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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다23073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을 취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기관을 상대로 위 결정에 따라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손익상계를 고려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개설명의자 등의 책임이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과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원고,상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혜원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오해 등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1점)

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요양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를 하여야 하고, 심사청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청구로 보게 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심사한 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공단과 요양기관에 알려야 하고, 심사 내용을 통보받은 공단은 지체 없이 그 내용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한다( 제47조 ). 그리고 보험급여비용에 관한 공단의 처분에 이의가 있는 자는 공단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제87조 ), 이의신청에 관한 결정에 불복하는 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할 수 있으며( 제88조 ),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90조 ).

나. 이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및 불복 절차에 관한 규정 내용에 의하면, 요양기관의 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청구권은 요양기관의 청구에 따라 공단이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지, 공단의 결정과 무관하게 국민건강보험법령에 의하여 곧바로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요양기관의 요양급여비용 수령의 법률상 원인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이 당연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정에 따라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고, 공단의 요양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3두6541 판결 등 참조).

다.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을 직권 취소하였다는 주장ㆍ증명이 없고,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이 당연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들이 실제 이득을 얻었는지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으나,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들 채무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판결주문에서 피고들 채무관계에 관하여 ‘각자’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부진정연대채무임을 명확히 판단하였다. 원심이 채무의 성격을 가분채무로 판단하였다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심판결을 오해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손해배상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3점)

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76437 판결 등 참조).

나.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손익상계를 고려하거나, 그러한 사정과 아울러 의료기관이 그 행위에 이른 경위나 동기, 원고의 손해 발생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 의료기관이 그 행위로 취한 이익의 유무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1262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행정처분인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이 정한 부당이득 징수는 재량행위로서,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과 실질적 개설자의 각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 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등에 따라 개설명의자 등의 책임은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과 달라질 수 있다 (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두39996 판결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8두44838 판결 등 참조).

다. 배상의무자가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 책임감경사유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ㆍ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1262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76437 판결 ,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다85172 판결 등 참조).

라.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요양급여가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요양급여를 받은 환자 중 상당수는 피고들이 요양급여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요양기관에서 그와 유사한 내용의 요양급여를 받았을 것이고, 그 경우 공단은 결국 해당 진료비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원고가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의 대부분은 피고들이 요양급여 제공을 위하여 실제 지출한 비용에 충당되어 요양급여비용 관련 이익의 상당 부분은 가입자 등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입은 실질적 손해는 피고들에게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에 크게 미치지 않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그 부분 손해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배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은 피고들의 책임비율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원심이 판시 사정을 이유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 것은 타당하나,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모두 동일하게 80%로 인정한 것은 손해배상 책임비율 산정에서 고려할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책임비율을 과다하게 산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원고에게 더 불리한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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