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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20.8.20. 선고 2019고합399 판결
준강간부착명령
사건

2019고합399 준강간

2020전고6(병합) 부착명령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A

검사

이주희(기소), 이수현(공판, 부착명령청구)

변호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담당변호사 지영준, 주영재

판결선고

2020. 8. 20.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공소사실과 부착명령 청구원인

가. 공소사실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2019. 4. 12. 19:30경부터 2019. 4. 13. 01:10경 사이에 대전 중구 B에 있는 피고인 운영의 'C' 식당 내에서, 피고인의 친구 D, D의 여자친구 E, E의 친구인 피해자 F(여, 43세)와 함께 술을 마셨다.

피고인은 2019. 4. 13. 01:30~01:40경 위 C 식당 내에서, D 및 E이 먼저 귀가하여 피해자와 단 둘이 남게 되자 술에 만취한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

나. 부착명령 청구원인

피고인은 2016. 5. 1. 강제추행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2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되는 자로, 이 사건 범행 경위, 환경, 성행 등에 비추어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2.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과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비틀거리지도 않는 등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고의도 없었다.

3.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또한,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건 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에 관하여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임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서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직전 피해자와 함께 술자리를 하였던 D, E은 피해자와 술을 많이 마시기는 하였지만, 피해자가 인사불성의 상태라거나 술에 심각하게 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E은 이 사건 이후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피해자가 어제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피해자에게 '진짜냐'고 수차례 되묻거나 '그 정도로 취해보이지 않았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 이 사건이 발생한 식당에는 바(BAR) 형태의 'ㄱ'자 모양의 높은 테이블과 테이블에 맞추어 매우 높은 의자 10개 정도가 놓여 있으며, 테이블과 의자 뒤로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한 좁은 빈 공간이 있다(증거기록 2권 58쪽).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자에 앉은 상태로 마주 보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다리를 올리고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하였는데, 만취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위 식당에서 좁고 높은 의자에 앉힌 채 성관계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흰색 니트와 회색 자켓 상의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이 발생한 식당의 바닥은 매우 비좁고 이 사건은 식당 영업시간 이후에 발생하여, 바닥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의 옷이 더러워지거나 흐트러졌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단추 여밈이 있는 청바지를 착용하였는데, 피해자 스스로 이 법정에서 위 바지를 입고 벗기가 불편하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눕히거나 피해자의 몸을 편하게 기댈만한 공간이 없는 장소에서 피해자의 협조 없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청바지 단추 여밈을 풀고 성관계 후 다시 이를 제대로 입히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 식당에서 나온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는 피해자가 옷을 제대로 입지 않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피해자의 옷이 더럽혀지거나 찢어지는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3)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피고인과 식당에서 나와 피고인이 부른 대리기사를 만나서 차량에 탑승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 식당에서 나와 걷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한 손은 피고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가방을 든 채로 피고인과 대화하며 스스로 걷거나 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피고인에게 의지하여 걷는 등 만취하였다고 볼만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4) 피해자는 대리기사 G이 차량 운전석에 타고 자신은 뒷좌석에 탑승한 뒤, 창문이 내려진 상태에서 피고인과 인사를 나누었다. 피해자는 G에게 정확한 목적지를 말하였고, G은 목적지에 도착한 후 주차장에 주차공간이 보이지 않아 피해자에게 주차를 어디에 해야 할지 묻자, 피해자가 목적지 건너편 길가에 주차할만한 장소를 말해주었다. 피해자는 G이 차량을 주차한 후 대리비를 지급하고 스스로 주거지로 걸어갔다. G은 이처럼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피해자의 거동을 지켜보는 동안 술에 많이 취한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대리를 불렀기 때문에 술을 마셨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목적지와 주차공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표현하며, 대리비를 결제한 후 스스로 걸어서 귀가하는 등 만취한 사람의 행동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5)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한 뒤 당일 오후에 피해자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고,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스스로 피해자에게 성관계 사실을 알렸다. 피고인은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대화하면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피해자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당시 의식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맞아서 성관계를 했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좋아서 성관계를 했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성관계 사실을 피해자에게 먼저 확인하고 기억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는데, 이는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 사람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6) 피해자가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이 사건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부착명령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의 원인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고, 구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23호로 개정되어 법률명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되기 전의 것) 제9조 제4항 제2호에 따라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용찬

판사 심우성

판사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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