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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업무상배임][공2008상,809]
판시사항

[1] 영업비밀을 유출하거나 회사로부터 무단 반출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시기 및 영업비밀은 아니지만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무단반출하거나 적법하게 반출한 영업비밀 등을 퇴사시 반환·폐기의무에 위배하여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반환·폐기하지 않은 행위가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2] 회사직원이 퇴사시 업무관련 파일들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다가 경쟁업체에 반출한 사안에서, 위 파일들이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위 파일들의 각 반출행위 또는 파일들의 미반환·미폐기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며,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

[2] 회사 관련 파일에 관한 보안준수서약서 또는 비밀유지서약서, 고용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 내지 신의칙상 퇴사시 위 파일들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고,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업무용 자료의 반출을 용인하고 있음에도, 회사직원이 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위 파일들을 반출하고, 퇴사시에 위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위 파일들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여 위 파일들 중 일부를 경쟁업체에 반출한 사안에서, 위 파일들이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위 파일들의 각 반출행위 또는 파일들의 미반환·미폐기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장해창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파일들(이하 ‘이 사건 파일들’이라 한다)을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사 컴퓨터에서 각 반출할 때에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① 이 사건 파일들은 그 작성일자가 1991.경부터 2003.경까지이고, 같은 내용의 파일들이 많이 중복되어 있는 등 그 파일들이 정리되어 있지 아니하며, 당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회사사정상 일반적이었고, 메일서버나 공용 컴퓨터만으로는 자료를 보관하기에 저장 공간이 부족하여 직원이 개인적으로 백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계열회사인 공소외 2 회사에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 나와 적발이 되었을 때, 공소외 1 주식회사도 회사 내 보관하고 있던 CD 등을 집으로 옮겨 놓으라고 지시한 경우도 있었을 뿐 아니라,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직원들에게 데이터손실에 대비하여 이동식 하드디스크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기도 한 사정들(증인 공소외 3ㆍ 4의 원심에서의 각 진술, 증 제6 내지 8호증)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공소외 1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중 재택근무 및 백업목적으로 수시로 보관한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점, ②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피고인 2가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사용하였던 컴퓨터에서 삭제된 파일들을 복원하여 보니 거기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비밀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위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피고인은 퇴사 당시 중요하다고 판단한 자료를 공용 PC에 옮겨 놓고 당시 팀장인 공소외 5와 인수인계자인 공소외 6으로부터 확인을 받고 인수인계서에 승인을 받은 다음 퇴사한데다가,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삭제문서목록의 파일들은 대부분 공소외 1 주식회사 자체 분류에 의하더라도 그 중요도가 낮은 파일들인 점(수사기록 제47 내지 63쪽), ③ 한편, 피고인 1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2002. 3. 퇴사하고 곧바로 개인 휴대용 정보단말기(PDA) 제조업체인 공소외 7 주식회사에 취업하였다가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채용광고를 보고 2002. 8. 공소외 8 주식회사에 입사하였고, 피고인 2는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2003. 9. 퇴사하였다가 2004. 1.경부터 기구설계용역회사인 (상호 생략)업체에 다니던 중 2004. 4.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공소외 8 주식회사로 이직한 공소외 9의 권유로 공소외 8 주식회사에 입사하였으며, 피고인 3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2003. 8. 퇴사한 후 2003. 9. 금형전문회사인 공소외 10 주식회사에 입사하였다가 2003. 11. 공소외 8 주식회사에 입사하는 등 피고인들이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각 퇴사할 당시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경쟁업체인 공소외 8 주식회사로 이직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④ 피고인 1은 자신의 집 컴퓨터에 공소외 1 주식회사 관련 자료를 보관한 바 없이 CD로만 보관하고 있었고, 위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퇴사할 당시 공소외 8 주식회사 국내연구소가 아직 설립되지 않았던 점, ⑤ 피고인 3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아이디파일을 이메일을 통하여 받아 외부에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그룹웨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이는 대리점이나 공장으로 출장갔을 때 회사서버에 접속할 목적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정식승인절차를 얻어 그룹웨어 접속권한을 부여받은 것이고, 위 피고인이 퇴사한 이후로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그룹웨어에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이 공소외 1 주식회사에 근무하면서 재택근무 및 백업을 위하여 그 자료를 피고인들의 집에 보관한 것을 넘어 개인의 이익 또는 앞으로 이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직할 회사를 위하여 그 자료를 유출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파일들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사 컴퓨터에서 반출할 때에 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판시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 2, 3이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사무실 컴퓨터에 이 사건 파일들을 옮겨놓을 당시에도 그들에게 자신이나 공소외 8 주식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파일들을 공소외 8 주식회사의 회사 컴퓨터에 옮겨놓는다는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데, 여기에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 등 참조),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 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참조).

따라서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 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참조),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며 (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도7962 판결 참조),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바,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하는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파일들을 공소외 1 주식회사 외부로 반출하였음은 인정하면서도 그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업무상배임의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들은 공소외 1 주식회사 입사시 또는 재직 중에 “업무상의 비밀사항은 물론이고 기타 회사의 업무에 대해서도 결코 누설하지 아니할 것과 퇴직 후라도 일체 이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 또는 “본인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득한 회사의 기밀을 재직 중 또는 퇴직 후 공소외 1 주식회사 임직원 및 어떤 제3자에게도 누설하지 않을 것과 보안준수사항을 지킬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보안준수서약서 또는 비밀유지서약서 등을 각 작성한 점, 피고인 2의 경우 그 비밀유지서약서에 “퇴사나 업무 변경시 모든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퇴사시 이 사건 파일들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이 분명하고, 피고인 1과 피고인 3의 경우에도 그들이 작성한 서약서 등에 그러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고용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로서 내지는 신의칙상 퇴사시에 이 사건 파일들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보이는 점, 한편 공소외 1 주식회사는 그 직원들에게 보안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였고 업무용 자료의 사외 반출을 금지하면서, 다만 재택근무 등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업무용 자료의 반출을 용인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파일들 반출 경위에 관한 피고인 1이나 피고인 3의 각 진술들에 비추어, 위 피고인들은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이 사건 파일들을 반출하였다고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들은 이 사건 파일들을 반출함에 있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승낙을 받지 않았음에도, 공소외 1 주식회사 퇴사시에 “본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재직할 당시 업무와 관련한 문서, 도면, 파일 등을 정당한 권한 없이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가 첨부된 사직서를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제출하여 이 사건 파일들의 반출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파일들을 폐기하지 않고 퇴사 후에도 계속 보관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 2와 피고인 3은 공소외 8 주식회사 입사 후 이 사건 파일들 중 일부를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컴퓨터에 옮겨 놓은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파일들을 공소외 1 주식회사 외부로 반출할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향후 공소외 1 주식회사과 무관하게 이 사건 파일들을 사용할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여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가사, 피고인 2의 경우 그 주장과 같이 순전히 재택근무 등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이 사건 파일들을 반출한 것이어서 그 반출행위에 있어서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더라도, 그 공소사실에 적시된 퇴사시 이 사건 파일들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여기에는 미필적으로나마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수 없는 사정들이거나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사정들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파일들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파일들의 각 반출행위 또는 피고인 2의 이 사건 파일들의 미반환, 미폐기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속단하여 이 사건 파일들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재직 중의 영업비밀 등의 반출 또는 퇴사시의 영업비밀 등의 미반환, 미폐기로 인한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배임행위 내지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주심) 김황식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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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6.20.선고 2004고단6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