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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7.2. 선고 2020노692 판결
준강간
사건

2020노692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유정현 (기소), 이영화(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담박

담당변호사 윤태식, 추정원

판결선고

2020. 7. 2.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4. 24. 03:00경 서울 도봉구 B 소재 C교회 인근 노상에서 피해자 D(가명, 여, 47세)를 만나 모텔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1병 등을 구입한 후 같은 날 03:35 경 피해자와 함께 서울 도봉구 E 모텔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04:30경 E 모텔 F호에서, 피해자와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이 들자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관련 법리

1) 형법 제299조에서 정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그와 같은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의 상태'는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등의 사유로 자신의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대응·조절능력과 판단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때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나게 된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정도 전에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이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2019. 4. 23. 17:52경부터 구체적인 만남 장소나 시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다음, 피해자가 운영하는 라이브카페의 영업이 종료되는 새벽 02:00경 이후에 피해자와 만나기로 하여, 실제 라이브카페 영업을 마치고 나온 피해자와 2019. 4. 24. 02:50경 처음 만나게 된 점, ② E 모텔 F호까지의 입실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만남 직후 식당에 잠시 들렀다가 이내 나와서 택시를 타고 G역 인근으로 이동하여, 피해자와 함께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 1병, 음료 1병 등을 구매하여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2019. 4. 24. 03:35 경 편의점 근처에 있는 E 모텔로 들어갔는데, E 모텔에서 촬영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 E 모텔 F호에 입실하기까지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거나 피고인의 부축을 받는 모습, 피해자가 모텔방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모습 등은 확인되지 않는 점, ③ 피해자의 음주 정도 등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자신의 주량과 당일 음주 정도에 관하여 수사기관 등에서 '평소 주량은 소주 4~5병이다. E 모텔에 오기 전에 내가 마신 것은 병맥주 작은 것 2병이다다. 평소보다 더 터무니없이 적은 술을 마신 거다', '모텔에서는 소주 반 병 이상(종이컵으로 2~3잔 정도) 마셨다'라고 진술하고, 2019. 4. 24. 12:25경 채취된 피해자에 대한 혈액 및 소변 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2%로 측정되었으나, 수면마취제류 약성분이나 마약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여기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E 모텔 F호에 입실한 직후 피해자의 외국 거주 경험이나 사교 모임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까지 더하여 보면, 앞서 본 피해자의 진술이나 혈중알코올농도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만취하여 있었다거나,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피해자가 그 당시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게 될 만한 다른 뚜렷한 원인이나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 점, ④ 성관계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술을 마신 후 바로 잠이 들었고 정신을 잃어 성관계 당시의 상황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였는데, 평소 주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음주를 하고도 정신을 잃게 된 구체적인 이유나 경위에 관하여는 설명을 못하고 있고,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E 모텔 F호에 들어간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 성관계 당시의 상황, 구체적인 성행위 방법 등에 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데, 유전자 또는 법화학 감정 결과 및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산부인과 진료 결과 등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 성관계 이후의 정황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다음 2019. 4. 24. 07:02경 자고 있던 피해자를 방에 혼자 두고 모텔을 나왔는데, 피해자는 같은 날 08:41경부터 피고인에게 '개새끼', '재섭게', '너 고소할거야', '나 강간한거냐', '니가 사진같은거 했을까봐...'라는 등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피고인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였으며, 피해자는 2019. 4. 24. 사진 촬영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2019. 4. 27. H센터에서 '정말 일어나자마자 딱 생각이 사진, 이 생각밖에 안 났다', '신고한 건 사진 그런 거 때문에'라고 진술하고, 2020. 1. 31. 원심 법정에서도 '솔직히 성폭행 그건, 나도 성인이고 개도 성인이고, 어쨌든 같이, 머리 끌려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같이 간 거고. 그날 아침 너무 염려되었던 건 사진이나 동영상 그런 거였다'라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은 믿기 어렵거나, 피해자가 사후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진술한 것으로 판단되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원익선

판사임영우

판사신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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