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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6추21 판결
[폐기물운반선충돌사건재결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 중 해양사고의 원인규명재결 부분이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에 정한 재결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2] 해양안전심판원이 선박충돌사고에 관한 과실이 가벼운 쪽 선박의 관련자에게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원고

원고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변론종결

2008. 9. 25.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6. 5. 4.자 중해심 제2006-3호 재결 의 해양사고 원인규명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6. 5. 4.자 중해심 제2006-3호 재결 을 취소한다. 짙은 안개로 시계가 극히 제한된 상태임에도 선장이 직접 조선 지휘하지 아니하고 레이더의 체계적인 관측능력이 거의 없는 2등 항해사가 경계원없이 혼자 항해당직을 수행하고, 상대선과의 충돌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을 멈추거나 회두 등 피항동작을 전혀 취하지 아니한 해광1호에 사고발생 원인이 크다는 판결을 구함

이유

1. 이 사건 해양사고의 발생과 재결의 내용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해군군함 775함(배수톤수 1,273t)은 평택 군항에서 같은 날 08:30경 출항하여 연평도 근해로 향하였고, 폐기물 운반선 해광1호(총톤수 1,957t)는 인천 북항에서 폐기물 약 2,650t을 싣고 2005. 6. 27. 07:10경 출항하여 폐기물 배출지정 해역인 서해 병(병)해역으로 향하였는데, 당시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30m 정도로 제한된 상태에서 약 15노트로 항해하던 775함과 약 11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던 해광1호가 같은 날 11:32경 북위 36도 58분 56초, 동경 126도 01분 59초(울도 등대로부터 약 145도 방향, 약 2.8마일 해상)에서 서로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해양사고’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나. 이 사건 해양사고 당시 775함에는 함장인 원고, 항해당직사관 소외 1을 포함한 승조원 105명이 승선하고 있었고, 해광1호에는 선장 소외 2, 2등항해사 소외 3을 포함한 선원 10명이 승선한 상태였다.

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06. 5. 4. 이 사건 해양사고에 관하여 “이 충돌사건은 짙은 안개로 시계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775함이 안전한 속력으로 감속하지 아니한 데다 레이더 관측을 소홀히 함으로써 충돌의 위험을 알지 못하여 발생한 것이나, 해광1호가 안전한 속력으로 감속하지 아니하고 적극적인 피항동작을 취하지 아니하는 등 제한된 시계에 있어서의 운항을 적절히 하지 아니하였던 것도 일인이 된다. 해양사고 관련자 소외 3의 4급항해사 업무를 1월 정지한다. 해양사고 관련자 소외 2를 견책한다. 해양사고 관련자 원고에 대하여 ① 운항 중 시계가 제한되면 해상교통안전법 제27조 에서 규정한 ‘제한된 시계에 있어서의 선박의 항법’에 따라 시계가 제한된 당시의 사정과 조건에 적합한 안전한 속력으로 항해하고, ② 전탐실 근무자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여 항해 중 다른 선박에 관한 레이더 정보보고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시정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원인규명재결과 징계재결, 시정권고재결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결’이라고 한다).

2. 이 사건 재결 중 원인규명부분에 관한 판단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사고심판법’이라고 한다) 제74조 제1항 에 규정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에 대한 소는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소의 대상이 되는 재결의 내용도 행정청의 공권력 행사와 같이 국민의 권리의무를 형성하고 제한하는 효력을 갖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 재결 중 단지 해양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그치는 원인규명재결 부분은 해양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재결이나 권고재결과는 달리 그 자체로는 국민의 권리의무를 형성 또는 확정하는 효력을 가지지 아니하여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가 없으므로 이는 위 법률 조항에 따른 재결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대법원 2000. 6. 9. 선고 99추1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재결 중 이 사건 해양사고의 원인규명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하여 제기된 취소소송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재결 중 시정권고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재결은 해광1호가 이 사건 해양사고 당일 11:23경 레이더로 775함을 탐지하고, 같은 날 11:25경 침로를 232도로 변경하고, 이 사건 해양사고 4분 전인 같은 날 11:28경 침로를 270도로 바꾸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나, 사실은 해광1호는 침로를 270도로 변침하지 아니한 상태로 충돌한 것이므로 해광1호 측의 과실이 크게 작용하였고, 해광1호가 조금의 협력동작만 하였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775함의 과실이 60%로서 해광1호 측보다 중하다는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재결 중 시정권고 부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 단

1) 각급 해양안전심판원은 해기사 또는 도선사 이외의 자로서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계있는 자에 대하여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명하는 재결을 할 수 있는바(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2항 , 제3항 ), 이 때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은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한편 해양사고심판법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해양사고심판법 제51조 )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심리 구조를 택하면서도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 점, 해양사고의 원인과의 관련성이란 본래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에 관하여는 행정청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판단 여지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점, 특히 시정이나 개선의 권고 재결의 경우 그에 따르지 아니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어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지도상의 의견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정·개선을 권고할 사항과 해양사고 간의 관련성은 반드시 엄격한 인과관계의 틀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시정이나 개선 권고 등이 해양사고관련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될 수 있느냐는 규범적·법적 문제로 파악함이 상당하고 또한, 선박 충돌사고의 경우 과실이 무거운 쪽 선박의 관련자에게만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과실이 가벼운 쪽 선박의 관련자이더라도 그에게 시정이나 개선을 할 사항이 있고 그러한 사항과 해양사고 간에 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이상, 시정권고재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추20 판결 ,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추58 판결 참조).

2)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변론에서 채택·조사한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① 775함은 알루미늄합금조 대한민국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군함으로 2005. 6. 27. 08:30경 함장 원고를 포함한 승조원 105명이 승선한 가운데 임무수행차 평택 군항을 출항하여 연평도 근해 해상으로 향하였는데, 출항당시 안개가 끼어 시계가 1,000야드 정도였고, 같은 날 10:55경 장안서 부근 해역을 항해할 무렵에는 시계가 불과 30m 정도로 극히 제한되었으며, 당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레이더를 3~5마일 레인지로 작동하던 전탐사가 레이더가 비구름 및 파고 등 해면반사파의 영향을 받아 성능이 저하되자 함교에 이를 보고하였으나, 원고는 자함의 침로유지에 필요한 최저속력으로 감속하거나 진행을 멈추지 아니한 채 함교에 저시정 연안항해 요원 5명 및 좌·우현 윙 브릿지에 경계원 4명 등을 증강배치하고 무중신호를 울리며 항해를 계속하였고, 같은 날 11:22경 원고는 목적지를 향하여 침로를 243도에서 284도로 변경하였고, 침로변경에 따라 775함은 자함의 선수 우현 약 40도 방향 약 1.7마일 거리에서 남서진하고 있던 해광1호와 충돌의 위험을 안고 접근하게 되었으며, 한편 전탐사는 775함이 침로를 위와 같이 변경하기 전부터 레이더 화면에 해광1호의 영상이 나타나고 있었으나 레이더 관측 소홀로 충돌의 위험을 알지 못하고 해광1호에 관한 정보를 함교에 보고하지 아니하여, 같은 날 11:32경 15노트의 속력으로 계속 항해하다가 해광1호에 충돌하게 된 사실, ② 해광1호는 강조 폐기물운반선으로서 같은 날 07:10경 선장 소외 2를 포함한 선원 10명이 승선하고 폐기물 약 2,650t을 적재하여 인천 북항에서 출항, 폐기물 배출 지정해역인 서해 병(병)해역으로 향하였는데, 같은 날 09:50경 묵통도 부근 해상을 지날 무렵부터 짙은 안개가 끼어 시계가 극히 제한되었으나 안전속력으로 감속하지 아니하고, 경계원을 추가배치하지 아니하고 무중신호도 울리지 아니한 채 항해를 계속하다가 같은 날 10:15경 선장 소외 2는 침로를 210도로 변경하여 계속 항해하였고, 같은 날 11:15경 선장 소외 2는 2등항해사 소외 3에게 항해당직을 인계하였고, 같은 날 11:23경 소외 3은 자선 선수 좌현 약 65도 방향 약 1.5마일 거리에서 775함을 처음 레이더로 탐지하였으나, 상대선이 자선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할 것으로 오인하여 미리 자선의 침로유지에 필요한 최저속력으로 감속하지 아니하다가 같은 날 11:25경 침로를 232도로 변경하고 같은 속력으로 항해를 계속하다가, 같은 날 11:32경 775함과 충돌하게 된 사실, ③ 당시 해광1호 좌현 선수부가 775함 우현 중앙부에 충돌하여 775함은 상갑판상 우현 외판 1개소가 굴곡·파공되고 상갑판하 우현 외판 3개소가 함몰·파공되었고, 주기관 조종반 및 발전기 원격제어반 등이 크게 손상되었으며, 해광1호는 좌현 선수 블워크가 약 12m 파손된 사실, ④ 당시 775함은 짙은 안개로 시계가 극히 제한된 상태임에도 안전속력을 준수하지 않고 충돌직전까지 약 15노트의 과도한 속력으로 항해를 계속하고 레이더를 작동시키고 있었음에도 레이더 관측을 소홀히 하여 충돌직전까지 상대선과의 충돌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여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지 못하는 등 운항을 부적절하게 하였고, 해광1호는 짙은 안개로 시계가 극히 제한된 상태임에도 안전속력을 준수하지 않고 충돌직전까지 약 11노트의 과도한 속력으로 항해를 계속하고, 선장이 직접 조선지휘하지 아니하고 레이더의 체계적인 관측능력이 거의 없는 2등항해사가 경계원 없이 혼자 항해당직을 수행함으로써 레이더 경계를 소홀히 하여 상대선을 불과 1.5마일 거리에서 처음 발견하였고, 양 선박이 매우 근접한 상태를 피할 수 없었음에도 즉시 자선의 침로유지에 필요한 최저속력으로 감속하지 아니하고 상대선과의 급박한 충돌의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을 멈추는 등의 적극적인 피항동작을 취하지 아니하고 약 11노트의 속력으로 항해를 계속하면서 무중신호를 울리지 아니하여 상대선에게 자선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는 등 운항을 부적절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3) 시정권고의 적정성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해광1호가 이 사건 해양사고 당일 11:23경 약 1.5마일 거리에서 775함을 처음 레이더로 탐지한 후 같은 날 11:25경 침로를 232도로 변경하고 감속하지 아니한 채 약 11노트의 속력으로 항해를 계속하다가, 같은 날 11:32경 775함과 충돌하게 된 것이고, 이 사건 해양사고 4분전에 270도로 침로를 변경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함장으로 있던 775함이 안개로 시계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레이더 관측을 소홀히 하여 침로 243도로 약 15노트의 속력으로 진행하다가 이 사건 충돌 10분전에 오히려 해광1호의 항로방향으로 침로를 284도로 변경하여 같은 속력으로 항해를 계속한 것이 결국 이 사건 해양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① 운항 중 시계가 제한되면 해상교통안전법 제27조 에서 규정한 ‘제한된 시계에 있어서의 선박의 항법’에 따라 시계가 제한된 당시의 사정과 조건에 적합한 안전한 속력으로 항해하고, ② 전탐실 근무자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여 항해 중 다른 선박에 관한 레이더 정보보고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해양사고의 경위와 시정조치 권고의 필요성 및 권고된 시정조치의 내용에 비추어,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3항 에 의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이 사건 해양사고가 남긴 교훈을 살려 향후 유사한 해양사고의 방지 및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한 이 사건 시정권고 재결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재결의 원인규명 부분의 취소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그 나머지 시정권고부분의 취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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