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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2012. 8. 8. 선고 2011가합19740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12하,1033]
판시사항

갑 주식회사 등이 인도산 채종박을 수입하기로 하고 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 등과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해상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병 회사로부터 선박을 재정기용선한 정 주식회사가 송하인이자 수출자인 무 회사와 위 화물을 인천항으로 운송하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항해 중 발생한 선박 고장으로 조선소에 정박하여 수리를 하는 동안 자연발화(Spontaneous Combustion)로 화물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갑 회사 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을 회사 등이 갑 회사 등을 대위하여 병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이때 병 회사가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 ⒝호 본문의 화재 면책 규정에 따라 면책될 수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사고는 ‘운송 중의 화재로 인한 사고’로서 면책 대상이 되지만,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병 회사가 운송인으로서 항해기간 동안 화물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병 회사는 면책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 등이 인도산 채종박을 수입하기로 하고 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 등과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해상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병 회사로부터 선박을 재정기용선한 정 주식회사가 송하인이자 수출자인 무 회사와 위 화물을 인천항으로 운송하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항해 중 발생한 선박 고장으로 조선소에 정박하여 수리를 하는 동안 자연발화(Spontaneous Combustion)로 화물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갑 회사 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을 회사 등이 갑 회사 등을 대위하여 병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이때 병 회사가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 ⒝호 본문의 화재 면책 규정에 따라 면책될 수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선박 수리는 전적으로 선주가 담당하는 것이므로 수리로 인하여 항해기간이 지연되는 동안의 화물 관리 역시 병 회사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점, 선박 고장으로 인한 정박 이후 병 회사가 공동해손을 선포하였다면 화물 관리에 드는 비용 역시 공동해손 정산 결과에 따라 화주에게서 회수할 수 있으므로 선주인 병 회사로서는 수리기간 동안 선박에 대한 조치와 함께 화물을 양하해 놓았다가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등 화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하였어야 하는 점, 화물 선적시 통풍구 주변에 공기 유출입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사고 발생가능성이 감소하였을 것인 점, 수리를 위하여 정박하고 있는 동안 화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발생한 사고인 점, 선박의 1등항해사는 화물이 통풍용 팬을 막고 있으면 주기적으로 트리밍(Trimming) 작업을 하여 이를 평평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점, 설령 화주가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화물을 적재한 경우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에 따라 적부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어 적재 후 항해기간 동안 운송인 측의 과실로 인한 화물 손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사고는 ‘운송 중의 화재로 인한 사고’로서 면책 대상이 되지만, 병 회사가 운송인으로서 항해기간 동안 화물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병 회사는 면책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 외 5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홍경)

피고

에버그린 글로리 인터내셔널 디벨로프먼트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광명)

변론종결

2012. 7. 4.

주문

1. 피고는 원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400,654,144원, 원고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177,386,313원, 원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93,020,978원, 원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218,707,196원,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에게 215,100,520원, 원고 그린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162,978,109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1. 10.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소장에는 지연손해금 기산일이 2010. 10. 25.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2011. 10. 21.의 오기로 보인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수입계약 및 적하보험계약의 체결

1) 대한사료 주식회사, 서부사료 주식회사, 제일사료 주식회사, 제일곡산 주식회사, 현대사료 주식회사, 두산생물자원, 씨제이제일제당 주식회사, 대주산업 주식회사, 에이티생명과학 주식회사, 한일사료 주식회사, 수퍼피드 주식회사, 대한제당 주식회사, 팜스토리한냉 주식회사, 흥성사료 주식회사, 오씨아이상사 주식회사(이하 ‘수입자들’이라 하고, 각 회사명 표시 중 ‘주식회사’의 기재는 생략한다)는 축산사료로 사용되는 인도산 채종박(Indian Rapeseed Meal, 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 주1) ) 을 CFR(운임포함) 조건으로 수입하기로 하였다.

2) 수입자들은 2011. 3. 24.부터 같은 해 5. 16.까지 해상보험 등 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원고들(이하 아래 〈표〉에서와 같이 줄여 부르기로 한다)과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각 적하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구체적인 수량, 송장가액(수입가액), 선하증권 번호, 화물적하보험자 내역은 아래와 같다(상업송장상의 최종 목적지 내지 선하증권상의 양륙항은 모두 인천항이다).

본문내 포함된 표
수입자 화물량(M/T) 송장가액(달러) 선하증권 번호 적하보험자(원고들)
대한사료 432t 120,096.00 KWL110508G0D004 한화손해
서부사료 144t 40,032.00 KWL110508G0D005 한화손해
제일사료 270t 75,060.00 KWL110508G0D006 한화손해
제일곡산 450t 125,100.00 KWL110508G0D007 한화손해
현대사료 238t 66,164.00 KWL110508G0D008 한화손해
두산생물자원 95t 26,410.00 KWL110508G0D009 삼성화재
씨제이제일제당 288t 80,064.00 KWL110508G0D010 삼성화재
대주산업 144t 40,032.00 KWL110508G0D011 한화손해
에이티생명과학 50t 13,900.00 KWL110508G0D012 동부화재
한일사료 333t 92,574.00 KWL110508G0D013 삼성화재
수퍼피드 194t 2,574.00 KWL110508G0D014 삼성화재
대한제당 859t 238,802.00 KWL110508G0D015 현대해상
팜스토리한냉 238t 66,164.00 KWL110508G0D016 흥국화재
흥성사료 288t 80,064.00 KWL110508G0D017 동부화재
서울사료 477t 132,606.00 KWL110508G0D018 흥국화재
오씨아이상사 670t 186,260.00 KWL110508G0D019 그린손해
합계 5,170t 1,437,260.00

나. 운송계약의 체결과 선하증권의 발행

1) 해상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피고는 다목적 보통 건화물선인 ‘골든 138호’(M.V. GOLDEN 138,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이스트-세일링 쉽 매니지먼트 리미티드(East-Sailing Ship Management Limited)에게 1993 뉴욕산물거래소 양식 표준용선계약서(Time Charter New York Produce Exchange Form 1993, 코드명 “NYPE 1993”)의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해 주고, 위 회사가 다시 케이월드라인 주식회사(K-World Line Co., Ltd.)에게 재정기용선을 해주었으며, 케이월드라인은 송하인이자 수출자인 오씨아이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션(OCI International Inc.)과 1922, 1976 및 1994 개정 발틱국제해운동맹 표준항해용선계약서[The Baltic and International Maritime Council Uniform General Charter(as revised 1922, 1976 and 1994), 코드명 “Gencon”]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인도의 칸들라(Kandla)항에서 인천항으로 운송하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2) 케이월드라인은 자신을 선장의 대리인(as an agent on behalf of Master)으로 주2) 하여 2011. 4. 16.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다. 이 사건 화물 손상 사고의 발생

1) 이 사건 선박은 2011. 4. 16. 선하증권상 선적항인 인도 칸들라항에서 이 사건 화물인 채종박 5,170t과 다른 화물인 피마자박(Castor seed extraction De-Oiled cake) 3,030t 합계 8,200t의 화물에 대한 선적작업을 완료하고 다음날 09:15경 칸들라항을 출항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항해 중이던 2011. 4. 27. 07:42경 주기관 감속기의 고장으로 추진력을 상실하여 동경 101도 54.58초, 북위 02도 09.55초 지점에 투묘하였는데, 당시 주기관 감속기어의 손상으로 프로펠러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아 주기관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3)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은 공동해손을 선포한 후 긴급히 예인선을 수배하여, 2011. 5. 1. 15:08경 예인선인 ‘퍼시픽 히커리(Pacific Hikory)’호가 사고 현장에 도착해 같은 날 16:30경부터 이 사건 선박을 예인하였다.

4) 이 사건 선박은 2011. 5. 2. 11:18경 인도네시아 바탐(Batam) 부근의 해상에 도착하여 투묘하였다가 같은 달 5일 다시 예인되어 바탐의 수리조선소인 에이에스엘(ASL)조선소에 도착하여 접안하였다.

5) 이 사건 선박은 위 조선소에서 고장난 감속기에 대한 수리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신품 감속기의 공급이 늦어지고 피고가 조선소 측에 수리비 지급을 지연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수리작업은 3개월 가량 소요되었다.

6) 이 사건 선박의 수리작업이 거의 종료될 무렵인 2011. 7. 30.경 이 사건 화물인 채종박이 적입된 2번 화물창에서 연기가 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여 피고 측은 이산화탄소 소화장치로 소화작업을 실시하였고, 그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같은 달 31일 주기관 감속기의 수리가 완료되었다.

7) 수리를 마친 이 사건 선박은 2011. 8. 5. 싱가포르에서 연료유를 수급한 후 2011. 8. 15. 인천항을 향해 다시 출항하여 같은 달 27일 인천항에 도착하였는데, 인천항에 접안한 후 2번 화물창의 화물을 확인한 결과 그곳에 적재된 채종박은 선미 쪽 절반 이상이 심하게 탄화되고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나머지 선수 쪽 화물도 상단부 곳곳에 탄화된 흔적이 발견되었다.

라. 원고들의 보험금 지급과 이 사건 화물의 전손 처리

1) 원고들은 2011. 10. 6.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수입자들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기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화물은 전손 처리되어 잔존물 매각의 방법으로 제3자에게 매각되었고 그 대금으로 323,379,000원이 회수되어 원고들에게 분배되었는데, 수입자들이 입은 손상화물 손해액, 지급 보험금, 잔존가 배분액은 아래 〈표〉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원고들 손상화물 손해액(달러) 지급보험금(희망이익 제외) 잔존가 배분액(원)
한화손해 463,175.52 397,480.75달러 + 74,543,816원 104,957,551
흥국화재 197,359.99 222,108,928원 44,722,615
동부화재 93,297.36 13,900.00달러 + 99,088,007원 21,141,579
삼성화재 254,185.51 91,917.36달러 + 175,942,525원 56,919,709
현대해상 237,107.87 268,830,175원 53,729,655
그린손해 184,938.67 204,886,000원 41,907,891
합계 1,427,064.92 503,298.12달러 + 1,045,399,452원 323,379,000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 제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준거법의 판단

가. 운송인의 책임 소멸 등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과 운송인 간의 채권적인 법률관계는 선하증권의 준거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등 사이의 이 사건 화물 운송과 관련된 권리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에 관한 준거법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 먼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에 관하여 살피건대, 선하증권이 그 약관에서 명시적으로 적용할 법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정한 법률에 의하여, 선하증권의 발행인이 선하증권에 적용할 법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지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선하증권이 발행된 나라의 법에 의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케이월드라인이 오씨아이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션(OCI International Inc.)에게 교부한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들의 이면약관에 다음과 같은 준거법 조항을 두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제1조 준거법 및 중재조항을 포함하여 이 선하증권 표면에 표시된 일자 용선계약의 모든 조건과 내용, 권리와 예외는 이 선하증권의 내용으로 편입된다(All terms and conditions, liberties and exceptions of the Charter Party, dated as overleaf, including the Law and Arbitration Clause, are herewith incorporated).

제2조 일반지상약관(General Paramount Clause)

(a) 이 계약에는 선적지국에서 입법화된 1924. 8. 25.자 ‘선하증권에 관한 약간의 규칙을 통일하기 위한 국제협약’에 담긴 ‘헤이그 규칙’(이하 ‘헤이그 규칙’이라 한다)이 적용된다. 선적지국에서 위와 같이 입법화된 법률이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도착지국의 해당 법률이 적용된다. 다만 선적에 관하여 강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위와 같은 법률이 없는 경우에는, 위 규칙의 내용이 적용된다(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s of Lading, dated Brussels the 25th August 1924 as enacted in the country of shipment, shall apply to this Bill of Lading. When no such enactment is in force in the country of shipment, the corresponding legislation of the country of destination shall apply, but in respect of shipments to which no such enactments are compulsorily applicable, the terms of the said Convention shall apply).

(b)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적용되는 거래(Trades where Hague-Visby Rules apply)

‘선하증권에 관한 약간의 규칙을 통일하기 위한 국제협약의 개정을 위한 1968년 의정서’(이하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라 한다)가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거래에서는, 그 해당의 각 조항이 적용된다(In trades where the International Brussels Convention 1924 as amended by the Protocol signed at Brussels on February 23rd 1968-the Hague-Visby Rules-apply compulsorily, the provision of respective shall apply).

다. 이와 같이 위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포함된 일반지상약관은 선적지국에서 입법화한 헤이그 규칙(선적지국에서 위와 같이 입법화된 법률이 없는 경우에는 도착지국에서 입법화한 헤이그 규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하되, 헤이그-비스비 주3) 규칙 이 적용되는 거래에서는 위 규칙의 조항이 적용된다고 규정하였을 뿐, 달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준거법을 정하지 않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결국 운송인의 화재 면책에 관하여는 헤이그 규칙이나 헤이그-비스비 규칙 또는 그 규칙의 내용을 입법화한 선적지국 또는 도착지국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선적지국이나 도착지국이 운송인의 화재 면책에 관한 헤이그 규칙이나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입법화하였다면, 결국 그 내용은 헤이그 규칙 또는 헤이그-비스비 규칙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이하에서는 헤이그 규칙의 내용에 따라 피고가 수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수입자들의 채권을 대위하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선하증권상 피고를 대표하는 선장의 대리인인 케이월드라인이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던 중 화물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이 사건 선박의 선주이자 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입자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수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들은 수입자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화재 면책 항변

1) 쌍방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로서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 주4) (b)호 본문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는 화재 사고가 아니므로 피고에게 화재 면책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다툰다.

2) 인정 사실

갑 제3, 6호증, 을 제5 내지 8, 11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증인 소외 2, 1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사고일인 2011. 7. 30.자 항해일지에는 “이 사건 화물 상단부분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산화되었으며(The smoke was coming on top of the cargo and some areas are already charred or burnt), 이에 선장은 선원들에게 즉시 경보를 울려 2번 화물창의 화물이 자체 발열 및 산화하고 있다고 알렸고(Genaral alarm is sounded by the master to all crew and had advise that the cargo in hold No.2 self-heating and burning), 연소를 통제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discussed all the probabilities of controlling the combustion).”고 기재되어 있다.

나) 이 사건 사고 발견 직후 선원들은 소화장치로 이산화탄소 약 45㎏을 살포하고 화물창 안의 공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하여 모든 해치커버와 통풍구 및 개폐구를 닫아 가능한 모든 틈새를 봉인하고 통풍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치하였다.

다) 이 사건 화물은 자연발화(Spontaneous combustion)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이 2번 화물창 뒷부분에서 나는 연기로 이 사건 사고를 최초로 인지할 당시 위 화물창 내 화물의 일부가 서서히 타고(slow burning)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라) 이 사건 선박이 인천항에 도착한 후 원고들이 모든해상손해사정 주식회사에 의뢰하여 2011. 8. 29., 같은 해 9. 15., 같은 달 30일 세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조사보고서(작성시기 순으로 을 제6, 7호증, 갑 제3호증이 이에 해당한다. 이하 순서대로 ‘초기, 중간, 최종 보고서’라 한다)가 작성되었는데, 초기보고서에는 “이 사건 선박 2번 화물창의 선미 쪽에 적재된 화물이 불에 타 탄화된 상태였고, 2번 화물창에 적재된 전체 화물량의 약 2/3 정도는 발화로 인해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1/3의 경우도 연기 혹은 냄새로 인해 영향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되었다가 이 사건 소 제기 시점에 근접하여 작성된 최종보고서에는 이 사건 화물의 연소 내지 탄화에 관한 언급보다는 피고의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 내지 화물 관리상의 과실이 이 사건 손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취지로 기재되었다.

마) 이 사건 화물의 하역작업시 하역용 장비인 그랩(Grab)으로 상단부 화물의 곳곳을 파헤쳐 화물 손상의 정도를 확인하였는데, 그 결과 선미 부분은 상단부뿐 아니라 바닥 부분까지 손상되었고 선수 쪽 화물도 깊숙한 곳까지 손상된 것으로 밝혀졌고, 이 사건 사고 후인 2011. 8. 6.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2번 화물창의 내부 온도가 대략 55℃ 정도인 것으로 측정되었다.

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협성검정회사(Hyopsung Surveyors & Adjusters Corporation)가 작성한 보고서의 말미에는 손상 원인(Cause of Damage)과 관련하여 “자연발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전체 항해기간 동안 행해진 주의의 정도를 나타내는 명백한 증거와 자료가 없으므로, 화재(fire, 다만 증인 소외 1은 제3차 변론기일에서 ‘fire’를 화염이 발생하였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증언하였다)의 원인에 대하여 어떤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기재되었다.

3) 판단

가) 위 인정 사실에다가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특히 ① 대한민국 상법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해상법에서 해상운송인의 화재 면책을 인정하는 취지는, 선박을 이용한 해상운송 자체가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로서, 선상 화재라는 상황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인명, 선체 내지 화물에 대한 손해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또한 이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손해가 막대하여 선박의 화재가 운송인의 파산으로 직결될 위험이 적지 않아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운송인이 충분하게 보호되지 않는다면 해상운송이라는 물류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인 점, ② 원고들 주장대로라면 이 사건 사고 발생시 피고 측이 연기를 늦게 발견하거나 이산화탄소 살포 등의 조치를 지연하여 실제로 불꽃이나 화염까지 일었다면 피고가 화재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텐데, 그 전에 조치를 취하여 화물이 까맣게 그을리고 연기가 나는 정도에 그쳤다는 이유로 화재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한다면 여러 모로 균형에 맞지 않고, 해상운송인의 화재 면책을 규정한 취지를 몰각하게 되는 점, ③ 이 사건 사고시 이 사건 화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는데 위와 같은 현상이 바로 연소가 일어나는 초기 과정(‘combustion’의 대표적인 사전적 의미는 ‘the process of burning’이다)인 점, ④ 곡물이나 사료의 경우 화물창 하부에 있는 스팀파이프나 열기로 인하여 화물이 탄화되거나 변색되는 사고가 간혹 발생하는 점, ⑤ 선원들은 전형적인 소화 방법을 사용하여 이 사건 사고에 대처하였고,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화물에 물을 투입하면 화물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수침손해(wet damage)를 입게 될 뿐 아니라 자체발열로 고열 상태에 있는 화물이 증기 폭발할 위험도 있는 점, ⑥ 이 사건 화물과 같이 5면이 밀폐된 화물창 내에 적재된 산적 화물의 경우 갑판 천장 쪽 표면을 제외하고는 선박 구조물에 갇혀 있고 화물이 깊이 선적되어 단열효과가 있기 때문에 표면층 화물을 제외하고 화물 내의 연기가 공기 중으로 빠지지 못하고 축적되어 중심부의 경우 갑판 천장 쪽보다 훨씬 높은 열기와 온도를 가질 수밖에 없어 자연발화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점, ⑦ 이 사건 화물이 자연발화될 때 연소의 3가지 요소인 발화물질, 발화점 이상의 온도, 일정량 이상의 산소가 모두 충족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 (b)호의 해상운송인의 화재 면책 규정상의 ‘화재’라 봄이 상당하고,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즉 이 사건 사고 발생시 이 사건 화물이 까맣게 타고 2번 화물창에서 연기가 났을 뿐 불꽃이나 화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며 선원들은 이 사건 화물에 물을 뿌리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위와 같은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나)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운송 중의 화재로 인한 사고’로서 일응 피고는 면책된다고 할 것이다.

다.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 여부

1) 쌍방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설령 이 사건 사고를 운송 중의 화재로 인한 사고로 본다 하더라도 선박의 운항 중 주기관 감속기가 고장난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감항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므로 헤이그 규칙 제4조 제1항 주5) , 제3조 주6) 제1항 에 의하여 면책될 수 없다고 재항변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감항능력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하였고, 설령 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다툰다.

2) 판단

가) 운송인은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만, 그 전제로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감항능력(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 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과 필요품의 보급, 화물창·냉장실, 그 밖에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운송과 보존을 위해서 적합한 상태에 두는 등 선박이 항해에 적합하거나 항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운송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운송인의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헤이그 규칙 제3조 제1항 위반)을 들어 화재 면책을 배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의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 사실과 그 주의의무 위반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감항능력 중 이 사건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에 관한 ‘선체능력’과 이 사건 화물이 적절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적재되었는지에 관한 ‘감하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이다.

다)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은 칸들라항을 출항한 후 10일만에 주기관 감속기어에 고장이 발생한 사실, 최종보고서에는 빗물 등이 이 사건 화물이 적입된 2번 화물창의 해치코밍을 통하여 화물창으로 유입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선박 2번 화물창의 측면 벽쪽 및 전후 벌크헤드(격벽) 부근에 적재된 다량의 화물들이 심하게 덩어리가 형성되어 굳어 있는 상태가 확인되었고, 하층의 바닥 부분에는 일부 침수의 흔적이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선박이 주기관 감속기의 고장으로 정지된 2011. 4. 27. 이전인 같은 달 21일에도 윤활유 누유로 인하여 선박이 한 차례 정선한 적이 있는 사실, 이 사건 사고 후 선박의 각종 롤러 베어링과 측압 베어링이 원래의 위치에서 이탈하였고, 베어링 하우징 표면의 스크래치와 베어링 하우징 내부의 부식 흔적 및 군데군데 표면 파임 현상 등의 하자가 발견되었으며, 드라이빙 기어의 이(teeth)가 군데군데 탈락하거나 절손되어 있었고 대부분 기어들의 표면이 거칠어진 상태였던 사실, 피마자박이 적재되어 있던 1번 화물창의 해치커버와 해치코밍은 2번 화물창의 그것에 비하여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였고 선수와 선미 쪽에 설치된 통풍팬의 흡입구와 배기구가 막혀있지 않은 상태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라) 그러나 갑 제3호증, 을 제4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2, 1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은 발항 이전이나 출항 당시 주기관에 어떠한 문제나 특이사항이 있다는 별도의 보고가 없었으나 출항 후 10일이 지나서야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유로 감속기에 문제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선박에 화물 선적작업을 하기 전인 2011. 4. 14. 송하인이 지정한 검정인이 선박에 승선하여 화물창의 적합성을 점검한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의 해치코밍 탑레일 일부가 부식되고 변형된 모습이 있지만 초기보고서상 그 부위를 통한 침수 흔적이 있다는 보고는 없는 사실, 이 사건 사고 후 조사 당시 해치커버에 침수가 될 만한 결함이나 해치커버 주위의 화물창 벽에 침수의 흔적은 없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화물창 내 온도 상승과 화물창 벽 내·외부의 온도 차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화물창 내 수증기가 응결되어 땀(Sweat)이 형성되고, 불에 탄 화물 일부가 수분에 젖어 고착된 형태를 띤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다가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특히 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열기로 화물창 내의 온도가 더욱 높아진 상태에서 밤에 외부온도가 낮아지고 차가운 해수면에 잠긴 선체의 벽이 차가워져 그 온도차에 의하여 화물창 내 공기에 함유된 수증기 성분이 선체 벽에 물방울로 응결되어 화물창 바닥에 흘러내린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외부적인 요인이 없어도 화물창의 내부 천장이나 벽면 바닥에 물방울이 맺혀 응결되었다가 화물창 내부에 적재된 화물에 스며드는 경우가 있는 점, ③ 2번 화물창의 해치커버와 해치코밍의 부식은 이 사건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살포한 이산화탄소로 인하여 생긴 현상으로 보이는 점, ④ 피마자박은 비료용으로 사용되고 쉽게 발화하지 않는 반면, 채종박은 동물 사료용으로 주요 사용되며 지방, 단백질 성분이 많아 항해 중에 고온다습한 기후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화될 수 있는 점, ⑤ 이 사건 화물의 경우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열에 의해 지방의 아미노기가 변이되면서 화물이 갈색으로 변하고 뭉치는 현상(cake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점, ⑥ 이 사건 선박의 경우 화물창의 높이가 바닥에서부터 10미터 이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수나 빗물이 유입되어 바닥까지 내려갈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⑦ 주기관의 감속기는 정밀기계장치로서 발항 당시 그것이 손상되어 있었다면 주기관 가동이 불가능하여 항해 자체를 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⑧ 헤이그 규칙 제3조 제1항 (a)호에 의하면 운송인은 발항 이전 및 발항 당시 선박의 감항성을 갖추면 족하고(The carrier shall be bound before and at the beginning of the voyage to exercise due degligence to make the shop seaworthy) 항해기간 내내 그 감항성을 유지할 의무는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앞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감항능력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 내지 피고의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마) 따라서 원고들의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재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

1) 쌍방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수리기간이 3개월 이상 소요되었음에도 그 기간 중 화물을 다른 곳에 양하하여 적절히 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것이어서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 (b)호 단서에 의하여 면책될 수 없다고 재항변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인 채종박 고유의 특성에 기하여 자연발화한 것으로서 이 사건 사고에 피고의 고의 내지 과실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다툰다.

2) 판단

가) 운송계약이 성립한 때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적부)에 있어 선장·선원 내지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박의 동요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화물창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가사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을 제17, 1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재정기용선한 케이월드라인과 화주인 오씨아이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션 사이의 항해용선계약의 기초가 된 Gencon 항해용선계약서에 의하면 화물의 선적, 적부, 고르기, 고박, 깔판 대기, 하역 등의 작업은 용선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실, 통상 항해 중에는 위험성 때문에 해치커버를 잘 열지 않으나 이 사건 선박의 수리를 위한 정박 중에는 선원들이 매일 화물창 내 통풍작업을 실시하였고 1주일 단위로 해치커버를 개방하여 화물 상태를 점검하고 전면적인 통풍을 실시한 사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선주나 선원들의 고의적인 행위, 선박 설비의 결함이나 누전, 선박 내 인화성 물질의 존재 등 다른 외부요인이 직접 개입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다) 그러나 갑 제3, 6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과 증인 소외 2, 1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의 2번 화물창에는 흡입용 2개, 배기용 2개의 통풍용 팬(하단부에 2개, 중간부, 상단부에 각 1개)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통풍용 팬과 연결된 대다수의 흡입구와 배기구들은 적재된 화물에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여서 통풍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였던 사실, 일반적으로 화물을 적재하면 화물창의 하단부와 중간부는 화물에 덮이고 상단부만 개방되는데, 2번 화물창의 상단부 선미 뒤쪽은 화물로 완전히 덮여 화물이 상단부 배기구 위로 올라와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선박은 흡입구와 배기구가 모터로 되어 있어 강제식 통풍을 하는데 흡입구 쪽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통풍팬을 돌리더라도 통풍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실,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3개월 간의 수리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고온다습한 환경을 고려하여 화물을 다른 곳에 양하하여 보관하는 등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국제선급협회(IACS)에서 펴낸 산적화물 지침서 4.2.1(Monitoring of Stevedoring Operation)에서는 “본선의 1등항해사는 하역작업을 감시할 책임이 있고 각 화물을 가능한 대칭적으로 선적하고 필요할 경우 화물의 트리밍 작업을 할 의무가 있다(The officer in charge has responsibility for the monitoring of the stevedoring operation and should ensure that the cargo is loaded, where possible, symmetrically in each hold and, where necessary, trimmed).”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마자박이 적입된 1번 화물창의 경우 해치커버와 해치코밍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고 선수와 선미 쪽에 설치된 통풍용 팬의 흡입구와 배기구가 뚫려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다가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선박의 수리는 전적으로 선주가 담당하는 것이므로 수리로 인하여 항해기간이 지연되는 동안의 화물 관리 역시 피고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선박의 주기관 감속기 고장으로 인한 정박 이후 피고가 공동해손을 선포하였다면 화물 관리에 드는 비용 역시 공동해손 정산 결과에 따라 화주로부터 회수할 수 있으므로 선주인 피고로서는 수리기간 동안 선박에 대한 조치와 함께 이 사건 화물을 양하해 놓았다가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등 화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함이 마땅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화물 선적시 화물의 높이를 통풍구보다 낮게 하거나 화물이 통풍구를 막지 않도록 분리판을 대는 등 통풍구 주변에 공기 유출입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하였을 것인 점, ④ 이 사건 사고는 정상적인 항해기간 중의 사고가 아니라 수리를 위하여 정박하고 있는 동안 화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발생한 사고인 점, ⑤ 이 사건 선박의 1등항해사는 화물이 통풍용 팬을 막고 있으면 주기적으로 화물의 균형 유지를 위하여 트리밍(Trimming) 작업을 하여 이를 평평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점, ⑥ 설령 화주가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화물을 적재한 경우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어 적재 후 항해기간 동안 운송인 측의 과실로 인한 화물 손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점, ⑦ 이 사건 선박은 주기관 감속기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통상 15일에서 20일 정도 항해하여 2011. 5. 5. 전후로 인천항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인데, 수리를 위한 정박으로 인하여 원래 도착 예정일보다 3개월 이상 늦게 도착한 점(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인 2011. 4. 21.에도 감속기의 윤활유 누유로 정선한 적이 있다)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운송인으로서 항해기간 동안 이 사건 화물의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으므로, 결국 피고의 화재 면책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이 사건 사고가 위험물인 이 사건 화물의 특성에 기인하였는지 여부

1) 쌍방의 주장 요지

피고는 또한 이 사건 사고가 위험물인 이 사건 화물의 특수한 성질에 의하여 발생하였고 선장 또는 피고가 그 위험성을 모르고 선적에 동의한 것이므로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 (m)호 내지 제6항 주7) 제1문 에 따라 면책되고 가사 이 사건 화물의 위험성을 알고 선적에 동의하였더라도 위 규칙 제4조 제6항 제2문에 따라 면책된다고 항변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화물은 위험물이 아니라고 다툰다.

2) 판단

가) 을 제26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화물인 채종박은 1965년 국제해상위험물질 규칙(IMDG Code; International Maritime Dangerous Goods Code)상 제4급(Class 4)의 4.2 국제연합번호 2217 종자 케이크(SEED CAKE)에 해당하는 물질로서, 습기와 접촉할 경우 자체 발열하는 물질로 규정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화물은 그 특성상 적절한 통풍을 요하는데 이 사건 선박의 2번 화물창 해치코밍에 습기가 차 이 사건 화물과 접촉함으로써 종국적으로 화물에 응결된 땀으로 인한 손상(Sweat Damage)이 발생한 사실, 로이드 검정교본(Lloyd’s Survey Handbook)은 채종박 화물에 관하여 “기름을 추출한 후의 채종박 잔존물로서 동물 사료에 사용되고(The residue of rape seed after the extraction of oil, used for animal feed) 통상 자루에 넣어 선적하며(Usually shipped in bags), 발열 및 자연발화하기 쉬운 성질이 있다(Liable to heating and spontaneous combustion).”고 설명하고 있는 사실, 종자화물의 운송과 안전 기준(Standard Cargo, setting the standard for service and security ; Carriage of Seedcake)에는 “씨드케이크(종자케이크) 화물의 경우 높은 수분 함유량이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약 70℃까지 최초의 온도 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종자케이크의 품질 하락과도 관련이 있다. 이 활동은 단독으로는 종자케이크가 발화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 것이나 잔여 기름의 산화를 가속시킬 것이고, 이는 종자케이크가 자연적으로 점화하는 발화점까지 충분히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을 제27, 2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송하인의 의뢰로 지오 켐 래버라토리스 피브이티 엘티디(Geo Chem Laboratories PVT. Ltd)가 발행한 품질증명서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은 선적 전 검사 결과 기름 성분은 0.68%, 수분은 9.84%로 성분 분석되어, 비위험화물의 예외 인정 기준인 기름 단독 4% 이상 내지 기름과 수분을 합쳐 15%를 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하여 국제해상고체산적화물규칙(IMSBC Code)이 규정하는 비위험화물 그룹인 C그룹에 해당[Indian Rapeseed Extraction Meal is Non-Hazardous, meets specification laid down as per IMSBC Group C(Appendix C) “Seed cake (non-hazardous) containing not more than 4% oil and 15% oil plus moisture combine”]하고, 실질적으로는 인화성 용액이 제거되었으나 다만 인화성 용액의 잔여 증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방산을 돕기 위하여 표면 통풍이 요구된다(The cargo is reported to be substantially free from flammable solvent. However, surface ventilations shall be required to assist in dissipating, any solvent residual vapour.)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에 위 회사는 선적 전인 2011. 4. 15. 선장에게 이 사건 화물은 위험성이 없다고 보인다고 통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앞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화물이 위험물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화물이 위험물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수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액에서 이 사건 화물을 전손 처리하고 회수한 잔존가의 배분액을 공제한 금액만큼 수입자들을 대위할 수 있는바, 이를 원고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원고 지급보험금(희망이익 제외) 잔존가 배분액(원) 대위가능금액 (보험금 - 잔존가, 원) 인용금액 (청구금액, 원)
한화손해 397,480.75 달러 + 74,543,816 원 104,957,551 400,972,122 400,654,144
흥국화재 222,108,928 원 44,722,615 177,386,313 177,386,313
동부화재 13,900.00 달러 + 99,088,007원 21,141,579 93,032,098 93,020,978
삼성화재 91,917.36 달러 + 175,942,525원 56,919,709 218,780,726 218,707,196
현대해상 268,830,175원 53,729,655 215,100,520 215,100,520
그린손해 204,886,000원 41,907,891 162,978,109 162,978,109
합계 503,298.12달러 + 1,045,399,452원 323,379,000 1,268,249,888 1,267,847,260

주8) 대위가능금액

주9) 인용금액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손해배상으로 원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400,654,144원, 원고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177,386,313원, 원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93,020,978원, 원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218,707,196원,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에게 215,100,520원, 원고 그린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162,978,109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 다음날인 2011. 10.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한다.

판사 조의연(재판장) 한동석 김혜성

주1) 겨자과에 속하는 유채, 한채 등 채종의 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서, 주로 동물의 사료로 사용된다.

주2) 선장은 통상 선적항 외에서 선주의 대표자로 취급된다.

주3) 이는 헤이그 규칙 중 일부를 개정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운송인의 화재 면책에 관한 규정은 개정되지 아니하였다.

주4) Article 4 2. Neither the carriers nor the ship shall be responsible for loss or damage arising or resulting from: (b) Fire, unless caused by the actual fault or privity of the carrier. 제4조 2. 운송인 또는 선장은 다음의 사유에서 생기는 멸실 또는 손해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지지 아니한 다. (b) 화재. 그러나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은 제외한다.

주5) Article 4 1. Neither the carrier nor the ship shall be liable for loss or damage arising or resulting from unseaworthiness unless caused by want of due diligence on the part of the carrier to make the ship seaworthy and to secure that the ship is properly manned, equipped and supplied, and to make the holds, refrigerating and cool chambers and all other parts of the ship in which goods are carried fit and safe for their reception, carriage and preservation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paragraph 1 of Article 3. Whenever loss or damage has resulted from unseaworthiness the burden of proving the exercise of due diligence shall be on the carrier or other person claiming exemption under this Article. 제4조 1. 운송인 또는 선장은 제3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선박으로 하여금 항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며, 또한 선박에 관하여 적당하게 선원, 의장 또는 선용품을 보급하며 또한 선박, 냉장실과 냉기실 기타 화물이 선적되는 선박의 모든 부분을 화물의 수령, 운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당하고 안전하게 하는 데 대한 운송인 측의 상당한 주의의 결여로 인한 경우가 아니면 불감항에서 생기는 멸실 또는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멸실 또는 손해가 불감항에서 생긴 때에는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는 증명책임은 항상 이 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면책을 주장하는 운송인 또는 기타의 자가 이를 부담한다.

주6) Article 3 1. The carrier shall be bound before and at the beginning of the voyage to exercise due diligence to: (a) Make the ship seaworthy. (b) Properly man, equip and supply the ship. (c) Make the holds, refrigerating and cool chambers, and all other parts of the ship in which goods are carried, fit and safe for their reception, carriage and preservation. 제3조 1. 운송인은 발항 전과 발항 당시에 다음의 사항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 (a) 선박이 감항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 (b) 선박에 대하여 선원의 승선·의장과 선용품의 보급을 적절하게 하는 일 (c) 선창, 냉장실과 냉기실 기타 화물이 적재되는 선박의 모든 부분을 화물의 수령, 운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당하고 안전하게 하는 일

주7) Article 4 2. Neither the carrier nor the ship shall be responsible for loss or damage arising or resulting from: (m) Wastage in bulk or weight or any other loss or damage arising from inherent defect, quality or vice of the goods 6. Goods of an inflammable, explosive or dangerous nature to the shipment whereof the carrier, master or agent of the carrier has not consented with knowledge of their nature and character, may at any time before discharge be landed at any place, or destroyed or rendered innocuous by the carrier without compensation and the shipper of such goods shall be liable for all damage and expenses directly or indirectly arising out of or resulting from such shipment. 제4조 2. 운송인 또는 선장은 다음의 사유에서 생기는 멸실 또는 손해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m) 화물의 숨은 하자, 특수한 성질 또는 고유한 하자에서 생기는 용적이나 중량의 감소 또는 기타의 멸실손해 6. 연소성, 폭발성 또는 위험성이 있는 화물로서 운송인, 선장 또는 운송인의 대리인이 그 종류 또는 성질을 알았으면 그 선적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은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배상하지 아니하고 그 양륙 전 언제든지 이를 임의의 장소에 양륙하거나 파괴 또는 무해하게 할 수 있으며, 그 화물의 송하인은 그 선적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생기는 모든 손해와 비용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주8) 원고들이 대위행사하는 수입자들의 손해배상채권 액수는 이 사건 화물의 멸실 당시의 외국환 시세(매매기준율)에 의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한 금액이다. 한편 2011. 7. 30.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이 사건 선박이 인천항에 도착한 후 이 사건 화물을 전손 처리하고 이에 따라 수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인천항 도착일인 2011. 8. 27.자 매매기준율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계산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다만 2011. 8. 27.이 토요일이므로 금요일의 매매기준율인 1달러당 1,085.30원으로 계산하였다).

주9) 원고 한화손해, 동부화재, 삼성화재는 각 대위가능금액의 범위 내에서 인용금액과 같이 청구하고 있는바, 이는 환율계산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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