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의 개념 및 그 판단기준
[2] 외국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중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간 것이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소정의 지령탈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에 대하여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고 검사의 무죄 부분에 대한 상고만 이유 있는 경우,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기밀을 해석함에 있어서 그 기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할 것이나, 다만 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수행)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목적수행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그것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 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라 할 것이고, 누설할 경우 실질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또는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되는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이에 해당한다.
[2] [다수의견]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 에서 말하는 '탈출'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위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에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들어가는 행위와 제3국을 통하여 들어가는 행위 및 제3국에서 거주하다가 들어가는 행위 등 세 가지 행위유형이 있을 수 있는바,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탈출죄의 경우에는 자의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만을 그 처벌대상을 하고 있어 위에서 본 세 가지 행위유형 모두가 그 처벌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2항 에 정한 지령탈출죄의 경우에는 그 외에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도 그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본 세 가지 행위유형 중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들어가는 행위와 제3국을 통하여 들어가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이미 그 범죄가 기수에 이르게 되고 따라서 고유한 의미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로서 처벌되는 것은 제3국에서 거주하다가 들어가는 행위뿐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형사법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신분범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위의 주체에 따라 행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의 법문에 그 행위주체가 내국인으로 제한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와 제3국에서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외국인의 국외범 해당 여부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모두 위 법조항에 정한 '탈출'행위에는 해당한다. 또한 헌법 제3조 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캐나다 국적을 가진 피고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캐나다 토론토를 출발하여 일본과 중국을 순차 경유하여 북한 평양에 들어간 행위는 제3국과 대한민국 영역 내에 걸쳐서 이루어진 것이고, 피고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하여 활동하던 중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서울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중국 북경으로 출국한 후 중국 북경에서 북한 평양으로 들어간 행위는 대한민국 영역 내와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항공기 내 및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걸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이 캐나다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형법 제2조 , 제4조 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형벌법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형법 제5조 , 제6조 에 정한 외국인의 국외범 문제로 다룰 것은 아니다.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별다른 상황변동이 없는 현시점에서 굳이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아니하여 이를 유지하는 것으로서, 종래 대법원이 1983. 4. 18. 선고 83도383 판결 등에서 구 국가보안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의 탈출죄에 관하여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 제3국을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는데, 여기서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이라는 문구 때문에 제3국을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행위주체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탈출'에 해당될 수 없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지만, 국가보안법 제6조 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구 반공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 개정된 국가보안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내국인에 있어서는 국내범인지 국외범인지를 가릴 필요가 없음을 밝힌 것에 불과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위 '탈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판시한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만 제3국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국외범으로 본 구 반공법 제6조 에 관한 판례와는 달리 이를 국내범으로 보고 있는 것뿐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즉, '탈출'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어감상 구속상태라든지 기타 어떤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 또는 빠져나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국가보안법 제6조 에서 말하는 '탈출'의 개념은 이러한 일상적인 어감상의 의미와는 반드시 같은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고, 종래의 대법원 판례나 다수의견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같은 법조의 주체가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말한다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위 '탈출'의 개념을 위와 같은 일상적인 어감상의 의미 그대로 이해한다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탈출'은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만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대의견은 위 '탈출'의 개념을 그와 같이 이해하면서도 내국인의 경우에는 비록 그가 제3국에서 거주하더라도 그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추상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내국인이 제3국에 거주하다가 그 곳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도 예외적으로 '탈출'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선 그 내국인이 제3국에서 거주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추상적 지배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간다고 하여 그 추상적 지배력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내국인의 경우에는 '탈출'에 해당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탈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반대의견에서 말하는 내국인에 대한 추상적 지배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이른바 대인고권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내국인의 국내범 또는 국외범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지 위 '탈출'의 개념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반대의견] 일반적으로 '탈출'이라 함은 어느 지역으로부터 빠져 나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그 통상적인 의미는 당연히 어느 지역으로부터 이탈하여 다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국가보안법의 입법 취지와 위 법조의 문언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 당연한 전제가 되어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제1항 에 정한 '탈출'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은 '…탈출한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물론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해석에 있어서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위 제1항 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거나 아니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그러한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포함되어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종래 대법원 판례가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 것을 무시함으로써 실제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고, 종래 판례가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과 제2항 이 그 구성요건을 달리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탈출'이라는 단어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탈출'의 의미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탈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있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서 규정한 '탈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는 법률해석의 한계까지 일탈한 것이다.
[3]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각 상고를 하였으나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고 검사의 상고만 이유 있는 경우,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각 죄와 무죄로 인정한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1]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2]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3] 형사소송법 제39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7. 16. 선고 97도985 전원합의체 판결(공1997하, 2243)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1295 판결(공1997하, 2768)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656 판결(공1997하, 3211)
[2] 대법원 1967. 11. 28. 선고 67도1140 판결(집15-3, 형50) 대법원 1974. 8. 30. 선고 74도1668 판결(공1974, 8036) 대법원 1976. 5. 11. 선고 76도720 판결(공1976, 9168) 대법원 1983. 4. 18. 선고 83도383 판결(공1983, 865) 대법원 1987. 9. 8. 선고 87도1341 판결(공1987, 1600) 대법원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공1990, 1500)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2495 판결(공1992, 722)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공1993하, 3118) [3] 대법원 1987. 9. 8. 선고 84도2639 판결(공1987, 1594) 대법원 1989. 1. 31. 선고 87도2133 판결(공1989, 369)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7도966 판결(공1989, 1702)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도2606 판결(공1997하, 2093) 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도1369 판결(공1997하, 2230)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황해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1995. 5. 13.자 및 1996. 9. 14.자 반국가단체지배지역으로 탈출한 국가보안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2점,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은 캐나다에서 반한신문인 민중신문사에서 잡부 겸 광고수집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가 국방부 산하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남산분실에 근무하면서 해외친북단체 관련 첩보수집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공소외 공소외 1 중령과 1988. 4.경 공소외 공소외 2의 소개로 만나 위 공소외 1에게 민중신문사기자라고 칭하면서 접근하여 공소외 1과 알게 된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으로부터 캐나다에 있는 친북인사인 공소외 공소외 3과 그의 주변인물의 동향을 파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활동비를 지급받거나 정식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정보원이 아닌 필요한 경우 협조적인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여 주는 협조원으로서 위 공소외 3과 관계된 동향을 전화나 편지 등을 통해 수차례 보내주고, 그 밖에 북한 홍보용 비디오테이프, 뉴코리아타임즈신문 등을 보내주었으며, 피고인이 1991. 8. 9. 국내에서 입국하자 공소외 1이 그 동안의 협조에 대한 답례로 캐나다 편도항공운임 상당의 금 680,000원을 준 사실, 피고인은 같은 달 15. 서울을 출발하기 직전 범민련 캐나다 본부 의장인 공소외 3의 지시에 따라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북한으로 간다고 일방적으로 공소외 1에게 통보만 한 사실, 이에 공소외 1은 이미 피고인의 방북일정이 짜여져 있었고 피고인의 방북을 막으면 공소외 3이 피고인을 신임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방치한 사실, 그 외 1992. 2.경 피고인이 미국에 가서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주최하는 미주지역교민연회에 참석한다고 하여 공소외 1이 1,000달러 짜리 외국환수표를 보내 준 사실, 피고인이 1992. 8.경 캐나다 범민련활동을 중단하였다고 하자 공소외 1은 그 동안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정보가 특별한 것이 없었고 앞으로도 피고인으로부터 더 이상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과의 협조관계를 단절하기로 하여 사실상 그 때부터 피고인과 더 이상의 협조관계가 유지되지 않고 있다가 1993. 3. 27. 실제로는 북한 해외동포위원회 미주담당 참사 김영수와 재일 조총련 소속 범민련 해외본부 사무차장 박용으로부터 국내 재야단체의 동향파악의 지시를 받고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면서도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의 조카입양문제로 서울을 방문한다고만 통보하고 서울에 입국하였고, 공소외 1은 그 동안의 협조원 관계로 일을 하여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이틀 분의 호텔비를 지급해 주고, 같은 해 4. 7. 공식적으로 협조원 관계를 종료하면서 금 400,000원을 지급한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캐나다로 돌아간 후 1993. 6. 10.경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고, 곧이어 공소외 공소외 4 등을 통해 국내 정세 및 재야운동권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입국하였으며 또 두 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가 피고인이 파악한 내용을 전달하고, 사상학습을 받거나 연락체계 및 음어가 기재된 메모용지와 여비를 받았으며, 팩스 등을 통해 북한과 연락을 취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1988. 4.부터 1993. 4.까지 협조원 관계로 있으면서 4회에 걸쳐 공소외 1과 접촉하고, 위와 같은 협조원 관계로 있는 동안에도 공소외 1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국내 재야단체를 방문하여 그 동향을 수집하거나 공소외 공소외 5으로부터 국내 정세 및 국내 재야단체의 동향을 편지 등을 통해 수집하여 이를 북한에 전달하면서도 일체 공소외 1에게 알리지 않거나 국내 재야단체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 협조원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소외 1이 요구하는 공소외 3 등의 동향을 파악하여 일부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공소외 1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각종 친북활동을 전개하여 오다가 1993. 4. 공식적으로 협조원 관계를 단절하고서도 자신이 그 동안 하여 왔던 친북활동을 계속하여 하여 온 것임을 알 수 있어 비록 피고인이 일부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1심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대한민국에 잠입하거나 북한에 들어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회합하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 전달한 행위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으로 탈출하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회합, 통신, 연락한 것이며, 또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한 나머지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1996. 9. 21. 08:00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수수한 미화 4,500달러 중 미화 4,400달러(증 제4호)는 몰수하고, 나머지 임의 소비한 미화 100달러는 한화로 환산한 금액을 추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몰수·추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혹하여 부당하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2점 및 검사의 상고이유 제1점(국가기밀의 탐지, 수집, 전달의 점)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기밀을 해석함에 있어서 그 기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할 것이나, 다만 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수행)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목적수행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그것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 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라 할 것이고, 누설할 경우 실질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또는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되는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7. 16. 선고 97도985 전원합의체 판결 , 1997. 7. 25. 선고 97도1295 판결 , 1997. 9. 9. 선고 97도1656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제1심 판시 제1의 라의 (3), 제1의 바의 (1), (2), (4), 제2의 나의 피고인에 대한 국가기밀의 탐지, 수집, 전달에 관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내용은, 피고인이 공소외 공소외 5을 통하여 1991. 12. 하순부터 1993. 3. 28.까지 위 공소외 5이 동아일보 등 국내 일간지와 잡지, 방송 등을 통하거나 범민련 등 재야운동단체 사무실 등지를 출입하면서 입수한 자료들을 탐지·수집한 후 이를 종합하여 국내 총선 관련 정당 및 총선과 관련하여 재야 단체들의 입장, 14대 국회의원선거결과, 3당합당, 대통령후보들의 성향,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에 관한 내용으로서, 위와 같은 내용들은 피고인이나 공소외 5이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공지의 사실에 속하는 것이거나 공소외 5의 의견·평가에 해당하고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한 실질가치가 없다고 보아, 피고인이 탐지, 수집, 전달한 위 내용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기밀에 해당하지 아니다고 판단하는 한편, 제1심 판시 제1의 라의 (1), (2), 마, 바의 (3), 제3의 나의 이 사건 국가기밀의 탐지, 수집, 전달에 관한 공소사실의 내용 중,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이라는 재야단체의 구성과 이를 구성하고 있는 단체들의 구체적인 주장과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기본과제, 재야인사들의 구체적 동향, 민족자주 평화통일 중앙회의 의장들의 이름, 범민족연합의 95년 사업계획(안)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내용들은 위에서 말하는 공지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한 실질가치도 있다고 보아, 위 내용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기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변호인 및 검사의 각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검사의 상고이유 제2점(탈출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 판시 제3의 가, 제4의 나의 탈출의 점에 관하여,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3. 6. 10.(원심의 1996. 6. 10.은 오기로 보인다)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고, 1995. 5. 13. 및 1996. 9. 14.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또는 그 지령을 받고 목적수행을 협의하기 위하여 외국인 중국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북한으로 들어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외국인의 국외범에 대하여는 형법 제5조 에 열거된 이외의 죄를 적용할 수 없음이 원칙인데 여기에 국가보안법은 포함되지 아니하였고, 또 국가보안법 자체나 그 밖의 법률에 이와 같은 외국인의 국외범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제1심이 캐나다 국적의 외국인인 피고인의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의 탈출행위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처벌한 것은 외국인의 국외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이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이 피고인의 위 각 행위를 외국인의 국외범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위 각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먼저 피고인의 위 각 행위가 위 법조항에 정한 '탈출'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항 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 각 항에서 말하는 '탈출'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거나 ( 대법원 1987. 9. 8. 선고 87도1341 판결 ,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 1991. 12. 24. 선고 91도2495 판결 ,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 등 참조),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 ( 대법원 1983. 4. 18. 선고 83도383 판결 참조) 를 말한다 고 함이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에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들어가는 행위와 제3국을 통하여 들어가는 행위 및 제3국에서 거주하다가 들어가는 행위 등 세가지 행위유형이 있을 수 있는바,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탈출죄의 경우에는 자의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만을 그 처벌대상을 하고 있어 위에서 본 세가지 행위유형 모두가 그 처벌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2항 에 정한 지령탈출죄의 경우에는 그 외에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도 그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본 세가지 행위유형 중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들어가는 행위와 제3국을 통하여 들어가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이미 그 범죄가 기수에 이르게 되고 따라서 고유한 의미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로서 처벌되는 것은 제3국에서 거주하다가 들어가는 행위뿐이라고 할 것이다 .
한편 형사법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신분범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위의 주체에 따라 행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의 법문에 그 행위주체가 내국인으로 제한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와 제3국에서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외국인의 국외범 해당 여부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모두 위 법조항에 정한 '탈출'행위에는 해당한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제1심 판시 제3의 가의 탈출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피고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1995. 5. 9. 캐나다 토론토를 출발하여 일본과 중국을 순차 경유하여 1995. 5. 13. 북한 평양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같은 판시 제4의 나의 탈출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피고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하여 활동하던 중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1996. 9. 13. 10:35 서울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651편으로 중국 북경으로 출국한 후 중국 북경에서 1996. 9. 14. 10:30 고려민항편으로 북한 평양에 들어갔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각 행위는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피고인의 위 각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에 해당한다고 본 전제는 옳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 제3조 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 대법원 1957. 9. 20. 선고 4290형상228 판결 ), 피고인의 위 제3의 가의 탈출행위는 제3국과 대한민국 영역 내에 걸쳐서 이루어진 것이고, 위 제4의 나의 탈출행위는 대한민국 영역 내와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항공기 내 및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걸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이 캐나다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형법 제2조 , 제4조 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형벌법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형법 제5조 , 제6조 에 정한 외국인의 국외범 문제로 다룰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한 원심은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의 탈출죄의 법리 또는 외국인의 국외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원심이 들고 있는 판례들은 이미 폐지된 구 반공법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위 제3의 가의 탈출의 점 및 제4의 나의 탈출의 점, 즉 1995. 5. 13.자 및 1996. 9. 14.자 반국가단체지배지역으로 탈출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피고인의 유죄 부분에 대한 상고가 이유 없음은 앞에서 판단한 바와 같으나,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각 죄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무죄로 인정한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위에서 본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7. 9. 8. 선고 84도2639 판결 , 1989. 1. 31. 선고 87도2133 판결 , 1989. 10. 10. 선고 87도966 판결 , 1997. 6. 13. 선고 96도2606 판결 , 1997. 6. 27. 선고 96도1369 판결 등 참조).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1995. 5. 13.자 및 1996. 9. 14.자 반국가단체지배지역으로 탈출한 국가보안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한다. 이 판결에는 위 4항 부분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최종영, 대법관 김형선의 다수의견에 대한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과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신성택, 대법관 이용훈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최종영, 대법관 김형선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먼저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별다른 상황변동이 없는 현시점에서 굳이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아니하여 이를 유지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밝혀 두고자 한다 .
(1) 대법원은 일찍이 1983. 4. 18. 선고 83도383 판결 에서 구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에 정한 탈출죄에 관하여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 제3국을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대법원이 위 판결 등에서 위와 같이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까닭에 제3국을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행위주체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탈출'에 해당될 수 없다고 오해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국가보안법 제6조 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구 반공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 개정된 국가보안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 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내국인에 있어서는 국내범인지 국외범인지를 가릴 필요가 없음을 밝힌 것에 불과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위 '탈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판시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 반공법 제6조 는 탈출·잠입죄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제1항 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그 제2항 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한 자가 지체 없이 수사정보기관에 자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그 제3항 은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의 지령에 의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그 제4항 은 "반국가단체 또는 국외의 공산계열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탈출한 자는 전항의 예에 의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행사되는 지역이 아닌 제3국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에 관하여, 내국인에 대하여는 " 반공법 제6조 소정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간 자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 제3국을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간 경우에도 모두 지칭하는 것으로서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소론 반공법 제6조 를 적용하였음에 위법이 있을 수 없다."고 판시하는 한편( 대법원 1967. 11. 28. 선고 67도1140 판결 ), 외국인에 대하여는 위 내국인에 대하여 판시하였던 반공법 제6조 에 정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의 개념을 그대로 인용한 후, 그러므로 "원심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행사되는 지역이 아닌 일본에서 소련을 거쳐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간 행위는 외국인의 국외범에 해당하여 반공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다고 판시하는 등( 대법원 1974. 8. 30. 선고 74도1668 판결 , 1976. 5. 11. 선고 76도720 판결 등 참조), 제3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행위가 위 '탈출'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외국인에 대하여는 이를 외국인의 국외범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내국인에 대하여는 국내범인지 국외범인지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후 위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내지 제4항 은 1980. 12. 31. 구 반공법이 폐지됨과 동시에 국가보안법이 전문 개정되면서 구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 에 그 규정형식 및 법정형만 약간 수정되었을 뿐 그 내용 자체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는바, 이에 대법원은 미국에서 거주하다가 북한으로 탈출한 내국인에 대한 위 83도383호 간첩,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서 구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탈출'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와 마찬가지로 내국인에 있어서는 외국인의 국외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국내범인지 국외범인지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에 관한 대법원의 판시를 그대로 인용하였던 것이다.
한편 구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을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하면서 종래의 법문 앞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그 주관적 구성요건은 이를 보다 엄격히 규정하면서도 객관적 구성요건은 이를 그대로 두었다. 따라서 현행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관하여도 구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및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과 이를 달리 해석할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나, 다만 제3국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국외범으로 보지 아니하는 이상(반대의견에서도 이 점은 다투지 아니하고 있다), 이제는 위 '탈출'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이라는 문구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탈출'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우리 나라 국민인 이상'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은 외국인이 제3국을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간 경우 위 '탈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국인에 있어서는 국내범인지 국외범인지를 가릴 필요가 없음을 밝힌 것에 불과함이 명백하다 고 할 것이다.
(2) 그리고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 중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에 대하여는 구 반공법 이래 국가보안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그 제1항 과는 달리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는 것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기만 하면 위 '탈출'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왔던 것이다( 대법원 1968. 7. 30. 선고 68도754 판결 , 1987. 9. 8. 선고 87도1341 판결 ,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 1991. 12. 24. 선고 91도2495 판결 ,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 등 참조).
나. 또한 다수의견은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탈출'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어감상 구속상태라든지 기타 어떤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 또는 빠져나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국가보안법 제6조 에서 말하는 '탈출'의 개념은 이러한 일상적인 어감상의 의미와는 반드시 같은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고, 종래의 대법원 판례나 다수의견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같은 법조의 주체가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말한다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
만약 위 '탈출'의 개념을 위와 같은 일상적인 어감상의 의미 그대로 이해한다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탈출'은 자의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만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대의견은 위 '탈출'의 개념을 그와 같이 이해하면서도 내국인의 경우에는 비록 그가 제3국에서 거주하더라도 그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추상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내국인이 제3국에 거주하다가 그 곳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도 예외적으로 '탈출'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우선 그 내국인이 제3국에서 거주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추상적 지배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간다고 하여 그 추상적 지배력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내국인의 경우에는 '탈출'에 해당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탈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반대의견에서 말하는 내국인에 대한 추상적 지배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이른바 대인고권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내국인의 국내범 또는 국외범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지 위 '탈출'의 개념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
그리고 예컨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행위주체가 제3국에서 거주하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 평양에 들아가 지령을 받은 후 그 제3국으로 돌아와 그 곳에서 이를 통신으로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간첩에게 전달하는 경우, 반대의견에 따르면, 그가 내국인인 때에는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및 제8조 에 의하여 처벌할 수가 있으나, 그가 외국인인 때에는 북한에 들어간 행위는 위 '탈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처벌할 수 없고, 통신으로 간첩과 연락하는 행위는 외국인의 국외범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어(통신의 경우에는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바, 위와 같은 경우 그 행위주체가 외국인이라 하여 국내범인데도 내국인과 달리 과연 처벌할 필요성이 없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반대의견은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정한 '탈출'의 개념을 그 입법 취지나 그 법조와의 관계를 떠나서 일상적인 어감에 얽매인 나머지 외국인이 제3국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위 법조에 정한 행위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해석상의 혼란은 국가보안법 제6조 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도 '탈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규정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위 '탈출'의 개념도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기관인 법원으로서는 결국 위 법조의 입법 취지 및 그 제1항 과 제2항 과의 관계 등을 아울러 고찰하여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바로 이러한 견지에서 대법원은 구 반공법 이래 현행 국가보안법에 이르기까지 위 '탈출'의 개념을 위와 같이 이해하여 왔던 것이니, 이를 가리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것이다.
8.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신성택, 대법관 이용훈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있다가 그 곳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규정한 '탈출'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제1심 판시 제3의 가의 탈출 부분에 대하여도 유죄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탈출'이라 함은 어느 지역으로부터 빠져 나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그 통상적인 의미는 당연히 어느 지역으로부터 이탈하여 다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국가보안법의 입법 취지와 위 법조의 문언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 당연한 전제가 되어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제1항 에 정한 '탈출'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한편,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은 '…탈출한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지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물론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해석에 있어서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위 제1항 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거나 아니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그러한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은 종래 이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 의 '탈출'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현행 국가보안법 제6조 는, 구 국가보안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6조 (불법지역왕래)와 구 반공법(위 법률 제3318호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법률) 제6조 (탈출, 잠입)가 그 구성요건이 중복되어 있고 법정형도 다르게 규정되어 있던 것을 통합·조정하여 새로이 규정한 것이고,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항 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한 자가 지체 없이 수사정보기관에 자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3항 은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의 지령에 의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4항 은 "반국가단체 또는 국외의 공산계열의 지령을 받고 또는 받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전항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간 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제3국으로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간 경우에도 모두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였고( 대법원 1967. 11. 28. 선고 67도1140 판결 참조), 같은 조 제4항 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취지의 해석을 하면서도( 대법원 1976. 5. 11. 선고 76도720 판결 참조), 위 제4항 의 구성요건이 위 제1항 과 달리 국내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는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제3국으로 자의로 들어간 경우에도 위 제4항 소정의 탈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대법원 1968. 7. 30. 선고 68도754 판결 ).
구 반공법이 폐지되고 현행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탈출죄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직접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제3국으로 통하거나 또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지역으로 탈출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83. 4. 18. 선고 83도383 판결 참조), 같은 조 제2항 에 대하여도, 그 규정의 문언상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함이 분명하므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지 아니한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에도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또 그 목적수행의 의사 아래 탈출한 경우라면 위 법조 소정의 탈출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대법원 1987. 9. 8. 선고 87도1341 판결 ,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 1991. 12. 24. 선고 91도2495 판결 ,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 등 참조), 구 반공법 제6조 제1항 및 제4항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대한 구 반공법 시대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위에서 본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종합하여 보면,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에 정한 '탈출'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를 말하고, 다만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거주하고 있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에 대하여도 위 법조 소정의 '탈출'에 해당하는 것이고, 같은 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은 제1항 에서 말하는 행위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행사되는 지역으로부터 그러한 통치권이 실지로 미치지 아니하는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지 아니한 지역(제3국 등)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이 제3국에 거주하다가 그 곳에서 곧바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 제2항 에 정한 '탈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것은,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 제2항 에 정한 '탈출'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는 지역으로부터 도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그러한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는 지역으로부터의 이탈행위여야 하고, 그러한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아니하는 지역으로부터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위 법조에서 예상하고 있는 '탈출'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나, 대한민국 국민이 그러한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아니하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가 그 곳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때에는 그가 비록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는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추상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탈출'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서 곧바로 반국가단체의 지배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는 애초부터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 제2항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고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의 개념에 포함되어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앞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가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 것을 무시함으로써 실제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고 (특히 다수의견에 의하면 반공법 제6조 위반으로 기소된 이 사건과 똑같은 사안에서 대법원 1976. 5. 11. 선고 76도720 판결 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 것이 유죄로 그 주문이 변경되는 것이다.), 종래 판례가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과 제2항 이 그 구성요건을 달리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
더욱이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탈출'이라는 단어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탈출'의 의미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탈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국에 있다가 반국가단체의 지배지역으로 자의로 들어가는 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서 규정한 '탈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는 법률해석의 한계까지 일탈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제1심 판시 제3의 가의 탈출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1995. 5. 9. 캐나다 토론토를 출발하여 일본과 중국을 순차 경유하여 1995. 5. 13. 북한 평양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자라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캐나다에서 일본, 중국을 거쳐 입북한 것이어서 피고인의 위 행위는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에 정한 '탈출'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탈출죄에 대하여는 외국인의 국외범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인의 위 행위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탈출죄에 대하여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이 부분 탈출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와 달리 외국인의 국외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그 이유설시는 적절치 아니하나 그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탈출죄에 대하여는 파기환송하여서는 아니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