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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1997. 11. 7. 선고 95나12392 판결 : 확정
[보험금][하집1997-2, 178]
판시사항

[1] 해상운송인이 화주를 대리하여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증권상의 피보험자를 해상운송인으로 기재하였더라도 보험계약체결 경위에 비추어 화주를 피보험자로 인정한 사례

[2] 해상적하보험증권상의 영국 해상보험법 준거조항의 적용 범위

[3] 선박의 감항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급의 유지가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소정의 보험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는지 여부(적극)

[4] 보험자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취소권의 행사기간

판결요지

[1] 해상운송인이 화주를 대리하여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증권상의 피보험자를 해상운송인으로 기재하였더라도 보험계약체결 경위에 비추어 화주를 피보험자로 인정한 사례.

[2] 해상적하보험의 보험증권에 영국 준거법 조항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해상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적용되는 법률은 우리 상법이 아닌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이라 할 것이나, 이 조항은, ① 보험기간 중 보험사고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가 ② 그 손해는 전보해 주는 손해의 범위에 관한 조항에 따라 보험자가 전보하는 손해인가 ③ 피보험자측에게 고지의무위반, 손해방지의무위반 등은 없었는가 ④ 그와 같은 의무위반이 없다면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가 과연 정당한 청구권자인가 하는 4가지 사항 즉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관하여만 영국의 법과 관습에 의하여 결정하고, 보험계약 자체의 성립 및 효력 등의 문제에 대하여는 영국의 법과 관습을 적용할 수 없고 우리 나라 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3] 선박의 감항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급유지는 해상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를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사항으로서 영국 해상보험법 제18조 소정의 보험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된다.

[4]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취소권의 행사기간은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의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이어야 하고,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이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함이 영국 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참조조문

[1] 상법 제638조 , /[2] 상법 제638조 , 영국해상보험법 제22조, 제23조, /[3] 영국 해상보험법 제18조

참조판례

[1]

원고, 항소인

원고 1 주식회사외 3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정동외 3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외 8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1995. 10. 4. 선고 94가합77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 주식회사에게 금 43,683,324원, 원고 2 주식회사에게 금 44,232,571원, 원고 4 주식회사에게 금 33,782,596원, 원고 3 주식회사에게 금 32,946,464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1, 17,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호증의 1, 11, 갑 제7호증, 을 제5호증의 2의 각 기재, 원심 및 당심 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과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원고들은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이고, 소외 2는 ○○해운(아래에서 보는 보험증권에는 ○○해운 주식회사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법인이 아닌 소외 2의 개인사업체이다)이라는 상호로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를 나용선하여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며, 피고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소외 2는 1993. 8. 초순경 원고들과 사이에 원고들이 남태평양에서 어획한 조기 등 냉동생선을 그 곳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해 주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같은 달 8.부터 16.까지 사이에 남태평양 아라푸라해 어장에서 이 사건 선박에 원고 1 주식회사 소유의 냉동생선 3,252상자, 원고 2 주식회사 소유의 2,918상자, 원고 4 주식회사 소유의 2,996상자, 원고 3 주식회사 소유의 4,002상자(갑 제3호증의 18, 19, 갑 제4호증의 5, 갑 제5호증의 4, 갑 제6호증의 14의 각 선하증권, 갑 제7호증의 검증보고서 등에 의하면 원고들 소유의 냉동생선 상자의 숫자에 조금 차이가 있으나 보험증권에 기재된 총 상자수를 기준으로 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른다) 합계 13,168상자의 냉동생선(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적재한 뒤 인근의 암본항에 입항하여 암모니아 가스의 보충 등 항해에 필요한 준비를 한 뒤 같은 달 23. 암본항을 출항하여 부산항으로 운송중이었다.

다. 원고들은 이 사건 화물들이 적재된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을 향하여 항해를 시작한 1993. 8. 23. 소외 2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적하보험에 가입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소외 2는 이 사건 화물을 운송중이던 같은 달 27.에서야 비로소 평소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체보험과 이 사건 선박 등에 적재된 화물에 관하여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오던 피고 회사의 부산지점에 근무하는 소외 1에게 전화를 하여,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그 소유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다만 자신이 운송중인 타인 소유 화물인데 이에 관하여 화주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여도 괜찮으냐고 문의하여 소외 1이 그렇게 하여도 아무 문제 없다고 대답하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그 다음날 피고와 사이에 보험증권상에 '피보험자(Assured)를 ○○해운 주식회사(SEONG JIN SHIPPING CO., LTD.), 운송선박(Ship or Vessel)을 △△△, 보험목적(Subject-matter Insured)을 조기 등 냉동생선 13,168상자(13,168BOX OF FROZEN FISHES, CORVINA & OTHERS), 보험금액(Amount insured hereunder)을 금 675,000,000원, 보험항해구간을 남태평양에서부터(at and from:SOUTH PACIFIC OCEAN) 부산항에 도착할 때까지(arrived at:PUSAN SEAPORT, KOREA), 부속약관(Conditions and Warranties)을 협회냉동식품약관{(INSTITUTE FROZEN FOOD CLAUSES(FPA)(EXCLUDING FROZEN MEAT)}'이 기재된 해상적하보험계약(MARINE CARGO INSURANCE. 이하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그 보험료로 피고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남태평양에서 부산까지 운송되는 화물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율인 0.41%를 곱한 금 2,767,500원을 지급하였으며, 이 때 피고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보험인수증을 작성하지는 아니하였다.

한편 위 협회냉동식품약관에 의하면,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중 '보험항해구간'은 남태평양에서 위 선박에 이 사건 화물이 적재된 때부터 도착항인 부산항의 냉동창고에 입고될 때까지로 보충되며(제1조), '담보되는 위험'은 위 선박의 냉동기계가 연속적으로 24시간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 고장 또는 정지(Breakdown or stoppage of the refrigerating machinery for a period of not less than 24 consecutive hours)되어 이 사건 화물이 멸실, 훼손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등이다(제4조).

또한 이 사건 적하보험의 보험증권 본문에는 "이 보험상 모든 청구에 대한 책임 및 그 보상에 대하여는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해석함을 합의한다(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is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라는 내용의 준거법 조항이 기재되어 있다.

라. 남태평양에서 부산항까지의 화물 운송에 관하여 화주가 적하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그 보험요율은 0.41%임에 반하여, 운송인이 그 화물의 멸실 등으로 인하여 화주에게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액을 전보해 주는 책임보험에 가입할 경우 그 보험요율은 이보다 훨씬 높고 따라서 이와 같은 보험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마. 그런데 이 사건 화물은 남태평양에서 부산항으로 운송중이던 1993. 9. 2.부터 같은 달 5.까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의 냉동기계 고장으로 말미암아 부패·변질되었다.

2. 보험계약의 당사자

가.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합치에 의하여 성립되는 낙성계약이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교부되는 보험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내용은 반드시 위 증거증권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 체결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의사와 계약체결의 전후 경위 등을 종합하여 그 내용을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인바(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2852 판결 등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비록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의 가입자는 소외 2이고,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교부된 보험증권상의 피보험자가 비록 소외 2를 나타내는 ○○해운 주식회사로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소외 2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평소 보험거래를 담당하던 피고의 직원 소외 1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소유주가 원고들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리면서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화주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여도 괜찮으냐고 문의한 점, 이에 대하여 소외 1은 그렇게 하여도 아무 문제 없다고 대답한 다음 보험요율을 운송인이 화물의 멸실 등에 대비하여 가입하는 책임보험의 요율이 아닌 화주가 가입하는 적하보험의 요율을 적용한 점, 소외 2와 소외 1 사이에는 종전부터 여러 건의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소외 2는 원고들을 대리하여(위하여)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적하보험의 피보험자는 원고들이라 할 것이다.

나. 준거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한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인바, 영국해상보험법은 제22조에서 "다른 성문법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해상보험계약은 이 법에 따라 해상보험증권에 기재되지 아니하면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Subject to the provisions of any statue, a contract of marine insurance is inadmissible in evidence unless it is embodied in a marine policy in accordance with this Act)", 제23조에서 "보험증권에는 피보험자의 이름 또는 피보험자를 위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의 이름이 기재되어야 한다(A marine policy must specify the name of the assured or of some person who effects the insurance on his behalf)"라고 각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경우 피보험자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대로 원고들이 아닌 소외 2라고 다툰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적하보험의 보험증권에 영국 준거법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이고, 따라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적용되는 법률은 우리 상법이 아닌 영국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8779 판결,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조항은 ① 보험기간 중 보험사고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가 ② 그 손해는 전보해 주는 손해의 범위에 관한 조항에 따라 보험자가 전보하는 손해인가 ③ 피보험자 측에게 고지의무위반, 손해방지의무위반 등은 없었는가 ④ 그와 같은 의무위반이 없다면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가 과연 정당한 청구권자인가 하는 4가지 사항 즉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관하여만 영국의 법과 관습에 의하여 결정하고, 보험계약 자체의 성립 및 효력 등의 문제에 대하여는 영국의 법과 관습을 적용할 수 없고 우리 나라 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며 이와 같이 해석함이 해상보험업계의 관습이라 할 것이어서 이와 달리 위 준거법 조항이 보험계약상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기준으로 영국의 법과 관습을 지정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피고의 항변과 그 판단

(1)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항변

이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원고들이 아닌 소외 2를 이 사건 화물의 소유자로 착각하고 이 사건 적하보험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소유자가 소외 2가 아님을 알고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항변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무권대리 상대방의 철회 항변

피고는 다시 소외 2는 원고들을 대리하여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들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승낙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들이 소외 2에게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 역시 이유 없다.

(3)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항변

피고는 다시, 원고들의 대리인인 소외 2는 자신이 용선한 이 사건 선박이 선령 23년의 노후된 선박으로서 선급이 정지되었고 따라서 냉동기계에 이상이 있어 이 사건 화물을 정상으로 운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속이고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취소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령 23년의 노후된 선박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1993. 7. 29. 선급이 정지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나아가 소외 2가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 당시인 1993. 7. 28. 이 사건 선박의 선급이 정지된 사실을 알고서, 또는 이 사건 선박이 이 사건 화물을 정상적으로 운송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피고에게 이를 속인 채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 또한 이유 없다.

(4) 고지의무위반이라는 항변

(가) 인정되는 사실 및 관계 법령의 규정

원심 및 당심 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과 원심 및 당심의 사단법인 한국선급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선령 23년으로 비교적 노후된 이 사건 선박은 선적은 온두라스이나 사단법인 한국선급에 선급등록되어 있었던 사실,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그 등록된 선박에 대하여 선급을 부여하는데, 선급의 부여는 선박의 감항성(seaworthiness and cargoworthiness)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에 있고 따라서 선급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등록된 선박은 정기검사, 중간검사 등 검사를 받아야 하며, 정기검사인 연차검사에서는 선박의 기관장치와 전기설비 등에 대하여 검사를 하는 사실, 소외 2는 1993. 4. 28.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사단법인 한국선급에서 정기의 연차검사를 받아야 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선박이 출항중이어서 연차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1993. 7.경 사단법인 한국선급에 연차검사 미필을 이유로 한 선급정지의 유예를 요청한 사실,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정해진 검사일로부터 3개월간의 검사기간 동안 선박검사를 받지 아니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그 검사기간이 경과하면 그 다음날부터 자동적으로 선급정지를 하는 사실, 그리하여 연차검사를 받지 아니한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1993. 7. 29.부터 선급이 정지된 사실 및 원고들을 대리한 소외 2는 1993. 7. 28.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위와 같이 예상되는 선급정지를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한편 영국해상보험법은 제18조 제1항에서 "이 조항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피보험자는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material circumstance)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하며, 통상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하는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일 피보험자가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제2항에서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모두 중요한 사항이다(Every circumstance is material which would influence the judgement of a prudent insurer in fixing the premium, or determining whether he will take the risk)", 제4항에서 "고지되지 아니한 특정 사항이 중요한지 아닌지 하는 것은 각 경우에 있어서의 사실문제(a question of fact)이다."라고 규정함과 아울러 제19조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대리인의 고지(Disclosure by agent effecting insurance)"란 표제하에 "고지할 필요가 없는 사항에 관한 제18조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이 피보험자를 위하여 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경우 대리인은 다음의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① 대리인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 그리고 보험을 부보하는 대리인은 그의 통상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거나 대리인에게 당연히 통지되었어야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판 단

위 인정 사실과 위 법률의 규정을 종합하면, 선박의 감항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급의 유지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사정으로서 이 사건 적하보험의 준거법 규정에 의하여 적용될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소정의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사단법인 한국선급에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연차검사 미필에 따른 선급정지의 유예를 요청하였던,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한 소외 2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급의 정지를 예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비록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급정지 사실을 예상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선박 운송자로서 통상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알고 있어야만 할 중요한 사항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9조에 의하여 이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 측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다)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먼저 영국해상보험법상 선박의 감항성은 묵시적 담보사항이고,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시 이 사건 선박이 감항성이 있는 것으로 승인하였는바, 감항능력과 관련된 선급의 유지는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3항 (d)호에 의하여 피고가 질문하지 아니하는 한 고지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하는데 피고가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질문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들 내지 소외 2는 이에 관하여 고지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영국해상보험법은 제40조 제2항에서 "화물 혹은 기타 동산에 대한 항해보험에 있어서는, 항해 시작 당시에 선박이 선박으로서의 감항능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화물 혹은 동산을 보험증권에서 규정된 목적지까지 운송하기에 상당히 적합한 상태이어야 한다는 묵시적인 담보가 있다(In a voyage policy on goods or other moveables there is an implied warranty that at the commencement of the voyage the ship is not only seaworthy as a ship, but also that she is reasonably fit to carry the goods or other moveables to the destination contemplated by the policy)"라고 규정함과 아울러 제18조 제3항에서 "다음의 사항은 질문이 없는 경우에는 고지할 필요가 없다. 즉 … (d) 명시적 혹은 묵시적 담보가 있기 때문에 고지할 필요가 없는 일체의 사항(Any circumstance which it is superfluous to disclose by reason of any express or implied warranty)"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선급의 유지 등 선박의 감항능력은 원고들 주장과 같이 보험자가 질문하지 아니하는 한 고지할 의무가 없는 것이나, 한편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위 협회냉동식품약관은 제8조에서 "피보험자와 보험자와 사이에는 선박이 감항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The seaworthiness of the vessel as between the Assured and Underwriters is hereby admitted)"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감항능력승인조항이 포함된 이 조항은 피보험자 내지 대리인에게 감항능력에 대한 담보를 면제시켜 주는 대신 자기가 알고 있거나 당연히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인 감항능력에 관한 사항을 고지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견해에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3항 (d)호의 존재를 이유로, 중요한 사항인 선급의 유지가 질문되지 아니하는 한 고지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② 또한 원고들은, 보험자가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항은 보험자가 질문하지 아니하면 고지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하는바, ⓐ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한국손해보험협회에 선급이 정지된 선박의 이름을 통지하여 주고 이를 통지받은 한국손해보험협회 역시 이러한 사실을 피고를 비롯한 보험회사에 통지하여 주므로 원고들은 이를 통지받는 피고가 질문을 하지 아니하는 한 이에 대하여 고지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 피고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 3개월 전에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선체보험을 인수하였던 결과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가 질문을 하지 아니하는 한 역시 이에 관하여 고지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선급의 유지에 관하여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들의 불고지를 이유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다툰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영국해상보험법은 제18조 제3항에서 "다음의 사항은 질문이 없는 경우에는 고지할 필요가 없다. 즉 … (b) 보험자가 알고 있거나 알고 있으리라고 추정되는 일체의 사항, 보험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거나 상식에 속하는 사항 및 보험자가 통상의 업무수행과정 중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할 사항에 관하여는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원심 및 당심 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과 원심 및 당심의 사단법인 한국선급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원심의 한국손해보험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는 한국손해보험협회를 통하여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급정지를 통지받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1993. 3.경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보험기간을 1993. 3.부터 다음해 3.까지로 하는 선체보험을 인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원심 및 당심의 사단법인 한국선급회장과 원심의 한국손해보험협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는 1993. 7. 29.부터 선급이 정지되었고, 그 선급정지 사실은 그 이후에나 한국손해보험협회를 통하여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피고에게 통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으며,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은 위 선급이 정지되기 이전인 1993. 7. 28.에 체결되었음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급정지를 알지 못하였다 할 것이어서 피고가 이를 알고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고,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선체보험을 인수할 당시에는 선급이 유지되고 있다가 그 이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무렵 선급이 정지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점, 피고는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선체보험을 인수할 당시와 동일한 선급이 유지될 것을 당연히 전제하는 점,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급의 정지는 원고들의 대리인인 소외 2의 연차검사 미필을 이유로 초래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예정된 선급정지를 그 업무수행상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이 점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취소권의 행사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는 보험자는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취소권의 행사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취소권의 행사기간은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의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이어야 하고,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이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함이 영국 법원 판례의 입장이며(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8779 판결 참조), 한편 수권에 의한 임의대리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한도에서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하는 이른바 수령대리권을 포함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39379 판결 참조).

나아가 이 사건에 관한 피고의 취소권 행사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3호증의 1, 6 내지 9, 갑 제4호증의 1, 6 내지 8, 갑 제5호증의 1, 7 내지 11, 갑 제6호증의 1, 7, 8,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원심 및 당심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과 원심 및 당심의 사단법인 한국선급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원고들은 손상된 채 부산항에 도착한 이 사건 화물을 1993. 9. 8.부터 같은 달 9.까지 사이에 하역한 뒤 이를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하고서 그 차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1993. 9. 14.경 피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요청한 사실, 피고는 보험금지급 여부 및 액수를 결정하기 위하여 검사기관인 서울해상화재손해사정 주식회사에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손상의 원인 등을 조사할 것을 의뢰하였고, 그 회사로부터 1993. 10. 13.경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이 사건 선박의 냉동기 작동불량으로 발생하였다는 조사 결과를, 같은 달 29.경 그러나 이 사건 선박이 선급을 유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알 수 없다는 조사 결과를 각 통보받은 사실, 이러한 통보를 접한 피고는 1993. 10. 29.경 사단법인 한국선급에의 조회를 통하여 1993. 4. 28.자의 연차검사 미필을 이유로 1993. 7. 29.부터 이 사건 선박의 선급이 정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 그러자 피고는 1993. 10. 30. 소외 2에게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의 선급이 정지될 것이 예상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관리·보수를 게을리한 결과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함에 부적합한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지하였고, 이어서 같은 해 11. 24. 소외 2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그 의사표시는 그 시경 소외 2에게 도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보험자인 피고가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1993. 11. 23.은 원고측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1993. 10. 29.경부터 보험계약의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라고 보이고, 따라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은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의 취소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이 있는 소외 2에게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도달한 1993. 11. 23.경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다(가사 소외 2에게 피고로부터의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 수령권한이 없다 하더라도, 위 인정 사실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들은 위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이 거절되고 있던 중인 1994. 1. 10.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1994. 4. 12.자 준비서면에 의하여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하여 그 의사표시가 그 다음날 원고들에게 도달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며, 나아가 피고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의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인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가 1994. 4. 13. 행사한 취소권은 그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1993. 10. 29.경부터 보험계약의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라고 할 것이어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취소권의 행사로 취소되었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도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기식(재판장) 김태창 김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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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1995.10.4.선고 94가합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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