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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5.3. 선고 2017고합1317 판결
준강간
사건

2017고합1317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문지선(기소), 김영남(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8. 5. 3.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5. 11. 04:00경 서울 중구 C에 있는 D 모텔 203호실에서 피고인의 친구, 피해자 E(여, 18세) 및 피해자의 친구와 넷이서 영화를 보면서 술을 마시다가 피고인의 친구와 피해자의 친구가 옆방인 207호실로 간 후, 같은 날 06:00경 침대에 누워있던 피해자가 잠이 들자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배 위에 올라가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준강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 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2)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5도767 판결 참조).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이 법정 및 수사기관의 각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해자의 각 진술에 관하여

가) 피해자는 법정과 경찰에서 '이틀 밤을 새워서 많이 피곤하여 잠이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집에 있다가 2017. 5. 11. 01:00경 피고인 등을 만나 식사를 하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식사 장소까지 갔으며, 식사 후 노래방과 카페에서도 놀다가 모텔 방을 잡고 놀자는 제안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모텔까지 갔다. 피해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 같은 날 04:00경 모텔에 들어갈 때는 물론 공소사실 범행 시각에도 술에 전혀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나) 피해자는 법정과 경찰에서 '잠이 들었다가 얼굴이 따가워서 깨보니 하의가 벗겨져 있었고 피고인이 성기를 삽입한 상태로 키스를 하고 있었다', '성관계가 끝난 후 피고인이 침대에 누워서 잘 동안 자신은 옷을 입고 바로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2017. 5. 11. 07:20경 모텔에서 나올 때 모텔 CCTV에 찍힌 피해자의 모습은 외양이 깔끔하고 행동에 흐트러짐이 없어(증거기록 53쪽, 증거기록 55쪽 모텔CCTV 동영상), 뚱뚱한 체구의 피고인이 비교적 왜소한 자신의 배 위에 올라가 성기를 삽입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깊이 잠든 상태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직후 쉬거나 씻지도 못한 채 도망 나오는 사람으로는 도무지 보기 어렵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전부터 남성인 피고인의 친구와 여성인 피해자의 친구가 서로 교제하지 않으면서 성관계를 하는 사이였음을 알면서도 둘이 잘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들이 다른 방으로 가도 괜찮다고 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4, 5쪽). 피해자는 203호실에 둘만 남게 된 2017. 5. 11. 04:25경부터 영화를 보던 텔레비전도 끈 채(증거기록 22쪽) 06:00경까지 불 꺼진 방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자해 습관에 대해 말하고 푸념도 하며(증거기록 17쪽, 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5쪽) 피고인과 상당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떠한 물리적·심리적 강제 없이 자의로 피고인이 침대에 같이 누울 수 있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침대 위에서 피해자에게 가까이 오는 것까지도 허락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 무렵 22:00부터 다음날 5:00~6:00경까지 클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이틀 전인 2017. 5. 9. 07:00경 성관계를 하였고 이 사건이 있은 날에도 같이 놀다가 만난 남자와 2017. 5. 12. 08:00경 성관계를 하였다(증거기록 33쪽, 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7쪽). 이러한 성관계에 이르기 전까지의 경위와 이 사건 무렵 피해자의 생활 방식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부지불식간에 잠이 들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피해자에게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라) 피고인은 '피해자와 대화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해도 되는지 물어서 피해자가 동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무엇인가 묻는 것은 들었다고 진술하여 위 주장을 일부 뒷받침하고 있고, 피고인이 침대에 올라가는 것부터 피해자의 동의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성관계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려고 하였을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마) 피해자는 잠에서 깬 뒤 피고인에게 싫다고 하자 피고인이 '콘돔 끼고 할까?'라고 물어보고 성기를 뺀 뒤 콘돔을 끼우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고 하였다.면 이러한 말을 피해자에게 하고 나아가 삽입 행위를 중단하기까지 하였다는 것은 이례 적이어서 납득하기 어렵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뒤 하의를 벗은 직후 콘돔을 끼고 성기를 삽입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52쪽).

2) 녹취록 및 녹음파일 CD에 관하여 녹취록 및 녹음파일 CD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다음 날인 2017. 5. 12,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두 번 이제 물어봤을 때 네가 잠들었는데 네가 '응' 그랬는데 오빠는 그거를, 물론 잘못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지. 오빠가 너한테 물어봤는데 대답도 제대로 안 듣고 그런 거일 수도 있는데"라고 진술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점에서 당시 상황을 가정하는 표현을 쓰고 있는 점, 통화 내용 전체를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동의한 줄 알고 성관계를 한 것임을 일관하여 진술하며 읍소하고 있는 점 및 위에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위 통화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에서 간음한 점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위와 같이 진술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3) 피고인의 태도 등에 관하여

피고인이 최초 경찰 조사 당시에는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다가 유전자 감정이 회보된 뒤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여 진술을 번복하였고,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23세에 불과한 피고인으로서는 처음 형사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는 것 자체로 당황하고 두려웠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변명이 거짓이고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결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연학

판사김준영

판사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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