재판전, 수사기록 확

인전 묵비권,

(뒷면)

저놈들 내게는 녹취록 얘기도 못꺼냈다. 난 법을 아니까

기억해! 지금 저들이 가진 증거는 니 진술(바뀔수도 있는) 뿐이야.

나. 관련 법리

1) 교사자의 교사행위는 정범에게 범죄의 결의를 가지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범죄를 결의하게 할 수 있는 것이면 그 수단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 · 직접적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도 않으며, 이와 같은 교사범에 있어서의 교사사실은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교사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도 있고, 이러한 경우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1252 판결 참조).

2)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1252 판결 등 참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4392 판결).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 참조),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 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참조).

다. 피고인에게 살인의 동기가 있는지 여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5억 2,000만 원이 용도변경의 추진경과 등에 비추어 뚜렷한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5억 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차용증 및 매일기록부의 각 기재에 비추어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5억 2,000만 원 상당을 받았다는 증거가 되는 차용증을 작성하였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정치인으로서 그와 같은 사정에 부담을 느꼈다고 볼 수 있고, 그와 대가관계에 있던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무산되었고, 향후 용도변경이 쉽지 않음에도 피해자에게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용도 변경을 약속하여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폭로에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살인교사의 동기를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5억 2,000만 원을 받았는지 여부

가) 차용증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차용증

金 이억원정(200,000,000)

1. 상기 금액을 차용함

2. 2010. 10. 8. 2000만원 가져감

3. 2010. 11. 9. 일억원 가져감

4. 2010. 12, 19. 이억원 가져감

1~4를 확인하고 인정함 (지문날인)

2011. 12. 20.

차용인 B (지문날인)

H귀하

2)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은 차용증 부분 중 '1~4를 확인하고 인정함' 이하 부분은 피고인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고, 그 윗부분은 피해자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감정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집에서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여 차용증을 작성하였는데 당시 금액란은 공란이었다고 주장하나, '1~4를 확인하고 인정함' 부분 또한 피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바, 차용증 작성 당시 1~4 항목까지 기재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아래에서 보듯이 차용증에 기재된 일시 및 금액이 매일기록부의 기재와 일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차용증의 기재는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매일기록부의 신빙성

가) 매일기록부 중 피고인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나) 매일기록부는 부동산 임대관리를 하던 피해자가 2006. 7. 1.부터 재산과 관련된 지출내역을 매일 작성한 서류로서, 사망 직전인 2014. 3. 1.까지 정리가 되어 있어 (피해자는 사망 당일 사무실에 출근하여 2014. 3. 2. 지출내역을 정리할 예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 지출내역을 기계적으로 작성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매일기록부 음영부분은 차용증의 항목과도 일치한다.

다)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급하였다는 금액이 거액임에도 그 출금내역이 없어 매일기록부는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앞서 본 음영부분(차용증과 관련한 부분이기도 함)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내역은 아래와 같다.

한편, 피해자는 J빌딩 바로 옆에서 DU을 운영하고 있는데, 1주일 평균 7~8,000만 원 가량의 현금이 들어왔다는 피해자의 아들 T의 원심법정진술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는 상당한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피해자가 사망 당시 사무실금고에 4,100만 원 가량의 현금이 있었는데 이 돈이 웨딩홀 수입금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계좌에서 인출한 돈을 합쳐 보면 매일기록부에 기재된 금액을 제공할 능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이 교부한 돈이 용도변경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가) J빌딩 인근의 용도변경과 관련된 추진경과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나) ①) 피고인이 2010. 10. 8.부터 2010. 11. 9.까지 합계 1억 2,000만 원을 가져갔는데 그 명목이 불분명하나, 피해자의 내연녀인 Z의 원심법정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0. 6. 25. 구치소에서 출소한 이후부터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에 관심이 있었고, 시의원이 사무실(J빌딩)에서 현금 1억 원을 가져갔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1억 원을 가져간 시기는 2010. 11. 9. 이므로 결국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교부한 돈은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추측이 되는 점, ② 피고인이 용도변경 명목으로 1억 2,000만 원을 가져갔으나, 2010. 11. 25. EH의회 의원인 DP이 'BV지역에 상업지역을 반드시 지정하자'는 발언을 하였으나 EH의 예산문제로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는 2010. 12. 19.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장 지급명목으로 2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용도변경 문제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점, ④ 피해자는 2011. 12. 20.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추가로 제공하면서 그 전에 가져간 3억 2,000만 원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수령하였음을 인정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하였는데, 통상 차용증의 내용과 달리 변제기나 이율 등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통상의 차용증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⑤ EH구청은 2012, 3.경부터 J빌딩이 있는 AJ 주변을 상업지역으로의 변경을 추진하였으나, 구체적인 개발계획 없이 추진되었고, 또한 용도변경 조정은 1단계 조정을 원칙으로 하는데, J빌딩 인근지역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서 준주거지역을 넘어서 바로 상업지역으로의 변경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⑥ EH구청이 추진한 용도변경은 서울시가 반대하였고, 결국 2013. 7.경 용도변경을 포기하기에 이르른 점, ⑦ 한편, 피해자는 2012. 8.경 J빌딩을 관광호텔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을 증축(기존 4층에서 8층으로) 하려고 하였으나 J빌딩은 건축 한계선이 3.5m로서 기준 건축한계선(5m)을 위반한 상황이고, 2004년에 한번 증축을 하여 더 이상 증축을 할 수 없음(지구단위계획에 저촉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증축이 가능)을 알게 된 점, ⑧ 따라서 J빌딩을 증축하기 위해서는 건축한계선을 변경해야 가능한데, EH구청이 위와 같이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서 건축한계선의 변경(기존 5m에서 3, 4m로 변경, 수사기록 제3113, 3264쪽 참조)도 함께 추진한 점, ⑨ 피해자는 2013. 3.경 용도변경과 건축한계선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피고인과 그 가족 및 건축사 R 등 또한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용도변경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점(성인콜라텍은 위락시설로서 '상업지역'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인테리어업을 하던 피해자의 아들 AD이 2013년경 성인콜라텍을 철거하자고 하였으나, 피해자는 곧 용도변경이 될 것이니 철거할 필요가 없고 아들에게 직접 성인콜라텍을 운영해 보라고까지 하였다), ① 뒤에서 보듯이 A이 2012. 4.경 최초로 살해교사를 받을 당시에는 '피고인이 작성해준 차용증과 관련하여 피해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으므로 차용증을 회수하라'는 것이었으나, 2013년 말경에는 '땅이 있는데 그거를 풀어야 되는데 그게 절대 안되는 땅'이라는 이유로 살해교사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용도변경과 관련한 로비명목으로 돈을 교부한 것으로 보이고, 5억 2,000만 원의 차용증을 작성한 이후부터 피해자로부터 적지 않은 압박을 받다가 EH구청이 용도변경을 시도하였으나 포기한 후에도 사실상 용도변경이 힘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을 약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A 진술의 신빙성 여부

살인교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교사자인 A의 수사기관(A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여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이 부분은 제외한다) 및 원심법정진술이 있는데, 그 진술의 요지는 '2012. 4.경부터 피고인 B이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교사하였고, 지속적인 교사에 응하여 2014. 3. 3.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1) A은 피고인으로부터 살인을 교사받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정보에 관해서도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가) 피해자는 '3000억대 자산가'라고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재력가이나 A은 짝퉁 밀수업을 업으로 하고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으로 피해자와 친밀한 사이였던 피고인을 통하지 아니하면 피해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방법이 없다고 보인다.

나) A은 피해자의 내연녀가 2명이고, 내연녀가 J빌딩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구체적 시간이나 순서와 같이 피해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 J빌딩 사무실에 금고가 2개 있고, 3층 여자화장실 첫째 칸에 앉아 있으면 사무실에 출입문이 보인다는 점과 같이 사무실의 정확한 내부 위치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재일교포 친척 건물을 관리해주다가 문서를 위조하여 건물을 빼앗았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다) 또한 피고인이 작성한 차용증이 '5억짜리 차용증'(실제로 5억 2,000만 원)이라고 진술했고, 2013년 말경에는 피고인으로부터 '땅을 풀어야 하는데 그게 절대 안 되는 땅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용도변경과 관련된 것이고, 피해자에게 장부가 있었다는 사정 또한 알고 있었다.

2) A은 검찰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교사에 의해 살인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가) 피고인 B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A이 굳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없다(A 단독의 강도범행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나) A은 이 사건 범행 직후 중국으로 도피하였으나, 중국에서의 도피생활이 괴롭고 중국에서 잡히기 전까지 악몽에 시달렸으며, 피고인 B의 자살 권유에 따라 수차례 자살시도를 하여 구치소에서 발에 족쇄까지 차는 등 힘들었는데도 마지막 통화 때까지 피고인 B이 안부를 묻지 않고 계속 자살을 권유하여 배신감을 느꼈고, 살인에 대한 보답으로 자기의 가족을 잘 보살펴줄지 의문스러웠으며,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 사실대로 말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데, 그러한 진술동기를 수긍할 수 있다.

3) 이 사건 범행 당일과 그 이후 행적에 비추어 피고인 B의 교사에 관한 A 진술에 설득력이 있다.

가) 범행당일 피고인과 A의 통화내역

A은 2014. 3. 3. 00:39경 이 사건 범행을 한 후 00:48경 J빌딩을 나와 택시를 4번 갈아타고 인천 연수구 BQ 찜질방에 도착하여 피고인이 사용하던 대포폰(앞서 본 AW)으로 아래와 같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는다.

A이 02:08 피고인에게 문자를 보내자(A은 범행성공을 의미하는 '!'를 보낸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당시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분만에 문자로 답변하였고, 또한 피고인은 얼마 지나지 않은 02:14, 02:20에 A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였고, 08:35, 08:37 경에도 A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점, 피고인은 범행 당일 오후에 A을 만나 130만 원을 교부하기도 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은 선거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바쁜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이 이 사건 범행을 하고 난 후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는 A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한편, A은 범행 1주일 전인 2014. 2. 24.에도 범행을 시도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은 02:10 경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시도하였고, 이는 3. 3. 02:08 A이 범행완료를 보고한 때와 비슷한 시간이다).

나) 범행 이후의 행적

A은 중국으로 도피한 이후인 2014. 3. 20, 23:00경 피고인과 W에게 자신의 단독 범행인 듯한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남겼는데, A은 같은 날 17:26경 DX으로부터 BQ찜질방에서 형사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 피고인과 4차례(17:40, 17:41, 17:54, 18:11) 통화(피고인이 사용한 휴대전화는 앞서 본바와 같이 새로운 대포폰 BB이다)를 하였고, 위와 같이 '자신이 강도'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낸 정황에 비추어 보면, 범행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인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려고 했다는 A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A은 2014. 4. 10.경 자신의 휴대전화에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겼는데 이 또한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4) A 진술의 일부 불일치 및 A의 동기 관련

가) 피고인의 살인교사시점과 관련하여 A이 2011. 10.경, 또는 2012. 11.경으로 주장하다가 피고인으로부터 1,300만 원을 확인하고 2012. 4.경으로 주장하는 등 시기를 정확하게 특정하지는 못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차용증의 작성날짜는 2011. 12. 20. 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차용증 작성 이후 피고인은 자신이 지장을 찍은 차용증에 관하여 부담을 느꼈으리라고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2012. 4. 4. A의 전처인 M 명의 계좌로 A에게 1,300만 원을 송금해 준 점, ③ 0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2012. 4.경 A과 점심시간에 식당에 갔는데 당시 B과 60대 정도의 함께 온 사람이 있었고, A이 B에게 아는 척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핸드폰으로 그 쪽 방향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었고, 식당을 나온 후 A이 B 차로 가서 15~20분 가량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다.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른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는 이 부분을 굳이 허위로 진술할 가능성이 낮은 증인으로 A이 피해자의 얼굴을 익힐 수 있게 사진을 찍도록 유도했다는 A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교사는 2012. 4.경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 또한 A의 진술에도 일부 모순되거나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신빙성에 영향을 주지 않고, 세세한 일부 순서가 뒤바뀌거나 진술이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나, 주된 부분에 대하여 일관된 진술을 유지하고 있는 점, 수차례 조사를 받으며 세세하고 지엽적인 내용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사정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다) 이 사건에서 일관된 A의 진술 및 A과 피고인 사이의 관계상, 이 사건 살인교사의 대가는 단지 재산적 가치의 크고 적음만을 참고하여 판단하기 어렵고, 물론 A도 7,000만 원의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되는 점, 피고인의 정치생명이 끝나지 않고 추후 잘되었을 때 자기에게도 사무소를 하나 내주고 이권을 주리라고 기대했던 점, 자기 가족을 돌보아 주고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어 준다고 생각한 점 등 재산적 가치를 기대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A은 일관되게 피고인을 자랑스럽고 고마운 친구로 여겼다. 고 진술하고 있으며, 자신이나 자신의 다른 친구들과 달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고, 또한 피고인을 괴롭힌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미웠고, 자신이 도와주겠다고(죽여주겠다고) 약속한 말도 지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친구인 피고인을 위한 우정이 그릇되게 발현되어, A이 피고인의 살인교사에 응낙하게 된 것이고, A의 살인 동기를 수긍할 수 있다.

마. A의 강도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A의 범행을 강도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1) A은 일관되게 범행현장에서 가지고 나온 종이뭉치는 차용증을 찾으려고 손가방을 뒤지다가 차용증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고 주장하였고, 피해자는 매일 밤 집에서 나와 자신이 운영하는 DS호텔을 들러서 A4 3장(매출내역, 대실내역, 일회용품 판매역)에 현금수입금을 싸서 가져왔는데(일요일의 경우에는 매출이 적어 평균 50만 원 정도였다) 당시 A이 가져간 종이뭉치는 위와 같이 현금이 들어있는 A4 용지를 차용증으로 착각하고 들고 간 것으로 보인다.

2) 강도범행이라면 돈을 가져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것인데, A은 당시 피해자를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로 억압한 후 무엇인가를 계속 찾고 있는 행동을 보였고(손가방 안에는 혈흔이 묻어 있어, 손가방을 뒤졌다는 A의 주장과 부합하고, A은 피해자를 쓰러뜨린 후 두 차례 사무실 밖으로 나가 손가방 안에서 푸언가를 찾고 있는 행동을 하였다), 손가방 안에는 100만 원 가량이 있었고, 피해자의 지갑 안에도 현금 23만 원이 있었는데도 이를 가져가지 않았다.

3) 피고인은 범행도구가 살상도구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해자의 사인은 머리 손상 (다수의 두피좌열창)이고, 손도끼로 인한 가격으로 15개의 좌열창이 생겼으며 그 중 3개에서는 머리뼈 피질의 함몰이 동반되었는데, 칼이 아니라고 하여 살상도구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A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체격이 좋았고(90kg 상당) 전기충격기를 같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손도끼도 살인의 목적에 부합하는 도구라고 할 것이다.

4) A은 이 사건 범행 도중 피해자의 반항으로 손도끼를 빼앗기자 전기충격기로 피해자의 목부위를 충격하여 피해자를 실신시켜 제압한 상태였으므로 강도의 목적이라면 굳이 손도끼로 다시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내리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바. 피고인이 작성한 쪽지 관련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주장과 같이 A이 자신에게 살인교사의 누명을 씌운 것이라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왜 자신을 허위로 지목했냐'며 원망이나 분노가 생길 것인데도 쪽지의 내용은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애원하거나, 왜 거짓말을 했냐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아닌 점, ② 특히 세 번째 쪽지는 통화녹취물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으니 쫄지 마라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A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자 피고인에게 '중국에서 통화한 내용이 모두 녹음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피고인이 말하는 통화녹취물은 중국 구치소에서 A과 B이 통화한 통화내역을 녹취한 것이고, 피고인이 무고하다면, 해당 통화 내용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 녹음되어 있을 것이므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 자료가 녹취되어 있다면 더없이 유리한 자료가 확보되는 것임에도, 쪽지의 내용은 이와 상반되며 오히려 통화녹취물이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한 증거라는 듯이 '저놈들 내게는 녹취록 얘기도 못꺼냈다. 난 법을 아니까'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오히려 통화내용이 피고인과 A이 살인교사 및 살인에 대하여 의논하고, 피고인이 A에게 자살을 강요하고 한국에 들어오면 안된다고 한 내용이라는 A의 진술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작성한 쪽지는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사,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III. 피고인 A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A에 대하여

피고인은 친구이자 시의원인 B의 부탁을 받고 피해자를 살해하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데,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피해자를 알지도 못함에도, B으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해 주면 피고인에 대한 기존의 차용금 채무를 면제해 줌과 아울러 피고인의 가족에 대한 생계를 지원해 주겠다는 요구를 받고 이에 응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B이 채무 면제 등을 미끼로 위와 같은 요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부탁의 내용이 '살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B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 주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것임에도 피고인은 결국 B의 요구를 받아들여 피해자를 살해하는 범행에 나아간 점, 피고인은 손도끼로 피해자의 머리를 십 수회 가격하여 살해하였는바, 피해자를 살해한 방법 또한 매우 잔인하고, 피해자는 범행 초기에 피고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저항을 하였는바, 피고인은 범행 착수 이후 중간에 범행을 그만 둘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보임에도 전기충격기와 손도끼로 피해자를 살해한 점,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가장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되었고, 남편이나 아버지를 잃게 된 피해자의 가족들 또한 크나큰 고통과 절망 속에 빠지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B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친 B의 압박에 의해 범행에 나아가게 된 점, 범행 후 중국으로 도주하였다가 체포된 후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이 사건의 실제적 진실 발견에 협조한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하여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지는 아니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 보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 B에 대하여

현대 문명국가에 있어 사형제도는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 한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까지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A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등 개전의 정이 없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IV.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 B과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B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이유]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양형이유

앞서 든 사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등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용빈

판사조용래

판사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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