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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4. 29. 선고 2010가합60924 판결
[손해배상][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주범 외 1인)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1. 4. 1.

주문

1. 피고는 원고 1에게 250,000,000원, 원고 2에게 80,000,000원, 원고 3, 4, 5, 6에게 각 20,000,000원과 위 각 돈에 대하여 2011. 4. 1.부터 2011. 4. 29.까지는 연 5%의, 2011. 4. 30.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2,500,000,000원, 원고 2에게 500,000,000원, 원고 3, 4, 5, 6에게 각 100,000,000원과 위 각 돈에 대한 이 사건 변론 종결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전제되는 사실관계

가. 원고 1은 1972. 3. 18.부터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진급 및 장군인사실 보좌관으로 근무하다가 1973. 1. 12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제3사관학교 생도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73. 3. 26. 이른바 ‘윤필용 장군 숙청사건’과 관련하여 진급 관련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보안사령부 대공수사과 서빙고분실에 연행되었고 같은 달 28. 구속되었다.

나. 육군본부보통군법회의는 1973. 4. 28. 원고 1에 대하여 수뢰, 증뢰물전달, 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하였다. 그 항소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 73년 고군형항 제307호 사건에서 1973. 9. 18. 원심판결이 파기되고 수뢰죄 및 일부 증뢰물전달죄만 유죄로 인정되어 원고 1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이에 대한 원고 1의 상고가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고 1은 약 1년간 복역하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가석방되었고, 1980. 2. 29.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라. 원고 1은 2007. 6. 20. 육군고등군법회의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08재노18호 사건에서 2009. 12. 18. “원심 판결에서 유죄의 증거로 든 각 증거들 및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증거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심대상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되었고, 그 무렵 위 재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마. 한편 원고 2는 원고 1의 처, 원고 3, 4, 5, 6은 원고 1의 자녀들이다.

[인정 근거 : 갑 제4, 5, 9, 10, 16, 17호증, 갑 제19호증의 1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

원고 1은 피고 소속 공무원인 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게 불법 연행되어 갖은 고문과 협박, 회유, 강요를 당하고 이를 통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 대하여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체포·구속·압수·수색, 고문 등 가혹행위 및 허위진술의 강요, 권한 없는 자에 의한 불법수사, 위법한 증거 수집,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따라서 원고 1과 그의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여 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으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 그 위자료는 원고 1 25억 원, 원고 2 5억 원, 원고 3, 4, 5, 6 각 1억 원이 상당하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국민의 형사절차상 기본권과 피고의 기본권보장의무

원고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고 이에 따라 형사절차에서 죄형법정주의 및 적법절차보장, 고문의 금지와 불리한 진술거부권, 체포·구속·압수·수색에서 영장주의의 원칙, 자백의 증거능력 제한 등 기본권을 가진다. 피고는 위와 같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나. 피고의 불법행위

⑴ 인정사실

㈎ 체포·구속·압수·수색 과정의 위법

원고 1은 1973. 3. 26. 사전 체포·구속영장 없이 보안사령부 대공수사과 서빙고분실로 강제 연행되어 법관이 같은 달 28. 구속영장을 발부하기까지 3일간 불법 구금을 당하였다. 또한 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은 원고 1을 구금하여 수사하던 중 원고 1의 자택을 수색하고 물건을 압수하였는데, 그에 관한 사전 또는 사후 압수·수색영장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 서빙고분실 수사 과정의 위법

일반 형사사건에 관하여 수사할 권한이 없는 보안사령부 대공수사과 직원들은 군검찰로 송치할 때까지 약 10일간 서빙고분실에서 원고 1을 수사하면서 원고 1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 1은 위 수사관들로부터 전기고문과 구타, 욕설,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범행을 자백하였다. 또한 보안사령부 대공수사과 직원들은 소외 2, 3, 4 등 관련 피의자와 원고 2 등 참고인에게도 가혹한 고문과 협박, 회유 등을 하여 원고 1에게 불리한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 회유하였고, 원고 2 명의의 ‘보관증’을 위조하였다.

원고 1이 군검찰 송치 이후에는 진술을 번복하여 군법회의 재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은 군법회의 재판에서 적법한 증거로 채택되어 유죄를 인정하는 데에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관련 피의자와 참고인들은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 수사 과정에서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수사단계 및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계속됨으로써 군법회의 재판정에서도 허위진술을 하였다).

[인정 근거 : 갑 제4, 5, 7, 8, 9, 10, 11호증, 갑 제12호증의 1, 2, 갑 제21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⑵ 판단

위 인정사실에서 인정되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보안사령부 대공수사과 직원들의 일련의 행위는 공무원인 수사관들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수뢰 등 혐의자에 대한 수사라는 직무집행의 외관을 갖추어 일어난 것이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위 일련의 불법행위들로 인하여 원고 1, 2와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입게 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정신적 손해 부분에 관하여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 1에 대한 형사판결의 선고 또는 형의 집행 종료로써 피고의 불법행위가 종료되었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재항변한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고, 국가에 대한 청구권의 경우 5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하는데, 피고 소속 수사관들의 최종 불법행위일로 볼 수 있는 원고 1의 검찰 송치일이나 그 후 재심대상판결 선고일, 나아가 원고 1에 대한 징역형의 집행 종료시로부터도 5년 또는 10년이 훨씬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러나 원고 1은 피고 소속 수사관에 의하여 불법 체포·구금당하였고, 그 후 고문과 구타, 욕설, 협박 등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여 허위의 자백을 하였는바 이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정도가 매우 중한 점, 그 후 원고 1이 재판정에서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육군고등군법회의가 위법하게 수집되거나 허위의 증거를 믿고 원고 1의 주장을 배척함으로써 유죄가 인정된 점, 따라서 원고 1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 스스로가 과거 자신의 판단이 오판이었음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원고들이 가해자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1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09. 12. 18. 무렵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참작 사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불법행위의 반인권적, 조직적인 특수성과 그 불법의 중대성, 원고 1이 불법 구금을 당하고 군검찰로 송치되기까지 보안사령부 서빙고실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기간 및 재심대상판결의 선고형, 복역기간, 원고 1이 최근 피고로부터 일실수입으로 육군 준장의 계급정년시까지의 급여를 지급받은 점, 반면 원고 1이 형사보상청구를 하였으나 아직 보상결정을 받지 못한 점, 원고 2도 연행되어 가혹행위를 당하여 양심에 반하는 허위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불법행위시와 위자료 산정 기준시인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의 시간적 간격(즉, 위 기간 동안의 지연손해금도 위자료에 포함하되, 통화가치 변동 등과 관련한 과잉배상을 배제하기 위하여 일부만 포함한다),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 등을 종합하여 참작하여 아래와 같이 위자료를 정한다.

나. 인정금액

o 본인인 원고 1 : 2억 5,000만 원

o 처인 원고 2 : 8,000만 원

o 자녀인 원고 3, 4, 5, 6 : 각 2,000만 원

다. 국가배상법의 상한을 초과한 위자료 인정은 위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위자료를 정함에 있어 국가배상법 제3조 제5항 , 시행령 제5조 소정의 위자료 상한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배상법 제3조 의 손해배상기준은 배상심의회의 배상금 지급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로써 배상액의 상환을 제한한 것이 아니므로( 대법원 1970. 1. 29. 선고 69다1203 판결 참조),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피고는 원고 1에게 2억 5,000만 원, 원고 2에게 8,000만 원, 원고 3, 4, 5, 6에게 각 2,000만 원과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위자료 산정시점)인 2011. 4.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11. 4. 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인 2011. 4. 30.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일연(재판장) 상종우 강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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