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보험업법위반][공2004.9.1.(209),1480]
판시사항

[1] 업무상배임죄의 고의와 그 입증 방법 및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3] 보증보험회사의 경영자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의 영업으로 행한 보증보험계약의 인수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2]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 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므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3] 보증보험회사의 경영자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의 영업으로 행한 보증보험계약의 인수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박성철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1993. 8. 25.부터 1996. 8. 13.까지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이하 '대한보증보험'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는데, 대한보증보험의 영업지침에 의하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심사 주무부서가 인수조건을 심사함에 있어 대상 업체의 재무상황과 비재무상황 등을 기준으로 평점을 산출하여 심사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른 인수조건을 정하되 평점이 낮은 등급일수록 인수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심사등급을 조정할 수 있는 등 부실회사채의 지급보증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도록 세부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보증보험회사를 경영하는 피고인 1로서는 위 영업지침에 따라 대상 회사의 재무구조, 사업전망, 경영실태, 원리금 상환능력이나 연대보증인의 신용상태 등을 면밀하게 조사·확인하여 평점을 산출하고 이에 따른 심사등급을 정확하게 결정한 후 그에 따른 인수조건을 엄격히 적용하여 보증금액의 상환이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보증을 인수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1) 1994. 8. 24.경부터 1995. 3. 16.까지 사이에 재무부 근무시절 직장 상사이던 대륙종합개발 주식회사(이하 '대륙종합개발'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 장덕진으로부터 주식회사 한세산업(이하 '한세산업'이라고 한다) 등 7개 업체의 한국기술금융 주식회사(이하 '한국기술금융'이라고 한다)로부터의 기술개발융자금 69억 6,700만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청받게 되었는바, 한세산업 등 7개 업체들은 1992. 내지 1994.에 신설된, 자본금 5,000만 원 내지 3억 원의 소규모 법인들로서, 매출실적이나 영업이익이 전혀 없어 심사평점의 산출조차 불가능한 업체들이고, 또한 연대보증인인 대륙종합개발도 1993. 12. 말 기준 자기자본 8억 8,200만 원, 매출액이 전혀 없는 업체로서 심사평점 37점으로 심사등급 D급이고, 지급보증요청을 검토한 대한보증보험 실무진에서 지급보증을 반대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 1로서는 한세산업 등의 지급보증을 인수하여서는 아니 되고 부득이 지급보증을 인수하더라도 대한보증보험의 영업지침에 따라 담보율 100% 이상의 담보물을 확보하는 등 인수조건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지급보증을 인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장덕진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고려한 나머지 재무상태나 신용도 등에 대한 아무런 검토도 없이 신용도 취약업체인 대륙종합개발을 함부로 우대기업(C군)으로 부당하게 선정한 후 동 회사를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등 위 영업지침에 규정된 인수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B급 인수조건으로 지급보증을 하여 주는 등 8회에 걸쳐 합계 69억 6,700만 원의 기술개발자금을 함부로 지급보증하였으나 1995. 6.경 위 보증의뢰 업체 및 연대보증한 대륙종합개발 등이 모두 부도처리됨으로써, 보험회사의 임원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여 한세산업 등 7개 업체에 위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대한보증보험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2) 1995. 10. 16. 삼미종합특수강 주식회사(이하 '삼미종합특수강'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 김현철로부터 그 회사의 제154회 회사채 78억 4,700만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청받게 되었던바, 삼미종합특수강은 1990.부터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소속 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위 김현철의 외화밀반출 루머 등으로 인해 전 금융기관에서 그룹 전체에 대한 대출금 회수에 들어가 자금사정이 어려웠고, 1994. 12. 말 기준으로 9,231억 원에 이르는 과다한 차입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되어 1992년도 790억 원, 1993년도 895억 원, 1994년도 685억 원 등 3년 연속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부채비율이 878.1%에 달하는 부실회사로서, 1992. 10. 23. 대한보증보험으로부터 우대업체 선정이 취소된 후에 재무상태 등이 더욱 악화되어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그 원리금 상환능력이 의심스러운 상황이고, 또한 삼미종합특수강은 과다계약자로 보험계약 유의자에 해당되어 영업지침상 청약접수 비대상업체로 분류되었을 뿐 아니라, 대한보증보험의 심사부서에서 기업 평가한 결과 평점 54점으로 심사등급 C급에 해당되고, 위 154회 회사채 지급보증요청을 검토한 부사장 조재경, 상무이사 이규관 등 대한보증보험의 임·직원들이 지급보증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었으므로, 삼미종합특수강의 지급보증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부득이 지급보증을 하더라도 대한보증보험의 영업지침에 따른 인수조건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지급보증을 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김현철과의 친분관계를 고려한 나머지 함부로 삼미종합특수강을 우대업체(B군)로 재선정하여 심사등급을 상향조정한 뒤, 아무런 물적 담보 없이, 자금사정 및 신용상황이 악화되어 우대업체 선정이 취소된 주식회사 삼미(이하 '삼미'라고 한다)를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78억 4,700만 원의 회사채 발행을 함부로 지급보증하였으나, 삼미종합특수강 및 삼미 등이 1997. 3.경 부도처리됨으로써 보험회사의 임원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여 삼미종합특수강에 위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대한보증보험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1) 위 공소사실 (1)항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위 장덕진은 대륙종합개발을 통하여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의 농장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중, 개발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게 되자 한세산업의 대표이사인 김상권 등으로부터 한국기술금융의 기술개발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대륙종합개발의 농장개발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제의를 받게 되자 재무부 근무시절의 부하이던 피고인 1을 찾아가 대륙종합개발의 농장개발사업을 설명하면서 위 기술개발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의 인수를 부탁한 사실, 피고인 1은 장덕진과 동석한 자리에서 부사장인 조재경과 담당 상무인 이규관을 사장실로 불러 장덕진을 소개하면서 장덕진이 부탁한 지급보증 인수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한 사실, 위 이규관의 지시로 심사부장인 신희태를 포한한 심사부 실무자들이 대한보증보험 안산지점에 신청된 위 지급보증 인수건을 검토한 결과, 신청인으로 되어 있는 한세산업 등 7개 업체 모두가 신설업체로서 매출실적이 전혀 없어 심사등급을 평가할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심사승인이 불가능하고, 지급보증을 해 주더라도 100%의 담보를 제공받도록 되어 있는 D급 인수조건으로 지급보증을 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하여 신용으로 지급보증을 인수하는 것을 반대하였으나, 피고인 1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신용으로 지급보증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우대업체가 연대보증하는 경우 담보가 필요 없는 B급 인수조건으로 지급보증계약을 인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착안하여 대륙종합개발을 우대업체로 선정하는 방안을 이규관을 통하여 피고인 1에게 보고한 사실, 피고인 1이 이와 같은 방안을 승인하자 위 이규관은 기업분석부장인 김균배에게 대륙종합개발을 우대업체로 선정하도록 지시한 사실, 기업분석부의 심사결과 대륙종합개발은 1993. 12.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8억 8,200만 원 정도이고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등 심사평점이 37점에 불과하여 그에 따른 심사등급이 D급으로 평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륙종합개발의 신용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및 거래실적, 산업특성, 동종업체에서의 지위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대한보증보험의 영업지침 제1065조 제3항의 "회사와의 거래실적, 산업특성, 동업계 지위,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시책 등을 감안하여 신용이 있다고 인정되는 업체를 우대업체로 선정(군 상향조정 포함)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064조(위임전결사항)에서 정한 수임자의 상위결재권자를 전결권자로 한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대륙산업개발을 우대업체 C군으로 선정하기로 하고 피고인 1의 결재를 받은 사실, 그 후 대한보증보험은 대륙종합개발의 연대보증 아래 한세산업 등 7개 업체에 한국기술금융의 기술개발자금 합계 69억 6,700만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하였으나, 1995. 6.경 한세산업 등 보증신청 업체 및 연대보증업체인 대륙종합개발이 모두 부도처리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대한보증보험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1이 대륙종합개발을 우대업체 C군으로 선정한 것이 회사의 영업지침을 위배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업분석부의 객관적인 심사결과로는 우대업체 D군 정도에 해당하는 대륙종합개발에 대하여 그 사업계획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한국기술금융의 기술개발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위하여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업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대륙종합개발을 우대업체 C군으로 선정하여 지급보증을 인수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1에게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거나 이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하고, 회사의 영업지침을 형식적으로 준수하였다고 하여 보증금액 상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지급보증을 인수한 이 사건 범행을 임무에 위배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위 공소사실 (2)항에 대하여

또한, 원심은 대한보증보험이 이미 지급보증하였으나 1995. 11. 9. 만기가 도래하는 삼미금속의 회사채 54억 4,000만 원에 대한 상환여력이 전혀 없고 상환기한의 연기도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자, 삼미그룹 소속 삼미종합특수강의 대표이사인 김현철, 자금담당이사인 김중근, 삼미의 관리담당이사인 공소외 이제병 등은 삼미종합특수강 명의의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여 만기가 도래한 삼미금속의 회사채를 상환하기로 결정하고 1995. 9. 말경 대한보증보험 강남지점에 삼미종합특수강의 제154회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의 인수를 부탁하였으나 물적 담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거절당한 사실, 그 후 대한보증보험 본사와 협의가 되었다며 심사의뢰하여 달라는 위 김중근, 이제병 등의 부탁에 따라 강남지점에서 삼미종합특수강의 신규 회사채 지급보증 인수건에 대한 심사를 의뢰하자, 부사장인 조재경, 담당 상무인 이규관, 심사과장인 김욱기 등이 삼미종합특수강의 경우 1992.부터 1994.까지 3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고 연도별 차입금 및 부채비율이 늘어나면서 재무상태와 신용상태가 매년 악화되어 있어 원리금 상환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사정을 들어 지급보증 인수를 반대하였으나, 피고인 1은 위 조재경을 심하게 질책하면서까지 지급보증의 인수를 지시한 사실, 삼미종합특수강에 대한 심사결과 심사평점이 54점으로 C급 인수조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대한보증보험의 영업지침상 우대업체로 선정된 업체의 재무상황 및 비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계속적인 거래를 하는 경우 많은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우대업체선정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삼미종합특수강은 이와 같은 영업지침에 따라 1992. 10. 23.자로 우대업체선정이 취소되었고, 과다계약자로 보험계약 유의자에 해당하여 청약접수 비대상업체로 분류되고 있었던 사실, 앞서 본 바와 같이 삼미종합특수강의 재무상태와 신용상태가 매년 악화되어 가고 있었고, 금융권에서도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어음과 수표 용지의 교부를 제한하고 있었으며, 삼미그룹 전체에 대한 부도위기설 등이 나돌아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영업지침 제1071조 제2항의 "우대업체 선정이 취소된 업체라도 취소 사유가 해소되었거나 해소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주무부서에서 선정기준 등 충족 여부를 검토한 후 재선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기하여 삼미종합특수강을 우대업체 B군으로 재선정한 다음, 삼미종합특수강 발행의 백지 당좌수표 2매와 위 김현철의 개인 연대보증, 삼미의 연대보증, 삼미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김현배의 개인 연대보증 외에 어떠한 물적 담보도 취득하지 않은 채 78억 4,700만 원의 신규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 사실, 한편 지급보증 당시 대한보증보험은 삼미그룹에 대한 지급보증 잔액을 단계적으로 감소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삼미종합특수강에게 신규 회사채 발행에 기한 차입금으로 삼미금속의 만기 도래 회사채 54억 4,000만 원을 전액 상환하고, 삼미종합특수강의 전환사채 211억 원 중 100억 원 정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조건을 제시하였고, 삼미종합특수강이 이를 받아들여 1995. 8. 7. 전환사채 211억 원 중 97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같은 해 11. 9. 삼미금속의 회사채 54억 4,000만 원을 전액 상환한 사실, 삼미종합특수강을 비롯한 삼미그룹은 1997. 3. 18. 모두 부도가 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대표이사인 피고인 1이 삼미종합특수강을 우대업체 B군으로 재선정하여 신규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한 것이 회사의 영업지침을 위배한 것은 아니고 삼미그룹 전체에 대한 보증잔액을 감소시킨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우대업체 선정이 취소되어 청약접수 비대상업체로까지 분류되어 있고 재무상황 및 신용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삼미종합특수강에 대한 객관적인 기업가치평가 없이 형식적인 검토만을 거쳐 우대업체 B군으로 재선정하고 정책적으로 국가기간산업인 삼미종합특수강을 부도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의적인 판단에 기하여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규 회사채의 지급보증을 인수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1에게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거나 이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하고, 회사의 영업지침을 형식적으로 준수하였다고 하여 보증금액의 상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지급보증을 인수한 이 사건 범행을 임무에 위배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만기가 도래한 삼미금속의 회사채가 상환되었다고 하여 삼미종합특수강에 대한 신규 회사채의 지급보증을 차환보증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보증액 역시 78억 4,700만 원으로 삼미금속의 회사채 54억 4,000만 원을 초과하고 있다),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삼미종합특수강의 신규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 당시 이미 손해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그 후에 삼미종합특수강의 기존 전환사채 중 일부가 주식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정은 이 사건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는 점은 당원이 일관되게 설시하여 온 바이다(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참조).

그런데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와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이 사건에서 임무위배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보증보험회사의 영업으로 행한 보증보험계약의 인수인바, 대한보증보험의 설립취지문에도 나타나 있듯이 대한보증보험은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을 보완해 줌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보증보험회사로서 대출금에 대하여 전액 회수를 전제로 대출업무를 영위하는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보증보험회사는 보증한 회사채의 지급 불능 등으로 인한 보험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어느 정도 있음을 전제로 보험의 법리에 따라 신용 위주로 영업을 영위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보증보험회사의 경영자에게 공소사실의 기재와 같이 보증금액의 상환이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보증을 인수할 임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 개개의 보증인수행위별로 살펴보면, 우선 대륙종합개발은 1992. 4.경 중국의 흑룡강성 농업개발건설총공사와 합작하여 중국 흑룡강성의 삼강평원에 대규모 농지를 임차하여 농장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한국 최초의 대규모 해외농업개발 추진업체이었고, 그 대표이사이던 장덕진은 경제기획원차관, 농수산부장관, 농업진흥공사 이사장, 흑룡강성 특별경제고문 등을 지낸 저명한 인물이었으며, 1994. 4. 6.까지 총 1억 1,400만 평 중 4,000만 평을 이미 개발하여 일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었고, 당시는 정부의 북방정책에 따라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지고 중국의 개혁·개방정책과 맞물려 우리 기업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던 점은 공지의 사실로서 위 사업 내용은 당시 주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 1은 장덕진으로부터 직접 그 사업 내용, 진행상황 및 전망에 관한 설명을 듣고 그 사업전망이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 1이 심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륙종합개발을 우대업체로 선정한 점에 비추어 위 영업지침 제1065조 제3항을 적용한 것이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대륙종합개발의 연대보증 아래 한세산업 등 7개 업체의 기술개발자금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일 뿐이며, 여기에다가 피고인 1과 장덕진이 모두 재무부 출신이기는 하나 같은 부서에서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로 근무한 적도 없고 기타 별다른 친분관계도 없었으며 대륙종합개발을 우대업체로 선정하기로 한 이후 그 연대보증하에 지급보증을 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한 실무자도 없었던 사실, 피고인 1이 금품을 수수하거나 기타 개인적인 이익을 얻으려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도 않는 사실 등을 보태어 보면 원심이 적시한 일부 간접사실들만으로는 대륙종합개발의 연대보증하에 한세산업 등 7개 업체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한 것이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 1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피고인 1은 대한보증보험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재정상태가 좋지 않던 삼미그룹에 대한 지급보증 잔액을 매년 단계적으로 감소시켜 왔는데, 1995. 11. 9. 만기가 도래하는 삼미금속의 회사채 보증액 54억 4,000만 원에 대한 지급보증의 경우 삼미금속이 자본잠식 상태로 상환능력이 없어 그 기한을 연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한 연장을 거절하여 부도를 내는 경우 삼미그룹 전체의 부도로 연결되어 삼미그룹 전체의 보증잔액 58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반면,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미종합특수강은 국내 최대, 세계 3대 규모의 특수강제조업체로서 국가기간산업이며, 총자산이나 매출액 등 규모 면에서는 특별우대업체에 해당하고, 북미현지법인인 삼미아트라스의 인수로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었지만 1994.부터 시설투자가 일단락되어 향후 금융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이 예상되고 있었고 특별우대업체의 자격이 취소된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등 삼미금속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양호한 점을 감안하여, 만기가 도래한 삼미금속의 회사채 보증액 54억 4,000만 원을 전액 상환하고 대한보증보험이 과거 지급보증하였던 211억 원 상당의 삼미종합특수강 발행의 전환사채 중 100억 원 정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대신에 삼미종합특수강의 회사채 78억 4,700만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 주는 방식으로 삼미그룹의 전체적인 보증규모를 줄여가는 계획을 추진하였고, 실제 이러한 계획은 모두 그대로 이행되었으므로(다만 실제 주식으로 전환된 사채금액은 97억 원 상당이었고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 날은 1995. 8. 7.경으로서 원심의 판시와 달리 보증인수를 하기 이전이었다) 결과적으로 삼미그룹에 대한 보증잔액을 약 73억 원 정도 감소시켜 대한보증보험으로서는 삼미종합특수강의 회사채 지급보증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그 금액만큼 이득을 본 셈이 되어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삼미종합특수강의 재무상황과 비재무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회사의 영업지침에 기하여 우대업체로 선정하는 것이 상당하였으므로 우대업체 B군으로 선정한 것이고, 우대업체로 선정되는 경우 영업지침에 의해 청약접수 비대상업체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과거 보험계약 유의자로서 청약접수 비대상업체로 분류되어 있던 삼미종합특수강을 청약접수 비대상업체에서 제외한 것이어서 이와 같은 업무처리과정에 있어서 영업지침에 위배되는 것은 없었다고 보여지고, 설사 삼미종합특수강을 우대업체 B군으로 재선정한 것이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는 위와 같이 삼미그룹의 보증한도를 점진적으로 감축시킴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지키려는 의도하에 행한 처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여기에다가 피고인 1이 금품수수 기타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음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고, 기록상 피고인 1이 원심의 판시와 같이 삼미그룹의 회장 김현철과 어떠한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으며, 심사 초기에 부사장 조재경이 삼미종합특수강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시하였으나 위와 같이 삼미금속이 발행한 회사채의 상환 및 삼미종합특수강이 발행한 전환사채 중 100억 원 상당의 주식전환과 연계하여 조건부로 처리하기로 한 이후에는 반대한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조재경 역시 제1심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지급보증으로 인하여 삼미그룹 전체에 대한 보증총액이 감소함으로써 회사에 이익이 되었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고, 위 지급보증 이후 삼미종합특수강이 발행한 제155차 내지 178차의 회사채에 대하여 한국보증보험 주식회사, 한국산업은행, 주식회사 제일은행, 주식회사 신한은행 등과 같은 금융기관들 역시 지급보증을 계속 해주었으며, 달리 피고인 1이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배임행위를 저지를 동기도 찾아 볼 수 없는 점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 1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임무위배행위 내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2는 1996. 8. 14.부터 1998. 12. 15.까지 대한보증보험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는데 보증보험회사를 경영하는 자로서 피고인 1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증보험을 의뢰하는 회사의 재무구조, 사업전망, 경영실태, 원리금 상환능력이나 연대보증인의 신용상태 등을 면밀하게 조사·확인하여 평점을 산출하고 이에 따른 심사등급을 정확하게 결정한 후 그에 따른 인수조건을 엄격히 적용하여 보증금액의 상환이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보증을 인수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1996. 11. 6.경 한보철강공업 주식회사(이하 '한보철강'이라고 한다) 총회장 정태수로부터 동사의 제59회 회사채 399억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청받게 되었던바, 한보철강은 주력 생산품인 조강류의 판매가격이 동결되어 있는데도 원재료인 고철가격은 인상됨으로 인하여 수익성이 저하되어 1995년도에는 172억 원의 적자를 보이다가 1996. 상반기에는 899억 원의 적자를 보이는 등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1995. 12. 말 기준 차입금액이 1조 9,637억 원에 이르러 과다한 차입으로 인한 금융이자부담이 가중되어 1995. 12. 말 기준의 부채비율이 같은 업종의 평균 부채비율 185.1%보다 훨씬 높은 845.1%에 달하는 등 부실회사이고, 1996. 9. 4. 한국신용정보 주식회사(이하 '한국신용정보'라고 한다)에서 진단한 결과 1995.에 한보그룹 주력회사(한보철강, 한보에너지, 한보건설)가 모두 적자를 실현하는 등 그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한보철강의 경우 당진제철소의 사업 성패 뿐만 아니라 영업정상화 단계까지 회사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직후이고, 대한보증보험 심사부서에서 기업평가한 결과 평점 61점으로 심사등급 B급에 해당하므로, 25% 이상의 담보를 제공받지 않는 한 한보철강의 사채발행을 지급보증하여서는 아니 되고, 부득이 지급보증을 하더라도 신용상태가 불량해지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심사등급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물적 담보를 징구하는 등 영업지침에 따른 인수조건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지급보증을 인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보철강의 심사등급을 아무런 객관적 자료 없이 함부로 A급(평점 75점 이상)으로 상향조정한 뒤, 충분한 물적 담보를 징구하는 등 영업지침에서 정한 인수조건을 충족하지 아니한 채, 한보철강의 무보증 전환사채만을 담보로 제공받고 같은 회사의 399억 원 상당의 회사채 발행을 함부로 지급보증하였으나 1997. 1. 23.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됨으로써 보험회사의 임원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여 한보철강에 위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대한보증보험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 2가 경영상의 판단 잘못으로 인하여 한보철강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하게 된 것일 뿐 대한보증보험에 손해를 가할 의사로 그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이 무죄를 선고하였음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한보철강은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금융기관으로부터 회사의 운전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제59회 회사채 399억 원 상당을 발행하기로 하고 대한보증보험 강남지점과 본사 심사부에 위 회사채의 지급보증을 요청하였으나, 보증액수가 과다하고 부실채권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실, 한보그룹의 총회장인 정태수는 피고인 2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보철강의 무보증 전환사채를 담보로 제공할 터이니 신규 회사채의 지급보증을 인수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피고인 2는 담당 상무인 강형덕 등에게 재검토를 지시하여 제1금융권에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당진제철소가 완공되는 경우 자금사정이 호전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보철강의 위 회사채 지급보증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사실, 대한보증보험 심사부 실무자들은 한보철강에 대한 심사결과 평점 61점으로 B급 인수조건에 해당하여 25% 이상의 물적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회사채 발행을 지급보증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견을 피력하였으나, 피고인 2 등은 한보철강이 1995. 8. 22. 이미 우대업체 A군으로 선정되어 있고 우대업체 A군의 경우 심사기준에 따른 평점을 적용하지 않고 심사등급을 완화할 수 있다는 영업지침상의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심사등급을 완화하여 A급 인수조건으로 상향조정한 다음 위 정태수 등이 보유한 한보철강의 무보증 전환사채만을 담보로 제공받고 1996. 11. 6.경 회사채 지급보증을 인수한 사실, 당시 한보철강은 재정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었고, 1996. 9. 4. 한국신용정보의 기업진단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진단되었으며, 1996. 하반기부터는 금융기관에서 한보철강이 발행한 어음과 수표에 대하여 진성어음인지 여부를 실사한 후 할인할 정도로 신용이 악화되어 있었던 사실, 한보철강은 그 후 1997. 1. 23. 부도처리되었고, 이에 따라 담보로 제공된 전환사채의 주식전환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대한보증보험은 지급보증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피고인 2가 한보철강의 회사채 지급보증을 인수할 당시 회사의 영업지침을 위배한 사실이 없고, 위 정태수 등이 담보로 제공한 전환사채를 전환하여 발행받게 되는 주식(3,703,703주)을 그 당시 한보철강의 주가로 환산하면 약 340억 원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2가 국가기간산업인 한보철강에 대하여 국가에서 당진제철소 완성 이전에 자금지원을 중단시켜 부도에 이르도록 하지는 아니하리라는 주관적 판단에 기하여 회사채 지급보증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점, 한보철강의 기업가치를 심사한 심사부 실무자들이 원칙적으로 회사채 지급보증 인수를 반대하고, 인수하는 경우 충분한 물적 담보를 확보할 것을 건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물적 담보 없이 회사채 지급보증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점, 한보철강의 신규 회사채 399억 원의 지급보증을 인수하는 경우 한보철강에 대한 금융성 보증한도를 초과함에도 이를 무시한 점, 심사등급을 완화하여 A급 인수조건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위 정태수 등 개인의 연대보증만으로도 충분함에도 A급 인수조건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한보철강의 무보증 전환사채를 담보로 추가 확보한 점, 한국신용정보의 기업진단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진단되었음에도 부도가 났을 때에는 전혀 담보의 가치가 없는 한보철강의 무보증 전환사채가 담보로 제공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수 거절의 의사를 번복한 점 등을 종합하면, 한보철강이 발행하는 신규 회사채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할 당시 피고인 2에게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거나 이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하고, 회사의 영업지침을 형식적으로 준수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2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보증보험회사의 영업인 보증보험계약의 인수가 시중은행의 대출과 그 성격을 다소 달리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한보철강은 1996. 10. 초경 대한보증보험에 위 제59회 회사채 399억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청하였을 당시 대한보증보험 심사부서의 평가 결과 심사등급이 B급에 해당되어 인수 조건으로 25% 이상의 물적 담보를 요구받았는데 한보철강이 그러한 담보를 제공할 수 없어서 피고인 2의 최종결정에 따라 지급보증의 인수가 일단 거절된 사실, 한편 대한보증보험의 영업지침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및 연대보증인이 우대업체 A군인 경우에는 심사기준에 따른 평점을 적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고 또한, 그 경우에는 심사등급을 완화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한보철강은 피고인 2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이전인 1995. 8. 30.경 이미 우대업체 A군으로 선정되어 있었던 사실, 대한보증보험이 지속적으로 담보를 요구하자 한보그룹 총회장인 정태수는 이 사건 지급보증 인수의 조건으로 한보철강의 전환사채를 담보로 제공하기에 이르렀는데 전환권의 행사로 발행되는 주식(3,703,703주)을 그 당시 한보철강의 주가(9,200원)로 환산하면 약 340억 원 상당에 이르는 사실, 그 무렵 한보철강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적자를 보이면서 부채비율도 높았던 것은 당진제철소의 건설을 위한 대규모의 설비투자 때문이었고 이러한 현상은 철강 산업 등 대규모 시설투자사업의 경우 사업 초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로서 한보철강은 이러한 대규모 설비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하여 왔는데 당시 한보철강은 당진제철소 1단계 건설사업을 마치고 2단계 건설공사가 진행되어 준공을 2년 정도 앞둔 상황으로서 총 투자비용의 약 78%에 해당하는 약 3조 7,000억 원의 설비자금을 투자완료한 상태이었으며 이미 철근 및 핫코일 제품의 생산을 개시하고 있었고, 나머지 자금만 투자하여 공장을 완성할 경우 신제철공법에 의한 생산을 통하여 가격 및 제품의 질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이익 창출이 예견되기도 하였고,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국기업평가 주식회사는 1996. 12.까지도 한보철강의 지리적 여건과 향후 성장성 등을 감안하여 한보철강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하고 있었고, 한국신용평가 주식회사는 한보철강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B+, 무보증 회사채 및 국내 전환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기록상 피고인 2가 위 두 평가기관의 자료 이외에 공소사실에 기재된 한국신용정보의 평가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그 밖에 피고인 2가 실무자들을 통하여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들이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한 비용은 계속 지원할 것으로 예견되었고 피고인 2를 비롯한 대한보증보험의 임직원들은 국가기간산업인 한보철강에 이미 거액이 투자되어 완공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주거래은행들로 하여금 자금지원을 중단하도록 시켜 한보철강을 부도에 이르도록 하지는 아니하리라고 예상하였고, 한보철강이 부도에 이르지만 아니하면 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다음 이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할 경우 한보철강에 대한 지급보증의 인수로 말미암아 발생할지도 모르는 손실을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위 전환사채를 담보로 취득한 후 지급보증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사실, 대한보증보험의 실무자들도 위와 같이 위 전환사채를 담보로 받고 지급보증을 인수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지 아니한 사실, 그리하여 대한보증보험은 1996. 11. 6. 한보철강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하고 보증서를 발급하였고 한보철강으로부터 7억 4,300만 원의 상당의 보험료 수입을 얻었으며, 대한보증보험이 한보철강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하는 절차에 있어서 피고인 2가 관련 법령이나 회사의 영업지침을 위반하지 아니한 사실, 그 이후 한보철강이 발행한 제60차 내지 63차의 회사채에 대하여 주식회사 서울은행, 대우증권 주식회사, 주식회사 한빛은행 등과 같은 금융기관들 역시 지급보증을 계속 해주었던 사실, 그리고 피고인 2가 위 지급보증의 인수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거나 정태수 또는 한보철강과 어떠한 개인적 친분 또는 정실관계가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는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는바, 기록에 나타나는 이러한 제반 사정을 앞서본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인정한 간접사실만으로는 피고인 2가 대한보증보험에 손해를 가할 의사로써 한보철강 발행의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인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2의 위 지급보증 인수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 2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임무위배행위 내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주심) 고현철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7.26.선고 2002노174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