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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2017.4.21. 선고 2016고합197 판결
준강간
사건

2016고합197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황정임(기소), 황근주(공판)

변호인

변호사 B, C

판결선고

2017. 4. 21.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5, 12. 17. 23:00경 울산 남구에 있는 피해자 D(여, 36세)의 주거지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얼마 전 해고된 피해자의 복직을 미끼로 같이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의 옷을 벗겨 1회 간음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터 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참조).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8조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참조).

나. 기초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2015. 12. 8. 입사하였던 회사의 사장이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15. 12. 15. 해고당한 직원이다.

② 피고인은 2015. 12. 17.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복직 문제로 만나자고 하였고, 피해자의 집 앞의 바에서 피해자와 칵테일(블랙러시안) 2잔씩을 마시면서 복직에 관하여 이야기 하였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는 바에서 나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맥주 1캔씩을 마셨다.

④ 피해자는 다음 날인 2015. 12. 18. 오전에 피고인에게 해장국을 사달라는 취지로 연락을 하였고, 피고인과 만나 해장국을 먹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말하였다.

⑤ 피해자는 2015. 12. 19. 경찰에 신고하였고, 2015. 12. 20. 피고인에게 사과하라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 판단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유전자감정결과 피해자의 질 내용물에서 발견된 Y-STR형이 피고인의 Y-STR형과 일치하는 점, ② 피고인이 사건 이후인 2015. 12. 20.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인정합니다, ○○씨에게 한 행동 솔직히 인정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짧은 시간 죄송한 게 많았습니다.")를 보낸 점, ③ 피해자가 2014. 12.경부터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이 사건 발생 전인 2015. 12. 7. 방문하여 항우울제, 수면제 등의 약을 1개월 분량 처방받아 갔는데, 이 법원의 E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항우울제와 수면제는 알코올과 약물 상호작용으로 음주 시 평소보다 강한 약물 효과(수면유발 효과 등)가 나타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피해자의 진술이 대립하고 있는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진술의 구체적 내용과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정황 및 아래의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을 전적으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사건 다음 날 오전까지는 바에서 피고인과 술을 마시고 잠이 든 것까지만 기억이 났는데, 피고인과 해장국을 먹고 난 후 피고인이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면서 '너희 집에 물이 하나도 없데, 이거 가져가라. 그리고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왜 그리 지저분하노, 청소 좀 하고 살아라'고 말하였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피고인과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고 하였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과 집에 가게 된 경위, 현관문 앞에서 피고인과의 대화내용, 집에서 맥주를 마셨던 일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0~11쪽). 한편 피해자는 법정에서는 '피고인과 바에서 집까지 가게 되자 피고인에게 집에 가시라고 하였는데 그 이후에 필름이 끊겼고, 이후 갑갑한 느낌에 깨자 피고인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 피해자는 자신의 입술과 정강이 부위에 대한 상처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입술은 눈을 뜨니 피고인이 저에게 키스를 하고 있어서 제가 탁 쳤는데 그 때 부딪힌 것 같고, 정강이는 가해자가 제 위에서 내려와 있던 중 제가 누운 상태에서 손과 발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니까 저를 안정시키려고 발로 제 몸을 누르던 중 제 정강이 부위를 찬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제11쪽), 법정에서는 '입술을 막 깨물고 이래서 생긴 것 같은데'라고 진술하였다.

㉢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 상황에 관하여, 경찰과 검찰에서는 '눈을 뜨니 방에 불이 꺼져 있었고 피고인은 나체 상태로 제 위에 올라타 성기를 제 질에 삽입한 상태였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제12쪽, 제200쪽),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되었는지에 관하여 생각을 못했고 놀라서 무섭다는 생각만 들었다. 만일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면 그렇다'라고 진술하였다.

㉣ 피해자는 성관계 이후의 상황에 관하여, 경찰에서는 '놀라서 피고인을 뿌리치며 "왜 이러냐, 뭐냐"라고 하자 피고인이 바로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옷을 입고 집밖으로 나갔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증거기록 제12쪽), 검찰에서는 '피고인에게 "왜 이러냐, 이러지 마라"고 거칠게 반항을 하고 잠이 들었을 뿐 피고인이 집에서 나간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00쪽).

② 피해자는 경찰에서는 자신의 주량은 소주 1병인데, 피고인과 바에서 양주를 맥주잔으로 2잔 마시고, 자신의 집에서 맥주를 각각 한 모금씩 마셨다고 진술하였다가 (증거기록 제13쪽), 검찰에서는 피고인이 양주를 주문하여 자신이 3~4잔을, 피고인이 약 2~3잔을 마셨다고 진술하였다.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하여 칵테일을 1인당 2잔씩 마셨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술을 마신 바의 영업장부(증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마신 술은 블랙러시안(칵테일) 4잔으로 피고인의 진술에 부합한다. 또한 피해자의 입사 후 3차례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평상 시 피해자의 주량이 소주 1~2병은 되어보였다는 증인 F의 진술, 피해자가 바에서 나갈 때 비틀거리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증인 G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만취 하여 자신의 신체와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피해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의하면, 피해자는 사건 다음 날인 2015. 12. 18. 09:28경 피고인 회사의 차장이자 피해자의 전 직장 동료인 F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복직이 정해졌으니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놓아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당시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피고인과 해장국을 먹고 난 후 복직이 무산되자 F과 통화 중에, '피고인이 출근하지 말라고 하였고,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였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은 회사의 사장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④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자신의 집까지 피고인과 동행하여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직접 누르고 피고인과 함께 집에 들어갔고, 이미 바에서 칵테일 2잔씩을 마신 상태임에도 피해자의 집에서 피고인과 맥주 1캔씩을 같이 마셨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가 특별히 과음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사건 당시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피해자는 아침에 일어났을 당시 브래지어만 입고 하의는 모두 벗은 상태였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제116쪽), 피해자로서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피고인과 해장국을 먹으면서 헤어질 때까지 피고인에게 전날 밤 있었던 일에 관하여 물어보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없고, F에게도 오전에 통화할 당시 피고인에게 성폭행을 당하였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 그런데 해장국을 먹고 나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복직시키지 않는다고 말하자 집에 온 다음 전날 밤의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인데,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

⑥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피고인에게 항의하거나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다가 사건 다음 날인 2015. 12. 18. 오전에 피고인과 해장국을 먹으면서 피해자의 복직이 무산되자 2015. 12. 19.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이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문제 삼은 이유가 성관계 때문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⑦ 피해자는 입술 및 다리에 난 상처(증거기록 제19~20쪽)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과정에서 반항하다가 생긴 상처라고 진술하나, 입술 부위 상처의 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상처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도중 부딪혀서 생겨난 상처로 단정하기 어렵다.

⑧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건 이후인 2015. 12. 20. 에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이나 대화내용에서 피고인이 사과하는 부분이 있으나, 그 전체 내용에 비추어 이는 피해자에 대한 해고와 해고 후 복직을 논의하였다 번복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⑨ 피해자는 경찰에서는 우울증 약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검찰 조사 시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한 상태(증거기록 제195쪽)라고 진술하였다. 당시 피해자의 소벽, 혈액 등이 채취되지 않아 피해자가 약물을 복용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이 있는데, 아침 1회, 취침 전 1회 복용하도록 되어 있는 처방전의 기재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취침 전에 복용하는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술을 마시기 전에 복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⑩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등의 상태가 아니라 성교 전후의 상황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하였지만 단지 행위 당시의 상황을 사후에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 즉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이른바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 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⑪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수면제 복용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고, 설령 피해자가 수면제나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였고, 이러한 약물이 알코올과 상호 작용하여 성관계 당시에 피해자가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렀더라도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와 바에서 술을 마시며 한 대화, 행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행동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정상적 행동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정재우

판사 김동석

판사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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