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백지수표의 발행인에 대하여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부당보충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단속법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사기죄에 있어서 범의의 판단 시점
판결요지
[1] 수표의 액면금액란 등을 백지로 하여 발행된 백지수표를 보충함에 있어서 그 보충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액면금액을 부당보충한 경우, 그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금액에 관하여는 발행인이 그와 같은 금액으로 보충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고, 따라서 백지수표의 발행인에 대하여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단속법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2]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각 금원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금원차용 이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차용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논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1]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2] 형법 제347조 제1항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 부분에 대하여
수표의 액면금액란 등을 백지로 하여 발행된 백지수표를 보충함에 있어서 그 보충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액면금액을 부당보충한 경우, 그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금액에 관하여는 발행인이 그와 같은 금액으로 보충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고, 따라서 백지수표의 발행인에 대하여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단속법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464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항소이유서에서 공소외 1이 액면금을 180,000,000원으로 보충하여 지급제시한 당좌수표는 1996. 6. 초순경 액면금 26,000,000원의 어음을 할인하면서 담보로 준 백지수표를 임의로 보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음에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위 공소외 1은 위 180,000,000원의 내역에 관하여 ① 1995. 11. 7.자 차용금 20,000,000원, ② 1996. 3. 27.자 차용금 50,000,000원, ③ 1996. 6. 13.자 차용금 26,500,000원의 원금 합계액 96,500,000원과 그에 대한 향후 5년간의 이자합계액을 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편, ②, ③의 차용시 각 교부받은 수표들도 지급제시되었다는 것이므로, 동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액면금액이 정당하게 보충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위 180,000,000원의 수표가 정당한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 액면금이 보충된 것인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액면금액 전부에 대하여 죄책을 물은 원심판결에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옳다.
2. 사기죄의 부분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경영하는 공소외 2 회사은 1995년도 회계기준으로 총자산 2,900,000,000여 원, 총매출 2,300,000,000여 원의 중소기업인데, 액면합계금 197,550,000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교환하여 사용하였던 공소외 주식회사 한송이 같은 해 6. 6. 부도가 나고, 위 업체로부터 자재선급금으로 액면합계금 646,370,000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받았던 공소외 명신코일강업 주식회사가 같은 해 8. 22.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같은 해 말경에 이르러서는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금원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1995. 11. 7.경 그 이전부터 금전거래를 하여 온 위 공소외 1에게 피고인 명의의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추가로 빌려주면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기망하여 이에 속은 동인으로부터 즉석에서 금 20,000,000원, 1996. 3. 9.경 금 40,000,000원, 같은 해 5. 7.경 금 50,000,000원, 같은 달 16. 금 30,000,000원, 같은 달 21.경 금 45,000,000원, 같은 해 6. 13.경 금 26,000,000원, 같은 달 18.경 금 26,000,000원 등 합계금 237,000,000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각 금원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금원차용 이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차용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논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249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위 차용금액 전부에 대한 사기죄의 죄책을 지우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1995. 11. 7. 이전에 이미 장차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부도가 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점에 관하여 제1심이나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로는 피고인의 법정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과 위 공소외 1의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과 동인 명의의 진술서 및 피고인의 아들로 위 공소외 2 회사의 총무과장인 공소외 3과 공소외 대한상호신용금고 직원인 이기준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이 있으나, 피고인과 위 공소외 3의 진술의 요지는 다른 회사들의 부도로 위 업체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기는 하였으나, 매출액에 비추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1996. 5. 23. 위 대한상호신용금고에 추가담보를 제공하였음에도 위 금고가 같은 해 6. 7. 1회만 추가 어음할인을 해 주고는 더 이상의 어음할인을 거부하였고, 더구나 위 공소외 1이 갑자기 액면금 50,000,000원의 수표를 제시하는 바람에 1차 부도가 나자 그 소문이 퍼져 일시에 어음 등이 지급제시되는 바람에 부도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오히려 편취의 범의를 부인하는 취지이고, 그 밖에 위 공소외 1이나 이기준의 각 진술내용만으로는 1995. 11. 7. 이전에 이미 위 업체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장차 부도날 것을 예상할 정도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위 업체가 1996. 6.에 부도를 내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로부터 7개월 이전에 이미 그와 같은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각 금원차용 당시 위 업체의 자금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 업체의 부도를 예상할 수 있었던 시기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판시 증거만으로 각 금원차용 당시 이미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여 위 차용금 전부에 관하여 사기죄의 범의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그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옳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위 액면금 180,000,000원의 수표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사기죄에 관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1개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