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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기술생산독점권사용및모조품판매금지가처분][공1998.7.15.(62),1846]
판시사항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소정의 영업비밀의 '취득' 및 '사용'의 의미

[2] 1991. 12. 31.자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전에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는 사유로 같은 법 제10조에 기한 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사례

판결요지

[1] 영업비밀의 '취득'은 문서, 도면, 사진, 녹음테이프, 필름,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작성된 파일 등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영업비밀 자체를 직접 인식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바, 어느 경우에나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회사가 다른 업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습득한 자를 스카우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회사는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한편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이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2]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자가 부정경쟁방지법(1991. 12. 31. 법률 제4478호로 개정된 것) 시행일인 1992. 12. 15. 전에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피신청인 회사의 사업으로 신청인 회사가 제조·판매하는 스핀 팩 필터를 제조·판매할 목적으로, 신청인 회사에 재직하면서 그에 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거나 핵심기술을 알고 있었던 직원들을 신청인 회사에서 퇴직시키고 피신청인 회사에 입사하게 한 후 대표이사 자신 또는 위 직원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 및 기술을 기초로 제조설비를 갖춘 경우, 피신청인 회사는 늦어도 그 무렵 위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법 부칙(1991. 12. 31.) 제2항에 따라 같은 법 제10조에 기한 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사례.

참조조문
신청인,피상고인

부강정밀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인삼)

피신청인,상고인

동성정밀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만호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가. 원심의 사실인정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신청인 회사는 1986. 9. 24. 설립된 이래 화학섬유 제조설비의 부품인 스핀 팩 필터(spin pack filter)를 제조·판매하여 오고 있다. 스핀 팩이라 함은 화학합성섬유의 원사를 뽑는 기초공정, 즉 고체 상태의 테레프타릭산(TPA)과 액체 상태의 에틸렌글리콜(EG)을 혼합한 후 고온·고압으로 열처리하여 유동 상태로 만드는 중합공정을 거쳐서 생산된 폴리머(polymer)를 방사(방사)하여 실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필요한 설비로서, 여과층(sand metal powder)과 필터(filter), 방사판(spinneret)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핀 팩 필터라 함은 스핀 팩 속의 여과층과 방사판 사이에서 유동 상태의 합성섬유 원료로부터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로서, 여과체인 메탈 파이버(metal fiber)와 스텐레스 메쉬(stainless mesh)를 여러 겹으로 쌓은 다음, 이를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절단하여 그 테두리를 금속 림(rim)으로 압착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2) 종래의 스핀 팩 필터는 그 테두리인 금속 림과 여러 겹의 여과체 단부 사이에 여유공간이 전혀 없어 스핀 팩 저장부에 유입된 공정물질이 고온·고압에 의하여 압착되면서 스핀 팩 필터의 여과체면이 아래로 휘거나 위로 돌출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그 결과 저장 내부에 빈 공간이 생김으로써 공정물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였으며, 또 저장부 내주연과 스핀 팩 필터의 림 사이에 틈이 있어 저장부 내의 압력에 의하여 그 틈새로 공정물질이 그대로 새어 나가 방사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그 결과 공정물질 속에 섞여 있던 불순물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음은 물론, 이와 같이 걸러지지 않은 채 새어 나온 공정물질로 인하여 스핀 팩 필터의 테두리를 싸고 있는 금속 림의 부식이 급속히 진행되어 스핀 팩 필터의 수명이 단축됨으로써 이를 조기에 교체하여 주어야 하는 등의 결함이 있었다.

신청인 회사는 1987. 9. 1. 신청외 제일합섬 주식회사(이하 '제일합섬'이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신청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제일합섬의 해외 마케팅 및 수출 독점권 행사에 관한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1988. 2. 9. 일본국 회사인 주식회사 와따나베 키이치 제작소(도변의일제작소, 이하 '와따나베'라고만 한다) 및 제일합섬과 사이에 스핀 팩 필터 및 스핀 팩 관련 부품에 대하여 주문자생산(OEM) 기본계약을 체결한 다음, 신청인 회사의 직원을 5회 정도 와따나베에 파견하여 기술자료를 제공받고 기술적 자문과 지도를 받아 필터 및 패킹 금형과 그 제작기술 등을 일부 이전받고, 스핀 팩 필터의 대량제작에 필요한 유량 및 압력계측기 등 여러 정밀기기를 와따나베로부터 구입하였으며, 위 기본계약에 따라 1988. 2. 10. 제일합섬과 사이에 '스핀 팩 부품 생산 및 수출독점권 행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제일합섬이 보유한 노하우(know-how)를 제공받아, 플레이트 림(plate rim)의 양쪽 단부의 한 부분을 절삭하여 플레이트 림과 여과체 사이의 단턱을 최소화함으로써 공정물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플레이트 림의 내주연과 여과체 단부 사이에 여유공간을 확보하여 저장부 내의 고압에 의한 플레이트 림의 팽창에 대비함으로써 종래의 스핀 팩 구조 아래에서 나타났던 여과체의 휨 또는 돌출현상을 없애고, 아울러 저장부 내의 고온·고압 및 공정물질과의 접촉에 의한 플레이트 림의 잦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림의 재질을 구리판재로 하고 표면을 니켈도금 처리하거나 림의 재질을 알루미늄으로 하는 등 림의 부식 정도를 현저히 줄여 그 품질을 개선하였다.

(3) 한편 피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인 신청외 1은 1991. 7. 25.부터 1992. 8. 12.까지 신청외 2와 함께 신청인 회사의 공동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신청외 3은 1989. 7. 10.부터 1992. 8. 2.까지, 신청외 4는 1992. 3. 7.부터 같은 해 8. 22.까지, 신청외 5는 1989. 7. 17.부터 1992. 8. 10.까지 신청인 회사에서 과장, 대리, 주임으로 각 근무하면서 신청인 회사의 스핀 팩 필터의 제조 내지는 판매에 관한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신청인 회사의 취업규칙은 "사원은 직무상의 기밀을 엄수하고 회사의 기밀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는 신청인 회사에 입사할 당시 "회사에 근무하면서 얻은 기밀사항과 고객의 기밀사항은 외부에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으며 이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였다.

그런데 신청외 1은 신청인 회사의 지분을 둘러싼 경영진 사이의 알력 때문에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1992. 8. 31.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여 스스로 대표이사에 취임하였고,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로 하여금 신청인 회사의 기술 관련 자료를 임의로 가져오게 하거나 스핀 팩 필터 제조에 관한 핵심 기술을 복사하게 한 후, 신청인 회사를 퇴사하고 피신청인 회사에 입사하도록 한 다음, 신청인 회사의 자료 내지 핵심 기술을 토대로 신청인 회사에서 제조·판매하는 것과 유사한 스핀 팩 필터의 제조에 필요한 공장설비를 마련하는 한편, 1992. 11. 11.경에는 신청외 동양폴리에스텔 주식회사 등에 위 신청외인들이 제조한 스핀 팩 필터의 샘플을 제공하고, 1993. 2.경부터는 신청인 회사에서 생산하는 것과 유사한 스핀 팩 필터를 본격적으로 제조하여 신청인 회사의 거래처 등에 신청인 회사의 제품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판매해 옴으로써, 신청인 회사는 종전에 연평균 50% 이상의 매출액 성장을 하여 오다가 1993년경부터는 성장이 둔화되어 현재는 정체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신청인 회사의 이 사건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가 정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위와 같은 신청인 회사의 이 사건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 취득 과정, 신청외 1이 스핀 팩 필터를 생산하는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기 위하여 그 제조기술을 알고 있던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와 함께 동반 퇴직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청인 회사가 가지는 스핀 팩 필터 생산 방법에 관한 기술상의 정보는 적어도 신청인 회사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하여 왔던 정보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가 정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2) 피신청인 회사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신청외 1은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고,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는 신청인 회사의 핵심 직원 및 기술자로서 신청인 회사에 입사할 때에 위와 같은 서약을 하였고, 신청인 회사의 취업규칙에 위와 같은 규정이 있으므로, 신청인 회사와 위 신청외인들의 인적 신뢰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신청외인들은 계약관계 및 신의성실의 원칙상 신청인 회사에서 퇴사한 후에도 상당 기간 위 영업비밀에 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신청외 1은 그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시간적·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을 얻기 위하여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였고 신청외인들은 피신청인 회사에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을 공개하고 신청인 회사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여 왔으므로, 위 신청외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으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이 정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피신청인 회사는 그 대표이사인 신청외 1이 신청인 회사의 공동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난 직후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고 신청인 회사의 핵심 직원들을 퇴사시켜 피신청인 회사에 입사하게 한 후 신청인 회사로부터 습득한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 및 지식, 경험 등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게 함으로써 위 제조기술을 누설하도록 유인하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신청인 회사가 보유하는 이 사건 기술 및 영업정보를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전단이 정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3)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효과

피신청인 회사가 신청인 회사의 것과 유사한 스핀 팩 필터를 제조·판매함으로써 신청인 회사의 매출액 성장이 둔화되어 현재 정체 상태에 이름으로써 피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신청인 회사의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 할 것이므로, 신청인 회사는 영업비밀 보유자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그 침해자인 피신청인 회사에 대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인정된다.

(4) 부정경쟁방지법 부칙 제2항의 적용 여부에 대하여

신청외 1 등 신청외인들이 신청인 회사에서의 근무 중 취득하게 된 영업비밀을 그들 스스로 사용하는 것과 그것을 피신청인 회사에 공개하여 피신청인 회사가 이를 취득·사용하는 것은 법인격의 독립성에 비추어 서로 구별되어야 한다.

신청외 1은 1991. 12. 31. 법률 제4478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1991. 7. 8.부터 1992. 8. 12.까지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1992. 8. 31.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에 취임하였고, 역시 위 법이 시행되기 전에 신청인 회사를 퇴직한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를 통하여 취득한 신청인 회사의 스핀 팩 필터 제조에 관한 자료나 핵심 기술을 토대로 제조설비를 갖춘 다음, 1992. 11. 11.경부터 그들 스스로 제조한 스핀 팩 필터의 샘플을 화섬업체에 제공하였으며, 1993. 2.경부터 스핀 팩 필터를 피신청인 회사 명의로 제조·판매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피신청인 회사가 신청외 1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신청인 회사를 퇴직한 신청외 3 등이 피신청인 회사에 채용되었으며, 그들이 스핀 팩 필터의 샘플을 제조하여 화섬업체에 제공한 바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위 신청외인들의 행위만으로써는 그들이 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을 피신청인 회사에 공개한 것이라거나, 위 신청외인들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독립된 사업주체인 피신청인 회사가 그 영업비밀을 취득 또는 사용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 회사는 위와 같이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후인 1993. 2.경부터 본격적으로 피신청인 회사 명의로 스핀 팩 필터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하였으므로 피신청인 회사는 그 때에 비로소 위 신청외인들로부터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하여 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법인인 피신청인 회사가 위 신청외인들과 별도로 위와 같이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전에 이미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신청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2. 신청인 회사의 이 사건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가 정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신청인 회사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피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만호, 법무법인 삼흥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신청외 6의 상고이유 제2점)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신청인 회사의 이 사건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영업비밀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신청외 1은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이었으므로 그 지위에서(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참조),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는 원심이 인정한 입사 당시의 서약과 취업규칙의 규정에 따라, 각 신청인 회사로부터 퇴직한 후에도 상당 기간 이 사건 영업비밀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청외 1은 그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스핀 팩 필터를 제작·판매할 목적으로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고,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는 피신청인 회사에게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을 공개하였으므로 그들의 이러한 행위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으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이 정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는 원심의 판단도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피신청인 회사가 그들로부터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은 그 설립 이후가 될 수밖에 없는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 회사가 설립되기 전에 신청외 1,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는 모두가 신청인 회사에서 퇴직하였다가 퇴직 후 얼마 되지 아니하여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거나 그에 입사하였다는 것이므로 그들이 피신청인 회사가 설립되기 이전에 이미 스스로 또는 신청외 1의 유인에 의하여 피신청인 회사에 이 사건 영업비밀을 공개할 결심을 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많아 보이고, 그와 같은 경우라면 피신청인 회사가 그 설립 이후에 그들에 대하여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부정한 유인을 할 필요성조차 없었을 것인바, 만약 피신청인 회사가 그 설립 후 그와 같은 부정한 유인을 한 바 없었다면 피신청인 회사가 그들로부터 이 사건 영업 비밀을 취득한 것은 원심이 판시한 것처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전단이 정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심판결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신청외 1은 그와 같은 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므로 피신청인 회사가 그들로부터 이 사건 영업 비밀을 취득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마)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유형에는 해당한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심이 피신청인 회사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위 각 점에 대한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3. 피신청인 회사의 영업비밀 취득 시기에 대하여 -- 부정경쟁방지법(1991. 12. 31. 법률 제4478호) 부칙 제2항의 적용 여부(피신청인 소송대리인들의 각 상고이유 제1점)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제3호, 제3장(제10조 내지 제14조)의 각 규정은 1991. 12. 31. 법률 제4478호(이하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한다)로 신설된 것인데,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부칙 제1항, 같은법시행령 부칙 제2항에 의하면, 위 각 신설 규정은 1992. 12. 15.부터 시행된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부칙 제2항은 "이 법 시행 전에 행하여진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제10조 내지 12조 및 제18조 제1항 제3호의 개정규정은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 법 시행 전에 영업비밀을 취득한 자 또는 사용한 자가 그 영업비밀을 이 법 시행 후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취득과 사용은 그 말의 뜻 자체가 다른 것이고,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도 그 (가)목 내지 (바)목에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유형을 열거하면서 영업비밀의 취득과 영업비밀의 사용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영업비밀의 취득은 문서, 도면, 사진, 녹음테이프, 필름,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작성된 파일 등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영업비밀 자체를 직접 인식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바, 어느 경우에나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다른 업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습득한 자를 스카우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회사는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참조). 한편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이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신청외 1이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시행 전인 1992. 8. 31.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에 취임하였고, 역시 위 법이 시행되기 전에 피신청인 회사의 사업으로 위 스핀 팩 필터를 제작·판매할 목적으로 신청인 회사에 재직하면서 그에 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거나 핵심기술을 알고 있었던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를 신청인 회사에서 퇴직시키고 피신청인 회사에 입사하도록 하였으며, 이어서 피신청인 회사가 그 대표이사 또는 직원인 위 신청외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스핀 팩 필터 제조기술에 대한 자료와 지식 등을 기초로 하여 스핀 팩 필터 제조에 관한 제조설비를 갖추었다는 것이므로 피신청인 회사는 늦어도 그 무렵에는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신청외인들이' 1992. 11. 11.경에 동양폴리에스텔 주식회사 등에 신청외인들이 만든 스핀 팩 필터의 샘플을 제공하였다고 인정한 점에 대하여 살펴 보건대, 원심이 채택한 증거이거나 배척하지 아니한 증거인 을 제53호증의 1, 2, 을 제51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신청외 3의 증언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샘플은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신청외 1, 신청외 3, 신청외 4, 신청외 5 등이 그들 자연인의 이름으로 신청외 동양폴리에스텔 주식회사에 제공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고, 오히려 피신청인 회사가 자기 이름으로 제공한 것임을 알 수 있고, 그 밖에 피신청인 회사가 1992. 12. 7. 신청외 주식회사 선경인더스트리에 제공한 샘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피신청인 회사가 타에 판매할 목적으로 신청인 회사가 가지고 있던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위와 같은 스핀 팩 필터의 샘플을 만들기까지 하였다면 피신청인 회사는 아무리 늦어도 이미 그 이전에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피신청인 회사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시행 이전에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한 자에 해당하여 그 시행 이후에 이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를 적용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신청인 회사가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의 시행 이전에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단정함으로써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를 근거로 한 신청인의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것이거나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 규정하는 영업비밀의 취득과 사용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위 각 상고이유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피신청인의 대리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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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7.12.3.선고 97카합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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