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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8.21. 선고 2014가합43866 판결
손해배상(지)
사건

2014가합43866 손해배상(지)

원고

1. 한국방송공사

2. 주식회사 문화방송

3. 주식회사 에스비에스

피고

주식회사 제이티비씨

변론종결

2015. 7. 10.

판결선고

2015. 8. 21.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0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4. 9. 6.부터 2015. 8. 2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80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 한국방송공사(이하 '원고 KBS'라 한다)는 방송법 제43조에 의하여 설립된 국가 기간 방송사이고, 원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원고 MBC'라 한다), 원고 주식회사 에스비에스(이하 '원고 SBS'라 한다)는 각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방송법 제2조 제3호,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설립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다.

2) 피고 역시 방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방송법 제2조 제3호, 제9조 제5항에 의하여 설립된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다.

나. 원고들의 2014년 지방선거 결과 예측조사의 실시

1) 원고들은 2014. 3. 7.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2014. 6. 4. 실시될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이하 '이 사건 선거'라 한다)에 대하여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사건 선거 개표방송을 위한 '당선자 예측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2) 그 후 원고들이 포함된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는 2014. 4.경 주식회사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등 3개 조사연구기관과 사이에 '제6회 지방선거 예측조사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6회 지방선거 예측조사 용역계약

○ 계약건명 : 제6회 동시지방선거 시도지사 및 교육감 당선자 예측조사

○ 계약금액 : 金 이십사억원정 (₩2,400,000,000원, VAT 별도)

제1조 (조사의 범위와 내용)

① '을(위 3개 조사연구기관)이 '갑'(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에게 제공할 조사용역의 범

위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조사 내용 : (1) 시도지사 선거 당선자 예측

(2) 교육감 선거 당선자 예측

▷ 조사 규모 : (1) 전화조사 표본수 : 41,000표본

(2) 출구조사 투표소 수 : 648개 투표소

제2조 (결과보고 및 결과물 제출)

'을'은 '갑'의 요구에 따른 결과보고를 다음과 같이 지정한 일시에 '갑'에게 제출한다.

▷ 중간 보고 : '갑'이 속하는 방송 3사의 합의에 따른다.

▷ 최종 예측결과 보고 : 6월 4일(水), 17시 30분 限

제6조 (보안 기밀유지 및 조사결과의 귀속)

① 동 조사자료 및 결과물의 권리는 '갑'에게 귀속되며, '을'은 동 조사를 수행하면서 취득한

일체의 자료를 '갑'의 사전승인 없이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② '갑'과 '을'은 조사결과의 기밀 유지에 대한 의무를 지닌다.

③ '을'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조사결과 기밀이 대외적으로 유출되어 ‘갑'의 명예와 위상

을 실추시키고, 실제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기밀을 누출한 '을'의 해당 조사회사는 각 사별 계약금액 해당분의 50%의 위약벌을 부

과함은 물론, 별도로 이와 관련한 모든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

3) 아울러 원고들은 2014. 4. 24. 이 사건 용역계약을 통하여 취득할 예측조사 결과에 관하여 상호간에 '기밀유지 이행각서'(이하 '이 사건 이행각서'라 한다)를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4. 6. 4.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방송사 공동예측조사 기밀유지 이행 각서

1. KBS, MBC, SBS(이하 '3사')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당선자 예측조사'를 공동으로 수

행하는 각 주체로서 관련 업무상 얻게 된 어떠한 정보든 사전 합의 없이 제3자에게 유출

할 수 없다.

2. 특히 선거 당일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되는 출구조사 결과는 엄정하게 기밀 유지가 이루어

져야 할 공동자산으로서 '3사는 고의·과실 여부 및 자료의 형태에 상관없이 투표 종료

시점까지 제3자에게 유출할 수 없다.(중략)

7. 위 합의사항의 위반과 관련하여 '3사 중 누구라도 객관적 입증자료를 제시해 합의를 위

반한 주체에게 위약벌 5천만 원을 청구할 수 있으며, 위반이 입증된 사는 조속히 KEP(방

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에 납부해야 한다. KEP는 해당 사를 제외한 회사들에게 이를

균등 분할 지급한다.

4) 이에 따라 위 3개 조사연구기관들은 2014. 6. 4. 이 사건 선거에 관하여 41,000개 표본에 대한 전화조사 및 648개 투표소에 대한 출구조사를 시행하는 등 예측 조사(이하 '이 사건 예측조사'라 한다)를 실시하여, 같은 날 17:30경 그 결과를 원고들에게 전달하였다.

다. 피고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입수 및 방송

1) 한편 피고 소속 기자는 2014. 6. 4. 17:32경 자신을 포함하여 총 9명의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마이피플' 메신저의 대화창을 통하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한 후, 그 무렵 이를 피고 소속 보도국장에게 보고하였다.

2) 피고는 2014. 6. 4. 18:00:00경부터 이 사건 선거 개표방송을 시작하면서 먼저 4대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한 자체 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18:00:49 경부터 '지상파 출구조사'라는 표제 하에 서울시장 선거의 1, 2위 후보자 및 그 각 예상득표율을 방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방송하였다.

라. 원고들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방송

1) 원고들 역시 2014. 6. 4. 18:00:00부터 이 사건 선거 개표방송을 시작하면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하였는데, 피고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한 18:00:49경 무렵의 구체적인 공개 형태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2) 이에 따라 원고 MBC의 경우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피고보다 먼저 순차적으로 공개할 수 있었으나, 원고 KBS, SBS의 경우 일부 지역의 투표결과 중 일부 항목에 대하여 피고보다 뒤늦게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하게 되었다.

마. 원고들의 이의 제기 및 피고의 답변

1) 원고들은 2014. 6. 17.경 피고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지방선거 투표종료 후 불과 40여 초가 경과한 시점부터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미리 준비한 방송화면을 통하여 송출한 것은 사전에 계획적으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한 다음 이를 무단 활용한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의 입수시점 및 경로 등을 소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2) 이에 피고는 2014. 6. 26.경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는 투표 종료 시각인 2014. 6. 4. 18:00 직후 자체 예측조사 결과를 보도한 뒤,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비교자료로 정당한 취재활동을 통하여 입수한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였고, 원고들이 보도하지 않은 시점에 이를 먼저 보도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거나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 을 제6, 8, 12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원고들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기 위하여 무려 24억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선거 개표방송 시점으로부터 불과 30여 분 전에 부정한 방법으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한 다음, 원고들의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 원고들과 거의 같은 시각 또는 일부 원고들보다는 더 일찍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하였다.

2)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원고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행위를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및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3) 나아가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고들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하여 이를 공개한 것으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4)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부정경쟁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각 800,000,000원(= 원고들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는 데 지출한 비용 24억 원 : 3)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 주장 관련

① 피고는 언론계의 관행에 따른 정당한 취재활동의 일환으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하였고, ② 당일 18:00:00경 자체 출구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한 후 그 비교의 편의를 위하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곧이어 공개하면서 '지상파 출구조사임을 명시하였으며, ③ 그 공개 시점은 원고 MBC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한 이후인바, 이는 정당한 인용보도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입수 및 공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및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주장 관련

가) ①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피고 측이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하여 이를 입수한 2014. 6. 4. 17:32경 위 메신저를 함께 이용하는 나머지 8명의 기자들 및 그들 언론사에 공지된 상태에 있었고, ② 피고에 의하여 공개되기 이전에 원고 MBC를 통하여 대중에게 먼저 공개되었는바, 피고의 입수 및 공개 당시 이미 비밀성을 상실하였다.

나)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광고수익 기타 영리목적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므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경제적으로 유용한 것도 아니다.

다) 피고는 당시 언론계 관행에 따라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사전에 쉽게 입수할 수 있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 되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언론계 관행에 따른 정당한 취재활동을 통하여 입수되었고, 적법한 인용보도 절차를 거쳐 공개되었다.

마) 따라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소정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하여 공개한 행위 역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손해배상 관련 주장

가사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부정경쟁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원고들에게 어떠한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에 의하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널리 알려지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수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및 민법상 불법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1) 판단 기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 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8. 25. 자 2008마1541 결정,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등 참조). 한편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제2조 제1호 (차)목을 신설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 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의 경우 위 판단 기준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설시한 기초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하여 공개한 행위가 '원고들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들의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함과 동시에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원고들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라는 정보를 얻기 위하여 무려 24억 원 남짓의 거액을 지출하였고, 그 과정에서 기밀유지를 위하여 그들 사이에 이 사건 이행각서를 체결하는 등 정보의 창출 및 가치 유지를 위하여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는바,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

나)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창출하는 과정에 어떠한 기여도 한 바 없는데다가, 별다른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 피고 소속 기자가 사적으로 이용하는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하여 이 사건 선거 개표방송 직전에 이를 입수하였는바, 이는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관행에 따른 정당한 취재활동이라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은 경위나 지출한 비용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경쟁자인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공개 전에 원고들과의 협의를 통하여 이를 얻거나, 원고들의 공개를 통하여 비로소 이를 얻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의 위와 같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입수 행위가 언론계의 관행으로서 정당한 취재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한편,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라는 정보 가치는 그 성질상 공개 시점에 극히 민감한데, 피고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한 시점은 원고 MBC가 이를 공개한 때로부터 불과 3초 이후로서 매우 근접한 때일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의 투표결과 중 일부 항목에 대하여는 오히려 원고 KBS, SBS보다 먼저 공개하였는바, 이와 같은 결과 역시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지상파 출구조사'임을 명시한 정당한 인용보도라고 주장하나, 그 공개 시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는 원고 MBC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원고 KBS, SBS 보다는 더 우월적인 효과를 얻게 되었는바, 비록 피고가 사전에 그 출처가 원고들임을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것만으로 피고가 정당한 방법으로 인용보도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나아가, 이와 같은 행태가 계속되는 경우 원고들을 비롯한 언론사들은 더 이상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와 같은 정보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려는 유인을 잃고, 다른 언론사가 창출한 정보에 무임승차하고자 할 것임이 자명한바(이로써 국민들의 알 권리마저 침해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입수 및 공개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서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 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경제적 유용성),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비밀관리성) 생산방법 ·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는바(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위 기준에 비추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공연히 알려져 있는지(비공지성) 여부

(1) 영업비밀로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9도12835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영업비밀은 절대적인 비밀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제한된 범위의 사람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밀유지의무로써 제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한 비공지성이 있는 것이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설시한 기초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피고가 이를 입수하여 공개할 때까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원고들은 조사기관들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에 대한 보안유지 조항을 삽입하였고, 원고들 스스로 상호간 기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이 사건 이행각서를 체결하는 등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비밀로 관리함으로써, 원고들이 이를 공개할 때까지 일반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

②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 측이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하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할 당시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방법으로 이를 입수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만큼 그 시점에서 이미 비공지성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를 포함한 다른 언론사들 역시 그 시점에서는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주된 공개대상인 일반 대중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아니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비밀로써 그 제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비록 피고 주장과 같이 일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공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비공지성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 없다.

③ 나아가 피고가 원고 MBC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공개 이후에 이를 공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 간격이 3초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근접하여 실질적으로 동시에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의 경우 원고 KBS, SBS 보다 그 결과를 먼저 공개한 것인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도 비공지성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지(경제적 유용성) 여부

(1) 영업비밀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3도2981 판결 등 참조), 현실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하여도 장래에 경제적 가치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잠재적으로 유용한 정보) 등도 그 유용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설시한 기초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기 위하여 24억 원 상당의 거액을 비용으로 지출한 점, ②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우선적으로 공개하여 대중들로부터 신뢰성을 획득함으로써 원고들이 피고를 포함한 경쟁사에 비하여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점, ③ 이에 따라 원고들은 장차 경쟁사에 비하여 이익 창출의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 또한 충분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비록 원고들이 당장의 광고수익 등을 목적으로 거액을 들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정보인지(비밀관리성) 여부

(1)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다42570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설시한 기초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은 조사기관들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에 대한 보안유지 조항을 삽입하였고, 원고들 스스로 상호간 기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이 사건 이행각서를 체결하는 등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비밀로 관리한 점, ② 피고는 사전에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쉽게 입수할 수 있었음을 근거로 비밀관리성을 부정하나, 피고의 위와 같은 입수 행위가 언론계 관행에 따른 정당한 취재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한편 피고 역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한 후 이를 곧바로 공개하지 않다가, 원고 MBC가 이를 공개한 이후에 인용보도 형식으로 공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가 그 공개시까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사전에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비밀관리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는 피고가 이를 입수한 시점부터 이를 공개한 시점까지 원고들의 영업비밀로서 존재하였다.

2) 피고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입수 및 공개 행위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은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유형으로 들고 있는바, 여기서 '부정한 수단'이라 함은 절취·기망 · 협박 등 형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의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위에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참조).

나) 그런데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의 창출 및 가치 유지 과정에 어떠한 비용이나 노력을 들인 바 없는 피고가 위와 같은 경로로 이 사건 예측결과를 입수한 것이 언론계 관행에 따른 정당한 취재활동으로 볼 수 없고, 피고가 그 출처를 표시하여 이를 공개한 행위 역시 인용보도의 형식을 취한 것일 뿐이어서, 모두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 입수 및 공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이를 공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하여 이를 보도한 행위는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판단

가. 판단 기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의하면 법원은 부정경쟁행위, 제3조의2 제1항 이나 제2항을 위반한 행위 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은 인정되나 그 구체적인 손해액수를 입증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정황 등의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인 수액을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1935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1) 위 판단 기준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들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에 대한 대가로 24억 원 상당을 지출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나, 이는 투입된 비용에 해당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피고의 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재산의 감소액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어서 위 비용 상당의 금원 전부를 피고의 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인정할 수는 없고(나아가 위 24억 원이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라는 정보의 시장가치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달리 원고들이 입은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입증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보이는바,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인정하기로 한다.

2) 살피건대, 앞서 설시한 기초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즉 원고들은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기 위하여 24억 원을 비용으로 지출한 점, ② 피고가 원고들과 함께 이 사건 용역계약을 통하여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600,000,000원(= 2,400,000,000원 : 4)을 지급하여야 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을 제5호증의 3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역시 출구조사 방식을 고려한 바 있는데, 그 당시 예상되었던 총 비용은 728,000,000원(부가세 별도)이었던 점, ④ 원고들은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시 조사기관들에게 기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면서 위약금을 각 사별 계약금액 해당분의 50%(최대 총 12억 원)으로 약정하였던 점, ⑤ 한편 불과 3초 차이이기는 하나 피고는 적어도 원고 MBC가 각 지역의 1, 2위 후보 성명 및 그 각 예상득표율을 발표한 이후에 이 사건 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지상파 출구조사'라고 그 출처를 명백히 표시하기도 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았을 때,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총액 1,200,000,000원, 즉 원고별로 각 400,000,000원씩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0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4. 9. 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5. 8. 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태수

판사손영언

판사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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