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구합52020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영진 담당변호사 장용혁
피고
보건복지부장관
변론종결
2018. 9. 13.
판결선고
2018. 11. 15.
주문
1. 피고가 2018. 1. 15. 원고에 대하여 한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인천광역시 서구 B에 있는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다.
나. 피고는 2018. 1. 15. 원고에게, 「원고가 2017. 6. 19. 119 상황실로부터 전화통화로, 이물질을 삼킨 15개월 영아 OOO(이하 '이 사건 영아)에게 심폐소생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사건 병원이 수용 가능한지에 관한 문의를 받으나,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조치함으로써,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 중 응급의료를 행하지 않거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하였다」는 이유로 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6. 12. 2. 법률 제143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55조 제1항 제1호, 제6조 제2항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5조 [별표 18]에 따라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주장의 요지
119 상황실과의 통화내용은 이 사건 영아의 수용 가능성에 관한 문의로서 상담에 불과하고 법이 정한 응급의료의 '요청'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응대가 '응급의료의 거부'에 해당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원고의 응대를 '응급의료의 거부'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원고는 당시 간호사로부터 응급상황을 전해 듣고 필요한 정보를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이 사건 영아에게 적합한 시설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가라는 견해를 밝혔고, 이것은 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의 특성상 타당한 조치이므로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사유는 위법하다.
2) 피고 주장의 요지
119 상황실의 문의는 이 사건 영아에 대한 수용 및 응급처치를 청하는 의사로 명시적인 '요청'에 해당한다. 비록 이 사건 병원이 특별히 소아 응급환자 처치에 특화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는 구급대원으로부터 이 사건 영아에게, 발생한 증상의 원인 및 구체적인 양태 등을 청취하거나 묻고 응급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현재 가지고 있는 의료장비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단지 간호사가 전하는 기본적인 정보만 듣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하였다. 이는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에서 말하는 '응급의료의 거부'에 해당하고, 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
나. 관련 법령
법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면, 피고는 응급의료종사자가 법 제6조 2항 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면허 또는 자격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면허 또는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 밖의 관련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119 구조상황실은 2017. 6. 19.(이하 별도의 날짜 표시가 있지 않으면 모두 같은 날이므로 기재를 생략한다) 10:50 인천 서구 D에 있는 OOOO어린이집으로부터 '아이의 목에 장난감이 걸렸다'는 구조 신고를 접수하고, 10:51 인근 구급대에 출동지령을 내렸다. 한편 위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이 사건 영아를 안고 근처 E 내과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으로 이동하였다. 이 사건 의원에 도착하였을 때 이 사건 영아는 의식이 불분명하였고, 맥박 60회/분으로 얼굴 근육을 2번 정도 움직인 상태였다.
2) 119 구급대원은 10:56 이 사건 의원에 도착하였다. 위 의원의 의사 E와 구급대원은 이 사건 영아에게 심폐소생술을 계속 실시하면서 손이나 켈리로 목에 걸려 있는 이물질 제거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여 위 의사가 기도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3) 현장 구급대원은 119 상황실에 기도폐쇄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119 상황실은 11:01 원고가 근무 중이던 이 사건 병원 응급실 간호사 F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통화하였다.
4) 119 상황실은 11:04 H병원과도 동일한 내용으로 문의하였는데, H병원으로부터는 이 사건 영아를 수용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5) 현장 구급대원은 119 상황실로부터 '이 사건 병원의 수용 불가 통보에 따라 G병원에 이송하라'는 안내를 받고 G병원으로 이송을 실시하였는데, 이 사건 영아를 구급차에 태우던 중 심정지가 와서 심장충격기로 제세동을 실시하였다. 구급차는 11:14이 사건 의원을 출발하여 11:26 G병원에 도착하였으나, 이 사건 영아는 당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2017. 6. 27. 08:25 사망하였다.
6) 이 사건 의원에서 이 사건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4.1㎞이고, G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11.4m이다. 이 사건 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이고, G병원, H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이다. 관련 법령에 의하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소아응급환자를 위하여 진료 구역을 따로 마련하고, 연령별 기도확보 장비 및 보조호흡 도구, 소아를 위한 기타 연령별 기구·소모품 등 장비를 응급실 전용으로 구비하여야 하며,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 및 전담간호사를 1명 이상 두어야 한다. 이와 달리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장비나 인력에 관한 기준이 별도로 없다. 이 사건 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서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장비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7) 소아의 기도는 해부학적으로 고유한 특징들이 있다. 소아는 기도의 직경이 작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기도폐쇄가 쉽게 유발되고, 기도부종에 의한 기도폐쇄에 취약하다. 통증을 동반한 시술은 기도폐쇄를 악화시키고 호흡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영아는 커다란 혀가 구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3세 이하의 소아는 기도가 근위부에 치우쳐 성인에 비해 목의 앞쪽에 위치한다. 소아는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크며 손상받을 경우 심한 출혈이 생길 수 있고, 후두개와 후두의 입구가 이루는 각이 성인에 비하여 많이 꺾여 예각을 이루기 때문에 10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코기관 삽관이 어렵다. 따라서 소아 환자의 기도관리는 소아 환자의 나이에 따른 적절한 기구의 선택과 체중에 따른 약용량의 결정, 신체 발달에 따른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 등 여러 임상적 사항을 고려하여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소아 중환자 치료에는 소아 전문 의료인뿐만 아니라 소아용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특수 장비와 시설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8) 119 상황실은 관내 응급의료기관을 파악·인지하고 있고, 장비 현황에 관한 사항은 필요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 또는 응급의료기관에 실시간으로 문의하여 파악하고 있다. 119 상황실은 통상 심정지 환자와 같은 응급상황의 경우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면서 응급환자 수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해당 병원에 전화로 통보하고, 현장 구급대원의 요청이 있으면 의료기관에 응급환자의 수용가능성을 문의하기도 한다. 119 상황실은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병원이 환자 발생 장소와 가장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현장 구급대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병원 등에 기도폐쇄유아의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것이다.
9)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는 2018. 1. 10.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영아에 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기피하였다'는 내용의 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피의 사실에 관하여 증거불충분의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10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인천소방본부에 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119 상황실과 통화에서 '이 사건 영아를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라'고 한 것은 법 제6조 제2항이 규정한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1) 현장 구급대원은 이 사건 의원에 출동하여 그 의원의 의사가 이 사건 영아에게 기도 절제술까지 시도하는 등 1차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119 상황실에 연락하여 기도폐쇄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인근 응급의료기관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119 상황실은 위 요청에 따라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이 사건 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인 H병원에 이 사건 영아의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하였다. 현장 구급대원의 요청과 이에 응한 119 상황실의 조처는 이 사건 영아에 대한 1차 응급처치 상태를 고려하여 추가 응급처치에 가장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 119 상황실이 원고 측과 통화한 구체적 내용["15개월 영유아 aspiration(기도흡입)으로 인해 CPR(심폐소생술) 하며 출발해서 가고 있는데 받을 수 있나요?"]에는 단지 '이 사건 영아를 수용하여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취지로 이해할만한 표현이 담겨 있다.
3) 이러한 '119 상황실과 원고 측 사이 통화'의 경위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응급의료의 요청'을 확정적으로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에 대해 "15개월 영유아 aspiration은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권응급의료센터로 빨리 이송하라"고 응대한 것을 두고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 또는 기피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또한 위 통화 당시 이 사건 영아는 이미 의사에게 기도 절제술 등 1차 응급처치를 받은 이후, 더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했고, 아직 이 사건 병원으로 출발한 상황은 아니었다. 앞서 살핀 소아환자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 사건 영아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 사건 병원보다 소아응급환자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인근의 권역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결론
이 사건 청구는 타당하므로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정중
판사 김나경
판사 홍승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