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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9. 7. 선고 2019다24145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갑이 육군에서 군단 인사참모로 복무하던 중 내란음모 사건 연루 내지 동조자로 적발되었다는 이유로 육군보안사령부 조사관들에 의해 불법체포되어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와 위법한 전역처분을 당하였다며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하여 가족과 함께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갑은 전역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비로소 전역처분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가혹행위 및 무효인 전역처분이라는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고 이를 원인으로 국가배상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갑이 불법행위 당시 가해자 및 손해 발생 사실을 알았고 그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정한 단기 소멸시효 기간 3년이 경과하였으므로 국가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 단기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스타웍스 파트너스 담당변호사 박주완 외 1인)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5. 22. 선고 2018나20687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는 등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 1에 대한 피고 소속 보안사 수사관들의 불법행위는 1973. 4.경 이루어졌고 원고 1은 그 당시 가해자 및 손해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정하는 단기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민법 제766조 제1항 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고,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하며 (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3282 판결 등 참조),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를 안 날을 의미한다 ( 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다카658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므18 판결 ,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3년경 ‘(직책 1 생략)이었던 소장 소외 1이 (직책 2 생략) 소외 2와 급속히 친분이 두터워지고 있고 특히 그가 자신의 후계 문제를 논의하였다.’는 보고를 받은 이후, 육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라 한다) 사령관에게 이들의 쿠데타 모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였다.

보안사의 최초 수사 내용은 소장 소외 1과 그를 따르는 군내 사조직의 실체와 이들의 군사쿠데타 모의 여부였으나, 나중에는 소장 소외 1과 그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부정부패행위로 변경되었다.

수사 결과, 소장 소외 1을 포함한 측근 및 사조직 관련자인 군인 10명이 구속기소되었고, 30여 명이 전역하였으며, 중앙정보부 요원들 30여 명이 해직되었다.

2) 원고 1은 1973. 3. 26. 육군 ○군단 인사참모로 전보되어 근무하던 중 1973. 4. 3. 소외 1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 내지 동조자로 적발되었으니 여죄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보안사 조사관들에 의하여 불법체포되어 같은 달 6일까지 고문과 폭행을 당하였다. 원고 1이 체포되었을 당시 성명미상의 조사관은 원고 1에게 ‘예편원을 쓰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원고 1은 1973. 4. 6.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뒤 석방되었다.

국방부 장관은 1973. 4. 16. 원고 1에 대하여 1973. 4. 20.부로 원에 의한 전역을 명하였다(이하 ‘전역처분’이라 한다).

원고 1은 1973. 4. 18. 다시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불법체포되어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 당시 수사관은 원고 1에게 금품수수사실을 자백하면 위에 얘기해보겠다는 말을 하였고, 원고 1은 금품수수사실을 기재한 허위 진술서를 제출한 후 1973. 4. 19. 석방되었다.

3) 원고 1은 2016. 12. 30.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85972호 로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전역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고문 등의 가혹행위로 인해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될 정도의 강박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작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전역처분은 절대적 강박 상태에서 작성된 전역지원서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청구인용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은 2017. 9. 23. 확정되었다.

4) 원고들은 2018. 3. 13. 원고 1에 대한 불법체포,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와 위법한 전역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 1은 이른바 소외 1 사건으로 불법체포되어 고문과 폭행을 당한 끝에 의사에 반하여 전역지원서를 작성하였고, 그 전역지원서에 기초하여 전역처분을 받았으며, 전역일이 도래하기 전에 재차 불법체포되어 고문과 폭행을 당한 후 금품수수에 관한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이와 같이 보안사 조사관들이 원고 1에 대하여 전역지원서와 진술서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행한 불법체포, 고문과 폭행행위,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전역지원서에 따라 이루어진 전역처분은 수사와 전역처분이라는 직무집행의 외관을 갖춘 고의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 1 작성의 전역지원서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전역처분이 외관상 존재하였으므로, 전역처분무효확인소송을 통해 전역처분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 사실의 확인과 전역처분이 무효라는 승소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원고들이 같은 사유를 주장하면서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원고 1의 전역처분무효확인소송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비로소 전역처분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가혹행위 및 무효인 전역처분이라는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고 이를 원인으로 국가배상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가혹행위 및 전역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기산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불법행위 당시 가해자 및 손해 발생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때부터 단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단기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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