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1262 판결
[손해배상][미간행]
판시사항

[1]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인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매주 일정한 요일에 그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다른 의료인으로 하여금 그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고 개설자 본인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한 경우, 그 행위가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서 민법 제750조 의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을 산정할 때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기 위한 요건

[3] 의료기관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원외처방전을 발급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그 행위의 경위나 동기 등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배상의무자가 책임감경사유를 주장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원고, 피상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0조 제1항 에서 의료인은 당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구 의료법 제32조의4 제2항 구 의료법(2006. 12. 30. 법률 제8154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의3 제2항 은 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성이 뛰어난 의료인을 초빙하여 진료하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하므로, 이에 따른 진료는 그 범위 내에서 허용되고,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이 사실상 그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반복하여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위배된다 .

따라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인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매주 일정한 요일에 그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다른 의료인으로 하여금 그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고 개설자 본인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하는 것은 구 국민건강보험법(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5조 제1항 제1호 에서 규정하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행위로서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 판결 등 참조), 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지 아니한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없는 보험자인 원고로 하여금 그 사실을 모른 채 그 요양급여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750조 에서 정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

이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및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므로, 손해액을 산정할 때에는 먼저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를 상정하여야 한다.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를 상정할 때에 고려할 사정들은 위법행위 전후의 여러 정황을 종합한 합리적인 추론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어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정이 그러한 추론에 의하여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이를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를 상정하는 데 참작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 7. 8. 선고 2010다21276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 사건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의사 명의가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약국에 지급하는 원고의 요양급여비용 부담금이 달라지지 아니하므로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다른 의사가 진료하고 발급하는 원외처방전이 이 사건 원외처방전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이 사건 불법행위는 위법한 이 사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여 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없는 원고로 하여금 그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서, 그 지출에 의하여 이미 손해가 발생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정당하게 진료를 받았을 경우에 부담하였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는 요양급여비용의 지출을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면하게 되는 사정을 책임제한 등의 요소로 고려함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이 이 사건 원외처방전에 의하여 원고가 지출한 약제비 중의 공단부담금을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로 판단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에서의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직권판단

가. 의료기관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원외처방전을 발급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손익상계를 고려하거나, 그러한 사정과 아울러 의료기관이 그 행위에 이른 경위나 동기, 원고의 손해 발생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 의료기관이 그 행위로 취한 이익의 유무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고, 배상의무자가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 책임감경사유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09다7821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원외처방전 자체가 의학적 타당성과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이 사건 원외처방전 발급대상 환자 중 상당수가 그와 유사한 내용의 유효한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② 그 경우 원고는 그 유효한 원외처방전에 의하여 지급될 수 있었던 약제비와 같은 정도의 약제비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며, ③ 반면 이 사건 원외처방전의 발급으로 인하여 피고가 특별히 얻은 경제적 이익은 없어 보인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는 전혀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손해액 전부에 대하여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손해배상제도에서의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arrow
심급 사건
-의정부지방법원 2012.9.6.선고 2012나52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