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등법원 2020.1.30. 선고 2019노1436 판결
준강간,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모욕
사건

2019노1436 준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

라등이용촬영),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김보미(기소), 명점식(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태선(국선)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31. 선고 2018고합496 판결

판결선고

2020. 1. 30.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준강간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2018. 4. 1. 당시 피해자는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여 다량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일관되게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지 아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준강간한 사실이 인정된다(피해자가 이 부분 범행 이후에도 피고인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부분 범행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한 것이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등)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은 원심판결서 제9 내지 18면에서, ①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볼 때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였다거나 약물을 다량 복용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빠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② 피해자 진술은 중요 부분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성관계 이후의 태도 또한 준강간을 당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기억상실증상으로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④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당심에서도 계속하여 피해자가 알코올 및 약물 복용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은 이러한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피해자의 진술 및 당심에서 새롭게 채택∙조사된 증거인 처방조제내역서의 기재 및 이 법원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를 종합하면, ① 피해자가 2018. 3. 20.부터 2018. 4. 10.까지 사이에 7~8일 간격으로 7일분의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을 처방받은 사실, ② 피해자가 처방받은 약물은 총 10개인데, 이 중 스리반정(로라제팜), 리보트릴정(클로나제팜), 졸민정(트리아졸람) 등의 약물은 알코올과 병용투여 시중추신경억제작용이 증강될 수 있는 사실, ③ 피해자는 당심에서 2018. 4.경 당시 의사의 권고에 따라 매일 1봉씩 주기적으로 위 처방약을 복용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한편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건 당일 술을 마셨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또한 당시 피해자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였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신경안정제 및 수면제 등을 복용하였고 그에 따라 피해자의 자는 모습이 촬영된 08:29경에는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졌을 여지가 있다.

나)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빠지기 이전에 의식이 있는 상태의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거나, 적어도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관계에 나아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대체로 일관되게 '2018. 4. 1. 07:00경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08:00경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였다. 이후 옷을 모두 입고 침대에 누운 다음 다시 피해자의 하의를 벗기면서 성관계를 시도하였으나 피해자가 잠을 자겠다고 하여 멈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든 피해자를 보고 있다가 피해자의 몸을 촬영하였고, 이후 피해자의 옆에서 잠들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을 촬영한 08:29경으로부터 약 30분 전에 의식이 있는 상태의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고, 피해자의 몸을 촬영한 이후에는 성관계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건 당일 06:15경부터 07:00경까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및 같은 날 07:45경 찍힌 피해자의 사진을 보면, 피해자는 적어도 피고인이 집에 도착한 07:00경부터 07:45경까지는 의식을 가진 채로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시각은 그로부터 불과 15분밖에 경과하지 아니한 08:00경인데, 피해자가 위 시점에 아직 의식을 잃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고 그 이후에 08:29경 동영상 촬영될 무렵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사건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성관계 사실을 듣고 나서 알게 되었다. 피고인을 전혀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의식이 있었다면 결코 성관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평소에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지고자 하는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사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당시 주기적으로 복용하던 수면제 및 신경안정제를 투약하고 술까지 상당히 마신 상태에 있었으므로, 알코올과 약물의 영향으로 인하여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충동적 선택을 하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면 피고인을 집에 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진술한 바 있는데, 이처럼 피해자가 사건 당시 섭취한 알코올이나 약물로 인해 판단능력이 다소 떨어져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면 평소라면 결코 응하지 아니하였을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응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앞서 본 것과 같이 피해자는 집에 돌아온 뒤 적어도 1시간 30분 동안 의식을 가진 상태로 행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뿐 아니라 사건 당일 집에 돌아온 이후에 있었던 대부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집에 있었을 당시 의식을 지닌 상태에서 행동하였음에도 주취에 의한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 증상을 겪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성관계를 가질 당시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물리치기 어렵다.

3) 결국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검사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은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원심판결서의 양형 이유에 기재된 양형 사항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가볍다고 볼 수 없다.

3.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취업제한명령에 관한 직권판단

2018. 12. 11. 법률 제15904호로 개정되어 2019. 6. 12.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제59조 의3 제1항, 제2항은 법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이하 모두 가리켜 '성범죄'라 한다)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그 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이하 '취업제한명령'이라 한다)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하나,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법 부칙(2018. 12. 11.) 제2조는 제59조의3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성범죄를 범하고 확정판결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범행은 성범죄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이 원심판결 선고 후에 시행되어 이 사건에 대해서 그 개정규정이 적용되는 결과,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장애인복지시설을 취업제한 대상기관으로 하는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할지 여부, 그 취업제한기간을 얼마의 기간으로 정할지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살피건대, 피고인이 이 부분 각 범행 이전에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어 피고인에게 성범죄의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이 부분 각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아닌 점,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성폭력치료강의 수강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가정환경 및 사회적 유대관계, 범행 전력, 범행의 내용과 동기, 범행의 방법과 결과, 취업제한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의 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취업제한을 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같은 법 제5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이에 관하여 판결 주문에서 별도로 선고할 필요가 없는 이상, 취업제한명령에 관하여 주문에서 별도의 선고를 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굳이 파기할 필요가 없으므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

4.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한규현

판사 권순열

판사 송민경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