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명종)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최호진)
변론종결
2011. 4. 6.
주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 1에게 661,791,817원, 원고 2에게 400,000,000원, 원고 3, 4, 5, 6, 7에게 각 8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11. 4. 6.부터 2011. 4. 13.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1,271,026,800원 및 그 중 별지 목록 청구금액란 해당 기재 각 금원에 대한 별지 목록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해당 기재 각 기산일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원고 2에게 500,000,000원, 원고 3, 4, 5, 6, 7에게 각 1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82. 2. 23.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구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 1에게 600,000,000원, 원고 2에게 200,000,000원, 원고 3, 4, 5, 6, 7에게 각 4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82. 2. 23.부터 이 사건 항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원고들은 위자료에 대하여만 항소하였다).
나. 피고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1에 대한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1) 원고 1은 한국 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서 1965. 5.경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인천지점의 검침원으로 근무하던 중, 1980. 12. 8. 출근하기 위하여 집에서 나오다가 중앙정보부(1981. 1. 1.자로 ‘국가안전기획부’로 확대·개편된 후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하 ‘안기부’라 한다) 수사관 2명에 의하여 체포영장 없이 안기부 광주지부로 강제 연행되어, 1981. 1. 17.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52일간 영장 없이 구금되었다.
(2) 원고 1은 구금된 상태에서 가족 및 변호인의 접견이 차단된 채 안기부 수사관들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에서 눈에 백열등을 비추어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구타를 하여 고문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이에 따라 간첩혐의사실을 허위로 자백하였다.
(3) 원고 2는 남편인 원고 1과 함께 1980. 12. 8. 안기부 광주지부로 강제 연행되어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한 채 약 4주간 동안 구금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원고 1의 간첩혐의 여부에 관한 조사를 받으면서 몽둥이로 구타를 당하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폭언을 듣는 등으로 가혹행위를 당하였다.
나. 검찰수사 및 유죄판결
(1) 원고 1은 이후 광주지방검찰청에 송치되어 조사받았는데, 이때에도 안기부 수사관들은 원고 1을 불러내어 검사 앞에서 안기부의 조서내용을 그대로 자백하라고 협박하였고, 이에 원고 1은 검찰에서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하였다.
(2) 원고 1은 1981. 3. 4. 한국전쟁 당시 월북하였다가 1960. 10.경 남파되어 내려온 사촌형 소외인을 만나 그로부터 난수표 등을 수수하고, 수시로 A-3지령을 청취하였으며, 검침원으로 일하면서 주요 국가시설들의 위치, 규모, 생산시설 등을 탐지하는 등 간첩행위를 하여 구 국가보안법 제2조 (군사목적수행), 형법 제98조 제1항 (간첩), 반공법 제4조 제1항 (찬양, 고무)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광주지방법원에 공소가 제기되었다.
(3) 원고 1은 제1심 공판과정의 2차공판에서, 자신은 장기간의 불법감금과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한 것이며 간첩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호소하였고, 수사과정의 참고인들도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으나, 광주지방법원은 1981. 6. 18. 원고 1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하였고, 1981. 11. 5. 항소심( 광주고등법원 81노510호 , 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하고, 위 사건을 ‘재심대상사건’이라 한다)에서는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으로 감경된 뒤 1982. 2. 23.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복역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및 재심판결
(1) 원고 1은 위 확정판결에 따라 복역 중 1987. 12. 24. 가석방으로 출소하였고, 이후 가석방 기간을 경과하여 형의 집행을 마쳤다.
(2) 원고 1은 2006. 7. 4.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행정청으로, 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에 재심대상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년 6개월여에 걸쳐 관계인에 대한 조사를 거친 후 2008. 2. “재심대상사건은 원고 1을 불법감금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가하여 허위자백을 받았고 이에 의존하여 중형이 선고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1의 피해와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3) 원고 1은 2008. 8. 18. 위와 같은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을 근거로 광주고등법원에 2008재노4호 로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09. 10. 22. 재심대상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원고 1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원고 1이 내용을 부인하여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증거로 채택한 잘못이 있고,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원고 1이 검찰 이전의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이 없는 심리상태가 지속된 상태에서 작성되어 그 진술의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으며, 참고인들의 진술을 비롯한 다른 증거들도 공소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1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09. 10. 30. 확정되었다(이하 ‘재심판결’이라 한다).
라. 형사보상
원고 1은 2009. 11. 17. 재심판결에 의하여 광주고등법원 2009코5호 로 형사보상결정을 받아 411,680,000원을 수령하였다.
마. 원고들의 가족 관계
원고 3, 4, 5, 6, 7은 원고 1, 2 사이의 자녀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갑 제4호증의 1 내지 7, 갑 제7, 8호증의 각 1, 2, 갑 제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소속 공무원인 안기부 수사관들은 적법한 인신구속이나 수사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 1을 불법체포한 후 구속영장 없이 불법구금하고,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허위의 자백을 받아내어 결국 원고 1이 징역 7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도록 하였으며, 원고 1을 조사하면서 그의 처 원고 2를 적법한 인신구속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불법 구금한 후 몽둥이로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
한편, 헌법 제10조 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는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보장( 제1항 ), 고문 금지와 불리한 진술거부권( 제2항 ), 영장에 의한 체포·구속( 제3항 ), 자백의 증거능력제한( 제7항 )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국민에게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을 해서는 안 되고 영장에 의하여서만 국민을 체포·구속할 수 있는 등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바, 위와 같이 피고 소속 공무원인 안기부 수사관들이 원고 1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가하여 허위의 자백을 받아내었고 원고 2를 불법구금하여 가혹행위를 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기하여 원고 1, 2 및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로부터 알 수 있거나 추론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 1은 ①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적법한 체포·구금절차 없이 강제연행되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허위자백을 하기에 이른 점, ②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고문 등으로 인한 임의성 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허위 자백을 하였던 점, ③ 1심 재판에서부터는 자신이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하게 되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으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게 되었고,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된 점, ④ 원고 1과 그의 처자인 나머지 원고들은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의 이목 때문에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야 했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점, ⑤ 원고 1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비로소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위 결정에 의하여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가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에 법원에 의하여 재심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기에 이른 점, ⑥ 수사관들의 고문 등 가혹행위는 국가시설 안에서 그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집행의 외관을 가지고 이루어졌고, 이후의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결국 간첩죄 등에 관한 유죄의 확정판결이 선고되어 7년의 징역형을 복역하게 된 원고 1 및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의 입장에서는, 재심을 통해 위와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을 선고받기 전에는 원고들이 과거의 유죄 확정판결이 고문과 증거 조작에 의하여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국가를 상대로 그와 같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해 보면, 결국 아무리 빨라도 원고 1에 대하여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2008. 2.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 인정사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 수사관들의 원고 1에 대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정도가 중한 점, ② 원고 1은 불법구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당하고 간첩 등의 혐의로 징역 7년형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하였고, 그 후에도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그 신체와 정신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점, ③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통하여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서 시효소멸을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인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큰 반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위헌·위법적 불법행위로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피고의 손해배상채무 이행거절을 소별시효 제도를 들어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원고 1에 대한 손해배상
(1) 일실이익
앞서 든 증거들과 제1심 법원의 한국전력공사, 국가보훈처 수원보훈지청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1은 재심대상사건으로 인하여 별지 목록 순번 2 내지 6의 기재와 같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1981.부터 1984.까지의 급여와 퇴직금 합계 33,651,400원을 지급받지 못하고, 국가유공자로서 별지 목록 순번 7 내지 39의 기재와 같은 보훈급여 합계 142,125,400원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 1에게 일실이익으로서 위 각 급여, 퇴직금, 보훈급여의 합계 175,776,8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 위 각 금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원고 1이 구하는 바에 따라 별지 목록 지연손해금 기산일란의 각 해당일자 기재와 같이 한국전력공사의 급여액은 각 급여기간이 끝나는 다음날부터, 퇴직금은 원고 1의 예상퇴직일 다음날인 1984. 10. 1.부터, 보훈급여액은 각 보훈기간의 마지막 날의 다음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의 법정이율에 의해 계산한 금액이 된다.
(2) 위자료
원고 1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적인 책무로 삼아야 할 국가권력에 의하여 불법체포·감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감내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절망에 빠졌던 점, 원고 1은 이러한 경위로 인하여 허위자백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검찰 수사, 재판, 형의 집행을 거치면서 약 7년간 구금되어 있으면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박탈당하였으며, 1987년 석방된 후에도 간첩으로 낙인찍힘으로써 자괴감에 빠지고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하는 등으로 2009. 10. 30. 재심판결이 확정되어 무죄가 밝혀질 때까지 29년여의 긴 세월 동안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등을 모두 참작하면, 원고 1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80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형사보상금 공제
형사보상법 제5조 제3항 은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동일한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공제하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 1은 2009. 11. 17. 재심판결에 의하여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형사보상결정을 받아 411,680,000원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금액을 원고 1에 대한 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한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 1이 수령한 형사보상금을 우선 위 일실이익 손해액에서 공제한다. 원고 1이 형사보상금을 수령한 2009. 11. 17. 기준 일실이익 손해액은 별지 목록 기재 각 급여, 퇴직금, 보훈급여액의 합계 175,776,800원 및 이에 대한 같은 목록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 일부터 2009. 11. 17.까지의 각 지연손해금인 같은 목록 해당 지연손해금란 기재 금액의 합계 97,695,017원을 더한 273,471,817원(= 175,776,800원 + 97,695,017원)이므로, 형사보상금 411,680,000원을 일실이익 손해액 273,471,817원에서 공제하면 일실이익 손해가 모두 소멸되고 형사보상금은 138,208, 183원(= 411,680,000원 - 273,471,817원)이 남게 되며, 이를 위자료 800,000,000원에서 공제하면 원고 1의 위자료는 661,791,817원(= 800,000,000원 - 138,208,183원)이 남게 된다.
나. 원고 2, 3, 4, 5, 6, 7에 대한 위자료
원고 2가 남편인 원고 1에 대한 간첩 혐의 조사를 위하여 함께 연행되어 4주간 동안 구금되어 조사를 받으면서 몽둥이로 구타를 당하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폭언을 듣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호증의 1 내지 7, 갑 제7, 8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3, 4, 5, 6, 7은 원고 1, 2 사이의 자녀들로서 원고 1, 2가 갑작스럽게 불법 연행된 직후 행적을 알 수 없는데다가 면회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이후 원고 1에 대한 재판 과정이나 약 7년의 수형기간 동안 원고 1에 대한 옥중 뒷바라지와 생계를 위하여 고달픈 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간첩의 처와 자식이라는 이유로 소외받고, 취업과정이나 사회생활 및 결혼 과정에서도 간첩의 자녀들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 2에 대한 위자료는 400,000,000원, 원고 3, 4, 5, 6, 7에 대한 위자료는 각 8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위자료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주장 및 판단
(1)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 1에 대한 불법행위는 불법체포로부터 시작되어 단계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불법행위로서 최종적인 불법행위 종료일은 원고 1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된 1982. 2. 23.이므로, 원고들의 손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그때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제1심의 변론종결 시점에 이르기까지 전체의 정신적 고통의 지수를 감안하여 위자료를 인정하면서도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다시 소급적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위자료 인정금액 원금을 넘는 지연손해금의 가산을 인정하게 되어 모순되어 부당하다.
(2)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그 성립과 동시에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발생한 일체의 사정이 그 참작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도 변론종결시의 것을 반영해야만 하는바,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시기와 가까운 무렵에 통화가치 등의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위자료 액수가 결정된 경우에는 위와 같이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으나,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도 덮어놓고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왜냐하면 이때에는 위와 같이 변동된 통화가치 등을 추가로 참작하여 위자료의 수액을 재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무렵의 위자료 산정의 기초되는 기존의 제반사정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고, 변론종결의 시점에서야 전적으로 새롭게 고려되는 사정으로서 어찌 보면 변론종결시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이처럼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통화가치 등의 요인이 변론종결시에 변동된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가 증액된 부분에 대하여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이자를 붙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소속 안기부 수사관들에 의하여 원고 1에 대한 불법구금이 개시된 1980. 12. 8.경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1. 4. 6.까지 3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몇 곱절 상승함으로 말미암아 변론종결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겼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1. 4. 6.부터 발생한다(제1심 판결은 그 위자료 원금에 대하여 불법행위시로부터 변론종결시까지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여 가산될 것을 전제로 위자료를 산정하였으나, 당심에서는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위자료 원금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불법행위시로부터 변론종결시까지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고, 이러한 사정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자료 금액을 산정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각 위자료 금액( 원고 1에 대하여는 형사보상금이 공제된 금액) 및 각 이에 대한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1. 4. 6.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 1에게 위자료 661,791,817원, 원고 2에게 위자료 400,000,000원, 원고 3, 4, 5, 6, 7에게 위자료 각 8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11. 4. 6.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1. 4. 13.까지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의 각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위 인정금액과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