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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2두3767 판결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취소][공2016하,1917]
판시사항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4호 전단에 규정된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로서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군수품 제조업체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업무집행에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의 행위를 하였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족규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4호 는 친일반민족행위의 하나로, ‘일본제국주의의 전쟁수행을 돕기 위하여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금품을 헌납한 행위’를 들고 있다.

그런데 반민족규명법 제2조 각 호 의 친일반민족행위를 해석할 때에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하여야 하고 그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운영’의 문언적 의미는 조직이나 기구, 사업체를 운용하고 경영하는 것이며, 또한 위 규정 제14호 는 일정한 직위에서 활동한 행위 자체를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는 규정 제8호 제9호 와 달리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제14호 전단에 규정된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로서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군수품 제조업체에서 일정한 직위로 재직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자료들에 비추어 군수품 제조업체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업무집행에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의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해석된다.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월드 담당변호사 이홍권 외 1인)

원고보조참가인, 상고인

주식회사 조선일보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월드 담당변호사 이홍권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행정자치부장관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4호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1) 반민족규명법 제2조 는 ‘친일반민족행위’를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행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제1호 부터 제20호 까지 친일반민족행위를 열거하고 있고, 그중 제13호 는 ‘사회·문화 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를 들고 있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아래와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반민족규명법 제2조 에서 친일반민족행위의 구체적인 유형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행위 태양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 등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당시의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위 규정은 그 주체 내지 행위 태양을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 사건 결정으로 인하여 조사대상자인 망인이나 그 직계비속 등이 인격권 등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위 규정 각 호의 친일반민족행위를 해석할 때에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하여야 하며, 그 조사대상자의 특정 행위에 관한 내용과 방법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잡지 ‘조광’ 발행과 위 잡지에의 논설 투고, 임전대책협력회, 조선임전보국단의 간부로서의 활동에 관한 판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잡지 ‘조광’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문예물 등을 게재하는 한편 스스로도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며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이에 물심양면으로 협력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고, ‘전시체제하에서 자발적 황국신민화 운동에의 실천방책에 관한 건’을 주된 활동목표로 삼아 활동한 임전대책협력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하여 당대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직접 전쟁협력을 선전하며 전시채권을 가두에서 판매한 행위는, 문화기관, 단체를 통하여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비록 원고 주장과 같이 망인이 독립운동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분이 있었고 항일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조선일보 등을 통해 민족문화의 보존과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한 성과가 적지 아니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나 이 사건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친일행위의 주도성·적극성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다. 반민족규명법의 취지를 비롯하여 반민족규명법상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의 의미에 관한 판시 사정들에 기초하여 살펴보면, 망인이 민족적 자긍심을 유지·개발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경주한 결과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큼 그 공헌도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망인의 위 행위가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3호 에서 정한 친일반민족행위의 유형에 해당한다는 결정 부분은 적법하다.

(3)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대하여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3호 의 친일반민족행위 및 그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유가 모순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4호 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4호 는 친일반민족행위의 하나로, ‘일본제국주의의 전쟁수행을 돕기 위하여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금품을 헌납한 행위’를 들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위 규정 각 호의 친일반민족행위를 해석할 때에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하여야 하고 그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운영’의 문언적 의미는 조직이나 기구, 사업체를 운용하고 경영하는 것이며, 또한 위 규정 제14호 는 일정한 직위에서 활동한 행위 자체를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는 규정 제8호 제9호 와 달리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행위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제14호 전단에 규정된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로서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군수품 제조업체에서 일정한 직위로 재직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자료들에 비추어 군수품 제조업체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업무집행에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의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해석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항공공업 주식회사(이하 ‘조선항공공업’이라 한다)는 일본 해군성의 지도와 조선총독부 관계당국의 지원에 의하여 운영하고 있던 조선경비행기제작소와 조선항공공업소를 통합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1944. 12. 8.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1차로 군수회사로 지정되었다.

조선항공공업은 1944. 9. 7. 발기인 총회를 개최하고 1944. 10. 26.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는데, 망인은 그 설립발기인 12명 중 한 명으로서 조선항공공업의 전체 주식 20만 주 중 2천 주를 인수하였고, 발기인총회와 창립총회에 직접 참석하였다.

위 회사의 중역으로는 사장, 상무(3인), 취체역(이사, 3인)과 감사역(감사, 2명)이 있었는데, 망인은 감사역이었다.

(3) 당시 적용되던 의용상법에 의하면, 감사역은 회사의 업무 및 회계에 관한 감독기관일 뿐 업무집행기관이 아니다. 비록 감사역이 취체역에 대하여 영업의 보고를 요구하거나 또는 회사의 업무 및 재산의 상황을 조사할 수 있고 취체역과 회사 간 거래의 승인권 및 취체역과 회사 간 소송의 회사대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취체역의 결원이 있는 경우 임시적으로 취체역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취체역이 회사의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일체의 행위에 관하여 대표권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업무를 집행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망인이 조선항공공업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조선항공공업의 주식 1%를 보유하면서 감사역으로 선임됨으로써 취체역에 대한 감독·견제 권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조선항공공업을 운영하였다고 보기에는 충분하지 아니하며, 또한 망인이 단순히 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업무집행에 주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에 관한 자료도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위와 같은 망인의 행위가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4호 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4호 에 정한 군수품 제조업체의 운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27조 에서 정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사소송법 제429조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에 따라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상고장에 불복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으며,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인 2012. 3. 8. 비로소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이는 위 상고기각 사유에 해당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14호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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