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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2020.7.22. 선고 2019노586 판결
준강간
사건

2019노586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도윤지(기소), 류원근(공판)

변호인

변호사 서정욱(국선)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9. 11. 22. 선고 2019고합313 판결

판결선고

2020. 7. 22.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피고인)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 잠에서 깨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에서 깬 것으로 생각하였고,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고 동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성관계를 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1) 피고인

원심의 형(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과 동일한 취지로 다투었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원심은 배심원 의견(유죄 3명, 무죄 4명)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당시 잠에서 깨었을 때 피해자와 피고인의 상태와 자세, 피고인이 한 행동, 이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등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피해자가 켜놓고 잠들었던 보이스펜에 녹음된 음성파일의 내용이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할 당시에 피해자가 깨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한 점, ③ 이 사건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고, 피해자가 위증의 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심 법정에서 허위의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기초로 하여,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여러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자신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잘 알면서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피해자는 과거에 타인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당한 이후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어 수면제를 복용해야만 잠이 드는 상태였고, 이 사건 범행 당일에도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상태였으므로,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에 의한 성관계에 항거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일 피고인과 함께 방문한 찜질방에서 다른 사람과 다툼을 하였다가 새벽 4시경 귀가하였으며, 당일 피해자가 심한 피로를 호소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각자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 수면제를 복용하여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당시 "잠에서 깨니 팬티가 벗겨져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에 올라탄 상태에서 피해자의 허벅지를 닦고 있었다. 피고인에게 '무엇을 하냐'고 묻자 '물이 묻어 닦고 있다'고 말하였다. 피고인이 성관계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피고인에게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하여 112를 눌렀더니 피고인이 핸드폰을 빼앗았다. 이후 피고인이 30분 전부터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라며, 피고인이 자신이 잠이 든 상태에서 성관계를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4)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스킨십을 계속하면 피해자가 깰 줄 알았는데 깨지 않았고, 피해자가 평소 애무를 하면 보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음 소리를 내고 허리를 들썩이는 것을 보면 잠에서 깬 것 같기는 했는데 성기 삽입을 할 때까지 피해자는 눈을 감은 상태였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해자가 당시 눈을 감은 채 아무 반응이 없었던 이상 피해자가 당시 신음 소리를 내고 허리를 들썩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항거불능상태를 벗어났다거나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5) 당시 상황이 녹음된 보이스펜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피해자가 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목소리로 피고인에게 경위를 묻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내가 생각이 짧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거나 피해자가 잠에서 깬 것으로 생각하고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위 보이스펜 녹음파일의 일부만이 증거로 제출되기는 하였으나, 위 증거가 위조 내지 변조되었다는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를 적법한 증거로 삼을 수 있다).

6)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인 2018. 10.경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든 사이에 몰래 성관계를 시도하였는데, 깊이 잠들지 않아 깬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거 싫다. 그것은 범죄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거부하기도 하였으며, 이에 대해 피고인도 안 하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하였으나, 그 후에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피해자의 몸을 만지거나 하여 피해자와 다투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당시 피해자는 비록 피고인과 교제하는 사이였기는 하지만,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포괄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피고인의 성관계 시도를 묵시적으로라도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피고인도 이러한 피해자의 의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7)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이 깬 상태에서 자신을 무고할 목적으로 눈을 일부러 뜨지 않았고, 보이스펜을 미리 준비하여 성관계 사실을 추궁하는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과거 성관계에 관한 다툼, 이 사건 당시의 상황 및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이미 피고인과의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생각하여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서 피고인의 행위를 차단하거나 자신이 잠든 사이에 성관계가 있는 경우 그 책임을 물을 목적으로 녹음을 한 것으로 보일 뿐,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무고하기 위하여 보이스펜을 준비한 채 성관계를 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은 연인관계에 있었던 피해자가 잠이 든 사이 행해진 피고인의 일방적인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어 있는 틈을 타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어떠한 피해 회복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여전히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는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피고인에게는 10여 년 전 폭력범죄로 한 차례 처벌받은 적이 있기는 하나,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와 동거하고 있었고, 이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에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였지만 피해자와 연인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피해자가 자신을 용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한 면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과 아울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각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연욱

판사 원호신

판사 송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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