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확정된 관련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의 민사소송에서의 증명력
판결요지
민사소송에 있어서 형사재판에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있는 형사판결의 인정사실은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이상 유력한 자료가 되어 이를 배척할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동일, 표병태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우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달수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원고들의 주장사실 중 피고 순훈건업주식회사의 비계공으로 종사하던 망 소외 1이 1984.9.1. 12:10경 춘천시 소재 ○○대학부속 △△△△병원 학생기숙사 에이(A)동의 지하실 정화조의 개구부분을 통하여 그곳 바닥에 추락하여 사망한 사실 및 위 사고당시 위 지하실 정화조는 피고 주식회사 대우가 점유중이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피고 대우는 당초 정화조를 설치할 목적으로 위 정화조실을 만들었으나 그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보조물탱크로 이용하기로 한 다음 사고당시에는 폭 4.15미터, 나비 3.0미터, 깊이 4.5미터의 시멘트콘크리트로 된 구조물위에 개구부분을 만들어 두었을 뿐, 정화조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시설은 하지 않았고 위 개구부분에는 덮개를 해두지 않았던 사실, 피고 대우는 소외 학교법인 일송학원으로부터 1차로 1983.10.21. 위 기숙사 에이(A) 및 비(B)동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 골조만을 피고 순훈건업에 하도급주어 피고 순훈건업에서는 1984.3.20. 위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그 무렵 피고 대우에게 이를 인계하였고, 피고 대우는 그외의 공사를 완공하여 같은해 9.1. 위 기숙사의 지상층에는 학생입주를 위한 행사까지 있었고, 2차로 1984.5.1. 기숙사 씨(C)동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 골조공사를 역시 피고 순훈건업에 하도급주어 사고당시 피고 순훈건업이 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사실, 위 망 소외 1은 1960.(생월일 생략)생으로 피고 순훈건업에 1984.8.14. 취업하여 위 기숙사 씨(C)동의 골조공사의 작업을 하여 왔는데 사고당일에는 새벽부터 비가 심하게 내리고 있어 위 작업이 불가능하여지자 동일 오전 동료인 소외 2, 작업보조자인 소외 3과 같이 피고 순훈건업의 작업반장인 소외 4를 찾아와 작업을 할 수 없어 서울의 집으로 돌아가겠으니 위 공사에 대한 출역일수 확인서를 하여 달라고 하므로 동 소외 4는 이를 작성하여 주고 같이 소주까지 나누어 마신 후 헤어졌는데 위 소외 망인은 위 소외 3과 함께 위 장소에 이르러 위 정화조실에 들어갔다가 실족하여 위 정화조설치를 위한 탱크의 위 개구부분을 통하여 그 바닥에 떨어져 사망한 사실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쉽게 인정되나, 그 이상의 원고들의 주장사실 즉 망 소외 1은 위 사고당일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작업을 쉬기 위하여 피고 순훈건업의 피용인인 작업반장 소외 4에게 가서 출역확인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다가 마침 비가 적게 오자 그날 오후부터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하여 그당시 피고 순훈건업의 비계공들이 임시로 자재창고로 사용하고 있던 기숙사 에이(A)동의 지하 정화조실안에 우의 및 연장을 가지러 들어 갔는데 그 안에는 전등시설이 되어 있지 아니하여 위 소외 망인이 어두운 지하실안에서 더듬거리며 우의 및 연장을 찾다가 그곳에 설치되어 있던 정화조에 발을 헛디디어 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정화조 콘크리트바닥에 부딪치고 뇌진탕을 일으켜 실신한 채 정화조 바닥에 고여 있던 오물에 질식되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실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갑 제6호증, 갑 제10호증, 갑 제11호증의 6,9의 각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면 피고 대우는 위 정화조실에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도록 철제문을 만들어 달고 이에 빗장까지 걸어두었으나 피고 순훈건업의 인부들은 아무런 사전승락도 받지 아니하고 그 옆에 있는 빈방인 기계실을 창고로 이용해 온 사실, 위 망 소외 1은 사고당일에는 새벽부터 비가 심하게 내리고 있어 위 작업이 불가능하여지자 동일 오전 동료인 소외 2, 작업보조자인 소외 3과 같이 피고 순훈건업의 작업반장인 소외 4를 찾아와 작업을 할 수 없어 서울의 집으로 돌아가겠으니 위 공사에 대한 출역일수 확인서를 하여 달라고 하므로 동 소외 1은 이를 작성하여 주고 같이 소주까지 나누어 마신 후 헤어졌는데 위 소외 망인은 위 소외 3과 함께 위 작업과 아무런 관계없이 위 장소에 이르러 무단으로 정화조실에 들어가서 실족하여 위 정화조설치를 위한 탱크의 위 개구부분을 통하여 그 바닥에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라 함은 그 축조나 보존에 불완전한 점이 있어서 공작물 자체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정성에 결함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위 정화조실에 위 인정과 같은 정도의 시설과 조치를 하였다면 이는 그곳이 통상 외부인들이 출입하지 아니하는 지하실 깊숙한 곳이라는 사정등에 비추어 그 안전성에 결함이 있었다고 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 소외 망인이 위 장소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아니되고, 부득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불을 켜서 비추어 보면서 위험성의 유무를 확인하면서 이를 출입함으로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잘못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사고를 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에게는 점유자 또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배척한 갑 제10호증(판결)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대우의 회사원으로서 위 ○○대학부속병원 기숙사신축공사장에서 현장감독 및 안전관리업무에 종사하던 소외 5가 위 소외 1의 이 사건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위 기숙사 에이(A)동 지하에 있는 정화조실이 위 대학측의 지시에 의하여 그 공사를 중단하고 건축자재나 인부들의 작업도구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어 인부들의 수시로 출입하여 왔으므로 이러한 경우 현장감독 및 안전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위 소외 5로서는 위 정화조실의 출입문을 시정하여 출입을 통제하든가 위 정화조통을 뚜껑으로 덮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위 정화조통 속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아무런 위험이 없을 것으로 가벼이 생각하고 그대로 방치해 둔 과실로 위 정화조실에 들어가 우의를 찾던 위 소외 1로 하여금 위 정화조통 속으로 실족 추락하게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같은 판결은 항소기간 경과로 확정되었음이 분명한 바, 원심의 사실인정 특히 위 정화조실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서 인부들이 평소 작업도구의 보관장소를 이용한 곳은 위 정화조실이 아니고 그 옆방인 기계실이었다는 취지의 사실인정은 위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 특히 위 정화조실은 건축자재나 인부들의 작업도구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어 평소인부들이 수시로 출입하였다는 부분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있는 형사판결의 인정사실은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이상 유력한 자료가 되어 이를 배척할 수 없다 는 것이 당원의 견해인 바( 당원 1986.1.21 선고 85다카1497 판결 ; 1985.7.23 선고 85다카333 판결 ; 1985.3.26 선고 84다카1573 판결 ; 1983.9.13 선고 81다1166, 81다카89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위 사실인정에 인용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그 거시 서증들은 그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고 인증인 제1심 및 원심증인 소외 4, 제1심 증인 소외 6, 원심증인 소외 7의 각 증언이 그 주요증거인데, 위 사람들은 모두 피고 대우, 또는 피고 순훈건업의 직원이고, 그 중 소외 4와 소외 7은 위 형사사건에 관하여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할 때에는 위 정화조실이 인부들의 작업도구 보관장소로 사용되었다고 진술하였다가(갑 제11호증의 6,11) 제1심 또는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의 증인으로서 증언함에 있어서 그 진술을 바꾸어 원심 인정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증인들의 각 증언이 위 형사판결에서의 인정사실을 번복할 자료로 될 수는 없다고 하겠다.
만일 위 정화조실이 비공식적이라도 건축자재나 인부들의 작업도구의 보관장소로 사용되어 평소 인부들이 사실상 자주 출입하였다면, 그 출입문에 시정장치를 하여 그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위 정화조통을 덮개로 덮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피고 대우에 그 점유자로서 그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피고 순훈건업으로서도 위 공사의 재수급인으로서 그 피용자인 현장감독이 그 인부들이 위험한 장소인 위 정화조실에 공사도구를 보관하는 것을 금지시키거나 피고 대우에게 위 정화조실의 안전시설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들의 주장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위 확정판결의 기재를 원심과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달리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없으며 오히려 그 거시증거에 의하면 위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 다른 원심인정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청구를 기각한 것은 필경 채증법칙에 위배된 증거취사로 사실을 그릇 인정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고자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