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서울고법 2018. 5. 10. 선고 2017나2037841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 상고[각공2018하,477]
판시사항

갑 외국은행의 직원인 을 등과 갑 은행이 국내에서 금융투자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병 증권회사의 직원인 정이 갑 은행 및 병 회사로 하여금 코스피200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경우 이득을 보는 옵션거래 포지션을 구축하게 한 다음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보유 중인 코스피200 구성종목 주식을 저가에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매도 주문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하락시켜 갑 은행과 병 회사가 이득을 얻게 하자, ‘갑 은행과 병 회사의 주식 대량매도로 코스피200 지수가 급락하였고 이에 관하여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였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있었고, 그 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갑 은행의 계열사 직원들이 시세조종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여 관련자에 대한 검찰 고발, 징계 요구 등을 하고, 병 회사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등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그 내용이 일간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는데, 코스피200 주가지수의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무 등이 위 조사결과 발표가 있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갑 은행과 병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을 등 및 정의 행위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6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들의 사용자인 갑 은행 및 병 회사는 민법 제756조 에 따라 무 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갑 은행과 병 회사의 직원 및 병 회사에 대한 징계 요구, 영업정지 등 제재조치가 내려진 때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따라 무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외국은행의 직원인 을 등과 갑 은행이 국내에서 금융투자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병 증권회사의 직원인 정이 갑 은행 및 병 회사로 하여금 코스피200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경우 이득을 보는 옵션거래 포지션을 구축하게 한 다음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보유 중인 코스피200 구성종목 주식을 저가에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매도 주문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하락시켜 갑 은행과 병 회사가 이득을 얻게 하자, ‘갑 은행과 병 회사의 주식 대량매도로 코스피200 지수가 급락하였고 이에 관하여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였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있었고, 그 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갑 은행의 계열사 직원들이 시세조종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여 관련자에 대한 검찰 고발, 징계 요구 등을 하고, 병 회사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등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그 내용이 일간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는데, 코스피200 주가지수의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무 등이 위 조사결과 발표가 있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갑 은행과 병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이다.

을 등 및 정의 행위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6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177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므로, 을 등 및 정의 사용자인 갑 은행 및 병 회사는 민법 제756조 에 따라 무 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갑 은행과 병 회사의 직원 및 병 회사에 대한 징계 요구, 영업정지 등 제재조치가 내려질 무렵에는 무 등이 갑 은행 및 병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따라 무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 피항소인

원고 1 외 10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형우 외 1인)

피고, 항소인

도이치은행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구 외 2인)

변론종결

2018. 4. 5.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가. 가지급물반환 신청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들에게 별지1 표의 가지급금액 중 원고별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7. 6. 23.부터 2018. 5. 10.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들의 나머지 가지급물반환신청을 기각한다.

다. 위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4. 소송 총비용(가지급물반환 신청비용 포함)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가지급물반환 신청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별지1 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0. 11. 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과 같다.

3. 가지급물반환 신청취지

원고들은 피고들에게 별지1 표의 가지급금액 중 원고별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7. 6. 23.부터 이 사건 가지급물 반환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의 ‘인정 사실’ 기재 부분인 제2면 제9행부터 제6면 제13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원고들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76조 제4항 제1호 는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와 관련하여 장내파생상품 매매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그 장내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의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77조 제1항 은 ‘ 제176조 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해당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거나 위탁을 한 자가 그 매매 또는 위탁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한편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도이치은행의 직원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 및 피고 도이치증권의 직원인 소외 4는 코스피200 주가지수 하락에 관한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한 다음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의 주식 대량 매도를 통해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하락시켜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서 피고들로 하여금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시세조종행위(이하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라 한다)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다. 따라서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의 위와 같은 행위는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하여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므로, 위 직원들의 사용자인 피고들은 민법 제756조 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피고들의 주장

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 에 따라 ‘청구권자가 제176조 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3년’ 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따라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2010. 11. 11.로부터 3년이 도과하여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 또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2010. 11. 11. ‘피고들의 주식 대량매도로 인하여 코스피200 지수가 급락하였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피고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 2011. 2. 23.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피고들 직원들의 시세조종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 고발, 정직요구,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을 공식발표하였으며, 2011. 8. 19. 검찰에서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도이치증권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다.’고 발표하였으므로, 원고들은 2010. 11. 11.이나 2011. 2. 23., 또는 늦어도 2011. 8. 19.경에는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무렵에 언론보도가 있었다거나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피고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도된 사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들의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에 의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고, 검찰에서 2011. 8. 19.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도이치증권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시세조종혐의를 극렬하게 다투며 부인하였고, 소외 4와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판결 선고까지 무려 수년 간 심리가 계속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공소제기 발표시점에 원고들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의 존재를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불법행위를 안 날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실제적이고 객관적으로 가능한 시점, 즉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는 것까지 아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하므로, 단지 정부당국의 조치가 발표된 시점이 아니라 정부당국의 조치가 확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고들은 소외 4와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위반에 관한 유죄의 형사판결이 선고된 2016. 1. 25. 내지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소장을 제출한 2016. 1. 26.에 비로소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그 손해 등을 인식하게 되었으므로,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어야 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도과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앞서 든 각 증거와 을 제1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거래소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피고들의 직원과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요구 및 영업정지 등의 제재조치가 있었던 2011. 2. 23. 무렵에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설령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불법행위를 안 날을 정부당국의 조치가 확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은 늦어도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된 2011. 5. 31.경에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2010. 11. 11. 당일 언론매체에서 피고 도이치증권의 창구에서 발생한 주식 대량매도로 코스피200 지수가 폭락하였다는 보도가 있었고, 다음 날 금융감독원이 위 주식 대량매도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였다는 대대적인 보도가 주1) 있었다.

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1. 2. 23. ‘피고 도이치은행의 계열사 직원들이 시세조종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관련자에 대하여 검찰 고발, 소외 4에 대한 6개월의 정직 요구,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6개월 등의 엄중한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발표 내용이 일간신문, 주요 경제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주2) 보도되었다.

다) 위 언론보도 직후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위 투자자들은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1항 , 제176조 제4항 제1호 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없었더라면 장 마감 당시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정상주가지수와 위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주가지수의 차이를 기초로 산정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구성하였다. 위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 계속 주3) 보도되었다.

라) 검찰은 2011. 8. 19.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도이치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혐의로 기소하였다고 발표하였고, 그 이후 국내 금융기관 및 보험회사,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어졌으며, 이에 관한 언론보도도 주4) 계속되었다.

마) 피고들과 소외 4 등이 금융감독원 등의 고발 조치에 반발하고, 관련 민·형사소송에서 시세조종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기는 하였다. 그런데 원고들이 투자한 옵션상품은 금융투자상품 중에서도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고, 2010.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원고들의 일일 평균 주문횟수는 적게는 19회에서 많게는 214회에 이른다. 비록 원고들이 구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전문투자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비교적 풍부하다고 판단된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가해자를 안다고 함은 사실에 관한 인식의 문제일 뿐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고( 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다23879 판결 참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위반자에 대한 유죄의 형사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때부터 기산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3440, 23457 판결 등 참조). 금융상품거래에 대한 원고들의 경험에다 앞에서 본 금융감독원 등의 제재, 검찰의 공소제기 및 투자자들의 민사소송 제기와 이에 관한 언론보도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로서는 소외 1 등 피고들 직원들의 주식 대량매도 행위가 시세조종행위로서 위법하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봄이 옳고, 전문투자자들과 달리 소멸시효 기산일을 정해야 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바) 소외 4와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형사판결이 2016. 1. 25.에야 선고되었고, 민사소송에서 수년간 위법행위의 존재,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여부 등이 치열하게 다투어진 끝에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민사판결 등이 2015. 11. 무렵부터 선고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의 옵션상품은 행사가격과 옵션만기일의 코스피200 지수와의 차이에 따라 손해액이 달라지는 파생상품이다.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코스피200 지수는 동시호가 직전에 비하여 불과 10분 사이에 254.62에서 247.51로 2.79%나 하락하였는데, 이는 다른 옵션만기일의 평균 등락폭인 0.06%의 46.5배에 해당하는 주5) 것이었다. 사건 당일의 사태를 ‘옵션쇼크’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옵션거래규모 세계 1위인 국내증권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원고들로서는 적어도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자신들의 손해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더구나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보도자료에는 피고 직원들의 공모방법,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코스피200 지수의 변동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 판단에 있어서 피해자가 손해의 액수나 정도를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할 필요까지는 없으므로(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8다11529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은 적어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2011. 2. 23. 무렵에는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사) 피고 도이치은행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기소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보도자료, 관련 언론보도 등을 통해 피고 도이치은행 ○○지점의 직원들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를 주도하였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원고들이 2011. 2. 23. 이후 피고 도이치은행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아)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 법률상 장애사유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5다311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2011. 2. 23. 이후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법률적 장애사유도 보이지 않는다.

자)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금융위원회가 2011. 2. 23. 발표한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6개월의 처분은 2011. 3. 3. 피고 도이치증권에 도달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도이치증권이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2011. 5. 31.경 위 처분은 주6) 확정되었으며, 2011. 9. 30. 위 처분의 집행이 종료되었다.

2) 결국,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1. 2. 23.경부터 진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2011. 5. 31.경부터는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들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 1. 26.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피고들은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2010. 11. 11.부터 3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하였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따라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주장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4.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취지

피고들이 전 세계 70여 개국에 2,000개 이상의 지점이 있고 임직원이 10만 명 이상에 이르는 거대 금융기업으로서, 이 사건과 같은 막대한 규모의 시세조종행위를 자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원고들을 포함한 다수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수년에 걸친 민·형사 소송에서 자신들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면서 소멸시효 항변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현저히 위배되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도저히 허용되지 않는다.

나. 관련 법리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2011년경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로 하여금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2015년경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피고 도이치증권의 직원인 소외 4와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형사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고합1120 )에서 소외 4를 징역 5년, 피고 도이치증권을 벌금 15억 원에 각 처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한편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피고 도이치증권 등의 행위가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가 크다는 사정은 피고들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사유가 되지 않고, 피고 도이치증권 등이 관련 형사재판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혐의를 다투었다고 하여 시효 완성 전에 원고들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원고들이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객관적인 장애사유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일부 법인 투자자들은 2011년경 이미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후 피고들의 직원들,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다른 개인 투자자들도 2011년경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관련 형사사건 및 민사사건의 경과 및 심리기간 등만으로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손해배상을 해주겠다거나 소멸시효항변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시효 완성 후에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등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점에 관해서는 원고들의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

라)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의 발생 경위,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 원고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 및 보험회사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들 중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있는 점, 원고들 외에 다른 피해자들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원고들에 대한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5. 피고들의 가지급물반환 신청에 대한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원에서 제1심판결과 달리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게 되므로 제1심의 가집행선고도 이 판결 선고로 인해 실효된다.

나. 그런데 피고들이 이 법원에 제출한 송금영수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제1심판결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피고들이 2017. 6. 22. 원고들에게 제1심판결에서 인정된 손해배상금 및 지연손해금을 합하여 별지1 표의 가지급금액 중 원고별 해당란 기재 각 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들에게 가지급물의 반환으로 별지1 표의 가지급금액 중 원고별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피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위 돈을 지급한 2017. 6. 22.의 다음 날인 2017. 6. 23.부터 원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법원의 판결선고일인 2018. 5.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52073, 52080 판결 등 참조),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들의 가지급물반환 신청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되, 가지급물반환 신청비용을 포함한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생략]

[[별 지 2] 생략]

판사 김시철(재판장) 김관용 공도일

주1) 연합인포맥스뉴스, 한국경제TV, MBN, 매일경제, 이데일리, 뉴스핌, 머니투데이, 연합뉴스, 아이뉴스24, 조세일보, YTN, 뉴시스, 디지털타임스, 폴리뉴스, 아시아경제,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등

주2) MBN, 서울경제, 연합뉴스, 이투데이, 한국일보, 아주경제, 연합인포맥스뉴스, 매일경제, 노컷뉴스, 머니투데이, 파이내셜뉴스, YTN, SBS, 폴리뉴스, 한국경제, 내일신문, 뉴스핌, 이데일리, 한국경제TV, 서울파이낸스, 뉴시스, 아시아경제, 해럴드경제, 조세일보, 서울경제, 디지털타임스, 한국일보, 경향비즈앤라이프, 국민일보, 매일경제, 세계일보, 아주경제,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

주3) ① 2011. 2. 25.자 아주경제, 이데일리,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 뉴시스, YTN 등의 하나대투증권,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민사소송 준비 보도 ② 2011. 5. 20.자 매일경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문화일보, 연합뉴스 등의 개인 투자자들 19명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 보도

주4) ① 2011. 8. 23.자 쿠키경제, 이데일리, 서울파이낸스, 이투데이, MBN, 파이낸셜뉴스 등의 검찰 기소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소송 확산 조짐 보도 ② 2011. 10. 4.자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연합뉴스, 뉴스핌, 노컷뉴스 등의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 보도 ③ 2011. 10. 31.자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등의 에베레스트캐피털 등 외국 투자자들의 첫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 보도 ④ 2011. 11. 11.자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등의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신한생명보험, 흥국생명보험 등 5개 보험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 보도

주5) 다른 옵션만기일의 평균 등락폭인 0.06%(포인트로 환산하면 0.15포인트이다)에 대입해 보면, 코스피200 지수는 최종적으로 254.47 내지 524.77 사이였을 것으로 판단되고, 관련 민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77219 판결(항소취하로 확정), 갑 제1호증]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일 형성되었을 정상적인 코스피200 지수는 252.55로 추정된다.

주6) 을 제1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안내가 기재되어 있다.

arrow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6.15.선고 2016가합504723
참조조문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