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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도12064 판결
[사기·무고·부정수표단속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백지수표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경우, 백지수표 발행인에게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

[2] 상상적 경합과 법조경합의 구별 기준

[3] 부정수표 단속법 제4조 의 허위신고죄와 무고죄의 죄수 관계(=실체적 경합범)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세영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소외 1, 2에 대한 사기 부분

가. 형사재판에서 법관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여야 하고, 나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 따라서 그와 같은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소외 1, 2에 대한 사기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게 돈을 건넨 소외 1 및 위 돈의 원소유자인 소외 2는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빌라에 관한 부동산매매계약서에 따르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계약체결 당일인 2005. 11. 18. 계약금 및 중도금을 합하여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고, 특약란에 ‘매수인은 잔금(6억 원) 중 4억 8,500만 원과 월세보증금 7,500만 원은 공제하고 매도인에게 지급한다’라고 기재되어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망내용과 일치하는 점, 피고인이 작성하여 준 현금보관증에서 피고인은 2,000만 원을 2005. 11. 21.까지 상환할 것이며,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빌라의 소유권을 양도하겠다고 약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2005. 11. 21.까지 2,000만 원을 상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 피해자들이 2005. 11. 24.경 ○○빌라 중도금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1억 원을 추가로 지급할 이유가 없는 점, 소외 2가 지급한 1억 원은 소외 3을 통하여 갈현동 주택을 관리하고 있었던 소외 4에게 지급된 점 등에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위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따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기망내용은 소외 1이 작성한 고소장과 소외 1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근거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1심에서 검사는 소외 1이 작성하여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고소취하서, 고소취소의 취소, 소외 1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및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소외 1 진술 부분 등을 증거로 신청하였으나, 피고인은 그 중 이 부분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고소취하서와 고소취소의 취소만을 동의하고 나머지 서류는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고, 이에 제1심법원이 소외 1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여러 차례 증인소환을 시도하였으나 송달이 되지 않자 검사가 그 증거신청을 철회하였다. 따라서 소외 1이 작성한 고소장과 소외 1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증거로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한편 소외 2도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여러 차례 진술한 바 있으나, 2,000만 원 편취와 관련해서는 ‘2,000만 원을 교부할 당시 피고인은 저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소외 1과 피고인이 어떤 계약을 하였는지도 전혀 모른다’거나 ‘소외 1과 피고인이 ○○빌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알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1억 원 편취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위 2,000만 원과 관련한 계약에 문제가 있어 갈현동에 있는 다른 건물을 매수하여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하였고, 갈현동 주택을 사는 데 예치금으로 1억 원이 들어간다는 말을 피고인과 소외 1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이다.

다만 소외 2는 제1심법정에서 검사가 ‘피고인이 갈현동 주택을 4억 원에 소유권 이전하여 주고 위 주택을 선담보로 제공하도록 하여 5억 원을 대출받도록 해 주겠다, 소외 3과 소외 4가 소외 5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으니 소외 3과 소외 4에게 1억 원을 보내주면 소유권 이전을 해주겠다고 말하였지요’라고 묻자 ‘예’라고 답변하기는 하였으나, 소외 2의 기존 진술내용, 심문의 형태 등에 비추어 위 진술은 피고인이 소외 2에게 직접 그러한 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증명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2005. 11. 18. 당시 피고인과 소외 1이 작성한 부동산매매계약서 및 피고인이 소외 2에게 작성해 준 현금보관증에는 피고인이 위 가등기를 말소해 준다거나 대출을 받게 해준다는 등의 기재가 없고, 한편 소외 2가 2005. 11. 24. 피고인에게 교부한 1억 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소외 1, 2에게 갈현동 주택을 매수해 주겠다거나 갈현동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그 밖에 피고인이 소외 1, 2에게 이 부분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에서 증거로 할 수 없는 소외 1의 고소장 및 소외 1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사기 범행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부분 사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2. 2011. 6. 부정수표단속법위반 부분

가. 백지수표의 금액란이 부당보충된 경우 적어도 보충권의 범위 안에서는 백지수표의 발행인이 그 금액을 보충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그 발행인에게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으나, 그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금액에 대하여는 발행인이 그와 같은 금액으로 보충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백지수표의 발행인에게 보충권의 범위를 넘는 금액에 대하여까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464 판결 , 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도180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따르면,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3번 기재 당좌수표와 관련하여 검사는 당초 피고인, 소외 6, 7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1. 6. 중순 액면금과 발행일이 백지로 된 위 당좌수표를 발행하여 수표소지인이 액면금을 5,500만 원, 발행일을 2011. 10. 7.로 보충하여 지급제시기간 내에 제시하였으나 거래정지로 인하여 지급되지 않게 하였다’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서울북부지방법원(2012고단2131) 에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사건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이 서울고등법원의 병합심리결정에 따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1고단1232 사건에 병합되어 이송된 사실, 피고인은 위 당좌수표는 소외 7이 일방적으로 발행하였고 피고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제1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사실, 그런데 소외 7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위 당좌수표는 소외 8이 500만 원 이하로 사용하겠다고 부탁하여 소외 8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위와 같이 분리된 사건 제1심에서 소외 7 등의 변호인은 위 주장에 부합하는 소외 8의 확인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한 사실, 그러자 위 사건의 검사는 위 당좌수표와 관련한 공소사실을 ‘피고인들(소외 6, 7을 말함)은 공모하여 2011. 6. 중순 액면금과 발행일이 백지인 위 당좌수표를 액면금 백지보충권 500만 원 이하로 발행한 후 수표소지인이 지급제시기간 내에 제시하였으나 거래정지로 인하여 지급되지 않게 하였다’는 취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여 2013. 4. 11. 법원의 허가를 받은 사실, 이에 피고인과 원심 변호인은 문서송부촉탁 등을 통해 위 확인서,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및 이를 허가하는 결정이 기재된 공판조서 등을 원심법원에 제출하면서 위 당좌수표 금액이 정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 백지 당좌수표의 액면금 5,500만 원이 정당한 보충권의 범위 안에서 보충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법리에 따라 정당한 액면금 보충권의 범위에 대하여 심리하여 그 범위에서 피고인에게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책을 물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 당좌수표 액면금 전액에 대하여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무고 부분

가.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여러 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말하고,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여러 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도782 판결 ,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등 참조).

나. 부정수표단속법 제4조 는 수표금액의 지급 또는 거래정지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금융기관에 거짓 신고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허위신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때에 성립하는 무고죄와는 행위자의 목적, 신고의 상대방, 신고 내용, 범죄의 성립시기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로서 서로 보호법익이 다르고, 법률상 1개의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두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가 아니라 실체적 경합관계로 보아야 한다 .

따라서 이와 달리 위 두 죄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무고의 점에 대하여 면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나아가 검사가 위 두 죄를 분리하여 기소한 것이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소권 남용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나머지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소외 9, 10에 대한 각 사기의 점 및 2011. 5.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점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등의 위법이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소외 1, 2에 대한 사기 및 2011. 6. 부정수표단속법위반 중 별지 범죄일람표 3번 기재 당좌수표 부분은 위법하여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피고인에게, 소외 1, 2에 대한 사기 부분이 판결이 확정된 다른 사기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징역 10월을, 2011. 6. 부정수표단속법위반 부분이 나머지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징역 2년을 각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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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인천지방법원 2013.9.16.선고 2013노274
-인천지방법원 2014.5.14.선고 2014노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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