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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256374, 256381 판결
[정정청구·정정][미간행]
판시사항

[1]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정보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언론보도가 사실적 주장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지 아니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갑 방송사가 ‘충격! 폐기용 닭이 팔린다’는 제목의 방송에서 ‘을 음식점이 냉장상태로 유통되어야 할 닭을 냉동으로 보관하여 유통기한 10일이 경과된 폐기용 닭을 납품받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고, 이에 을 음식점을 운영하는 병이 갑 방송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등을 구한 사안에서, 닭 가공업체가 유통기한이 10일로 표시된 냉장 닭을 냉동시켰다가 10일이 지난 후 해동하여 살코기만 분리하여 포장하면서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냉동 닭의 유통기한인 ‘12개월’로 표시하여 을 음식점에 납품한 닭고기에 대하여 냉장보관 기간 외에 냉동보관 기간을 병행 가산하여 냉장 닭으로서의 적법한 유통기한이 지나지 아니하였다는 전제에서 이 부분에 관한 방송이 허위라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우승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채널에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김광중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해당 언론보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언론사 등에게 그 언론보도 등의 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언론보도가 사실적 주장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227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가 먹거리 X파일 ‘충격! 폐기용 닭이 팔린다’는 제목의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에서 ‘○○○○가 냉장상태로 유통되어야 할 닭을 냉동으로 보관하여 유통기한 10일이 경과된 폐기용 닭을 납품받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

나. 닭 가공업체인 △△△△가 유통기한이 10일인 냉장 닭을 냉동하여 10일 이상 보관하다가 해동한 후 냉장상태로 ○○○○에 납품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냉장보관 기간이 총 1일 내지 2일뿐이므로, ○○○○가 납품받은 닭은 유통기한이 경과하지 아니하였고 폐기대상이 아니다.

다. 이 사건 방송 중 ‘○○○○가 냉동되었다가 해동된 닭을 사용하였다’는 부분은 진실한 사실이지만, ‘○○○○가 유통기한 10일이 경과한 폐기용 닭을 사용하였다’는 부분은 허위사실이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 언론중재법에 따라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

3. 원심판결의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닭 가공업체인 △△△△는 매일 오전 냉장상태의 닭고기를 원고가 운영하는 ○○○○(이하 원고를 포함하여 원고에 고용되어 ○○○○에 종사하는 사람 및 그 영업소를 통칭하여 ‘○○○○’라 한다)에 납품하였고, ○○○○는 △△△△에 냉장 닭고기의 시세로 대금을 지급하였으며 납품받은 닭고기의 품질을 확인한 후 조리하여 칼국수의 고명으로 사용해 왔다.

나. 피고는 2014. 7. 4. 이 사건 방송에서 △△△△가 도계업자로부터 유통기한이 10일로 표시된 냉장 닭을 공급받아 이를 냉동시켰고 그 상태로 10일이 지난 후 해동하여 살코기만 별도로 분리·포장하여 냉장상태로 ○○○○에 납품한다는 취지로 보도하였다. 이 부분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다. (1) 피고는 이 사건 방송에서 제목을 “충격! 폐기용 닭이 팔린다”로 하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되어야 할 닭고기, 식중독균 범벅이고 개사료로 쓰이는 닭이 둔갑해서 여러분의 식탁에 오른다면 어떻겠습니까? 충격적인 닭 가공 실태를 저희 먹거리 X파일에서 취재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바로 이어서 ○○○○ 칼국수의 닭고기 고명의 모양, 식감, 냄새가 이상하다는 내용과 위와 같은 △△△△의 닭 가공 실태 등을 보도하였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의 칼국수를 영상으로 노출하였다. 그 과정에서 진행자가 △△△△에서 가공한 닭고기가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노계였다.”, “허가 없이 임의로 냉동시켜 유통기한을 늘린 것이다. 이미 3개월 전에 폐기되었어야 할 닭고기가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다.”라는 등의 말을 하였다.

(2) 위와 같은 방송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 방송은 ○○○○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되어야 할 닭고기를 △△△△로부터 납품받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라. (1) 한편 △△△△는 위와 같이 유통기한이 10일로 표시된 냉장 닭을 냉동시켰다가 10일이 지난 후 해동하여 살코기만 분리하여 포장하면서 그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냉동 닭의 유통기한인 ‘12개월’로 표시하였다(이하 이러한 일련의 처리를 ‘이 사건 △△△△의 처리’라 한다).

(2) 그러나 구 축산물 위생관리법(2016. 2. 3. 법률 제140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2항 제6호 , 구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2015. 12. 31. 총리령 제12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1조 제1항 , [별표 12] 제4호 (바)목은 축산물가공업 및 식육포장처리업 영업자의 준수사항으로 냉장제품을 냉동제품으로 전환하려는 경우에는 사전에 영업허가를 한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전환 품목명, 중량, 보관방법, 유통기한, 냉동으로 전환하는 시설의 소재지 및 냉동전환을 실시하는 날짜를 보고하고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6조 제1항 에 따른 축산물의 표시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45조 제4항 제11호 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3) 따라서 이 사건 △△△△의 처리가 위 규정들에서 정한 냉장제품의 냉동전환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가 위 규정들에서 정하고 있는 보고절차를 거쳤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임의적인 처리를 통하여 새로 표시된 ‘12개월’의 유통기한이 법정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표시된 유통기한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마. 원심은 △△△△가 도계한 다음 날 납품받은 냉장 닭을 바로 냉동상태로 보관하므로 그 닭의 유통기한은 냉장 닭 유통기한 10일과 냉동 닭 유통기한 12개월을 병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위 규정들에서 정한 적법한 냉동전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였음에도 적법하게 표시된 종전의 유통기한을 무시하고 이를 임의로 변경·연장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4.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가.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의 처리 과정에서 닭고기를 냉장보관한 기간이 1일 내지 2일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간은 냉동보관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정 중에 이미 냉장 닭고기에 표시된 적법한 유통기한이 경과한 이상 다른 적법한 절차 없이 냉동기간을 배제하고 냉장보관 기간만 별도로 산정하여 위 표시된 유통기한이 아직 지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방송에서 이 사건 △△△△의 처리 과정을 모두 적시하면서 △△△△가 ○○○○에 납품한 닭고기에 대하여 △△△△가 납품받은 냉장 닭고기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라고 표현하였으므로, 이 부분 적시 사실을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가 이 사건 △△△△의 처리를 알지 못하여 유통기한 내의 냉장 닭이라 믿고 납품받았으며 그 닭고기의 실제 품질 상태가 적법한 냉동전환 절차를 거쳤을 경우와 비교하여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변질된 상태는 아니어서 이 사건 방송 중 그와 관련한 사실 적시 부분에 관하여 허위나 과장 여부가 문제 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가지고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라는 부분까지 진실하지 아니하다고 할 수는 없다.

5.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사정들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의 처리를 거친 닭고기에 대하여 냉장보관 기간 외에 냉동보관 기간을 병행 가산하여 냉장 닭으로서의 적법한 유통기한이 지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고, 그러한 잘못된 전제에서 이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방송이 허위라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정한 유통기한 및 냉동전환 절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방송 내용 중 ‘○○○○가 폐기되어야 할 닭을 사용하였다’는 부분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정정보도, 반론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의 처리를 거친 닭고기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아니한 것이라거나 이를 전제로 이 사건 방송의 허위성을 주장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방송 내용 및 그 허위 사유를 명확히 한 다음 위 각 청구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할 필요가 있음을 밝혀둔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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