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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14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공1997.1.15.(26),271]
판시사항

[1] 피고인의 처가 뇌물을 전달받았더라도 전후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2] 은행 지점장에 대한 금 83,500원 상당의 향응이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과 증뢰자가 수시로 접촉을 계속하여 왔고 사생활에까지 도움을 줄 정도의 관계라면, 증뢰자가 피고인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피고인의 처에게 금품을 보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처로서도 그가 금품을 보냈다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숨기기는 어렵다고 보여지므로, 달리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한 그 금품은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2] 은행 지점장인 피고인이 제공받은 향응이 도합 금 83,500원 상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증뢰자와의 관계, 피고인이 그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이 향응 이외에도 수차례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단순한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문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1994. 6.경부터 1995. 1. 10.경까지 한국산업은행 지점장 으로 근무하면서 위 지점의 여신업무를 총괄하던 자인바, 공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제1심 상피고인(이하 '상피고인'이라고 한다) 으로부터 위 회사가 1994. 9. 15. 위 은행 지점에 산업시설자금 및 외화자원시설자금 20억 원의 여신승인신청을 하였는데 이를 선처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1) 1994. 10. 1. 14:00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상피고인 이 보낸 공소외 1 을 통하여 현금 1,000만 원을 수수하고, 2) 같은 해 12. 하순 일자불상 오후 시간불상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현금 1,000만 원을 수수하고, 3) 같은 해 9. 중순 일자불상경 서교호텔 근처 일식집과 신촌 소재 상호불상 단란주점에서, 같은 해 10. 초순 일자불상경 스위스그랜드호텔 일식집과 북악파크호텔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상피고인 으로부터 술과 음식 등 합계 약 4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아 금융기관의 임직원으로서 직무에 관하여 합계액 약 2,04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이다.

2.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가. 원심은 먼저 제1심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위 회사가 1994. 9. 15. 피고인이 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위 은행 지점에 20억 원 규모의 산업시설자금 등의 대출승인신청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현금 2,0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상피고인 이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 장소에서 위 대출승인신청을 선처하여 달라는 취지로 자신의 동생인 공소외 1 을 보내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 에게 1,000만 원씩 2회에 걸쳐 합계 2,000만 원을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이 그의 처가 이와 같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위 금품을 수수할 의사하에 이를 용인하였는지에 관하여, 이 점에 부합하는 검사 작성의 공소외 1 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김천일 작성의 진술서의 각 진술기재는 단순한 추측에 불과한 것이고, 제1심 제2회 공판조서 중 공소외 2 에 대한 증인신문조서의 기재와 원심 증인 공소외 3 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 는 피고인과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하여 일시 별거를 한 경험도 있는 터라 장차 또 다시 피고인과 헤어질 경우에 대비하여 이와 같이 2,000만 원을 수령하고서도 이를 피고인에게는 숨기고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놓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공소외 2 의 오빠인 공소외 3 이 국민은행 서교동지점에 개설한 저축예금통장에는 1995. 4. 25.자로 2,000만 원이 입금되어 있고, 공소외 3 은 공소외 2 가 친정어머니에게 위와 같은 경위로 맡겨 놓은 2,000만 원을 입금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 과 김천일의 위 각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인 공소외 2 의 위 각 금원수령 사실을 알고도 이를 용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검사의 전 거증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 다시 원심은, 피고인이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점에 관하여, 원심 증인 신순녀, 상피고인 의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을 종합하면, ① 피고인이 상피고인 과 함께 1994. 9. 중순 일자불상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서교호텔 근처 일식집에서 70,000원 상당의 식사와 술을 마신 후 다시 신촌 소재 상호불상 단란주점에서 약 25,000원 상당의 술을 마시고, 상피고인 이 그 대금을 지급한 사실, ② 피고인이 상피고인 과 함께 같은 해 10. 초순 일자불상경 스위스그랜드호텔 일식집과 북악파크호텔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약 72,000원 상당의 식사와 술을 마시고, 역시 상피고인 이 그 대금을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제공받은 것이 식사, 주류 등이고 그 가액도 도합 83,500원{(95,000원+72,000원)÷2}에 불과하여 비교적 소액이며 2회밖에 되지 않는 점, 피고인과 상피고인 의 사회적 지위 및 경제적 능력 등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인이 제공받은 위 향응은 단순히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하는 것에 불과하고 달리 이를 피고인의 직무에 관련하여 제공되는 뇌물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3.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먼저 1994. 10. 1.자 1,000만 원 수수의 점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상피고인 이 대표이사로 있는 위 회사가 1994. 9. 15. 피고인이 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위 은행의 청주지점에 20억 원 규모의 산업시설자금 등의 대출승인신청을 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은 근무지도 아닌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상피고인 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자리를 옮겨 술까지 마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그 무렵 피고인이 상피고인 에게 같은 해 10. 1. 고향에 성묘가는데 편의를 보아달라고 부탁을 하여 상피고인 이 이를 승낙한 바 있고, 상피고인 은 같은 해 10. 1. 위 회사의 기사인 공소외 김천일을 위 회사의 승용차와 함께 피고인에게 보내게 되었으며, 돈은 동생인 공소외 1 을 시켜 전달하도록 하였다는 것인데, 공소외 1 은 현금 1,00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케이크와 함께 쇼핑백에 넣은 후 상피고인 이 작성하여 준 약도를 보고 피고인의 집을 찾아 전화로 확인한 후 피고인의 집에 들어갔더니 피고인은 없고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 가 나오길래 공소외 주식회사에서 왔다면서 위 쇼핑백을 전달하여 주었더니 공소외 2 는 고맙다고 하면서 이를 수령하였다는 것이고, 한편 김천일은 인근 식당에서 대기하다가 공소외 1 이 돌아오자 곧바로 위 회사의 승용차를 피고인의 집까지 가져갔고, 피고인이 귀가하기를 기다려 피고인,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 등 가족을 위 승용차에 태우고 마산시까지 다녀왔다는 것이다(수사기록 56면, 97면, 100면, 101면, 105면, 137면, 151면, 160면 등 참조). 이와 같이 피고인과 상피고인 이 수시로 접촉을 계속하여 왔고, 사생활에까지 도움을 줄 정도의 관계라면, 상피고인 이 피고인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피고인의 처에게 금품을 보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 로서도 상피고인 이 금품을 보냈다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숨기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달리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한 이 금품은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다.

나. 다음 1994. 12. 하순경 금 1,000만 원 수수의 점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1994. 12. 하순 일자불상경 오후에 공소외 1 이 상피고인 으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음료수와 함께 쇼핑백에 담아 피고인의 집에 가져갔는데, 역시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2 가 나오길래 공소외 주식회사에서 왔다면서 쇼핑백을 전달하자 고맙다고 하면서 이를 수령하였다는 것이다(수사기록 97면, 101면, 159면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최초에 피고인의 처에게 제공된 금품이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고 보는 이상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방법으로 재차 제공된 위 금품 역시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원심은 제1심 증인 공소외 2 와 원심 증인 공소외 3 의 각 증언에 의하여, 공소외 2 가 피고인과 헤어질 경우에 대비하여 이와 같이 2,000만 원을 수령한 사실을 피고인에게 숨기고 그 돈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놓았으며, 친정어머니가 이를 보관하다가 1995. 4. 25. 공소외 2 의 오빠인 공소외 3 에게 보관하도록 하여 공소외 3 이 이를 국민은행 서교동지점에 입금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공소외 2 가 피고인 몰래 위 2,000만 원을 유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2 는 피고인의 처이고, 공소외 3 은 피고인의 처남으로서 피고인과 가까운 친족관계에 있어 그들의 증언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소외 2 는 한 때 피고인과 별거하면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용서를 구하자 1994. 7. 말경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재결합한 이래 별다른 문제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므로(공판기록 162면, 163면 참조), 공소외 2 가 이와 같이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을 굳이 피고인에게 숨겨야만 할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공소외 2 의 친정어머니인 공소외 4 은 80세가 넘은 노인으로서 심장질환이 있어 거동마저 불편하다는 것인데(공판기록 295면 참조), 그런 사람이 2,0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의 현금을 4개월 정도 보관하고 있다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구속, 기소되자 같은 해 4. 25.에 이르러 새삼스럽게 그의 아들인 공소외 3 에게 위 2,000만 원을 전달하여 은행에 입금하도록 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위 증인들의 증언을 가볍게 믿어 공소외 2 가 위 2,000만 원을 교부받은 후 피고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피고인 몰래 친정어머니에게 맡겨두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원심 증인 신순녀는 피고인이 1994. 9. 중순경 상피고인 과 함께 식사를 한 일식집의 종업원으로서 피고인의 부탁에 의하여 증언을 하게 되었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식사를 한 지 1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당시의 주문내용과 그 금액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 증언내용을 쉽사리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또한 원심 증인 상피고인 의 원심 법정에서의 증언을 믿고 이를 채용하였으나, 상피고인 은 당초 검찰에서는 피고인과 두 차례 만나서 저녁식사비와 술값을 합하여 한번에 40만 원 정도씩 들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58면), 제1심 법정에서는 하루분의 값이 30만 원 정도라고 하다가(공판기록 102면) 곧이어 하루분이 20만 원 정도로 2번을 합한 것이 40만 원 정도였다고 정정하여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112면), 원심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 비로소 원심 판시와 같이 자세한 내용을 진술하였는바, 상피고인 의 불확실한 기억이 원심 법정에 이르러 분명해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피고인과 식사를 한 지 1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당시의 지출금액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 할 것이어서, 상피고인 의 원심 법정에서의 증언 역시 선뜻 믿기 어렵다고 하겠다. 그런데, 제1심 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음식값은 하루분이 15 내지 16만 원 정도였다는 것이므로(기록 104면, 105면), 여기에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상피고인 의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상피고인 으로부터 2회에 걸쳐 제공받은 향응은 원심이 인정한 액수보다는 많은 액수라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상피고인 으로부터 제공받은 향응이 원심 판시와 같이 도합 83,500원 상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상피고인 의 관계, 피고인이 상피고인 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이 향응 이외에도 수차례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단순한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상피고인 으로부터 제공받은 향응은 도합 83,500원 상당에 지나지 않고, 이 정도의 향응은 단순히 사교적 의례에 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한 원심의 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고, 수재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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