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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2020.3.20. 선고 2019고합409 판결
준강간
사건

2019고합409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유정현(기소), 남재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담박

담당변호사 윤태식, 추정원

판결선고

2020. 3. 20.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4, 24. 03:00경 서울 도봉구 B 소재 C교회 인근 노상에서 피해자 D(가명, 여, 47세)를 만나 모텔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1병 등을 구입한 후 같은 날 03:35경 피해자와 함께 서울 도봉구 E 모텔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04:30경 E 모텔 F호에서, 피해자와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이 들자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에 따라 성관계를 한 것이다.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명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5도767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은 믿기 어렵거나(오히려 피고인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 피해자가 사후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진술한 것으로 판단되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1)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나게 된 경위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정도 전에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인 스카우트를 통해 알게 된 이후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연락이 한동안 단절되었다.

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주일 정도 전에 다시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는데, 2019. 4. 23. 17:52경부터 구체적인 만남장소나 시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다) 피고인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피해자가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고, 피해자와 친하게 되면 피해자로부터 용돈이나 식사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만나자고 하였다.1)

라)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라이브카폐의 영업이 종료되는 새벽 02:00경 이후에 피해자와 만나기로 하고, 피해자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려준 C교회 부근으로 이동하여, 라이브카페 영업을 마치고 나온 피해자와 2019. 4. 24. 02:50 경 처음 만나게 되었다.

2) E 모텔 F호까지의 입실 경위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만남 직후 식당에 잠시 들렀다가 이내 나와서 택시를 타고 G역 인근으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택시에서 하차한 다음 피해자와 함께 편의점에 들이가 소주 1병, 음료 1병 등을 구매하여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2019. 4. 24. 03:35경 편의점 근처에 있는 E 모텔로 들어갔다.

나) E 모텔에서 촬영된 CCTV 영상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앞장서 E 모텔에 들어간 다음 사무실 창구에서 대금을 결제하는 장면, ② 피고인의 뒤를 따라 스스로 걸어 들어온 피해자가 양손을 상의 주머니에 꽂은 채 대금을 결제하는 피고인의 모습을 똑바로 서서 지켜보는 장면, ③ 피해자가 피고인의 뒤를 따라 5층 복도를 걸어 F호 문 앞까지 이동한 다음 피고인이 열어주는 방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이 확인된다.

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 E 모텔 F호에 입실하기까지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거나 피고인의 부축을 받는 모습, 피해자가 모텔방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모습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3) 피해자의 음주 정도 등

가) 피해자는 자신의 주량과 당일 음주 정도에 관하여 2019. 4. 27. H센터에서 '평소 주량은 소주 4~5병이다', '2시 전에 작은 병으로 맥주 2병을 마셨다', '모텔에서는 소주 반 병 이상(종이컵으로 2~3잔 정도) 마셨다' 라고 진술하였고, 2019. 6. 18. 수사기관에서 '평소 주량을 봤을 때 그 정도 술을 먹고 전날 상황이 모두 기억이 안 날 정도인가'라는 사법경찰관의 질문에 대하여 '아니다. 평수 주량은 소주 4~5 병이다. E 모텔에 오기 전에 내가 마신 것은 병맥주 작은 것 2병이 다다. 평소보다 더 터무니없이 적은 술을 마신 거다. 기억이 안 나는 게 이상하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피해자는 2020. 1. 31. 이 법정에서 평소 주량이나 당일 음주량에 대하여 위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면서, 평소의 수면 시각에 관하여 '거의 새벽 02:00 무렵에 가게를 닫고 퇴근한다', '집에 만약에 02:00에 간다고 그래도 한 03:00나 그쯤 잘 것이다', 라이브카페 일이 힘드냐는 질문에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 육체적인 노동이 아니라 요즘 장사가 안되니까 그런 거 신경 쓰다 보니까 힘들었던 거다'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에 대한 혈액 및 소변 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2%로 측정되었고(피해자의 혈액은 2019. 4. 24. 12:25경 채취된 것으로 보인다), 수면마취 제류 약성분이나 마약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다) 여기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E 모텔 F호에 입실한 직후 편의점에서 구매하여 온 소주나 음료를 마시면서 피해자의 외국 거주 경험이나 사교 모임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까지 더하여 보면, 앞서 본 피해자의 진술이나 혈중알코올농도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만취하여 있었다. 거나,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피해자가 그 당시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게 될 만한 다른 뚜렷한 원인이나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4) 성관계 당시의 상황

가)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에서 나온 뒤에 바로 2019. 4. 24. 10:30경 방학파출소에 '소주 1병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아침 08:00쯤 일어나보니 탈의가 되어 있었고, 음부가 아프고 혹시 사진 촬영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피해자는 이후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술을 마신 후 바로 잠이 들었고 정신을 잃어 성관계 당시의 상황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는데, 평소 주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음주를 하고도 정신을 잃게 된 구체적인 이유나 경위에 관하여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E 모텔 F호에 들어간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 성관계 당시의 상황, 구체적인 성행위 방법 등에 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은 '성관계 당시 입으로 피해자의 양쪽 가슴을 빨았다', '콘돔은 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은 유전자 또는 법화학 감정 결과 피해자의 양쪽 가슴 부위에서 피고인의 타액 성분이 검출된 점이나 피해자의 질 내용물에서 콘돔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에 부합한다. 나아가 피고인은 '삽입 후 5~6번 정도 움직였을 때 피해자가 아프다고 하여 뺐다'라고 진술하였는데,2) 피해자가 최초의 진정서 제출 당시부터 음부의 통증을 호소한 점이나, 이 사건 발생 당일인 2019. 4. 24. H센터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산부인과 진료 결과 우측 소음순 내측에 1.5㎝, 회음부에 1cm 정도 긁힘에 의한 상처가 관찰된 점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5) 성관계 이후의 정황

가)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다음 2019. 4. 24. 07:02경 피해자를 방에 혼자 두고 모텔을 나왔다.3) 피해자는 같은 날 08:41경부터 피고인에게 "개새끼", "재섭게", "너 고소할거야", "나 강간한거냐"4), "I에 전화했다. 수치스럽고... 112 가기전에 통화했음하는데", "니가 사진같은거 했을까봐..." 등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피고인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였다.5)

나) 피해자는 2019. 4. 24.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진 촬영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2019. 4. 27. H센터에서 '정말 일어나자마자 딱 생각이 사진, 이 생각밖에 안 났다', '신고한 건 사진 그런 거 때문에'라고 진술하였으며, 2020. 1. 31. 이 법정에서도 '솔직히 성폭행 그건, 나도 성인이고 걔도 성인이고, 어쨌든 같이, 머리 끌려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같이 간 거고, 그날 아침 너무 염려되었던 건 사진이나 동 영상 그런 거였다'라고 진술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마성영

판사김영환

판사윤정운

주석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4~5년간 웨이터, 호스트바에서 소위 '선수'로 일하였고, 성관계가 친밀감을 쌓기에 빠르고 쉬운 수단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은 2019. 6. 6.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계에서 처음 조사를 받으면서 위와 같이 진술하였는데, 당시 피해자의 진정서 내용이나 H센터 산부인과 소견서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3)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성관계 도중에 피해자가 아프다고 하여 성관계를 중단하였는데, 피해자로부터 싸가지가 없다는 말까지 들어 피해자가 '진상'이고 피곤한 스타일로 느껴져서 연락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피해자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나갔다고 진술하였다.

4) 앞서 본 피해자의 진정서 내용이나 위 문자메시지 내용은, 피해자가 사진촬영이 의심되는데 피고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화가 난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설사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대하여 기억이 없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사후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물론 피해자가 당시 평소 주량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의 술을 마시기는 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 0.102%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5) 피고인은 모텔에서 나가면서 문자메시지 수신차단을 시켰다고 진술하였는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신의 카카오톡 화면 사진(증거기록 제14쪽)에 의하면, 피해자의 위 각 대화창 앞에 'I' 표시가 남아 있어 피고인의 위 진술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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