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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과실비율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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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10. 21. 선고 2009나75088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기동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서울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5인)

변론종결

2010. 9. 9.

주문

1. 제1심 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19,907,945원, 원고 2에게 17,000,000원, 원고 3, 4에게 각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8. 6. 26.부터 2010. 10. 21.까지 연 5%, 2010. 10.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와 당심에서 확장된 원고 2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333,728,797원, 원고 2에게 314,342,497원, 원고 3, 4에게 각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8. 3. 24.부터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당심에 이르러 원고 1은 청구취지를 감축하고, 원고 2는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333,728,797원, 원고 2에게 313,794,458원, 원고 3, 4에게 각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8. 3. 24.부터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 1은 당심에 이르러 위와 같이 청구취지를 감축함으로써 항소취지도 그 범위 내에서 감축되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관계

소외 4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운영하는 서울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하였는데(이하 소외 4를 ‘망인’이라 한다), 원고 1, 2는 망인의 부모이고, 원고 3은 망인의 형, 원고 4는 망인의 동생이다.

나.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기까지의 경위

(1) 망인은 2006. 1. 10. 순천향병원에 내원하여 검사한 결과 좌측 뇌에 파열은 없었으나 방추형 동맥류 소견을 보여, 피고 병원에 입원한 후 2006. 1. 24. 당시 피고 병원 소속 소외 1 교수의 집도하에, 뇌동맥류를 클립으로 고정하는 수술(좌측 중대뇌동맥 거대동맥류 결찰술)을 받고, 같은 해 1. 31.경 퇴원하였다.

(2) 이후 망인이 2007. 9. 10. 피고 병원에 외래진료를 갔을 때, 소외 1 교수는 3년 후에 뇌혈관조영술을 받으라는 소견 및 계획을 밝혔다.

다.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사망할 때까지 경위

(1) 망인은 2008. 3. 23. 19:00경 사우나에 간 후 22:00경 정신을 잃었고, 깨어난 후 의식이 저하되고 우측 무력감 증세가 나타나므로, 같은 날 23:35경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서울의료원에서 이전에 피고 병원에서 수술받은 뇌동맥류가 파열되었음을 추정하는 소견을 받고, 이전에 동맥류 결찰술을 시술받은 피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2) 망인은 같은 해 3. 24. 00:03경 피고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글래스고우 혼수척도 점수(이하 ‘GCS라 한다)는 측정한 의료진에 따라 E3M6V1(신경외과 전공의), E2M6V1(응급의학과 전공의), E2M5V1(응급실 간호사)로 평가되었고, 빛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3)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08경 망인에게 분당 5L의 산소를 주입하였고, 00:10경부터 00:26 사이에 뇌 CT 촬영을 하였는데(이하 ‘1차 CT 촬영’이라 한다), 1차 CT 촬영 과정에서 구토 증세가 있었다. 1차 CT 촬영 결과 망인의 좌측 뇌 중, 이전에 결찰술을 시술받은 부위에 6×5.5×4cm(약 66㎖) 크기의 혈종-대뇌내출혈-이 발견되었고 뇌실질내 출혈, 약간의 정중선 이동, 천막뇌이탈이 관찰되었다.

1차 CT 촬영 결과를 확인한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소외 2는 응급 뇌실외배액술, 뇌혈관조영술과 필요한 경우 응급 개두술을 시행할 것을 예정하였다.

같은 날 00:45경 산소량을 분당 6L로 증가시켰으나 00:46경 망인의 동공이 고정되고 의식수준이 저하되어 GCS가 E1M3V1이 되어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47경부터 만니톨을 투여하고, 00:48경 혈관조영술을 위해 양측 대퇴부 피부준비를 시행하였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53경부터 01:05경 사이에 망인에 대하여 뇌 CT 촬영을 시행하였는데(이하 ‘2차 CT 촬영’이라 한다), 이후 망인은 구토증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2차 CT 촬영 결과 혈종이 약간 더 증가하고, 뇌수두증 소견도 있었으며 다른 소견은 1차 CT 촬영과 동일하였다. 피고 병원 소속 의사 소외 2 등은 2차 CT 촬영 당시 재출혈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두 차례 기관삽관을 실패한 후인 같은 날 01:22경 기관내관을 삽입·고정하였으며,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소외 5는 01:50경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하였다. 01:53경 망인의 GCS는 주1) E1M5VE 였다.

(5) 망인이 02:30경 혈관조영실에 입실하여 02:55경부터 03:40경까지 혈관조영술이 이루어졌다. 혈종, 뇌실내출혈, 뇌지주막하출혈이 동반되었음을 다시 확인하였고, 이전에 결찰술을 받은 부위의 클립이 미끄러진 형태로 이동되어 크게 증가한 뇌동맥류도 확인되었다.

(6) 같은 날 04:12경 망인의 GCS는 E1M1VE였고, 동공확대, 반사소실의 증세가 나타났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하여 같은 날 04:29부터 04:48 사이에 뇌 CT 촬영(이하 ‘3차 CT 촬영’이라 한다)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혈종의 크기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재출혈이 발생하여 뇌 정중선이 이동하고 아래쪽으로 뇌경천막이탈 또한 악화되고 있다는 소견이 있었다.

(7) 망인은 같은 날 05:18경 수술장으로 보내져 08:14경까지 개두술, 두개골절제술을 시술받았으나 이후 같은 날 09:27 GCS E1M1VE, 동공 고정 등의 상태로 별다른 호전은 없었다.

라. 망인의 사망

망인은 수술을 받은 이후 피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2008. 6. 25. 뇌간기능부전에 의한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

마. 전공의와 망인에 대한 수술 등을 담당하기로 한 소외 3과의 통화

피고 병원 소속 위 소외 5는 신경외과 혈관팀 전문의 소외 3 교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망인의 상태를 설명하고 그 지시를 받았는데, 소외 5는 소외 3에게 전화를 걸어 2008. 3. 24. 01:11:07부터 1분 35초간, 01:12:56부터 1분 23초간, 04:51:59부터 3분 40초간 각 통화를 하였고, 소외 3은 서울 성북구 길음2동 부근에서 소외 5에게 전화를 걸어 01:20경, 05:09분경 통화를 하였다. 소외 3은 소외 5와의 최초 통화에서 망인의 상태 및 망인과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인간관계 등을 듣고 자신이 망인에 대한 처치 및 수술을 맡겠다고 말했다. 소외 3은 피고 병원에 2008. 3. 24. 05:20경 도착하여 망인에 대한 개두술과 두개골절제술을 집도하였다.

[인정근거] 갑 1, 2호증, 갑 3호증의 1, 2, 갑 4, 5호증의 각 1, 2, 갑 7호증의 1~4, 갑 9호증, 갑 10호증의 1, 2, 갑 11호증, 갑 26호증의 1~17, 을 5, 8호증, 을 10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을 25호증의 3, 5, 6의 각 영상, 당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2. 관련 의학 지식

가. 뇌출혈과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

(1) 뇌실질출혈은 뇌실질 내에 외상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되는 출혈을 말하며, 뇌경색이나 지주막하출열에 비해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를 더 자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2) 뇌출혈이 발생한 지 6개월 이내에 23~58%의 환자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S가 낮을수록, 혈종의 크기가 클수록, 그리고 처음 시행한 CT에서 뇌실내출혈이 동반될 때 예후가 나쁘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약 15% 정도는 출혈이 심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다.

소량의 출혈(10㎤ 미만)이거나 신경학적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수술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고 반대로 신경학적 증상이 너무 심하면 (GCS ≤4) 수술하더라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거나 병세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내과적 치료를 한다. 직경 3cm 이상의 소뇌출혈이 있으면서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거나 뇌간을 압박하고 수중이 유발된 경우 또는 젊은 사람에게 중등도 크기 이상의 엽상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3) 대부분(약 85%)의 뇌지주막하출혈은 꽈리형 뇌동맥류의 파열로 발생한다. 지주막하출혈 후 환자 상태의 경중을 평가하기 위해 예로부터 다양한 평가방법이 이용되어 왔으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Hunt-Hess 분류가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I 등급(무증상 혹은 경미한 경부강직이 동반된 두통), II 등급(중등도 이상의 두통 및 경부강직), III 등급(경도의 의식장애 또는 신경학적 결손), IV 등급(의식혼미, 중등도 이상의 반신마비, 조기에 대뇌제거경축과 자율신경 장애 가능), V 등급(혼수상태, 대뇌제거경축)의 5단계 등급으로 등급이 판정된다. 의식장애를, 각성(alert), 혼돈(confusion), 기면 혹은 졸음(drowsiness), 혼미(stupor), 혼수(coma)로 5단계로 분류하기로 한다.

(4) 뇌동맥류라 함은 뇌혈관벽이 비정상적으로 석류나 꽈리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있는 상태를 말하며 부풀어 오른 뇌혈관벽이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곤 한다. 뇌동맥류의 90% 정도는 지주막하출혈로, 7%는 주위 뇌신경이나 뇌조직을 압박하여 증상이나 징후를 유발시킨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갑자기 뇌압이 상승해 일시적으로 뇌혈류가 중지되기 때문에 5~10분 정도 정신을 잃는다. 전대뇌동맥 동맥류가 파열될 때는 갑자기 양하지 무력감이, 중대뇌동맥 동맥류가 파열될 때는 간질이, 후교통동맥이나 상소뇌동맥 동맥류가 파열될 때는 동안신경마비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약 15% 정도는 출혈이 심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다.

(5) 뇌동맥류파열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합병증은 재출혈로 그 사망률은 70~90%에 이른다. 뇌동맥류에 의한 출혈은 24시간 이내에 재출혈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재출혈에 의한 사망률은 매우 높으므로 빠른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6) 거대동맥류는 형태학적으로, 낭형과 방추형으로 나뉘는데, 방추형 동맥류는 흔히 척추 기저동맥과 중대뇌동맥에서 발생한다. 임상적으로 25~80%의 거대동맥류에서, 뇌실질내 출혈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을 지라도 뇌지주막하출혈로 발현된다.

나. 뇌실외배액술(EVD)

뇌실외배액술이란 뇌실내출혈이나 혈압으로 인한 뇌출혈시 혈액이 뇌실까지 확산되어 뇌실에서 뇌척수액 흐름이 막힌 경우 뇌의 압력이 갑자기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뇌척수액을 배액하는 것으로, 항진된 두개강내압을 낮추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며, 이를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중증 두부손상 환자에게 두개강내압을 측정하면서 뇌척수액을 배액하기 위하여 전두부를 통한 뇌실 천자를 시행하는 것이다.

다. GCS

의식수준은 신경학적으로 눈을 뜨는 정도, 언어 및 운동반응을 종합하여 판단하는데, 임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글래스고우 혼수척도(Glasgow coma scale)가 있다. 이는 뇌졸중 환자보다는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평가에 유용하며, 간편하고 재현율이 높다. 개안반응(E, eye-opening, 1~4), 언어반응(V, verbal response, 1~5), 운동반응(M, motor-response, 1~6)을 평가하며 정상의 경우 E4V5M6로 15점이며, 깊은 혼수로 전혀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경우 E1V1M1으로 3점이 된다. 7점 이하는 혼수에 속하고 9점 이상이면 혼수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점수가 8점이 군에서는 25%에서 식물상태로 있거나 사망하였으며, 61%에서 양호한 회복, 또는 중증도의 장애가 나타났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다.

라. 혈관조영술

일단 지주막하출혈이 확인되면 혈관조영술을 시행하여 동맥류의 위치를 확인한다. 혈관조영술은 침습적인 방법이므로 혈관경련이나 재출혈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신경학적 합병증 발생률은 1~2%로 알려져 있다.

[인정근거] 갑 6, 8, 15, 24, 25, 32호증, 을 1호증의 1, 2, 을 2호증, 을 6, 9호증의 각 1, 2, 을 21호증, 을 2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뇌동맥 파열로 인한 뇌출혈 확인시 신속하게 뇌혈관조영술 및 개두술을 시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를 지연시켜 망인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으며, 또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침습적 의료행위인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함에 있어 그 시행 전에 망인의 가족들에게 시술방법, 그 후유증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 아니한 채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한 과실이 있다.

따라서, 피고 병원의 운영자인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수술 지연 관련 과실에 관한 판단

(가)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인정사실과 관련 의학지식에 의하면, 망인이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 피고 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전원과정에서 서울의료원의 진료기록과 원고 1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미 망인이 이전에 피고 병원에서 거대동맥류로 결찰술을 시술받은 사실, 시술 당시의 망인의 상태 등을 알고 있었던 점, 피고 병원 응급의료진의 지시에 의해 촬영된 1차 CT 결과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당시 거대동맥류 결찰술을 시술받은 부위에서 출혈량 30cc를 훨씬 넘는 중등도 이상의 엽상출혈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던 점, 뇌동맥류 파열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합병증은 재출혈로서 재출혈의 경우 사망률이 70~90%에 이른다는 의학적 보고도 있고, 뇌동맥류에 의한 출혈은 24시간 이내에 재출혈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점,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그 전날 22:00경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적이 있음을 알고 있어 최소한 도착 이전에 출혈시점으로부터 2시간 이상 경과된 상태였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피고 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의 지시에 의해 촬영된 2차 CT 촬영 결과 망인에게 좌측 대뇌내출혈이 1차 CT 촬영 당시보다 다소 증가되고 수두증이 있어 뇌압이 증가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던 점, 신경외과 전공의 소외 2가 원고 1에게 응급개두술이 시행되기 훨씬 이전에 최초 망인의 상태 및 이에 관련한 계획을 설명하면서 우회로 뇌혈관접합술(By pass)이 시행될 것임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소외 2가 팩스 등을 이용해 소외 3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피고는 신경외과 전문의 소외 3이 지시하여 뇌혈관조영술과 뇌실외배액술이 실시되었다고 주장하나, 전문의 소외 3과 전공의 소외 5 사이의 전화통화는 2차 CT 촬영이 이루어진 이후인 01:11경인데 뇌혈관조영술을 위한 조치는 그 전인 00:48경 이전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00:03경부터 소외 3이 피고 병원에 도착한 05:20경까지 피고 병원에는 망인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개두술, 두개골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던 점, 원고 1 등 망인의 가족들은 위와 같이 망인에 대하여 응급개두술을 실시할 수 있는, 피고 병원 소속 의사가 위와 같이 피고 병원 건물 안에 없었고, 망인이 피고 병원에 내원한 후 1시간 가량이 경과한 이후부터 전공의를 통해 망인의 상태를 보고 수술실에 입실할 무렵에야 피고 병원에 도착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점,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이 내원할 당시 이미 응급수술을 시행하려고 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 점, 2차 CT 촬영 결과 재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는 뇌혈관조형술을 통해 코일색전술 실시 여부를 확인한 후 개두술 등을 하려고 하였다고 주장하나, 코일색전술은 일반적으로 낭형 뇌동맥류의 경우 출혈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술될 수 있지만 방추형 뇌동맥류로서 재출혈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는 시행되기가 극히 어려운 시술방법인 점, 혈관조영술은 혈관경련이나 재출혈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는 시술인 점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응급실에 내원하여 1차 CT 촬영을 마친 이후 혈관조영술과 응급개두술의 실시가 필요함을 인식하였고, 2차 CT 촬영 이후에는 재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알고 응급개두술을 계획하였으므로 즉시 이를 시술할 수 있는 의료진으로 하여금 망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응급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망인에게 재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감에도 그 상태만을 확인하고 대증적인 처치 내지 시술만을 한 과실이 있다.

(다) 피고는 2·3차 CT 촬영, 뇌실외배액술, 혈관조영술은 망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상태를 호전시키며 개두술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진료 내지 시술행위였고, 혈관조영술 및 응급개두술을 시술하기 위해서는 물적·인적 준비가 필요하므로 불필요한 진료 내지 시술행위나 시간적 지체는 없었기 때문에 피고 병원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CT 촬영이 뇌동맥류 파열, 뇌출혈의 경우 경과를 추적·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뇌실외배액술은 만니톨 투여와 함께 두개강내 감압을 위해 필요한 시술이며, 혈관조영술과 응급개두술의 실시를 위해서는 물적·인적 준비를 위해 일정한 시간이 소요됨은 피고의 주장과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을 당시의 상태, 망인의 뇌동맥류 출혈 시점, 망인의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이전에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시술 내지 진료 경력을 알고 있었던 점, 1차 CT 촬영 결과만으로도 출혈 부위 및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혈관조영술에 이어 응급개두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진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의 경우 재출혈의 위험성이 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주장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 병원 의료진들에게 처치 및 시술 지연의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2) 설명의무위반에 관한 판단

을 4호증의 1의 기재, 당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 병원의 전공의인 소외 2가 뇌실외배액술을 실시하기 이전에 정상적인 의사전달이 불가능한 망인을 대신하여 그 아버지인 원고 1에게 뇌실외배액술의 내용 및 필요성, 후유증 등을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설령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를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두개강내압이 증가하여 뇌수두증이 있는 환자에게 감압을 위해 뇌실외배액술을 실시하였는바, 뇌실외배액술의 실시와 중한 결과인 사망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설명의무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인과관계

(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증명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GCS는 측정자마다 차이는 있으나, 의사가 측정한 점수는 9점에서 10점이고 Hunt-Hess 분류상 III 등급 혹은 IV 등급에 해당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반신마비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IV 등급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출혈이 발생하여 망인에게 뇌출혈 증세가 나타난 시각으로부터 7시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뇌경천막이탈이 발생하고 GCS가 최저인 3점 가량이었음에도 자발호흡이 있어 수술로 인해 생명을 건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한 개두술, 두개골절제술이 시행되었던 점, GCS가 8점인 군에서 61%는 양호한 회복 또는 중등도의 장애가 나타났다는 점, 의식수준이 낮을수록, 혈종의 크기가 클수록, 뇌실내출혈이 동반될 때 예후가 나쁜 점 등에 비추어, 망인에 대하여 응급개두술을 실시할 수 있는 의사가 망인의 상태를 직접 보고 즉각적인 시술 여부의 결정 및 시술을 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망인의 의식수준이 최저이고 혈종이 이전보다 현저하게 커졌으며 경천막뇌이탈과 재수혈이 필요한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즉 개두술 등 외과적 수술을 하더라도 망인이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 상태에서 개두술 등 외과적 수술이 시술되었다고 볼 수 있는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앞서 본 바와 같은 과실과 망인에게 발생한 사망이라는 악결과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망인과 같이 방추형 거대동맥류가 파열되고 뇌실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이 동반되어 그 자체로만으로 자연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앞서 본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책임의 제한

뇌출혈이 발생한 지 6개월 이내에 23~58%의 환자가 사망하고, 뇌동맥류 파열 환자에게서 재출혈이 발생한 경우 사망률이 70~90%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는 점, 뇌동맥류에 의한 출혈은 24시간 이내에 재출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점, 거대동맥류 환자의 경우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수술이 매우 까다롭고 그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점,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단 행위 및 처치가 망인의 상태를 악화시켰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비록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에게 사망이라는 악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15%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재산적 손해

(1) 일실수익

원고 1, 2는 망인이 2008. 3. 24. 당시 월 350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었으므로, 사망시까지 월 350만 원, 사망일 다음날부터 가동연한인 65세에 이를 때까지 생계비 3분의 1을 공제한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일실수익으로 피고는 중간이자를 공제한 518,684,994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망인의 재산상속인인 원고 1, 2가 이를 각 2분의 1의 비율로 상속하였으므로 이 비율에 따라 나눈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은 망인의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의 상태, 망인의 이전 치료 경력, 거대동맥류가 파열된 상태에서의 사망률, 거대동맥류가 파열되고 60㎖ 이상의 혈종, 지주막하출혈 등이 있는 상태에서 망인에 대하여 적절한 시기에 혈종제거 등을 위한 개두술, 두개골절제술이 시술되었다 하더라도 망인이 정상적인 가동능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언어, 운동 능력이 지극히 저하되어 가동능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망인의 노동능력이 상실되게 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 1, 2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기 어렵다.

결국 원고 1, 2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2) 치료비

(가) 16,386,300원(갑 13호증)

(나) 지출자 : 원고 1

(3) 장례비

(가) 3,000,000원(다툼 없는 사실)

(나) 지출자 : 원고 1

(4) 책임의 제한

(가) 피고의 책임비율 : 15%

(나) 치료비 : 2,457,945원(=16,386,300원×15%)

(다) 장례비 : 450,000원(=3,000,000원×15%)

나. 위자료

(1) 참작 사유 : 망인의 나이, 원고들과 망인의 가족관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결과 및 정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1 등에게 설명한 내용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2) 결정금액

(가) 망인 : 20,000,000원

(나) 원고 1, 2 : 각 7,000,000원

(다) 원고 3, 4 : 각 3,000,000원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게 19,907,945원(= 상속분 10,000,000원 +치료비 2,457,945원 + 장례비 450,000원 + 위자료 7,000,000원), 원고 2에게 17,000,000원(= 상속분 10,000,000원 + 위자료 7,000,000원), 원고 3, 4에게 각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인 2008. 6. 26.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0. 10. 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위 인정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패소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각 취소하고, 피고로 하여금 원고들에게 위 각 인정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와 원고 2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기문(재판장) 최주영 이영풍

주1) 기관삽관으로 인해 언어반응을 측정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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