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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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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 30. 선고 2011고합155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방위사업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검사

허정(기소), 박혜영(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세창 외 1인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피고인들의 지위]

피고인 4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4 회사’라 한다)는 통신용커넥터 및 케이블의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 1은 피고인 4 회사의 대표이사, 피고인 2는 피고인 4 회사의 부사장으로서 각각 방위사업청에 대한 납품을 비롯하여 영업, 생산, 원가정산, 품질관리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피고인 3은 2007. 12. 8.경부터 2010. 4. 30.경까지 피고인 1, 피고인 2의 지시를 받거나 피고인 1, 피고인 2에게 보고를 하면서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는 방산물자에 대한 원가를 산정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고인 4 회사과 방위사업청의 계약체결 과정]

피고인 4 회사는 1995. 5.경 상호통화기셋(전차 및 장갑차 내부에 설치된 통화장비)에 대한 방산업체로 지정된 후, 방산물자인 상호통화기셋 VIC-7K, VIC-9K, VIRC-155K 등과 일반물자인 케이블조립체 등 1,000여종을 방위사업청에 납품하여 왔다.

매년 각 군 및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가 다음 연도에 필요로 하는 물품에 대한 계약의 전체 집행계획서를 작성하여 방위사업청 각 계약부(무기체계계약부, 장비물자계약부, 국제계약부)에 통보하면, 각 계약부에서는 계약건별로 세부적인 조달판단서를 작성을 하여 원가회계검증단에 원가산정을 의뢰하고, 원가회계검증단이 기초가격(원가)을 산정하여 각 계약부에 통보하면 각 계약부에서 그 기초가격(원가)을 근거로 예정가격을 산정한 다음 협상 과정에서 납품 업체가 그 예정가격 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 납품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방산물자나 군용물자(이하 ‘방산물자 등’이라 한다)의 조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특수성으로 인하여 적정한 실거래 가격이 없는 신규개발품이나 특수 규격품 등의 경우 예정가격을 결정하기 위하여 방위사업청이 생산업체에게 원가자료(직접재료비 증빙자료, 노무량을 증빙하는 공수집계표 등)의 제출을 요구하여 이를 제출받은 후 그 자료들을 검토하거나, 자료 검토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생산업체를 직접 방문하여 업체에서 제시한 원가자료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사를 거쳐 이를 토대로 방위사업청 원가계산서를 작성하여 기초가격(원가)을 결정한다.

한편, 방산물자 등의 원가는 방산물자 등을 생산 또는 연구하기 위하여 소비되는 재화와 용역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금액으로 ‘재료비·노무비·경비·일반관리비·이윤’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제조원가인 재료비·노무비·경비는 직접제조원가인 직접재료비·직접노무비·직접경비와 간접제조원가인 간접재료비·간접노무비·간접경비로 구분되며,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위 각 경비에 대한 일정한 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05. 2.경부터 2007. 12. 7.경까지는 당시 피고인 4 회사의 원가 담당 과장이었던 공소외 4와, 2007. 12. 8.경부터 2009. 6.경까지는 피고인 3과 각각 공모하여 실제 제조원가를 숨긴 채 허위 내용의 원가자료를 방위사업청에 제출하여 방산물자 등에 대한 납품대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실제 지출한 제조원가에 기초하여 지급받을 납품대금과의 차액을 취득하기로 하였다.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05. 2. 중순경부터 2009. 6.경까지 피고인 4 회사의 사무실에서 공소외 4와 피고인 3에게 방산물자인 인터컴과 군용물자인 케이블조립체의 원가를 높이기 위해, ① 구입가격이 높은 다른 부품의 단가 증빙자료나 해당 부품을 높은 가격으로 구입했던 다른 시점의 단가 증빙자료 등을 당시 해당 부품을 구입한 재료비 증빙자료로 제출하여 직접 재료비를 부풀리거나, ② 사실은 계속하여 외주가공을 해왔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외주가공을 할 계획인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품을 자체 제작할 것처럼 원가계산서에 기재하여 직접 노무비를 부풀리는 방법에 의하여 원가를 허위 기재한 원가계산서 및 직접노무비 내역서, 원자재 수불부 등 허위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고, 공수집계표 등 직접 노무비에 대한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않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 3은 2008. 7.경 방위사업청에 제출할 케이블조립체 품목에 대한 원가자료를 작성하면서, 사실은 ‘열 수축링’ 부품을 개당 18,960원에 구입하였을 뿐 아니라 위 품목에 대해서는 외주가공을 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피고인 4 회사가 ‘열 수축링’ 부품을 개당 27,300원에 구입하여 직접 제작할 것처럼 허위 기재한 원가계산서 및 원자재수불부 등을 작성하여 피고인 1, 피고인 2의 결재를 받은 후, 그 무렵 서울 용산구 용산동 2가에 있는 방위사업청 원가 산정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이에 속은 방위사업청 원가 산정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허위로 기재된 원가계산서와 원자재수불부 등에 근거하여 위 케이블조립체에 대한 원가를 47,759,502원으로 산정하게 하였고, 방위사업청은 2008. 8. 8. 산정원가 47,759,502원을 근거로 피고인 4 회사과 위 케이블조립체에 대한 계약금액을 47,276,712원으로 합의하여 납품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무렵 피고인 4 회사에 위 계약금액 47,276,712원을 지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 케이블조립체의 실제 부품 구입가격 및 외주가공을 전제로 산정된 실제원가 40,413,114원과 위 계약금액과의 차액인 6,863,598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소외 4 또는 피고인 3과 공모하여 2005. 2.경부터 2009. 6.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Ⅰ 기재와 같이 총 38회에 걸쳐 630개 품목에 대한 허위 내용의 원가계산서 및 원자재수불부 등 허위 원가자료를 제출하여 합계 1,856,881,491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피고인 3은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모하여 2008. 4.경부터 2009. 6.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 범죄일람표Ⅰ의 각 해당란 중 순번 339번부터 630번 기재와 같이 총 14회에 걸쳐 292개 품목에 대한 허위 내용의 원가계산서 및 원자재수불부 등 허위 원가자료를 제출하여 합계 약 562,304,017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피고인들에 대한 방위사업법위반의 점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08. 7.경 위 가항 기재와 같이 허위 내용의 원가계산서와 원자재수불부 등을 방위사업청에 제출하여 그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Ⅱ 기재와 같이 총 4회에 걸쳐 방산물자 50개 품목에 대한 허위 내용의 원가자료를 방위사업청에 제출하여 그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인 4 회사

피고인 4 회사는 통신용커넥터 및 케이블의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피고인 4 회사의 대표자인 피고인 1과 사용자인 피고인 2, 피고인 3이 피고인 4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 (1)항과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1) 피고인 4 회사가 구입가격이 높은 시점의 재료비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은 실무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고, 고가의 다른 부품의 재료비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은 원가자료 제출을 위한 전산 시스템상 연구개발비 등을 따로 입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이를 보전받기 위한 것이었으며, 원가자료 제출 단계에서는 외주가공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자체 제작을 전제로 원가자료를 제출한 것일 뿐이므로, 피고인들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2) 방위사업청은 이미 피고인들의 제출원가에서 일방적으로 상당금액을 삭감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방위사업청이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거나 피고인들이 그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정황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2의 각 법정 진술, 피고인 3의 일부 법정 진술,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허위원가 제출사례(증거목록 순번 2, 이하 ‘증거목록 순번’이라는 기재는 생략하고 해당 번호만 기재한다), 피고인 4 회사 실매입, 실매출원장 CD(7), 고발내용 보충의견서 및 첨부자료(43), 수사보고(계약금액 지급내역 및 지출결의서 첨부) 및 첨부자료)(49)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4 회사가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일부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고, 그 자료를 기초로 원가가 계산된 사실은 인정된다.

(1) 피고인 4 회사가 방위사업청과 상호통화기셋, 케이블조립체에 대한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기초가격(원가) 산정을 위한 원가자료의 제출을 요구받자,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고인 3과 공소외 4에게 “수입제품을 국산화하여 생산하는 제품은 수입가격에 준하는 금액으로 가격을 결정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2) 공소외 4와 피고인 3은 방위사업청에 원가자료를 제출하면서 어댑터, 부트 등 일부 부품의 경우 그 부품에 대한 원자재수불부 등 재료비 증빙자료가 아닌 구입가격이 높은 다른 부품의 재료비 증빙자료를 제출하였고, 일부 부품의 경우 가격 하락이 있음에도 가장 높은 가격으로 구입했던 시점의 재료비 증빙자료만을 제출하였으며, 또 일부 부품의 경우에는 전년도에 저렴한 가격에 외주 가공을 하였음에도 해당년도에는 자체 제작을 할 것처럼 직접 노무비를 계상하여 원가계산서를 작성·제출하면서도 직접 노무비를 산정할 수 있는 공수집계표 등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다. 반대 정황

(1) 인정사실

그러나 위 각 증거와 증인 공소외 5의 법정 진술, 각 물품구매계약서 사본(4), 부당이득 산정내역(8), 어댑터 제조공정도(증 제2호증의 1), 부트, 트랜지션 개발공정도(증 제2호증의 2), 각 설계도면(증 제2호증의 3 내지 14), 특허증(증 제2호증의 15), 각 특허관련설계도면(증 제2호증의 16, 17), 각 전산수정통보서(증 제4호증의 1 내지 10, 증 제31호증의 1 내지 3), 피고인 4 회사 원가검증결과(증 제5호증), 국방전자조달화면(증 제17호증), 어댑터, 부트, 트랜지션 공용사용도(증 제21호증), 원가회계검증단장에 대한 업무보고(증 제22호증), 국방부조달본부 공문과 피고인 4 회사의 실제 납품기록(증 제23호증), 국방전자조달화면 세부상세서(증 제27호증), 수입실적단가 관련자료(증 제28호증), 케이블조립체 제조공정도(증 제29호증), 각 공정이동표(증 제32호증의 1 내지 148), 인상된 재료비로 청구하지 않은 사례(증 제34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 4 회사가 해당 부품이 아닌 구입가격이 높은 다른 부품의 증빙자료를 제출한 어댑터, 부트, 트랜지션 등은 모두 케이블조립체(상호통화기셋 상호간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장치)를 구성하는 일부 부품인데, 피고인 4 회사는 케이블조립체에 대하여 37재개발 품목(국내 자본이나 기술에 의해 연구개발되어 국내 생산하는 품목 중 국산화율 향상을 위하여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재개발 대상으로 선정·개발하는 품목)으로 지정받은 후 종래 외국에서 수입하여 오던 어댑터, 부트, 트랜지션 등의 부품을 원자재만을 구입한 후 가공을 거쳐 국내 제작하는 방식을 연구·개발하여 그 설계도면에 대한 특허까지 취득하였다.

② 피고인 1, 피고인 2는 37재개발 품목인 케이블조립체에 대하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비를 포함하여 수입가격에 준하는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하였고, 피고인 3 또한 이러한 지시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원가자료를 제출하고자 하였으나, 어댑터, 부트, 트랜지션 등 국산화 부품의 경우 기존 설계도면상 최하위 단일부품으로 부품 자체를 수입하던 것이어서 국방전자조달 사이트의 방위사업청 원가자료제출 전산 시스템상 부품 자체의 구입가격(재료비)만을 입력할 수 있을 뿐 피고인 4 회사가 제작한 것과 같이 원자재 구입가격에 추가로 어댑터 등을 완성하기 위하여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나 추가공정에 관한 노무비를 입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원자재 구입가격을 입력하는 대신 연구개발비와 추가 공정비를 포함하여 자체 제작한 어댑터 등의 적정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의 다른 부품을 입력하고 그 증빙자료를 제출하였다.

③ 실제 방위사업청이 피고인 4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케이블조립체의 계약가는 과거 케이블조립체의 수입단가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었고, 방위사업청이 작성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정당원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납품계약이 체결된 품목이 다수 존재한다.

④ 일부 부품의 경우 원가자료 제출 전 시점에 이미 재료비가 인상되어 높은 가격에 부품을 구입한 자료가 있음에도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재료비가 낮은 시점의 증빙자료를 원가자료로 제출한 경우도 많았다.

⑤ 실제 피고인 4 회사의 부품 제작 과정상 전년도에 외주가공을 하였던 부품이라도 다음해에는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고, 같은 시기에 제작하는 동일한 부품도 상황에 따라 일부는 외주가공하고 일부는 자체 제작하기도 하였으며, 일부 부품은 외주가공을 하기 위하여 발주를 주었다가 취소하고 자체 제작한 경우도 존재한다.

⑥ 방위사업청은 피고인 4 회사가 제출한 원가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제출원가(별지 범죄일람표Ⅰ의 A)를 기준으로 예정가격과 계약금액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4 회사가 제출한 직접노무비의 증빙자료가 없고 일부 부품의 재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제출되었다는 점을 들어 전년도의 실적 공수(전년도 계약 체결 당시 적용한 공수)와 부품의 적정단가를 적용하여 방위사업청 자체적으로 원가를 새로 산정한 후(범죄알람표Ⅰ의 B 산정원가), 미처 검토되지 못한 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산정원가에서 다시 3%를 공제한 금액으로 예정가격을 결정하고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가(범죄알람표Ⅰ의 C)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사전확정계약의 방식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결과 피고인 4 회사가 제출한 원가자료에 따른 제출원가에서 총 약 62억 원 이상(제출원가의 약 20% 이상)이 삭감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

(2) 판단

피고인들에 대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피고인들이 실제와 다른 자료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인들에게 편취의 범의가 존재하고 그 자료로 인하여 방위사업청이 기망을 당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방위사업청에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국산화 부품의 경우 원자재 구입비용에 연구개발비와 추가 공정비를 포함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얻고자 하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연구개발비는 정당한 이익에 해당하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 제2항 은 해외로부터 수입하던 군용물자부품을 국산화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수입가격 등을 고려하여 예정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어 일반인의 입장에서 위 규정을 국산화 부품의 경우 수입가격에 준하는 금액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일부 부품을 국산화한 케이블조립체 등에 관하여 수입가격에 준하는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더라도 이를 반드시 편취의 범의에 기인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공소제기 이후 방위사업청 원가자료제출 전산 시스템이 변경되어 피고인 3의 주장과 같이 당시 어댑터 등 국산화 부품의 경우 원자재 구입가격과 연구개발비 등을 따로 입력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는지를 확인해볼 수 없는 이상 다른 부품의 재료비 증빙자료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 섣불리 피고인 3의 진술을 배척하고 편취의 범의를 바로 인정하기도 어렵다(위 인정사실 ① 내지 ④ 관련).

또한 부품을 외주가공할 것인지 자체 제작할 것인지 여부는 물품의 제작 과정에서 생산 환경의 변화와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이고, 원가자료 제출 시점에 부품의 생산방식을 예측하여 정확한 원가자료를 제출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전년도에 외주가공을 하였고 실제 해당년도에도 외주가공을 하였음에도 자체 제작할 것처럼 원가자료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노무비 과다계상을 통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위 인정사실 ⑤ 관련).

더욱이 방위사업청은 자체 산정원가(범죄알람표Ⅰ의 B)에서 부풀려진 재료비와 외주가공한 부품의 직접노무비를 제외하고 해당 부품의 외주가공비를 더한 후 비율로 산정되는 간접노무비, 경비, 이윤 등을 다시 계산하는 방법으로 정당원가(범죄알람표Ⅰ의 D)를 산출하고, 계약가가 정당원가보다 높은 경우 그 차액을 편취금액으로 보고 있으나, 정당원가의 계산 근거가 되는 산정원가를 산출함에 있어 방위사업청이 적용하였다는 전년도 실적공수의 경우 방위사업청이 업체 실사를 통하여 제품 공정 전반을 살펴본 후 각 품목에 대한 표준공수(부품을 만드는 데 드는 표준 시간)를 결정하고 그 다음해부터는 전년도의 실적공수를 적용하여 직접노무비를 산정하는 경우에만 그 정확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임에도 방위사업청이 피고인 4 회사에 대한 실사를 통하여 공수를 결정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오히려 방위사업청이 작성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실적공수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없어 표준공수를 정립하기 위한 업체 생산현장 실사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계획을 보류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등 실적공수 및 표준공수의 근거가 불분명하여 피고인 4 회사의 실제 공수와 부합하는지에 관하여 강한 의심이 든다. 방위사업청이 산정원가 산출 단계에서 적용하였다는 일부 부품의 적정단가도 그 정확성과 객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적정단가와 실적공수를 기초로 산출된 산정원가 및 정당원가, 편취금액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또한 방위사업청이 제출원가에서 상당금액을 공제하여 산정원가를 새로 산출하고, 산정원가에서 다시 일정 비율을 삭감한 금액을 예정가격으로 정한 취지에는 계약 상대방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계약 상대방이 제출한 원가자료의 신뢰성이 낮다는 점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4 회사 제출원가에서 삭감된 총 금액이 이 사건 편취금액인 약 18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약 62억 원에 달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산정원가를 산출함에 있어 삭감의 근거로 삼은 자료도 부정확한 이상 피고인 4 회사가 얻은 이익은 없다고 볼 여지도 있다(위 인정사실 ⑥ 관련).

라. 소결

따라서 피고인들의 편취의 범의나 방위사업청의 손해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

3. 방위사업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가. 방위사업법의 입법취지

방위사업법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방위사업에 대한 제도와 능력을 확충하고, 방위사업의 투명성·전문성 및 효율성을 증진하여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주국방 태세를 구축하고 경제성장 잠재력을 확충함을 기본이념( 방위사업법 제2조 )으로 하고, 방산물자 등을 생산하는 방산업체가 허위 또는 부정한 내용의 원가자료를 정부에 제출하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 방위사업법 제62조 , 제48조 제1항 제12호 )을 두고 있는바, 위 규정의 입법취지는 업체가 제출한 원가자료에 근거하여 원가를 산정한 후 그 원가대로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공급계약에 있어서 원가자료는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그 진실성을 확보하여 실제 투입된 원가대로 계약금액을 결정함으로써 방위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가경제의 불필요한 손실을 막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나. 판단

(1) 그런데 이 사건 각 계약의 경우 방위사업청은 피고인 4 회사가 제출한 자료가 허위일 수 있음을 전제로 구체적인 계산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제출원가에서 20%를 넘는 금액을 감하여 산정원가와 예정가격을 결정한 후 예정가격 이하로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결국 피고인 4 회사가 제출한 자료는 그 자료에 근거하여 그대로 계약금액을 계산하는 진정한 의미의 원가자료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사용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계약금액 결정을 위한 원가자료의 제출을 요구받고 일부 실제와는 다른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그 원가자료가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핵심자료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품을 외주가공할 것인지 여부를 원가자료 제출 시점에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점, 재료비가 인상되었음에도 낮은 시점의 증빙자료를 제출한 적도 있는 점, 국산화 부품의 경우 고가의 다른 부품의 증빙자료를 제출한 적 있으나 그 제출가격이 원자재 구입가격에 정당한 연구개발비와 추가공정비를 더한 가격보다 부풀려진 것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고 기존의 부품 수입가격보다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고의로 허위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위와 같이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고의로 허위 내용의 원가자료를 제출하여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인 4 회사의 범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김환수(재판장) 강동원 강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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