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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도7185 판결
[부정수표단속법위반][공2014상,362]
판시사항

[1] 백지수표의 발행이 부정수표 단속법의 규제를 받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백지수표를 교부받은 수표소지인이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이 없고 장차 백지보충권을 행사하여 지급제시할 때에는 이미 당좌거래가 정지된 상황에 있을 것임이 수표 발행 당시부터 명백하게 예견되는 경우, 그 백지수표 발행행위를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백지수표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경우, 발행인이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죄의 죄책을 지는지 여부 및 그 범위

판결요지

[1] 금액과 발행일자의 기재가 없는 이른바 백지수표도 소지인이 보충권을 행사하여 금액과 날짜를 기입하면 완전무결한 유가증권인 수표가 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그 자체로서 보충권을 소지인에게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수표면이나 그 부전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한 보충권의 제한을 선의의 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백지수표도 유통증권에 해당하고, 따라서 백지수표의 발행도 부정수표 단속법의 규제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백지수표를 발행한 목적과 경위, 수표소지인 지위의 공공성, 발행인과의 계약관계 및 그 내용, 예정된 백지보충권 행사의 사유 등에 비추어 백지수표를 교부받은 수표소지인이 이를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장차 백지보충권을 행사하여 지급제시를 하게 될 때에는 이미 당좌거래가 정지된 상황에 있을 것임이 그 수표 발행 당시부터 명백하게 예견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 백지수표는 유통증권성을 가지지 아니한 단순한 증거증권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백지수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2] 백지수표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경우, 적어도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는 백지수표의 발행인이 그 금액을 보충한 것과 다를 바 없어 백지수표의 발행인은 그 범위 내에서는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죄의 죄책을 진다고 할 것이나, 이와 달리 보충권을 넘어서는 금액에 관하여는 발행인이 그와 같은 금액으로 보충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므로, 그 발행인에게 보충권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재윤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수표를 발행한 사람이 예금부족 등의 사유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수표를 발행하면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죄가 성립하고, 그 예견은 미필적이라도 되며, 기타 지급제시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이나 수표를 발행하게 된 경위 또는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경위 등에 대내적 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수표금액에 상당한 예금이나 수표금 지급을 위한 당좌예금의 명확한 확보책도 없이 수표를 발행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한 결과를 발생하게 하였다면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죄에 해당하고, 다만 발행 당시에 그와 같은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아니하였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수표가 지급제시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1985. 12. 24. 선고 85도1862 판결 , 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도2190 판결 등 참조).

한편 금액과 발행일자의 기재가 없는 이른바 백지수표도 그 소지인이 보충권을 행사하여 금액과 날짜를 기입하면 완전무결한 유가증권인 수표가 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그 자체로서 보충권을 소지인에게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수표면이나 그 부전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한 보충권의 제한을 선의의 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백지수표도 유통증권에 해당하고, 따라서 백지수표의 발행도 부정수표 단속법의 규제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 대법원 1973. 7. 10. 선고 73도1141 판결 참조). 다만 백지수표를 발행한 목적과 경위, 수표소지인 지위의 공공성, 발행인과의 계약관계 및 그 내용, 예정된 백지보충권 행사의 사유 등에 비추어 백지수표를 교부받은 수표소지인이 이를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장차 백지보충권을 행사하여 지급제시를 하게 될 때에는 이미 당좌거래가 정지된 상황에 있을 것임이 그 수표 발행 당시부터 명백하게 예견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 백지수표는 유통증권성을 가지지 아니한 단순한 증거증권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백지수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백지수표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경우 적어도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는 백지수표의 발행인이 그 금액을 보충한 것과 다를 바 없어 백지수표의 발행인은 그 범위 내에서는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죄의 죄책을 진다고 할 것이나, 이와 달리 보충권을 넘어서는 금액에 관하여는 발행인이 그와 같은 금액으로 보충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므로, 그 발행인에게 보충권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464 판결 , 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도18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회사’라 한다)가 시공하는 ○○○○주공1단지 재건축아파트에 관하여 대한주택보증보험(이하 ‘대한주택보증’이라 한다)이 2006. 7.경 조합주택시공보증서와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하였고, 공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보증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소외 회사가 대한주택보증에 대하여 부담하는 보증사고로 인한 구상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한주택보증에 액면금액 및 발행일이 백지인 이 사건 백지수표 1장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공소외 회사가 2007. 9.경 부도가 나 시공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보증사고가 발생하자 대한주택보증은 조합주택시공보증계약에 따라 승계시공을 하여 2009. 12. 11.경 준공인가를 받은 사실, 대한주택보증은 2010. 3. 30.경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백지 부분을 보충하고 2010. 4. 2. 전북은행에 지급제시하였으나 거래정지처분으로 수표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대한주택보증이 위 보증사고로 인하여 공소외 회사에 대하여 취득하는 구상권의 발생시기는 보증채무의 이행을 완료한 때로 보아야 하므로, 대한주택보증은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승계시공을 하여 준공인가를 받은 2009. 12. 11.에 공소외 회사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이 사건 백지수표상의 권리도 그때부터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2009. 12. 11.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이전인 2010. 3. 30.경 대한주택보증이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백지 부분을 보충하여 지급제시한 것은 적법한 지급제시라고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① 공소외 회사가 대한주택보증에 2006. 7. 12.경 작성하여 교부한 ‘담보제공증서’에는 “채무자(공소외 회사)가 귀사(대한주택보증)에 대하여 현재 부담하거나 장래 부담하게 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제공자가 아래 공정증서부약속어음, 당좌수표(이하 ‘약속어음 등’이라 한다), 상장주식, 정기예금증서(정기적금증서 포함), 국·공채, 보증사채, 지급보증서(지급보증어음 포함), 수익권증서 등을 담보제공하고 다음 각 조항을 확약이행하겠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② 조합주택시공보증계약서에 첨부되어 있는 ‘조합주택시공보증서 약관’(이하 ‘약관’이라 한다) 제1조 제4호는 “‘보증사고’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의 사유로 인하여 보증회사가 보증채권자에게 보증이행의 협조 또는 공사비의 지급중지를 통보한 때를 말합니다.”라고 하면서, ‘가’목에서 ‘주채무자가 부도, 파산 등으로 공사이행을 할 수 없다고 보증회사가 인정하는 경우’, ‘나’목에서 ‘감리자가 확인한 실행공정율(주채무자가 감리자에게 제출하는 예정공정표상의 공정율을 말한다. 이하 같다)보다 25% 이상 미달하여 보증채권자의 이행청구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제3조 제1항은 보증채무의 내용으로 “보증회사는 주채무자가 보증사고로 인하여 당해 조합주택에 대한 시공책임(착공신고일부터 사용검사일까지의 공사이행 책임을 의미한다)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제10조에 따라 승계시공하거나 제12조에 따라 손해금을 지급함으로써 시공을 책임집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③ 대한주택보증은 2008. 2.경까지 주택분양보증서에 따른 분양보증채무의 이행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 중 공소외 회사의 부도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사람들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의 환급금으로 7,037,880,000원을 지급하였고, 조합주택시공보증서에 따른 시공보증채무의 이행으로 28,238,122,429원을 들여 재건축아파트의 시공을 완료하여 2009. 12. 11.경 준공인가를 받았다. 대한주택보증이 2010. 3. 2. 및 같은 달 29일 작성한 각 채무조서에는 위 재건축아파트의 분양대금 등으로 6,128,068,547원이 회수되어 위 분양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구상금 채권에 충당됨으로써 그 구상금 채권은 909,811,453원이 남았고, 이를 시공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구상금 채권액과 합산하는 등으로 계산한 잔존채권액이 12,585,000,000원이라고 수기되어 있는 데 따라 그 금액을 이 사건 백지수표의 백지 부분에 보충하여 지급제시하였다. ④ 한편 대한주택보증의 공소외 회사에 대한 구상권 채권액은 재건축아파트의 분양으로 분양대금이 수취되면 감소하는 구조인데, 대한주택보증의 승계시공이 이루어지는 도중에도 기존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에 따라 분양대금을 분납하고 있었고, 미분양분에 대하여도 추가적으로 분양이 이루어져 추가 분양분에 대한 분양대금도 납입되고 있었으며, 이와 같이 납입되는 분양대금은 위 구상금 채권에 충당되었다.

나.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백지수표는 대한주택보증의 공소외 회사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관한 담보 목적으로 교부된 것으로서, 대한주택보증은 공소외 회사가 원래의 시공책임을 이행할 수 없어 승계시공을 한 다음 준공인가가 된 시점에서 확인되는 구상금 채권액으로 백지보충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그 단계에 이르면 공소외 회사는 이미 훨씬 이전에 부도가 나서 당좌거래가 정지되어 있을 것임이 분명하고 이는 수표 발행 당시부터도 명백하게 예견되어 있던 사정이라 할 것이다. 또한 대한주택보증의 공공기관적 지위, 발행인과의 계약관계 및 그 내용, 예정된 백지보충권 행사의 사유 등에 비추어 보면 승계시공 등이 완료되기 이전에 위 백지수표를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도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대한주택보증은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을 당시부터 공소외 회사의 파산, 부도 등 약관에 규정된 보증사고가 발생하여 승계시공에 의하여 아파트를 완공한 이후에야 비로소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음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백지수표는 그 발행 당시부터 유가증권으로서 유통될 가능성은 배제되어 있었고 단지 증거증권 또는 채무이행의 압박수단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이러한 백지수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백지수표에 유통증권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한주택보증의 구상금 채권의 액수는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 납입 등에 따라 계속 변동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백지보충을 한 시점에서 최소한 위 백지보충액인 12,585,000,000원을 초과하여야만 피고인에 대하여 그 금액 전부에 대하여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 할 것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당시 수기로 계산된 위 채권액이 맞는 것인지를 제대로 심리하였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백지수표가 발행 당시부터 유가증권으로서 유통될 가능성이 배제되어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 이를 발행한 피고인에게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나아가 그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백지보충권 행사 당시의 구상금 채권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그리고 그 채권액에 맞게 백지보충권이 행사된 것인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수표의 발행이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고 수표금액에 대한 정당한 보충권 행사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한 바도 없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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