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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10472 판결
[손해배상(의)][공1999.4.1.(79),517]
판시사항

[1] 피해자측에서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상의 과실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간질환으로 치료받던 피해자에게 진균증 감염 사실이 발견되어 항진균제인 니조랄을 투약한 후 반복적인 흉통, 발작, 일시적인 혼수상태 등의 현상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의료행위를 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서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나 그 가족이 일부를 알 수 있는 점 외에 의사만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 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2] 간질환으로 치료받던 피해자에게 진균증 감염 사실이 발견되어 항진균제인 니조랄을 투약한 후 반복적인 흉통, 발작, 일시적인 혼수상태 등의 현상이 있었으나, 그것이 니조랄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투약을 중단시키거나 심장계통 등의 이상을 의심하여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김진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1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2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웅 외 4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 제2점,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망 홍세충은 1990. 2. 20. 피고 2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입원하여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같은 달 25. 알콜성만성간염 및 복수증상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어 피고 병원 내과과장 피고 3이 망인의 주치의로서, 피고 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레지던트)인 피고 1이 피고 3의 지도·감독을 받으면서 망인의 치료를 담당하여 왔으며, 그 치료 도중인 같은 해 3. 3.경에 망인이 중증도 식정맥류 및 진균증(칸다디아증)에 감염되어 있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되어 그에 대한 처방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피고 3은 망인과 그의 처인 원고 김진에게 상태가 좋아졌다면서 치료경과가 계속 호전될 경우 퇴원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 그 후 피고 1은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위 증상을 치료하였으나 그 치료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자 같은 달 8.경 주치의인 피고 3과 상의도 없이 망인에게 외부 약국에서 항진균제인 니조랄(Nizoral) 현탁액을 구입하여 복용토록 하였는데 망인은 종합검사 당시 심장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1의 지시로 니조랄을 구입하여 복용하기 시작한 후인 같은 달 9.부터는 가슴을 조이는 듯한 강력한 흉통을 느끼면서 안구가 돌아가고 발작을 일으켰으며, 이에 따라 순간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는 현상이 하루에도 1회 내지 3회씩 반복되었으며 같은 달 10.에는 발작이 심하여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까지 생겨 간호사를 통하여 피고 1에게 알렸는데도 그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치료를 하지 못하였음은 물론 진료기록부에도 이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사실, 피고 3은 그 사이에 한번도 회진을 한 적이 없으며 그로부터 3일 후인 같은 달 12.에야 회진을 돌다 이러한 경과를 들었으나 별다른 처치를 하지 못하고 뇌파검사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망인의 상태를 예의 관찰하자고만 하다가 그 날 저녁 망인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완전히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자 중환자실로 옮겨 그 판시와 같은 각종 응급소생술을 시행하였으나 다음날 05:00경 사망하게 된 사실, 한편 위 니조랄 현탁액은 그 주성분이 케토코나졸(Ketoconazole)로서, 이는 구강 등 신체 각 부위나 전신적인 진균 감염증의 치료에 사용되는 광범위 항진균제인데, 간독성이 있어 드물게는 간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나, 망인의 신체에 대한 부검 결과 망인의 간부위에서는 니조랄의 부작용으로 이르게 되는 간괴사 등의 현상은 발견되지 않은 사실, 망인의 사체부검 결과는 망인의 사인이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것인지 간기능악화인지 감정인마다 그 의견이 그 판시와 같이 약간씩 달라 확정하기 어려운 사실들을 인정한 후,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피고 병원에 입원할 당시 그 상태에 비추어 단기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예상되는 중증의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피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한 달도 못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망인의 주치의인 피고 3과 그의 지도·감독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치료를 담당한 피고 1로서는, 특히 망인에 대한 니조랄 처방 이후 망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반복적인 흉통, 발작, 일시적 혼수상태 등을 나타냈으므로, 이러한 경우 마땅히 그 원인을 규명하여 그것이 니조랄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투약을 즉각 중단시키고, 니조랄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심장계통 등의 이상을 의심하여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이를 방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위와 같이 반복되는 징후에 따라 예상되는 만약의 긴급사태에 대한 대비 또한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며, 망인의 사인을 심근경색 등 심장계통의 이상 또는 간기능의 악화 중 그 어느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은 있으나, 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위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보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고 할 것이고, 여기에다가 앞서 본 위 망인의 입원 당시 상태 및 피고들이 저지른 의료상 과실의 내용, 인과관계를 완전무결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의료소송의 특수성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앞서 본 피고들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하여 이를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1, 3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과실이 있는 자로서, 피고 학교법인 동은학원은 피고들의 사용자로서, 각자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망인이 사망함으로써 망인 및 그 가족인 원고들이 입게 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 원래 의료행위를 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서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나 그 가족이 일부를 알 수 있는 점 외에 의사만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 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대체로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 보여져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의료과오 및 인과관계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이유불비,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망인의 간질환의 기왕증을 참작하여 그의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액을 30% 감액한 것이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또한 원심이 기왕증으로 인하여 그의 기대여명이나 가동연한이 단축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가동연한을 60세에 이를 때까지로 본 것도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며,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가동능력의 평가 및 가동연한에 관한 심리미진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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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1.22.선고 95나37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