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얻는 이익액
[2]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소정의 영업비밀의 의미
[3] 배임죄에 있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및 기업의 영업비밀을 유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 직원이 대가를 얻기 위하여 경쟁업체에 영업비밀을 유출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그 영업비밀이 가지는 재산가치 상당이고, 그 재산가치는 그 영업비밀을 가지고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 그 영업비밀로 인하여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 상당과 나아가 그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제품생산에까지 발전시킬 경우 제품판매이익 중 그 영업비밀이 제공되지 않았을 경우의 차액 상당으로서 그러한 가치를 감안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이다.
[2] 영업비밀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영업비밀의 보유자인 회사가 직원들에게 비밀유지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기술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상, 역설계가 가능하고 그에 의하여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기술정보를 영업비밀로 보는 데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사외로 유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 회사의 직원이 경제적인 대가를 얻기 위하여 경쟁업체에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행위는 피해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16인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정해원 외 2인
주문
피고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및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100일씩을 피고인 1, 7에 대한 본형에 각 산입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피고인 1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검사의 상고이유 제1점 및 피고인 1, 2, 3, 7, 8, 9, 10, 11, 12, 13, 14의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위 피고인들 및 피고인 16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이 취득한 이익 및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피해자인 삼성전자 주식회사(이하 삼성전자라고만 한다)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관계 자료를 취득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그 자료가 가지는 재산가치 상당이고, 그 재산가치는 그 자료를 가지고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 그 자료로 인하여 기술개발에 소용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 상당과 나아가 그 자료를 이용하여 제품생산에까지 발전시킬 경우 제품판매이익 중 그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을 경우와의 차액 상당으로서 그러한 가치를 감안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이라고 보아야 할 것 인데, 이에 대한 입증이 없고, 그 자료에 대한 활용가능성과 성패 여부 역시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자료를 유출함으로써 얻은 재산상 이익의 정도가 불명이라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얻은 이익이 삼성전자가 투입한 기술개발비 상당인 것을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고, 형법상의 업무상배임죄로 다스렸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이익 내지 손해범위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 17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그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여 배척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17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인 15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판시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그 주장과 같이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변호인 변호사 정해원의 피고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1심 판시 범죄사실 4항에 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공소사실 중 피고인 17의 가담부분을 제외하고서, 제1심 판시 범죄사실을 수정 인용한 바와 같이, 삼성전자의 직원이었던 피고인 3을 비롯하여 피고인 6, 4, 5, 1, 2 및 공소외인이 공모하여 공소외인이 입수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64M SDRAM 회로도를 KSTC 사무실 내의 워크스테이션에 입력한 후 데이터 커트리지 테이프에 저장하여 대만의 NTC 회사에 그 일부의 출력도면을 건네줌으로써 영업비밀을 누설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거기에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부정경쟁방지법위반죄의 요건으로서 공범의 신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1심 판시 범죄사실 8, 13, 14항에 관하여
영업비밀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영업비밀의 보유자인 회사가 직원들에게 비밀유지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기술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상, 역설계가 가능하고 그에 의하여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기술정보를 영업비밀로 보는 데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사외로 유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 회사의 직원이 경제적인 대가를 얻기 위하여 경쟁업체에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행위는 피해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도2339 판결 참조).
원심이, 피고인들이 삼성전자로부터 유출한 판시 자료들은 모두 삼성전자에서 많은 인력과 자력을 투여하여 만들어 낸 핵심공정자료들로서 삼성반도체의 특유한 생산기술에 관한 영업비밀이고, 일부 내용의 경우 제품을 분해하여 고율의 전자현미경으로부터 분석하면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거나, 그 제품의 생산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영업비밀과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제1심 판시 범죄사실 6의 나, 9의 가, 10, 12, 15항에 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해당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범죄사실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그 주장과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 공동정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1, 7에 대하여는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씩을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