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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4.24. 선고 2019노2852 판결
준강간
사건

2019노2852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손진욱(기소), 김성렬, 손영배(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해은

판결선고

2020. 4. 24.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이 사건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자 하는 준강간의 고의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 사건 준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다투게 된 이유, 수면제를 먹기 전까지 기억나는 상황, 수면제를 먹고 잠든 사이에 피고인이 한 행동을 나중에 알게 되어 피고인을 신고하게 된 경위 등 이 사건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그 진술 내용에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원심 법정에서의 피해자의 진술 모습과 태도, 뉘앙스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과장하여 진술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성관계 당시 및 그 전후의 상황이 녹음된 USB 녹음파일 1)(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이라 한다)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말다툼을 하다 평소 용량을 초과하는 양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든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수면제를 먹고 자겠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여 피고인도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③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신음 소리를 냈을 뿐 피고인이 성관계를 하면서 바지를 벗고 몸 위로 올라 오라거나 발을 펴보라고 말한 것에 대하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피해자는 수면제로 인하여 잠이 들어 있거나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성관계 이후 피해자는 잠에서 깨어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피고인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때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말에 단편적인 대답을 하거나 특별한 의미가 없는 소리를 냈을 뿐 정상적인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피해자는 음부 출혈이 있는 상태에서도 몸을 씻지 않은 채 그대로 옷을 입고 차에 타 곧바로 다시 잠이 들었는데, 수면제에 들어 있는 졸피뎀 복용 시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적인 행동을 한 후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졸피뎀의 약효로 인하여 의식은 있으나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일상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해자는 잠이 들기 전까지 피고인과 서로 욕을 하면서 싸우고 만지지 말라고 하는 등 신체 접촉을 거부하였는데 이후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을 만한 상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 ⑥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이후 일정 기간 피고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고, 이 사건 범행을 신고하게 된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수긍할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위와 같은 논거들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복용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준강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성관계를 하기 전에 피해자를 몇 분간 흔들어 깨웠으므로 피해자는 잠이 깬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성관계 당시 심실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면, 피고인이 몇 분간 피해자를 깨우다가 갑자기 피해자에게 "바지 벗어. 바지 벗어봐."라고 말하며 성관계를 시작하여 종료할 때까지 피해자는 몇 차례 신음소리를 낸 것 이외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은 이 사건 성관계 도중 피해자에게 "잠깐만 누워 있어. 아우, 여보, 잠깐만 이러고 있어. 안 되겠다. 안 되겠어.", "아후, 발 올려, 발, 발 올려, 아우, 여보, 괜찮아?어? 괜찮냐고?"라고 말하고, 성관계 바로 직후에는 "여보, 나 여기 봐. 거기 봐, 거기.", "어, 앉지 마. 앉지 마.", "그냥 가, 그냥. 일로와, 일로 와."라고 말하였는데2), 이러한 피고인의 말과 어조에 의해서도, 당시 피해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이러한 피고인의 언행, 피해자의 반응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졸피뎀의 약효로 인하여 심실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되고, 피해자가 이 사건 성관계 당시 신음소리를 간헐적으로 낸 것은 위와 같은 상태에서 육체가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성관계 직후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옷을 갈아입고 피고인과 고성으로 가기 위해 차에 타는 등의 행동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녹음파일에서 확인되는 피해자의 음성은 고성 가는 차 안에서 다시 잠이 들 때3)까지도 여전히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한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으로 피고인의 말에 두 세 단어로 겨우 대답하는 정도였으므로4), 피해자는 이 사건 성관계 이후 잠에서 깬 후에도 졸피뎀의 약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이끄는 대로 수동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행동들이 피해자가 이 사건 성관계 당시 심실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탄핵하는 사정이 되지 않는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성관계 직후 음부의 출혈을 확인한 사실을 들어, 만일 이 사건 성관계가 피해자 몰래 행해진 것이었다면 피해자가 위 출혈 확인 후 곧바로 피고인에게 항의하였을 것이나, 그러한 항의가 없었던 것은 이 사건 성관계가 준 강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①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성관계는 피해자가 잠이 들었거나 졸피뎀에 의해 정상적인 의식 상태가 아니었던 동안에 행해졌고, 피해자는 이 사건 성관계 직후 잠에서 깬 다음에도 한동안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회복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나중에 정상 상태로 돌아온 피해자가 위 출혈 사실을 인지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이 자신에게 성관계를 하였다고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설령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외관상으로는 피고인의 성관계 시도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였을 뿐, 준강간한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성관계 직전까지 사실혼 관계를 끝낼 것처럼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언쟁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방안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방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하였으며, 다시 방문을 열었을 때에도 피고인에게 '만지지 마.", "그러니까 거기서 얘기해, 들어오지 말고, 문 안 닫을 테니까.", "아니, 거기서 건너오지 마세요. 서로가 떨어져서 얘기해."라고 말하여 신체접촉을 거부하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5).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약을 먹은 뒤 20여 분 정도 경과하였을 무렵 방안에 다시 들어와 고성군에 같이 가자고 피해자를 깨우다가 돌연 피해자에게 "바지 벗어. 껴안아 줘."라고 말하며 아무런 반응이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성행위, 를 시작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신음소리만 낼 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성행위를 계속하였다.

㉡ 피고인은 이 사건 성관계 직후 피해자가 깨어나자 범행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였으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후로 여러 차례 잠이 든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실이 있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자연스러운 행동은 잠이 든 피해자를 상대로 성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인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음을 드러낼 뿐,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가 복용한 수면제의 약효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하였고 평소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이후에도 곧바로 잠이 들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 사건 성관계 당시에도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수면제를 복용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저 약 한 알짜리 두 알 먹으니까 30분 내로 잠들 거야. 잠들기 전에 얘기해."라고 이야기 하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가만히 있어 봐. 이쪽으로 와 봐, 약 먹기 전에."라고 말하였는 데6), 이에 의하면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하면 약효로 인하여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의 위 변소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 사건 녹음파일에 녹음된 시간 이후(이 사건 당일 오후 6시경)의 상황이 녹음된 녹취서)에 그 녹음일시가 '2017. 9. 5. 16시 01분'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을 들어, '피해자는 이 사건 녹음파일을 포함한 2015. 10. 31.에 녹음된 내용을 2017. 9. 5. 이전에 이미 들어보았고, 이 중 위 오후 6시경 부분을 2017. 9. 5. 16시 01분경에 편집하여 저장하면서 그 파일명이 '201709051601'과 같이 편집시간이 표시되어 생성되었을 것이고, 그러했기에 속기사 사무실에서 파일명에 포함된 일시를 녹음일시라고 생각하여 녹취서에 위와 같이 녹음일시를 기재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2018년 3월경에 이 사건 녹음파일을 처음 들어보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사실과 다르고, 피해자가 이 사건 성관계 사실을 알면서도 2017. 9. 20. 종전 사건(상해, 카메라이용촬영 등)에 관한 추가고소 및 항고를 하면서 이 사건 성관계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건 성관계가 준강간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 주장은 대부분 추측에 불과한 점,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 사건 녹음파일을 녹취한 녹취서)에는 그 녹음일시가 2015. 10. 31.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오후 6시경 상황이 녹음된 녹취서의 녹음일시 기재는 단순오기로 보일 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사정이 되지는 않는다.

나.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장 주장에 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피해자를 곧바로 간음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다. 나중에 이 사건 범행을 알게 된 피해자는 상당한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아무런 피해회복도 하지 못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는 성범죄로 처벌받거나 벌금을 초과하는 형을 받은 바 없고, 이 사건 범행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상해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형법 제51조가 정하고 있는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서 원심에게 주어진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심의 양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정종관

판사이승철

판사이병희

주석

1) 증거목록 순번 54 USB[증거기록 1권(수사기록 3권 부분) 49쪽.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취서(증거목록 순번 53)는 중간중간의 시간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 검사가 이를 다시 녹취하였는데 검사의 녹취서[증거목록 순번 56(증거기록 2권)를 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서'라 한다.

2)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서 18, 19쪽

3) 피고인이 차의 시동을 건 시간은 성관계를 마치고 30분 정도 지난 때이다.

4)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서 18~23쪽

5)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서 8쪽.

6)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서 9쪽

7) 증거목록 순번 12[증거기록(수사기록 3권 부분) 114쪽]

8) 증거목록 순번 53[증거기록(수사기록 2권 부분) 13쪽]. 이 녹취서는 위 오후 6시경 상황이 녹음된 녹취서(작성일: 2018. 5. 1.)보다 이른 2018. 3. 21.에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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