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최성진
변 호 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신명균외 5인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2000. 12. 5.자 업무상 배임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들의 항소 및 검사의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동부월드 주식 매도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03. 6. 23. 동부건설 주식회사(이하 ‘동부건설’이라 한다)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회사 동부월드(이하 ‘동부월드’라 한다)의 주식을 피고인 1 및 동부그룹 계열사들에게 현저하게 낮은 가격인 주당 1원에 매도함으로써 피고인 1 및 동부그룹 계열사들로 하여금 동부월드 주식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하고 동부건설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당시 동부월드는 자본잠식 상태로 주식의 가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매도가격을 주당 1원으로 정한 것은 적정한 주식가치 평가에 근거한 것이고, 특히 피고인 1의 경우 동부건설에 대한 지배권을 바탕으로 동부월드를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할 여지도 없으며, 달리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로 인하여 동부건설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없다.
(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한 것은 동부건설이 법률상의 출자총액제한규정을 위반하여 받을 수도 있었던 과징금과 주식처분명령 등의 제재를 회피하고, 동부건설의 음성골프장 시공권을 그대로 유지하며, 동부월드에 대한 2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 부담을 면하기 위하여 한 경영상의 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은 본인인 동부건설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가 있었을 뿐 배임의 고의는 없었다.
(다) 피고인들은 당초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동부그룹 계열사들에게만 매도하려 하였는데, 출자총액초과 해소시한이 임박한 상태에서 피고인 2, 3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들에게 매수하기로 예정되었던 주식 255,000주를 법률상의 제한에 의하여 매도할 수 없는 사정을 알게 되어, 피고인 1과의 상의 없이 임의로 위 주식을 피고인 1에게 매도하고 이를 사후에 피고인 1에 보고한 것이므로, 피고인 1은 적어도 위 주식 매도분에 관하여는 이 사건 범행에 공모가담한 것이 아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 피고인 1 :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피고인 2, 3 : 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동부건설 자사주 매도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2000. 12. 5.자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가) 피고인들은 2000. 12. 5.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7,633,825주를 피고인 1에게 한국증권거래소 전일 종가인 주당 2,270원에 매도하였는데, 피고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위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여 실질적인 흥정을 통하여 동부건설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위 주식의 거래가격을 정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로 하여금 위 주식을 취득하여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취득하거나 그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하게 할 수 있도록 적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하지도 않은 채 취득가액에도 미치지 않는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위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동부건설에 위 주식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나) 피고인들은 피고인 1에게 자사주를 매도함에 있어 위와 같이 실질적인 흥정 과정 없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격을 정하였을 뿐 아니라, 자사주 매도 이전에 적법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않았고, 당시 최대주주이던 동부제강이 보유하고 있던 동부건설의 주식이 상호출자주식으로 그 의결권이 제한될 것이 예상되었으며, 대금지급방법을 정함에 있어서도 피고인 1로 하여금 거래대금의 10%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대금은 2년에 걸쳐 지급하도록 하였고, 자사주 매도 후 비정상적으로 동부건설의 배당률을 높임으로써 피고인 1이 고액의 배당을 받아 이를 가지고 나머지 매도대금을 지급하도록 도와주었으며, 당시 동부그룹과 서울은행과 사이에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의하더라도 동부건설이 자사주 매도를 통하여 시급히 부채비율을 감소시켜야 할 필요가 없었던바,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 대주주인 피고인 1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것에 불과하여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며 배임의 고의도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동부건설 자사주 매도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2000. 12. 5.자 동부건설의 자사주 매도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부분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업무상배임 부분의 일부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원심판결 중 공소장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기초로 판단이 이루어진 무죄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원심판결의 무죄부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라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피고인 1은 동부그룹 회장으로서 2000. 6. 1.부터 2002. 12. 10.까지, 2003. 3. 20.부터 현재까지 한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동부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동부건설 등을 통하여 동부그룹 산하 22개 회사들의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자, 피고인 2는 1997. 1. 15.부터 현재까지 동부건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동부건설의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자, 피고인 3은 2000. 9.경부터 2003. 3.경까지 동부건설의 기획실장으로 근무하였고, 2003. 3.경부터 현재까지 동부건설의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기획·경리·재무업무에 종사하는 자인바,
동부건설이 1998. 12. 4. 피고인 1로부터 비상장주식인 주식회사 동부고속(이하 ‘동부고속’이라 한다) 주식 596,885주를 주당 약 27,971원, 합계 16,695,470,335원에 매수한 다음, 2000. 2. 1. 동부고속과 합병하여 피고인 1로부터 매입한 위 주식을 포함한 동부고속 주식 총 858,569주에 대하여 자사주 2,923,820주(취득가액 약 179억 원)를 배정받고, 합병에 반대하는 동부건설의 주주들로부터 자사주 4,439,635주를 주당 5,800원에 취득(취득가액 257억 원)하여 자사주 7,634,572주(총 취득가액 약 475억 원, 주당 약 6,224원)를 보유하게 되었고, 2000. 11.말경 동부제강 주식회사(이하 ‘동부제강’이라 한다)(20.1%), 동부전자 주식회사(30.26%), 동부캐피탈 주식회사(60%), 주식회사 동부(100%), 동부엔지니어링 주식회사(100%), 원림개발 주식회사(이하 ‘원림개발’이라 한다)(100%)에 대하여는 최대주주로서, 동부한농화학 주식회사(이하 ‘동부한농화학’이라 한다)(20.23%), 주식회사 동부상호저축은행(21.97%)에 대하여는 2대 주주로서 동부그룹의 사실상 모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위 동부건설(총 발행 보통주식 21,790,345주)에 대하여 동부제강이 14.03%(3,057,491주), 동부정밀화학이 6.88%(1,500,000주),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동부화재’라 한다)가 5.56%(1,211,606주), 동부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동부생명’이라 한다)가 2.84%(618,968주), 동부증권 주식회사(이하 ‘동부증권’이라 한다)가 0.00%(6주), 피고인 1이 2.77%(603,670주), 개인으로서 피고인 1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들이 4.16%(905,685주)를 각 보유한 반면 이 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전체 주식의 36.24%(6,066,846주)에 불과하였는데, 같은 달 28. 공정거래위원회가 위 합병으로 인하여 발생한 동부건설과 동부제강 사이의 상호출자를 해소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동부제강에 대하여 2001. 6. 30.까지 상호출자를 해소토록 시정명령을 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위 시정명령으로 동부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위 14.03%의 동부건설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피고인 1의 동부건설 혹은 동부그룹에 대한 지배권 내지 경영권이 위협받게 되자, 피고인 1의 동부건설 주식의 보유량을 늘려 동부건설 혹은 동부그룹에 대한 피고인 1 개인의 지배권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었던 상황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 3으로부터 위 자사주를 피고인 1에게 매도처분하고자 한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는바, 이러한 경우 동부건설의 대표이사로서는 별개 법인인 동부건설의 입장에서 피고인 3의 보고에 응할지 여부, 응한다면 구체적으로 매도할 주식의 수, 매도가격, 매도시기, 매도방법(장내에서 매도할 것인지, 장외에서 매도할 것인지), 장외에서 매도할 경우의 문제점 등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고, 나아가 위 자사주의 취득가액 및 장부가액이 얼마인지 여부, 위 자사주 중에는 피고인 1로부터 순자산가치 및 순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한 평가액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이라 한다) 제63조 제3항 에 따라 10%를 할증한 가격을 기준으로 매입한 동부고속 주식에 대하여 배정받은 자사주가 포함되어 있고, 합병 반대주주들로부터 매입한 자사주 4,439,635주는 매도시점 전일종가가 아닌 이사회 결의 전 2개월간의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주당 5,800원에 매수한 점에 비추어 동부건설의 주식을 어떻게 평가해야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 더욱이 위 동부건설 주식은 전체주식의 35.1%에 해당하는 주식으로서 동부건설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물량이며 동부그룹의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는 주식이고, 거래상대방이 동부건설의 특수관계인이고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들의 소유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장외거래를 할 경우 상증법 제63조 제3항 에 의한 할증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검토하고 대량주식의 장외거래이므로 위 주식의 적정가격에 관하여 전문회계법인이나 기타 기업평가기관에 평가를 의뢰하여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적정한 거래가격을 찾는 노력을 한 다음, 피고인 1과 사이에 매도가격과 매도대금 납부 방식 등에 대한 실질적인 흥정 과정을 거치고 이사회 결의 등 내부적인 절차를 거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동부건설이 위 매매계약으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피고인 2, 3은 그러한 제반사항에 대한 검토나 흥정도 없이 동부건설의 주가가 하락해 있는 상황에서 동부건설 전체 또는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산정하지 않고 거래일 전날의 시가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 소액의 계약금만 받고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전체를 피고인 1에게 넘겨준 다음 나머지 대금에 대하여는 추후 변제받는 내용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피고인 1에게 보고하고, 피고인 1은 동부건설의 대표이사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위와 같은 검토를 전혀 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로 함으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한 후,
그 이후 위 주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고율배당을 실시하여 지급되는 배당금 등으로 남은 매매대금에 충당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피고인 1에게 추가부담 없이 동부건설 주식의 35.1%에 달하는 주식을 넘겨주어 동인의 동부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를 확고히 해 주기로 마음먹고(시가배당율 기준으로 동부건설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0.8%∼5.8%의 배당을 실시하다가, 이건 거래 직후인 2000년 19.6%, 2002년 20.7%, 2003년 13.9%의 고배당을 실시하였는바, 이는 전체 상장기업 576개사 중 1위에 해당하며 이건 주식에 대하여 총 144억 원 상당의 배당을 함으로써 배당금만으로 외상대금의 대부분을 충당함),
2000. 12. 5.경 2000회계년도 배당기준일이 불과 20여일이 남은 시점에서 20여일 후 기준으로 계약금 수령액의 2배가 넘는 38억 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대량의 동부건설 주식을 급히 매도하여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이사회 결의도 하지 않은 채 동부건설 총 발행주식의 35.1%에 해당하는 자사주 7,633,825주를 동부건설 또는 동부그룹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아무런 평가나 가격 및 매매조건에 대한 흥정 없이 또한 전혀 할증도 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전일종가인 주당 2,270원로 과소평가하여, 총 17,328,782,750원에 구체적인 잔금 상환계획의 제출이나 담보제공 없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10%인 1,733,782,750원만 지급받고 피고인 1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위 7,633,825주 전부에 대하여 명의개서해 줌으로써, 동부건설에 최소한 5,198,634,825원(전일종가 2,270원과 상증법 제63조 제3항 에 따라 30%를 할증한 가격 2,951원과의 차액 681원 × 7,633,825주) 이상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피고인 1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주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예비적 공소사실인 2000. 12. 5.자 업무상배임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00. 12. 5.경 위와 같이 피고인 1에게 동부건설의 자사주 7,633,825주를 주당 2,270원 합계 17,327,822,750원에 매도함으로서 피고인 1에게 위 동부건설 자사주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불상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동부건설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다. 쟁점의 정리
(1)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이 2000. 12. 5. 피고인 1에게 동부건설의 자사주 7,633,825주를 한국증권거래소 전일 종가인 주당 2,270원으로 계산하여 총 17,327,822,750원에 매도하면서 피고인 1로부터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1,733,782,750원을 지급받고 담보를 제공받지 않은 채 나머지 매매대금은 2회에 걸쳐 이자 연 11%를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있으나, 첫째, 피고인들이 동부건설 자사주를 매도함에 있어서 정한 거래가격은 동부건설의 주식이 상장된 한국증권거래소 전일 종가를 그대로 적용한 것인바, 피고인 1이 이미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가격 외에 달리 프리미엄을 가산할 필요가 없었고, 위 거래가격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적정한 것이었으므로 이 사건 주식 매도로 인하여 동부건설에 손해를 가한 사실이 없으며, 둘째,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식 매도를 매도한 것은 당시 동부건설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서 부채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당시 서울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하여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기업의 퇴출위험을 방지하고, 공공부문 발주공사 등의 입찰에 있어서 요구되는 재무구조에 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수주를 용이하게 하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함에 있어 유리한 금융조건을 얻어내기 위하여 한 것일 뿐이지, 결코 대주주인 피고인 1의 동부건설 또는 동부그룹의 경영권 확보 내지 강화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이는 피고인들의 임무에 위배하여 한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2) 이 부분 공소사실의 쟁점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유무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선,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사주를 적정한 거래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피고인 1에게 매도함으로써 동부건설에 손해를 가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만약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로 동부건설에 손해를 가한 것이라면 피고인들에게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려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라. 이 사건 자사주 매도로 동부건설에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1)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여야 할 것인바, 이 때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등),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회사로 하여금 대주주에게 자사주를 매도하게 한 경우에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위 자사주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시가보다 저가에 매도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무수한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보의 교환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거래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매우 높은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장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는 거래 당시의 증권거래소의 거래가격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두6715 판결 , 대법원 1994.12.22. 선고 93누22333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서 보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동부건설은 한국증권거래소에 등록된 법인으로서 이 사건 자사주는 위 거래소를 통하여 거래될 수 있는 상장주식이고, 피고인들은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함에 있어 매도일 전일 2000. 12. 4.의 거래소 종가인 2,270원을 주당 매도가격으로 정하였으므로, 이는 일응 이 사건 자사주 매도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것으로서 적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3) 검사는 이 사건 자사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거래 당시의 증권거래소 주식가격에 의할 것이 아니라, 구 상증법(2000. 12. 29. 법률 제63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 제1항 제1호 제가목 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검사가 주장하는 논거 중 하나는 이 사건 자사주의 거래에 있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어야 하므로 거래소의 거래가격은 이 사건 자사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인바, 이 사건 자사주 거래에 있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매도가격을 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는지 여부는 뒤에서 따로 판단하기로 한다), 구 상증법 제63조 제1항 제1호 제가목 의 규정에 의하면, 유가증권 중 한국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평가기준일 이전 및 이후 각 2개월간에 공표된 매일의 한국증권거래소 최종 시세가액(거래실적의 유무를 불문한다)의 평균액’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계산방법도 주식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산정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다 할 것이나, 구 상증법상의 위 규정은 과세관청이 과세표준을 산정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반드시 단일한 수치로 재화의 가격을 표시할 필요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와 같은 산정방법을 일반적인 경우에까지 확대하여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삼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거래계에 있어서도 독립된 거래당사자들 사이에서 이를 일반적인 거래조건을 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예는 매우 적다는 점, 법인세법 제52조 제2항 에서는 같은 조 제1항 의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법인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용과 관계없이 건전한 사회통념 및 상관행과 특수관계자 아닌 자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 즉 시가를 기준으로 법인의 사업년도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 은 법인세법 제52조 제2항 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당해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당해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격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법인세법의 규정취지에 따르면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거래 당시의 거래소 주식가격이 당해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산정함에 있어 일응의 기준으로 된다고 볼 여지도 많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구 상증법상의 산정방법이 이 사건 자사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유일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피고인들이 거래소의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 사건 매도가격을 결정한 것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4) 경영권 프리미엄의 인정 여부
(가) 검사는 이 사건 자사주 매도는 장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경영권의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대량의 주식을 매매한 것인데, 이는 이례적인 거래에 속하는 것이므로 한국증권거래소의 전일 종가를 그대로 이 사건 자사주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볼 수는 없고, 이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가격을 가산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자사주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산정하여야 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사주의 매도에 있어서는 그 정상적인 거래가액을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은 구 상증법 제63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거래소 전일 종가의 30%를 할증한 금액을 매도가격으로 정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일반적으로 ‘경영권’ 또는 ‘회사지배권’이라 함은 지배주주가 다수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이사의 선임을 통하여 경영진의 선임 또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주주총회에서의 직접 결의를 통하여 회사의 기본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말하며, ‘경영권 프리미엄’이라 함은 위와 같은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가 그렇지 않은 일반 주주들과 달리 누리는 특별한 이익 또는 지배주주가 보유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할 때 시장가격에 더하여 받는 대가를 가리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지배주주는 회사의 발행주식을 경영권과 함께 양도할 경우에 당해 주식의 일반적인 거래가격에 이와 같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가격으로 거래조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경영권 이전을 수반하는 주식거래에 있어서는 주식만 양도하는 것을 전제로 한 시가가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는 거래가격이라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누9565 판결 등 참조).
(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것은 독립된 거래 당사자들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당해 회사의 업종, 경기상황, 당해 회사 및 인수기업의 수익 실현 가능성,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을 다른 시장에서 매수할 수 있는지 여부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그 프리미엄이 결정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권이 이전되는 주식 거래라 하더라도 프리미엄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하는지 여부 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할 경우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이 적정한 것인지를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인 거래에 있어서는 경영권이 이전되어 주식 매수자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경우 또는 주식 매수자에게 경영권 자체는 이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해 회사의 경영권에 관한 위협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그와 같은 주식 거래로 인하여 회사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겠다.
(라)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전제 아래에서 이 사건 자사주 매도에 있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할 여지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동부그룹은 그룹총수인 피고인 1이 동부정밀화학과 동부화재의 최대주주로서 위 회사들을 직접 지배하고, 이어 위 회사들이 순차적으로 동부제강, 동부증권, 동부건설, 동부한농화학을 지배한 형태의 순환적 출자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한편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일부 주력 계열사에 관하여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부그룹 총수가 동부건설을 지배함으로써 동부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었던 사실, ② 이 사건 자사주 매도일 직전인 2000. 11. 30. 현재 동부건설이 발행한 주식의 총수는 21,790,345주로서, 당시 주주의 분포는 피고인 1이 2.77%(603,670주), 피고인 1의 우호지분으로서 개인들이 4.16%(905,685주), 동부제강이 14.03%(3,057,491주), 동부정밀화학이 6.88%(1,500,000주), 동부화재가 5.56%(1,211,606주), 동부생명이 2.84%(618,968주), 동부증권이 0.00%(6주),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35.03%(7,633,825주, 동부건설은 이외에도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1,477,455주를 소유하고 있었다)로 피고인 1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소유하는 주식의 지분합계가 발행주식의 71.27%(15,531,251주)에 이르렀던 사실, ③ 그 중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이 보유한 주식은 상호출자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사와 보험사가 소유하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상의 규제로 의결권의 행사가 제한되었고, 동부건설의 자사주는 상법 제369조 제2항 에 의해 의결권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당시 피고인 1이 위 특수관계인들을 통해 실제로 동부건설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지분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약 49.21%였던 사실{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71.27% - (동부화재 5.56% + 동부생명 2.84% + 동부건설 자사주 35.03%) / 100% - (5.56% + 2.84% + 35.03%)}, ④ 원래 동부제강은 동부고속 주식 911,681주를, 동부건설은 동부제강 주식을 4,563,162주를 각 보유하고 있다가, 동부건설이 2000. 2. 1. 동부고속을 합병함에 따라 동부건설이 동부제강 주식 4,563,162주를, 동부제강이 동부건설 주식 3,075,191주를 보유하게 되어 공정거래법 제9조 제1항 에서 금지되어 있는 상호출자관계가 발생하였는데, 동부건설과 동부제강이 공정거래법 제9조 제2항 에 정해진 상호출자 유예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러한 상호출자관계를 해소하지 아니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 11. 29. 공정거래법 제16조 및 제17조 에 근거하여 동부제강에 대하여 2001. 6. 30.까지 위와 같은 상호출자관계를 해소할 것을 명함과 동시에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으로 239,000,000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같은 해 12. 19.자로 의결서를 작성하여 동부제강에 발송한 사실, 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제18조 제2항 에 의하여 동부제강은 시정조치의 명령을 받은 2000. 12. 19.경부터 상호출자관계의 해소시까지 동부건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무렵 이후 피고인 1이 특수관계인들을 통하여 실제로 동부건설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지분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약 32.47%였던 사실{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71.27% - (동부화재 5.56% + 동부생명 2.84% + 동부건설 자사주 35.03% + 동부제강 14.03%)} / 100% - (5.56% + 2.84% + 35.03% + 14.03%)}, ⑥ 2000. 12. 31. 현재 동부건설의 발행주식 중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수는 6,827,490주로서 발행주식의 27.17%에 이르며, 총 6,159명의 소액주주가 이를 보유하고 있어 1인당 평균 발행주식 보유비율은 약 0.005%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1과 그 특수관계인들은 이 사건 자사주 매도 이전에 이미 의결권 있는 주식의 49.21%를 보유하고 있었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나머지 주식(발행 주식의 28.73%)의 대부분은 수천 명에 이르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분산소유하고 있어 통일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은 이 사건 자사주 매도일인 2000. 12. 5. 이미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자사주 매도로 인하여 동부건설의 경영권이 이전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자사주 매도와 관련하여 동부건설의 경영권 자체는 이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시 동부건설의 경영권에 관한 위협이 존재한 상황이었고 이 사건 자사주 매도가 동부건설 주주지배구조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인정할 사실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사건 매도의 대상이 된 자사주의 수량은 발행주식 총수의 35.03%를 차지하는 것으로서 동부건설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였던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당시 동부건설의 주주분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과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외의 다른 발행주식들 대부분이 다수의 소액주주들에게 널리 고르게 분산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가사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동부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상호주 모두에 관하여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 1은 자신과 특수관계인들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결권 행사 가능한 주식의 32.47%)으로써 여전히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달리 피고인 1이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것에 대비하여 기존의 보유 주식 외에 추가로 이 사건 자사주를 매수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만약 동부건설의 이 사건 자사주를 제3자가 취득함으로써 피고인 1의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증권거래법 제200조의2 에 의하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보유하게 된 자는 5일 이내에 그 보유상황을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그 보유상황을 보고하여야 하고, 그 보유주식비율이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변동된 경우에도 그 변동상황을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 1은 위 제3자가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하여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기 이전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권을 행사함으로써 동부제강과 동부건설 사이의 상호출자관계를 해소하여 의결권에 대한 법적인 제한을 해소하거나 자신의 재산으로 주식시장에서 동부건설의 주식을 매집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손쉽게 방어할 수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한편 원심 및 당심 증인 공소외 6이 법정에서 한 진술의 취지는,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은 물론 지배주주가 아닌 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라도 주식의 이전으로 인하여 경영권 이전의 가능성이 야기될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즉 경영권이 직접 이전되거나, 경영권이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또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으로 주식을 처분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이 사건 자사주 매도의 경우 최대주주로서 특수관계자인 동부제강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동부건설이 보유한 자사주 35%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을 경우 그 제3자는 동부건설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었으므로 동부건설은 당연히 경영권 프리미엄이 할증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도할 수 있었고 또한 마땅히 그렇게 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나, 이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매우 다양한 동기에서 주식의 취득과 처분이 반복되는 거래계에 있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나치게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인바, 이는 일반 국민들에 대하여 행위의 가벌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주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근본정신에 반하는 것으로서 이를 형사정책상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마)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본다면, 이 사건 자사주 매도에 관련하여 동부건설의 경영권이 피고인 1에게 이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시 피고인 1이 자사주를 취득하여야 할 정도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도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자사주 매도에 관하여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5) 소결론
그러므로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자사주 매도의 거래 조건, 동부건설 주식의 거래상황 및 주주들의 주식 보유 현황, 피고인 1의 동부그룹에 대한 지배 구조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고인 1에게 동부건설 자사주를 주당 2,270원에 매도한 행위는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자사주의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정해진 것이라거나 특수관계 없는 자와의 동종 거래 행위와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거래행위라고 보기 어려운바, 결국 이 사건 자사주 매도로 인하여 피고인 1이 이 사건 자사주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동부건설이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
마.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이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며, 만약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서 피고인들이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한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도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피고인들이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자사주를 거래소의 전일 종가인 2,270원에 매도함에 있어 계약금의 10%만 받고 나머지 대금 90%는 이율을 연 11%로 정하여 가산한 금액으로 2001. 12. 5.에 9,512,950,000원, 2002. 12. 5.에 8,655,225,000원을 지급 받기로 정하고 거래주식 전체에 관하여 명의개서를 해 주면서도, 잔여 매매대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아무런 담보도 제공 받지 않음으로써 거래 조건을 정함에 있어 피고인 1에게 유리한 대금지급방식을 택한 점, ② 동부건설은 보통주에 대하여, 1998회계년도에 주당 50원(시가배당율 0.8%), 1999회계년도에 주당 250원(시가배당율 5.8%), 2000회계년도에 주당 500원(시가배당율 19.6%), 2002회계년도에 주당 750원(시가배당율 20.7%)을 배당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 1은 이 사건 자사주에 관하여 2000회계년도에 38억 원(세후 약 31억 원), 2002회계년도에 약 57억 원(세후 약 47억 원), 2003회계년도에 약 49억 원(세후 약 40억 원)을 각 배당받았는바, 동부건설의 1995회계년도의 시가배당율이 1.3%, 1996회계년도의 시가배당율이 2.7%, 1997회계년도의 시가배당율이 3.5%로서 이 사건 자사주 매도 이후 동부건설의 주당 배당금액과 시가배당율이 급격하게 높아졌으며, 또한 2001회계년도에도 주당 750원의 배당을 하려 하였다가 2000년도 결산시 투자유가증권 지분법 평가에 따른 평가익을 일시에 환입한 것이 회계당국에 의하여 지적되어 재무제표를 수정함으로써 당기순이익이 1,039억 원에서 187억 원으로 대폭 감소하게 되어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등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사주 매도 이후로 동부건설 주식에 대하여 고배당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자사주 매도 당시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것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공소외 7, 8이 수사기관에서 그와 같은 이사회에 참석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함에 있어 적법한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자사주 매도를 전후하여 동부제강과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동부건설 주식과 이 사건 자사주에 관하여 의결권이 제한되어 피고인 1 및 특수관계인들의 의결권 비율이 축소되었으나, 피고인 1이 이 사건 자사주를 취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동부건설에 대한 확고한 지배권을 보유하게 된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본인인 동부건설을 위한다는 경영상의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주로 피고인 1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3) 그러나 그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 피고인들이 정한 위와 같은 대금지급방법은 연불거래의 한 방식으로서, 당시 동부건설의 금융기관 조달금리가 연 9% 내외였던 사실과 피고인 1이 동부그룹의 총수로서 600억 원에 상당하는 동부그룹 계열사 주식 등 700억 이상의 개인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 사건 자사주 매도대금을 지급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리라 보이는 점, ② 시가배당율 제도는 정부에 의하여 2003. 3.경 처음 도입한 제도로서, 주가가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경영진으로 하여금 배당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도록 촉구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인데, 그 이전에는 액면배당율과 배당성향을 공고하도록 하였고, 고배당과 저배당의 일반적인 구별기준은 ‘배당성향’, 즉 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비율 또는 기업이 당해 순수하게 벌어들인 이익으로 지급하는 총배당금의 비율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서, 동부건설의 경우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00회계년도에는 11.3%, 2002회계년도에는 33.4%, 2003회계년도에는 34.4%로서 경쟁 건설업체인 대림산업 주식회사, 엘지건설 주식회사,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에 비하여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피고인 1이 이 사건 자사주 매도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미리 고배당 정책을 계획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자사주 매도 당시 동부건설의 이사로는 피고인 1, 2, 공소외 7, 8, 9 등 5명이 있었고, 이 사건 자사주 매도와 관련된 이사회 결의서(수사기록 제2권 제1377면)에 의하면 위 이사들 중 공소외 9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하여 이 사건 자사주 매도를 의결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공소외 7, 8이 당초 검찰 초기 진술에서는 이사회에 참석한 기억이 없다거나 이사회가 열린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나중에 다시 진술을 번복하여 검찰과 원심 법정에서 이사회가 열렸다거나 자사주 매도에 관한 간담회가 자주 열려 참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공소외 7, 8 등이 이사로 선임되게 된 경위와 피고인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번복하여 한 진술 중의 일부가 허위라는 의심을 떨칠 수는 없으나, 적어도 그 당시 이 사건 자사주 매도와 관련하여 이사들 사이에 실제로 잦은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점, ④ 이 사건 자사주 매도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인 1이 동부건설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하게 하기는 하였으나, 앞서 인정하였듯이 피고인 1은 이미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달리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사 경영권의 위협이 존재하였다 하더라도 동부제강과 동부건설 사이의 상호출자관계를 해소하거나 추가로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집하는 방법 등으로 이를 손쉽게 방어할 수 있었으리라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자사주 매도가 주로 피고인 1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4) 오히려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정부는 1997년 환율대란으로 촉발된 한국경제의 급격한 침체상태를 벗어나고자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시작하였는데, 2000. 9.경에는 부채비율 200%를 기준으로 퇴출기업을 선정한다고 발표하였고, 2000. 11. 3.경에는 287개 부실징후 기업을 대상으로 퇴출 혹은 지원 여부를 평가한 후 29개의 청산 및 법정관리 대상 기업을 발표하였는바, 그 중에는 시공능력 7위의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를 비롯한 11개사의 건설업체가 포함되었으며, 2001년에도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었던 사실, 2000년경은 1997년부터 이어오던 건설업계의 불황이 회복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던 시기로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등 민간 부문의 공사발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였고, 그나마 공공 부문의 공사발주는 수없이 많은 건설업체들이 입찰경쟁에 참가하는 바람에 동부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업체들마저 공사수주를 하기 어려웠으며, 특히 공공 부문 발주 공사의 경우에는 입찰시 적격심사제도(PQ)를 실시하여 시공경험 30점, 기술능력 35점, 경영상태 35점, 신인도 ±3점으로 점수를 배분하여 입찰 참가업체의 자격을 제한함으로써 경영상태 중 중요항목에 해당하는 부채비율의 비중이 매우 높아진 사실, 동부건설의 경우 공사실적평가, 경영평가, 기술능력평가 및 신인도평가를 합한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998년에는 12위, 1999년에는 14위, 2000년에는 16위로 계속 하락하였으며, 그 주된 이유는 2000년 상반기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이 경쟁 건설업체의 평균 부채비율보다 높은 223.2%에 이르렀기 때문인 사실, 한편, 동부그룹의 주계열사인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을 대표하여 1998. 2.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과 사이에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여 그룹 전체의 부채비율을 1999년 말에는 199%, 2000년 말에는 175%, 2001년 말에는 156%, 2002년 말에는 148%로 낮추기로 약정하였다가, 1999년까지 계획한 동부제강의 아산만공장 합작분사계획이 무산되어 위 약정을 이행할 수 없게 되자, 2000. 5. 16. 다시 서울은행과 사이에 ‘재무구조개선계획 수정약정서’를 체결하여 그룹 전체의 부채비율을 2000년 말에는 199%, 2001년 말에는 190%, 2002년 말에는 180%를 달성하는 것으로 종전의 약정을 수정하기로 합의한 사실, 동부그룹은 1998년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불요불급한 자산들을 매도하여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하여 노력을 다하였고, 동부건설은 2000. 12.경까지 매도가 계획되었던 부동산 중 사업 수행에 필요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들을 모두 매도하였는데, 서울은행은 1999. 11. 22.과 2000. 8. 1. 두 차례에 걸쳐 동부건설에 위 재무구조개선에 관한 약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금융상의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 이 사건과 같이 자사주를 매도할 경우 자본 항목에서 차감되어 있던 자사주가 처분으로 인하여 전액 자본의 증가로 반영되고, 자사주 매도로 받은 계약금은 부채 상환에 이용되어 부채 감소의 효과도 있으며, 특히 자사주 처분의 처분으로 인한 회계상의 손실은 법인세를 감소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보아 자사주의 매도는 일반 부동산 등의 자산 매도의 경우보다 부채비율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이 사건의 경우 자사주 매도로 인한 대차대조표상의 부채비율 감소효과는 20.7%에 이르렀기 때문에 동부건설의 부채비율 순위가 도급순위 상위 50개사 중 4위로 뛰어 올랐으며, 서울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상의 부채비율{부채 / (자기자본 - 재평가적립금 - 계열사 증자금)}도 자사주를 매도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약 29%나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 사실{검사는 위 재무구조개선계획 수정약정서상 동부건설이 2000회계년도에 목표한 부채비율은 262%이고 이 사건 자사주 매도 후 동부건설이 달성한 부채비율은 185%이므로, 결과적으로 동부건설은 이 사건 자사주 매도 없이도 위 수정약정서상의 부채비율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심증인 공소외 10, 11, 12가 법정에서 한 진술에 의하면, 재무구조개선계획 수정약정서상의 기재된 동부건설의 2000회계년도 목표 부채비율은 2000. 2. 동부건설과 동부고속과 사이의 합병으로 발생한 재평가적립금 1,154억 원(1998년 동부건설 재평가적립금 503억 원 + 1998년 동부고속 재평가적립금 651억 원)과 1999년 계열사 증자 참여분 104억 원, 합계 1,258억 원을 예상 대차대조표상 자본 항목에서 모두 차감하는 방법으로 산출한 것인바, 재무구조개선계획상으로는 일부 재평가적립금(동부고속 재평가적립금 651억 원 + 동부건설 재평가적립금 중 124억 원)만 차감하면 충분한 것인데 동부건설의 담당 실무자들이 착오로 위 1,258억 원을 모두 차감함으로써 자본 항목이 지나치게 감소하여 목표 부채비율이 높게 산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동부건설은 위와 같이 부채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수주경쟁력이 향상되어 더 많은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되었고, 동부그룹 또한 부채비율이 200%를 하회함에 따라 2001. 9. 26. 서울은행으로부터 기업재무구조개선약정을 종료시키고 자율점검대상계열로 전환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서 나타나듯이 이 사건 자사주 매도를 전후하여 동부건설의 경영상 최대의 목표는 부채비율의 감소와 이를 통한 재무구조의 개선 및 수주경쟁력의 강화였던 점을 알 수 있는바,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사건 자사주 매도는 바로 위와 같은 동부건설의 당면한 회사 경영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라고 능히 짐작할 만하다.
결국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하게 된 경위와 동기, 이 사건 자사주 매도에 관한 거래의 조건, 당시 동부건설이 처한 경제적 상황, 이 사건 자사주 매도를 통한 동부건설의 손실발생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자사주를 주당 2,270원에 매도하기로 결정한 것이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바.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이 2000. 12. 5.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자사주를 매도한 행위가 자사주의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도가격을 결정하였다거나 피고인들이 동부건설의 이익보다는 피고인 1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것으로 동부건설의 이사로서의 임무를 위배한 행위라고 볼 수가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부분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2000. 12. 5.자 업무상배임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에 어떠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할 것이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동부월드 주식 매도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로 동부건설에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1) 앞서 살펴보았듯이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를 의미하므로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회사가 보유하는 주식을 저가로 매도하였을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통상 그 주식의 매도대금과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에 있어서 그 시가는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만약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들을 고려하되 그러한 평가방법을 규정한 관련 법규들은 각 그 제정 목적에 따라 서로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느 한 가지 평가방법이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
이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의 매도로 동부건설이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는 매도대금으로 정해진 주당 1원이 그 주식의 적정한 가액으로서의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이었지 여부에 달려있다 할 것인데, 동부월드 주식은 공개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이므로, 우선 그 주식의 가액을 산정하기 위하여 그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지 살펴본다.
(2)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동부건설이 1997. 4.경 공소외 13, 14로부터 원림개발 주식, 골프장 부지 및 골프장 사업허가권 등 일체의 권리를 매수하면서 원림개발 주식 10,000주를 주당 20,000원으로 계산하여 매수한 사례, 동부건설이 2001. 6.경 원림개발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100만 주를 주당 10,000원에 인수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나, 1997. 4.경 동부건설과 공소외 13 등과 사이의 거래는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가 그로부터 6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된 후에 이루어진데다가, 그 사이 1997년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국가경제의 위기 등으로 경제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없고, 2001. 6.경 동부건설이 유상증자시 인수대금으로 지급한 주당 10,000원의 대금 역시 증자의 목적으로 지급된 것일 뿐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고려하여 평가된 금액이라 할 수 없는바, 결국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에 관하여는 이 사건 매도 당시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거래의 실례가 없었다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나아가 주식 평가에 사용되는 보편적 평가방법들과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당시 동부월드 및 거래당사자들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당시 주식가격을 주당 1원으로 결정한 것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적정한 가격이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본래 주식은 기업의 지분을 표창하고 있는 권리로서 그 가치는 기업의 가치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것이므로, 통상 주식 가치의 산정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고, 산술적으로만 보자면 총 주식가치의 합은 총 기업가치의 합과 같다고 할 것이며, 한편 거래에 있어서의 가격이라는 것은 거래의 대상이 가지는 현재가치 또는 거래를 함으로써 장래 취득할 수 있는 수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101만 주를 주당 1원으로 계산하여 합계 101만 원에 피고인 1 및 동부그룹 계열사에 매도하였고 그 가격이 정당하였다고 한다면, 동부월드 주식의 매수자들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장래 실현할 수 있는 수익의 현재가치가 10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동부건설이 원림개발 주식을 취득할 무렵인 1996. 12. 31. 당시 원림개발(원림개발 주식회사는 2002. 1. 21. 동부월드 주식회사로 법인명이 변경되었다가, 다시 같은 해 2. 6. 주식회사 동부월드로 변경되었다)의 자산총계는 7,745,879,778원, 부채총계는 8,970,682,252원, 자본총계는 (-)1,224,802,474원으로서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고,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전인 2002. 12. 31. 기준으로 동부월드의 자산총계는 약 402억 원, 부채총계가 약 459억 원, 자본총계가 약 (-)57억 원인 사실, 동부월드는 동부건설이 원림개발 주식을 취득할 때 동부건설로부터 차용한 자금 155억 원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 추가 골프장부지 매수자금 및 기타 운영자금 등을 모두 제2금융권의 차입금으로 충당하여 왔는데, 1997년 이후 골프장 건설이 여러 해 동안 중단된 데다가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마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상당한 이자비용을 계속 지출하여 왔고, 금융기관 대출금이 2003. 6.경에는 약 486억 원, 2003. 12. 말경에는 약 505억 원에 달하여 재무구조가 매우 부실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의 매도 당시 그 주식의 가치를 결정짓는 한 요소인 당해 기업의 순자산가치는 거의 없었거나 마이너스 상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에서 든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를 전후하여 피고인들과 동부건설 담당 임직원들은 수시로 회의를 개최하여 음성골프장 건설에 관하여 논의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구체적인 골프장 건설과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의 조달과 골프장 회원권의 분양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세워 이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던 사실( 공소외 15가 작성한 ‘President CC(가칭) 사업추진계획’, 공소외 16이 작성한 회의 메모),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수한 동부화재의 2003. 6. 20.자 내부품의서에는 ‘동부월드 지분참여 효과’로 “1. 동부월드가 현재 57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이나 주당 1원(총 2만 원)에 매입하여 투자를 위한 현금 유출 거의 없음, 2. 계획 중인 골프사업이 아직 미분양 상태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나 향후 레저사업의 전망은 밝은 편임”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동부증권의 2003. 6. 20.자 내부품의서와 2003. 6. 21.자 이사회 의사록에는 ‘동부월드 출자시 기대효과’로 “향후 투자대상회사의 골프장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대상회사의 영업수익증가로 인하여 배당수익 및 자본차익 획득 가능”이라는 내용이 각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다가 피고인 3이 검찰에서 “2004. 2. 내지 3.경에 약 200억 원 정도를 증자한 후 2004년 말경에 회원권 분양을 시작하여 500억 원 정도를 분양해서 채무를 모두 변제한 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총 분양수입은 1,5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골프장 사업을 주관하고 있었던 동부건설 부사장 공소외 16도 검찰에서 “2004. 2. 동부그룹 계열사에 대해 회원권을 선분양하기로 계획되어 있는데, 다만 계좌수는 290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 1이 아닌 다른 개인에게는 동부월드의 주식을 주당 1원에 매도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 피고인 1에게 가장 지분이 많은 255,000주를 매도하여 최대주주가 되게 한 것은 그동안 피고인 1이 수년 동안 골프장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기여한 공이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 정도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과 동부건설 담당 임직원들은 물론 동부월드 주식을 매수한 동부그룹 계열사들도 동부월드가 향후 정상적으로 골프장 건설 및 운영사업을 영위하게 되는 경우 어느 정도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비록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의 매도 당시 동부월드의 순자산가치가 거의 없거나 혹은 마이너스인 상태였다 하더라도 향후 골프장 건설 및 운영에 관한 사업계획의 실현 여하에 따라서는 수익을 내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할 것인데, 피고인들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피고인 1과 동부그룹 계열사들에게 사실상 무상증여라 할 수 있는 주당 1원의 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위와 같은 수익가능성에 상당하는 위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포기하였다 할 것이고, 반면 동부건설로부터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수한 피고인 1과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그와 같은 가치를 취득하는 대가로 지불한 것은 장래 동부월드의 부실이 심화되어 도저히 정상화될 수 없어 청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주유한책임의 원칙상 부담하는 주당 1원씩의 극히 미소한 위험을 떠안는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인바,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들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주식의 적정한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동부건설에 그 주식의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1) 앞서 살펴보았듯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이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며, 만약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함에 있어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들이 동부월드 주식의 매도가격을 결정하여 매수 당사자인 동부그룹 해당 계열사들에게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그 과정에서 매매 당사자들 사이에 매수가격에 관한 아무런 논의가 없었던 점, ② 피고인들은 거래가격의 적정성에 관한 평가를 하였다는 외관을 갖추기 위하여 주식 매도 당일인 2003. 6. 23. 경일감정평가법인에 동부월드의 자산가치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의뢰한 감정내용이 주식가치의 평가가 아닌 골프장 부지의 자산가치 평가에 한정되었을 뿐 아니라, 담당 감정평가사에게 그 자산가치 평가액을 일정액 이하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하였으며, 실제로 경일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같은 달 26.에야 감정서를 송부 받았으면서도 감정서 작성일자를 주식 매도 전인 2003. 6. 21.자로 소급하여 기재하도록 요구한 점, ③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수한 피고인 1과 동부그룹 계열사들은 주주유한책임의 원칙상 주식 매수로 인하여 아무런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지 않게 된 데 반하여, 동부건설은 장래 동부월드가 실현할 수익가능성에 관하여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된 점, ④ 이 사건 동부월드 매도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에 의하면, 동부건설 이사 8명(특별이해관계가 있는 피고인 1을 제외하면 이사 7명) 중 피고인 2, 공소외 1, 2, 3, 4 등이 이사회에 참석하여 안건에 대하여 찬성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공소외 4는 검찰에서 이사회 안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으며, 이사회 의사록에 날인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1도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안건의 내용을 알았다면 동의를 해주지 않고 고민을 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며, 사외이사인 공소외 2도 검찰에서 이사회에 참석한 사실은 없고 동부건설 직원이 이사회 의사록에 날인을 부탁하기에 날인해 주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전에 적법한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동부건설이 출자총액제한 위반으로 인한 과징금과 주식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처분할 필요는 없었고, 당시 보유하고 있던 불요불급한 다른 주식을 매도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던 점, ⑥ 동부건설의 음성골프장에 대한 시공권은 동부월드와 사이의 공사도급계약에 기한 것이고,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당시 이미 공사에 착수하여 공정률이 9%에까지 이르렀으므로, 별다른 법률상 또는 계약상 계약해제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피고인 1이나 그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매도하였더라도 동부건설이 보유하는 시공권을 상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 ⑦ 유상증자 여부는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한 것으로서 주식 보유 자체로 유상증자의 부담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부건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함에 따라 2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유상증자의 의무를 면하고 주식매수인들이 대신 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가사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동부건설에 일부 이득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함에 있어서 본인인 동부건설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오히려 피고인 1 개인 및 주식을 매수한 동부그룹 계열사들에게 이득을 주고 동부건설로 하여금 손해를 감수케 한다는 의사가 주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본인인 동부건설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피고인 1의 공모, 가담 여부
(1)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고,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서 피고인 1이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에 의한 업무상배임 범행에 공모, 가담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이 2003. 5. 말경이나 2003. 6. 중순경 피고인 2, 3으로부터 동부건설이 소유하는 동부월드 주식을 매도하여야 하는데 그 매도방안으로 피고인 1에게 그 주식 100%를 양도하는 것을 포함한 네 가지 방안이 있다는 것을 보고받은 사실, 피고인 1이 그 무렵 동부월드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기도 하였고, 삼동흥상 주식회사에 동부월드의 주식을 이전해 놓도록 직, 간접적으로 지시하는 등 평소 동부월드의 소유구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 공소외 16은 검찰에서 피고인 1이 수년 동안 골프장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기여한 공로에 대한 보답으로 피고인 1에게 255,000주를 매도한 것이라고 진술한 사실, 피고인 1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 후에도 골프장 건설에 대하여 아주 깊숙이 관여하면서 세밀한 부분에까지 직접 지시를 하고 의사결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1이 동부그룹의 회장으로서 동부월드의 향후 지배구조에 관하여 보고를 받았고 평소 동부월드에 관련된 사업추진에 관하여 각별한 관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이 동부월드의 주식 25.5%를 취득함으로써 최대주주가 된다는 사정을 사전에 알지 못하였다고 하는 것은 경험칙상 극히 이례적이라 할 것인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이 사건 동부월드 주식 매도와 그 거래조건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라.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은 모두 동부건설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자들로서 경영상의 판단을 함에 있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동부월드 주식의 순자산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동부그룹 총수인 피고인 1과 그룹 계열사에 단돈 1원에 매도하여 사실상 무상으로 증여함으로써, 동부건설로 하여금 동부월드 주식을 적정한 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면서도,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위 매도가격은 정당하게 산정된 것으로 동부건설에 아무런 손해를 끼친 바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지금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제 발전에 있어서 그동안 재벌이 차지하였던 역할과 기능이 긍정적이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사건 피고인들의 범행과 같이 재벌의 총수와 소수의 임원들이 이른바 선단식 기업경영을 하면서 특정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총수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것은 어느 견해에 의하더라도 바람직한 경영형태라고 지지받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범행은 좁게는 피고인들이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믿고 동부건설에 투자를 해 온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신임을 저버리는 행위이고, 넓게는 주식회사 제도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제도의 본질을 해하는 행위로서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피고인 2, 3은 회계자료를 분식하여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고 허위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적정한 회계처리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법률의 취지를 몰각시켰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을 마땅히 엄벌에 처함으로써 피고인들은 물론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기업경영인들로 하여금 이를 경계로 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피고인 1은 1969년경 동부건설을 설립하여 충실히 경영해 오면서 이를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동부그룹을 동부제강, 동부화재 등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자산순위 20위권 내의 거대 기업집단으로 키워내 나름대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해 왔으며, 이 사건 범행으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취득한 동부월드 주식 전부를 동부건설에 반환한 점, 피고인 2, 3은 모두 전문경영인들로서 이 사건 업무상배임 범행에 관한 중요 판단에 있어서는 그룹 회장인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바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위 피고인들 모두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들도 있다.
위와 같은 정상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여러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여 보건대,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은 모두 적절한 것으로 인정되고, 이를 너무 무겁다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공소장 변경으로 인한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5. 무죄 부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과 예비적 공소사실인 2000. 12. 5.자 업무상 배임의 점의 요지는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바, 이미 제2의 다항 이하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이는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