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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20.6.18. 선고 2019고합339 판결
준강간치상
사건

2019고합339 준강간치상

피고인

A

검사

김동규(기소), 김지연(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승혜, 문다미

판결선고

2020. 6. 18.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시 은평구 B에서 'C'라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D(여, 19세)은 위 'C'에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9. 6. 8. 00:00경 'C' 영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생이던 피해자에게 회식을 하자고 제안하였고, 피해자가 승낙하자 같은 날 03:30경까지 피해자와 함께 소주 5병 등을 나눠먹은 후 피해자가 만취하자 모텔로 데려가 간음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9. 6. 8. 03:39경부터 같은 날 08:57경 사이에 서울시 은평구 E모텔에서 술에 만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 모델 F호실로 데려가 옷을 벗긴 후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를 삽입하는 등 2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간음하여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처녀막파열상 등을 입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강간하고, 이로 인해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①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준강간의 고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9. 6. 8. 00:00경 'C'에서 나와 'G'에서 고기를 먹으면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같은 날 01:38경 옆에 있는 'H'으로 이동하여 2차로 소주를 마셨다.

○ 피해자는 같은 날 03:08경 자신의 어머니에게 지금 집에 들어간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03:09경 'H'에서 나와서 도보로 이동하여 03:37경 'E모텔'로 함께 들어갔고, 피고인이 같은 날 03:39경 결제한 후 피해자와 함께 객실로 이동하였다.

○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1차 성관계가 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잠들었다가 깨어난 후 다시 둘 사이에 2차 성관계가 있었다.

○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08:57경 퇴실하여 곧바로 'E모텔'에서 나왔고, 같은 날 09:00경 근처 편의점에서 함께 들러 음료수를 구입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전 9시 무렵 어머니에게 친구네 집에서 자고 들어간다고 전화하였다.

○ 피해자는 같은 날 19:15경 어머니와 함께 경찰서를 방문하여 피고인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같은 날 22:00경 채취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0% 미만으로 측정되었다.

○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처녀막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었다.

다. 피해자는 'H'에서 나와서 길을 걷다가 술에 취하여 이후 모텔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고, 성관계를 2차례 했던 것은 기억하지만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반면 피고인은 모텔에 들어가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1차 성관계를 하였고, 모텔에서 나오기 전 아침 무렵 2차 성관계 역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이루어졌다고 진술하고 있다.

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가사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질 당시의 정황에 대하여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피해자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술에 취하여 당시에는 의식적으로 한 행동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증상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나아가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합의에 의하여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만으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는 이 사건이 일어난 경위에 관하여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당일 고소장을 제출한 후 경찰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는 자신이 'H'에서 나오기 전 시간이 늦어서 어머니에게 '지금 간다'고 문자를 보낸 사실, 자신이 'H'을 나온 후 피고인에게 '시간이 너무 늦어서 큰일 났다, 부모님에게 혼날까봐 무섭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실, 피고인이 자신에게 '쉬었다 가자'고 이야기하였던 사실 등을 기억하여 진술하였다. 사건 직후 있었던 피해자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모텔로 가기 직전 피고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과 피해자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H'에서 나와서 모텔로 이동하까지 피고인과 함께 걸어서 이동한 사실이 인정된다.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기대거나 피고인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일부 보이기는 하나, 피해자는 당시 술집에서 나와서 모텔로 이동하기까지 약 30분에 걸쳐 피고인과 나란히 걷거나 피고인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1차 성관계는 모텔로 들어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경찰에서 스스로 진술한 바와 같이 피해자는 'H'에서 나오기 직전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모텔에 들어가기 전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는 등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고,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모텔에 가기 전 상당 시간 도보하는 등 정상적인 신체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1차 성관계 당시 과연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는지, 또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2차 성관계는 모텔에서 나오기 전 아침 무렵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텔 객실로 들어간 것이 03:39경이고 퇴실한 것이 08:57경이므로, 2차 성관계는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 동안 잠을 자고 깨어난 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2차 성관계가 있을 당시는 어느 정도 의식을 회복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해자가 2차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역시 의문이다.

○ 피해자는 2회의 성관계 후 잠에서 깨어나 모텔에서 나오기 전까지 피고인과 성관계 사실에 대한 대화를 나누거나 피고인에게 성관계 경위를 묻거나 따지지 않았고, 오히려 외박한 상황을 자신의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할지에 관하여 피고인과 상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나이가 어리다거나 피해자의 부모님이 엄격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모텔에 함께 나체로 누워있는 경위나 성관계가 있었던 상황에 관하여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는 피해자의 태도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 피해자는 모텔 객실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친구의 집에서 잤다고 말해 줄 것을 부탁하고, 이후 피고인과 모텔에서 함께 나와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 서 마셨으며, 피고인과 함께 있는 동안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의 집 위치를 확인하였고, 그 후에야 피고인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편의점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편의점에서 웃는 모습으로 피고인과 함께 음료수를 고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피해자의 태도 역시 성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서 자연스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 피해자는 집으로 돌아간 후 부모님께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관하여 먼저 이야기 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외박에 대하여 크게 혼나면서 외박 경위를 추궁 당하자 그제야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 사건 고소를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원해서 한 것이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자신은 원하지 않았고 술을 많이 먹어서 그랬다는 취지로 답하였는데,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가 원한 것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여서, 이 사건 당일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이 법정에서 진술하였다. 이러한 고소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보더라고, 피해자가 자의적으로 고소한 것이 맞는지,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 하에 이 사건 성관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고소하게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 반면, 피고인은 'H'에서 나온 후 모텔에 가기까지 피해자와 함께 걸으면서 둘 사이에 있었던 언동, 모텔에 들어간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스킨쉽과 1차 성관계 당시 상황, 피고인이 아침에 먼저 깨어나 피해자의 휴대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건네주었던 상황이나 당시 피해자의 언동,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2차 성관계 상황과 그 후 피해자가 외박 문제로 걱정하는 등 상황이나 피해자의 언동에 관하여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실로 보이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정민

판사 이영미

판사 이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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