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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95635 판결
[손해배상(의)][공2012하,1220]
판시사항

[1]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에 과실이 있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2] 갑 병원 의료진이 좌뇌출혈이 발생하여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 을에게 3차에 걸친 뇌 CT 촬영 등을 시행한 다음, 출혈 추정 시점으로부터 약 7시간, 응급실 내원 시점으로부터 약 5시간이 지난 후 개두술로 혈종제거와 중대뇌동맥 폐색술을 시행하였으나 을이 사망한 사안에서, 갑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는 환자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료할 수 있으므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의사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2] 갑 병원 의료진이 좌측 중대뇌동맥에 있는 거대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이 발생하여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 을에게 3차에 걸친 뇌 CT 촬영, 뇌혈관조영술, 뇌실외배액술 등을 시행한 다음, 출혈 추정 시점으로부터 약 7시간, 응급실 내원 시점으로부터 약 5시간이 지난 후 개두술로 혈종제거와 중대뇌동맥 폐색술을 시행하였으나 을이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내원 당시 을 상태가 이미 뇌지주막하출혈 환자에 대한 대표적 평가 방법인 헌트 앤 헤스 등급(Hunt & Hess grade) 분류상 IV 등급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경우 의료진은 을의 임상상태, 뇌동맥류 및 뇌출혈 특성, 수술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지연수술을 할 것인지, 조기수술을 할 것인지, 초조기수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갑 병원 의료진의 진료행위가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을의 뇌동맥류 상태에 비추어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갑 병원 의료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기동 외 1인)

피고, 상고인

서울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료할 수 있으므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비롯한 판시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망인은 2006. 1. 24. 서울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소외 1 교수의 집도하에 좌측 중대뇌동맥 거대동맥류 결찰술을 시술받은 적이 있다.

나. 망인은 2008. 3. 23. 19:00경 사우나에 간 후 22:00경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으나 의식이 저하되고 우측에 무력감이 있었고, 같은 날 23:35경 서울의료원 응급실에서 뇌동맥류 파열이 추정되는 소견을 보여 피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망인은 같은 해 3. 24. 00:03경 피고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글래스고우 혼수척도 점수(이하 ‘GCS’라 한다)는 측정한 의료진에 따라 E3M6V1(신경외과 전공의), E2M6V1(응급의학과 전공의), E2M5V1(응급실 간호사)로 평가되었고, 동공은 빛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00:10경부터 00:26까지 뇌 CT 촬영(이하 ‘1차 CT 촬영’이라 한다)을 한 결과, 과거 결찰술을 받은 망인의 좌측 뇌 부위에서 6×5.5×4cm(약 66㎖) 크기의 혈종(뇌실내출혈 등)이 발견되었고,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소외 2는 응급 뇌실외배액술, 뇌혈관조영술과 필요한 경우 응급 개두술을 시행할 것을 계획하였다. 그런데 00:46경 망인의 의식 수준이 저하되는 등 GCS가 E1M3V1이 되고 동공이 고정되자,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53경부터 01:05경 사이에 뇌 CT 촬영(이하 ‘2차 CT 촬영’이라 한다)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뇌수두증이 악화된 소견이 있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01:22경 기관 내 삽관을 하였고, 01:50경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하였으며, 01:53경 망인의 GCS는 E1M5VE로 평가되었다.

라. 망인은 02:30경 혈관조영실에 입실하여 03:40경까지 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았는데, 과거 결찰술을 받은 부위의 클립이 미끄러진 형태로 이동되어 크게 증가한 뇌동맥류가 확인되었다. 04:12경 망인의 GCS는 E1M1VE였고, 동공확대, 반사소실 증세가 나타나는 등 상태가 변화되자, 피고 병원 의료진은 04:29부터 04:48까지 뇌 CT 촬영(이하 ‘3차 CT 촬영’이라 한다)을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재출혈이 발생하여 혈종의 크기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뇌 정중선이 이동한 소견이 관찰되었다.

마. 망인은 같은 날 05:18경 수술장으로 보내져 소외 3 교수의 집도하에 수술을 받았으나 별다른 호전이 없었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2008. 6. 25. 사망하였다.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망인이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 피고 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전원과정에서 서울의료원의 진료기록을 받았고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1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미 망인이 이전에 피고 병원에서 거대동맥류로 결찰술을 시술받은 사실과 시술 당시의 망인의 상태 등을 알고 있었던 점, 1차 CT 결과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당시 거대동맥류 결찰술을 시술받은 부위에서 출혈량 30cc를 훨씬 넘는 중등도 이상의 엽상출혈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던 점, 뇌동맥류 파열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합병증은 재출혈로서 재출혈의 경우 사망률이 70~90%에 이른다는 의학적 보고도 있고, 뇌동맥류에 의한 출혈은 24시간 이내에 재출혈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점,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그 전날 22:00경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적이 있음을 알고 있어 최소한 도착 이전에 출혈시점으로부터 2시간 이상 경과된 상태였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2차 CT 촬영 결과 망인에게 좌측 대뇌내출혈이 1차 CT 촬영 당시보다 다소 증가되고 수두증이 있어 뇌압이 증가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던 점,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00:03경부터 피고 병원의 신경외과 혈관팀 전문의인 소외 3 교수가 피고 병원에 도착한 05:20경까지 피고 병원에는 망인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개두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던 점 등 판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응급실에 내원하여 1차 CT 촬영을 마친 이후 혈관조영술과 응급개두술의 실시가 필요함을 인식하였고, 2차 CT 촬영 이후에는 재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알고 응급개두술을 계획하였으므로 즉시 이를 시술할 수 있는 의료진으로 하여금 망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가능한 한 빨리 응급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망인에게 재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감에도 그 상태만을 확인하고 대증적인 처치 내지 시술만을 한 과실이 있고, 나아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고혈압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뇌실질내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 중 뇌동맥류나 혈관기형 등이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원발성 뇌실질내출혈의 경우 신경학적 증상이 경미하거나 너무 심한 경우에는 내과적 치료를 하고, 직경 3cm 이상의 소뇌출혈이 있으면서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거나 뇌간을 압박하고 수두증이 유발된 경우 또는 젊은 사람에게 중등도 크기 이상의 엽상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수술하는 것이 원칙인 사실, ② 그러나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의 수술시기는 출혈 후 1~2주가 지나 시행하는 지연수술(delayed surgery, 뇌부종이 감소하여 수술이 쉬워지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어 수술 결과가 양호한 장점이 있으나, 재출혈 및 혈관연축으로 인한 사망률 등이 높은 단점이 있다), 출혈 후 72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조기수술(early surgery, 수술이 어려워 수술 자체로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뇌동맥류 박리 시 파열 위험성이 있는 등의 단점이 있으나, 수술이 성공할 경우 재출혈 및 혈관연축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출혈 후 6~12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초조기수술(ultraearly surgery)로 나뉘는 사실, ③ 뇌지주막하출혈 환자를 평가하기 위한 대표적인 평가방법인 헌트 앤 헤스 등급(Hunt & Hess grade, 이하 ‘H&H’ 등급이라 한다)에 의하면, 졸림, 혼돈 또는 경도의 국소적 신경학적 결손(drowsiness, confusion, or mild focal deficit)이 있으면 III 등급으로 분류되고, 의식혼미, 중등도 이상의 반신 불완전마비, 조기 대뇌제거경축과 자율신경실조증(stupor, moderate to severe hemiparesis, possible early decerebrate rigidity and vegetative disturbances)이 있으면 IV 등급으로 분류되는 사실, ④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해서는 과거 1960~1970년대에는 일반적으로 지연수술을 하였다가, 수술기법 등의 발달로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H&H I, II, III 등급) 일반적으로 조기수술을 시행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나쁜 경우에는(H&H IV, V 등급) 지연수술을 하기도 하고 선별적으로 조기수술을 하기도 하며, 출혈 후 12시간 내 초조기수술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지연수술군과 조기수술군의 환자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고, 초조기수술도 다른 수술과 비교하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적절한 수술시점에 대한 논란이 있는 사실, ⑤ 망인은 피고 병원 내원 전부터 의식저하 및 오른쪽 무력감 증세가 있었고, 피고 병원 도착 당시 의식수준은 혼미(stupor) 또는 졸리움(drowsy) 상태였으며, 신경외과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망인을 최초 검진할 당시 이미 우측 반신 완전마비 상태(Rt. side hemiplegia)였던 사실, ⑥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인 소외 3 교수는, 망인의 뇌동맥류가 방추형 거대동맥류이고, 중대뇌동맥에 있으면서 동맥류에서 뇌의 중요 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천공동맥을 분지하고 있으며, 망인이 2006년경 뇌동맥류에 대하여 예방적으로 개두술을 받을 당시에도 뇌혈관우회술을 비롯한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뇌혈관우회술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득이 혈종제거와 아울러 망인의 동맥류가 위치한 모동맥인 중대뇌동맥을 폐색시키는 내용의 수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망인의 상태는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 이미 H&H IV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경우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임상상태, 뇌동맥류 및 뇌출혈의 특성, 수술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망인에 대하여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지연수술을 할 것인지, 조기수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초조기수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설령 망인이 H&H III 등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조기수술, 초조기수술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상태 파악 및 수술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망인의 출혈추정시점 후 약 7시간,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후 약 5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 행위가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망인의 뇌동맥류 상태에 비추어,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하에 판시 사정만으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안대희 이인복(주심)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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