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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2476 판결
[대여금][공1988.4.1.(821),512]
판시사항

확정된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민사소송에서의 증명력

판결요지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이상 유력한 자료가 되어 이를 배척할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주성돈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정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그 처인 소외 인을 통하여 원고로부터 1984.11.5 금 300만원을 1985.4.20 금 400만원을 각 차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원심이 위와 같이 피고가 그 처인 소외 인을 통하여 두차례에 걸쳐 판시 금원을 원고로부터 차용하였다고 판시한 것은 피고가 그 금원을 원고로부터 직접 차용한 것이 아니라 그 처인 소외 인이 피고의 대리인 혹은 사자의 자격으로 차용한 것이므로 그 법률상 효과가 당연히 피고에게 귀속된다는 취지인 것이다.

그리고 원심의 증거취사관계를 검토하면 원심이 채택한 갑 제1호증의1, 2는 모두 피고명의로 된차용증서인데 원심은 피고명의의 인영이 피고의 인장에 의한 것이라 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이것이 피고의 처인 소외인이 피고의 인장을 도용날인하여 위조한 것이라는 피고항변에 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을 제1호증의1, 2의 각 기재는 믿지않는다 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배척한 을 제1호증의1, 2는 소외인에 대한 공소장과 형사판결로서 이를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면, 소외인은 남편인 피고 몰래 피고명의로 된 이 사건 차용증서 2매(갑 제1호증의1,2)를 위조하고 마치 이것이 피고에 의하여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고, 소외인이 피고를 대신하여 금원을 차용하는 것처럼 가장 행세하여 원고(내지 원고의 처)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판시와 같은 차용금 명목의 금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구속기소되고 이 사건은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소외인이 사문서위조, 동행사, 사기죄 등으로 징역 1년에 2년간 집행유예의 형사판결을 받았다는 것인바(위 형사사건도 원고의 고소에 의한 것이다), 위 형사판결에 의하면, 이 사건금원은 피고의 처인 소외인이 피고몰래 피고가 차용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이를 차용하여 간 것이지 피고가 소외인을 대리인 또는 사자로 하여 이를 차용하여 오도록 한 것은 아니며, 그 차용증서(갑제1호증의1, 2)는 위조된 것이라는 취지로서 이는 바로 원심의 사실인정과 정면으로 상반되는 것이다.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이상 유력한 자료가 되어 이를 배척할 수 없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 당원 1987.5.26 선고 85누351 판결 ; 1986.9.9 선고 85다카2255 판결 ; 1986.1.21 선고 85다카1497 판결 ; 1983.9.13 선고 81다1166, 81다카89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위와 같이 형사판결과 상반된 사실의 인정자료로서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아도 위 형사판결의 인정을 뒤엎을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원심이 채택한 증거 중 갑 제4호증의4(진술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강제집행면탈죄로 진정을 당한 피진정인으로서 검찰청에서 조사받던 중 1986.6.23 피고가 작성한 것으로서 그 내용에 "저(피고)의 처가 자필로 이력서(아마도 차용증서를 가리키는 의미로 쓴듯하다)를 작성했으며 남편(피고)의 도장을 「본인 앞에」 찍어준 것을 기화로......"라는 문구가 있으나 그 문구 중 본인앞에 라는 말뜻이 소외인이 피고 이름앞에 피고도장을 찍었다는 것인지 피고가 보고있는 앞에서 피고의 도장을 찍었다는 것인지 불분명한데 피고는 위 진술서가 작성된 불과 3일후에 작성된 갑 제4호증의7(진술조서)에서 이 사건 금원은 피고가 빌린 것이 아니고 피고의 처가 피고도 모르게 빌린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전자의 뜻인 것으로 풀이되고 그 나머지 원심채용증거들은 위 차용금증서 외에는 모두 원고 자신의 주장이거나 원고의 말을 들었다는 내용의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는지 여부도 살펴보지 아니한 채( 소외인의 원심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위 형사판결은 유죄로 확정된듯 하다) 별다른 사정의 설시도 없이 그 채택증거들 만에 의하여 관련 형사판결을 배척하고 그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 상반된 사실을 인정한 것은 결국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할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하므로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고자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달식(재판장) 정기승 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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