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토지개발공사가 체결한 토지매매계약서상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한 약정해제권 유보의 의미
판결요지
법률행위의 해석에 있어 특히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일방에게만 특별한 의무를 지게 하는 계약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문언의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한국토지개발공사법 제1조에 규정된 토지개발공사의 설립목적, 토지개발공사가 토지의 매각조건을 점차 매수인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하다가 호텔· 업무용빌딩의 적지라는 신문광고까지 하여 매각하게 된 경위, 토지개발공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나도록 매수인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였음에도 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한 채 대금을 모두 지급받고 매수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었다가 뒤늦게 계약을 해제한 점, 토지개발공사와 매수인이 위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토지개발공사가 약정해제권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할 경우 매수인으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중 계약보증금을 공제한 금액만을 반환하며 계약보증금은 당연히 토지개발공사에게 귀속되도록 약정하였으므로 매수인이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도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보증금도 반환받지 못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토지개발공사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매수인이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한 약정의 의미는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로 약정을 한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한국토지개발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우동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업무담당변호사 조언 외 5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에 기재된 보충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내에서) 판단한다.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심판결의 이유의 요지.
원심은, 원고 한국토지개발공사(이 뒤에는 원고 공사라고 약칭한다)는 1986.4.10. 피고 회사와 사이에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 대 13,156.7㎡(이 뒤에는 이 사건 토지라고 약칭한다)에 관하여 대금 16,482,000,000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업무용지)에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때에는 아무런 최고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로 특약을 한 사실, 원고 공사는 1991.2.25. 피고 회사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 토지를 그 지정용도인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 한편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위 토지상에 지상 32층 지하 5층 규모인 건축연면적 157,291㎡의 강남현대사옥을 신축할 계획을 세우고,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 서울특별시장에게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에 추천하여 주도록 건의하였고, 서울특별시장은 2회에 걸쳐 건설부장관에게 위 건축계획의 심의를 요청하였으나 1987.5.18. 및 1989.8.16. 서울시내 업무용빌딩의 과다공급에 따른 국민경제상 투자효율의 저하 또는 국민경제발전을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등의 이유로 각 반려되었다가, 서울특별시장이 세번째로 위 건축계획의 심의를 요청하자 건설부장관은 1991.3.28. 서울특별시장에게 위 건축계획에 대하여 관계부처와의 협의결과 및 보완사항에 대한 확정적인 통보가 없어 관계서류 일체를 반송하니 실무위원회에서 논의된 보류사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소유의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매각처분대상의 판정기준이 확정된 후 재심의하기로)에 대한 조치가 완전히 이루어진 후 재상정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라는 통보를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들을 종합하면 위 매매계약에서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취지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를 업무용 등으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전매차익만을 차지하기 위하여 전매하거나 나대지의 상태로 보유하는 것을 방지하여 토지의 이용도를 증진시키고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인바, 위 매매계약 당시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로 한 약정은, 피고 회사가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지 아니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라,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정당한 이유없이"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만(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피고 회사의 책임영역의 범위내에 속하는 경우에만)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용도를 지정한 원고 공사와 피고 회사의 의사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못한 것은 수도권정비계획법등 관계법령상의 각종 제한과 행정절차의 지연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위 약정해제권의 발생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공사의 위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약정해제권의 발생사유에 관하여.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당원 1990.12.21. 선고 90다6583 판결; 1992.5.26. 선고 91다35571 판결 등 참조), 특히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일방에게만 특별한 의무를 지게 하는 계약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문언의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당원 1992.4.28. 선고 91다46885 판결; 1993.10.26. 선고 93다310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특히 한국토지개발공사법 제1조에 규정된 원고 공사의 설립목적, 원고 공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각조건을 점차 매수인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하다가 호텔·업무용빌딩의 적지라는 신문광고까지 하여 매각하게 된 경위, 원고 공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나도록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였음에도 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한 채 대금을 모두 지급받고 1990.7.18. 피고 회사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었다가 뒤늦게 계약을 해제한 점, 원심이 채용한 갑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공사와 피고 회사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 공사가 약정해제권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할 경우 피고 회사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중 계약보증금을 공제한 금액만을 반환하며 계약보증금은 당연히 원고 공사에게 귀속되도록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회사가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도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보증금도 반환받지 못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공사와 피고 회사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정당한 이유없이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원고 공사가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로 약정을 한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약정해제권의 발생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구 수도권정비계획법(1994.1.7. 법률 제472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와 같은법시행령 제3조 제1항 제5호, 제7호에 의하면, 서울특별시장은 이전촉진권역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연면적이 25,000㎡이상인 업무용시설과 판매용시설 등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신설을 허가할 수 없고, 다만 건설부장관이 국가안보 또는 국민경제발전을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협의 또는 승인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고, 원고 공사와 피고 회사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작성한 매매계약서 제15조에 "이 계약체결일 이후에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인 사유로 인하여 목적토지의 일부 또는 전부가 멸실·훼손 및 유실된 경우에는 물론 공용징수, 도시계획의 변경, 건축제한, 도로편입 등 일체의 공법상의 부담이 부과되었을 경우 또는 행정처분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을(피고 회사)의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이 소론과 같다고 하더라도, 원심판결이 설시한 증거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에 강남현대사옥을 신축할 계획에 관하여 건설부장관이 승인을 하지 아니한 경위 등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원심이 건설부장관의 승인이 보류되고 있는 사유를 행정절차의 지연때문이라고 설시한 이유에 소론과 같이 다소 잘못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이 사건 토지의 매각을 위임한 점에 관하여.
관계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국세청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후 1년이 경과될 때까지 법인의 업무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함에 따라,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이 피고 회사의 주거래은행인 한국외환은행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도록 통지하여 피고 회사가 매각예외인정신청을 하였으나, 한국외환은행은 위 매각예외인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지 아니하면 계열기업군에 대한 여신관리시행세칙에 따라 금융상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통보하자,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 공사의 신청에 따라 1991.2.19.자로 처분금지가처분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토지의 매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금융상의 제재를 유예하여 달라고 다시 요청하였으나, 한국외환은행이 이를 묵살한 채 1991.5.3.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를 5.7.까지 처분하지 아니하면 5.8.부터 대출금 및 지급보증금의 잔액을 동결하고 5.31.까지 처분하지 아니하면 현대그룹의 주력업체를 1개의 업체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최후통첩을 하여,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은 금융상의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5.4.(이 사건 소송이 이미 계속중이었음) 한국외환은행에게 이 사건 토지를 성업공사에 매각의뢰하여 주도록 위임하였는데, 그 뒤 이 사건 토지가 비업무용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 법인세 등의 세금이 중과되자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토지가 비업무용 부동산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위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각을 의뢰하게 된 경위, 매각을 의뢰한 시기, 현실적으로 매각될 가능성(원고 공사가 처분금지가처분을 함에 따라 사실상 매각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이 이와 같다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소송이 계속되어 있는 중에 이 사건 토지의 매각을 의뢰한 것은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할 것을 포기하고 제3자에게 전매하려는 의도로 한 것이 아니라, 피고 회사를 비롯한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상의 제재를 모면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로 이해되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소론과 같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를 지정용도에 사용할 것을 포기하고 제3자에 전매하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각을 의뢰한 것이 별개의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