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신용협동조합법 제27조의2 제1호 에서 제한하고 있는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전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등의 행위’의 범위
판결요지
신용협동조합법 제27조의2 제1호 는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전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동 조항에서 상정하고 있는 이익 제공의 목적이 단지 선거인의 투표권을 매수하는 행위, 즉 자기에게 투표하는 대가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선거인의 후보자 추천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원활동 등 널리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와 관련하여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모두 동 조항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0. 2. 20. 실시된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라 한다) 임원선거(이하 ‘이 사건 선거’라 한다)에서 이사장으로 당선된 사람으로서, 이 사건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1) 2010. 2. 13. ○○신협 조합원인 공소외 1의 처 공소외 2에게, 2010. 2. 13. 조합원인 공소외 3에게 각 시가 18,000원 상당의 사과 1박스씩을, 2010. 2. 14. 조합원인 공소외 4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피고인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공소외 5에게 같은 사과 1박스를 각 제공하고, (2) 2009. 12. 28. 조합원 공소외 6에게, 2010. 1. 조합원 공소외 7에게 “내가 이사장이 되면 월급 중 일부를 떼어 신용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변상조치를 받은 변상금 6,650만 원을 대신 갚아주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여 각 재산상 이익 제공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공소사실 (1)과 관련하여, ① 공소외 8, 공소외 1, 공소외 3의 제1심 및 원심에서의 진술이 ‘이 사건 사과박스 제공 당시에 피고인은 직원들이 투표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피고인의 변소에 들어맞는 점, ② 피고인이 공소외 2가 조합원이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은 명절 선물로 주기 위하여 구매한 사과박스 6개 중 일부인 3박스를 공소외 3 등 단 3명의 조합원에게 제공하였을 뿐이고 그 이외에 추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물품 내지 다른 물품을 ○○신협의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는데,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이 7,040명가량이고 이 사건 선거에서 총 투표자수가 최종적으로 451명임이 확인되었으며 전례가 없어 투표자수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위와 같이 단 3명의 조합원으로부터 표를 얻는다고 하여 피고인의 이사장 당선에 끼칠 영향도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신협의 임원으로 당선될 목적하에 이 사건 사과박스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위 공소사실 (2)와 관련하여, ① ○○신협의 임원선거규약 제18조 제1항, 제5항은 ‘이사회에서는 선거공고일 전 3일까지 선거인 중에서 5인 내지 7인의 전형위원들을 위촉하여 전형위원들로 구성된 전형위원회를 설치하고, 전형위원회에서는 선거해야 할 임원정수에 해당하는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신협은 1983. 6. 20.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이사회에서 전형위원들을 위촉하여 전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형위원회는 이사장 후보자로 1인을 추천한 다음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반대의견을 묻고 반대의견이 없으면 박수에 의하여 만장일치식으로 통과되어 사실상 이사장 선거를 치른 적이 전혀 없었고, 이에 따라 전형위원회에서 이사장 후보로 추천되면 이사장이 된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2010. 2. 4. 개최된 전형위원회의에서 이사장 후보로 피고인이 추천을 받지 못하고 공소외 9가 추천되자, 피고인이 2010. 2. 11. 선거인 추천방식을 통하여 이사장 후보 등록을 함으로써 최초로 이사장 선거를 포함한 임원 선거가 이루어졌던 점, ③ 당시 ○○신협의 이사였던 공소외 6, 공소외 7의 제1심 법정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6과 공소외 7에게 ‘이사회에서 상근이사장 연봉을 월 300만 원으로 책정해 주면 피고인의 월급 300만 원 중 100만 원을 떼서 ○○신협의 전 상무인 공소외 10의 퇴직금과 관련하여 이사회에서 부당지급결의를 하였다는 이유로 신용협동조합중앙회가 이사들에게 변상조치를 내린 6,650만 원 중 적어도 임기 4년 동안의 월급 적립금인 4,800만 원은 대신 갚아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신협 이사로서 신협 임원 후보자 추천권을 가진 전형위원을 위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공소외 6, 공소외 7에게 피고인을 이사장 후보자로서 전형위원회에 추천해 달라는 의도로 위와 같이 제안하였다’고 변명하고 있고, 피고인의 위 제안은 2010. 1. 28. 개최된 이사회에서 전형위원회의 설치안이 부의된 이후 2010. 2. 4. 전형위원회의 첫 소집이 있기 전인 2009. 12. 28.경 및 2010. 1. 초순경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당시에는 아직 ○○신협의 전형위원회 구성조차 되지 않은 시기였던 점, ④ 피고인의 위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임이사장의 봉급이 인상되는 것을 넘어서서 피고인이 이사장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보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사인 공소외 6과 공소외 7의 투표만으로 피고인의 이사장 당선을 보장할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이들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약 5,0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의 대위변제 제안을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6, 공소외 7에게 이사들이 ○○신협에 변상해야 할 금액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말한 것은 피고인을 이사장 후보자로서 전형위원회에 추천해 달라는 취지로 보일 뿐 임원 선거를 전제로 하지는 않은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선거에서 ○○신협의 이사장으로 당선될 목적하에 공소외 6, 공소외 7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공소사실 (1)에 관하여 본다.
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선거 7일 전 무렵에 누구에게 줄 지 정하지 않은 채 명절 선물로 사과박스 6개를 구입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이전까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과박스를 선물한 ○○신협 직원들에게 그전까지는 명절 선물을 한 적이 없었고, 평소 교류하거나 친분이 있는 관계도 아니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과박스를 받은 ○○신협 직원 3명이 한결같이 이 사건 사과박스가 이사장 선거와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물 받은 사실을 ○○신협에 알린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과박스가 의례적인 명절 선물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②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아니라 그의 처인 공소외 2에게 사과박스를 선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인도 당시 공소외 2가 공소외 1의 처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4에게 사과박스를 줄 때도 직접 전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공소외 5를 통하여 공소외 5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공소외 4의 처에게 연락하는 방법으로 전달하려고 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2에게 준 사과박스는 사실은 공소외 1을 의식하고 준 선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③ 피고인은 ○○신협의 과장이자 선거업무 담당자인 공소외 8로부터 ○○신협 직원들은 투표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과박스를 직원들에게 준 것은 이 사건 선거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위 공소외 8은 투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선거업무 처리로 투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고 몇 직원이 투표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도 했으나 그와 달리 투표를 한 직원도 있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였고, ○○신협 직원인 공소외 1, 공소외 4는 투표하지 말라는 권고는 없었고 투표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였으며, 이와 달리 공소외 3은 투표하지 말라는 권고를 다른 직원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자신은 늦게나마 투표를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사실, 이 사건 선거에서 직원들의 투표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식적인 조치 내지 내부규정 등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고인도 공소외 8로부터 직원들에게 투표를 못 하게 하였다는 말을 언제, 어디에서 들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선거에서 ○○신협 직원들의 투표권 행사가 금지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설령 피고인이 직원들은 투표를 못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사과박스가 의례적인 명절 선물이라고 볼 수 없고, 사과박스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신협의 직원들로서 선거업무를 담당하거나 조합원들 상대로 업무를 보는 직책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그들로부터 이사장 선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사과박스를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다음으로, 공소사실 (2)에 관하여 본다.
①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신용협동조합법 제27조의2 제1호 는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전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바, 동 조항에서 상정하고 있는 이익 제공의 목적이 단지 선거인의 투표권을 매수하는 행위, 즉 자기에게 투표하는 대가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선거인의 후보자 추천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원활동 등 널리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와 관련하여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모두 동 조항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선거인 자격이 있는 ○○신협 이사 공소외 6, 공소외 7에게 자신이 후보자로 추천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사들이 ○○신협에 변상해야 할 금액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하는 행위 역시 동 조항에 의하여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원심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제안은 전형위원회에서 후보자로 추천되게 해 달라는 취지에 불과할 뿐이고 이사장 선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이사장으로 당선될 목적으로 그와 같이 말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기록에 의하면, ○○신협은 종전까지 전형위원회에서 이사장 후보자를 한 명만 추천한 다음 정기총회에서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이사장을 임명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신용협동조합법 제27조의2 제1호 가 경쟁선거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이 전형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및 정기총회에서 조합원 찬반 확인을 통하여 이사장을 선출하는 경우에도 당선 등의 목적으로 선거인에 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는 동 조항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은 형사재판에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신용협동조합법 제27조의2 제1호 에서 규정하는 임원의 선거운동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