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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도9670 판결
[의료법위반][공2007.10.1.(283),1589]
판시사항

[1] 조산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 ‘조산’의 의미 및 조산사의 ‘조산’ 외 의료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조산사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약물 투여 등 조산 외의 응급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

[3] 조산사가 산모의 분만 과정 중 별다른 응급상황이 없음에도 독자적 판단으로 산모에게 포도당이나 옥시토신을 투여한 행위에 대하여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조산사가 조산원을 개설하여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 ‘조산’이란 임부가 정상분만하는 경우에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뜻하므로, 이상분만으로 인하여 임부·해산부에게 이상현상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처하는 조치(약물투여를 포함한다)를 강구하는 것은 그러한 의료행위를 임무로 하는 산부인과의사 등 다른 의료인의 임무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조산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인 ‘조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산사가 그와 같은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가 조산원 지도의사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거나 또는 임부·해산부 등에 대한 응급처치가 절실함에도 지도의사와 연락을 할 수 없고 그 지시를 기다리거나 산부인과 의원으로 옮길 시간적 여유도 없어 조산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응급처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소정의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

[2]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국민들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응급의료제공자의 책임과 권리를 정하고 응급의료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의료의 적정을 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의료인에게 적극적으로 그 면허 범위 외의 응급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 점, 또 의료법은 조산사가 조산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도의사를 정하여 그의 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미 조산원에서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분만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이상분만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조산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응급처치가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이상분만으로 인하여 임부·해산부 등에게 이상현상이 발생하였음에도 조산원 지도의사와 연락을 할 수 없고 또 그 지도의사의 지시를 기다리거나 산부인과의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조산사가 그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약물 투여 등 조산 이외의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

[3] 조산사가 산모의 분만과정 중 별다른 응급상황이 없음에도 독자적 판단으로 포도당 또는 옥시토신을 투여한 행위에 대하여, 조산원에서 산모의 분만을 돕거나 분만 후의 처치를 위하여 옥시토신과 포도당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위 약물들을 산모의 건강을 위해 투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지도의사로부터 지시를 받지 못할 정도의 긴급상황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정당한 응급의료행위라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윤홍근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전문 개정된 의료법에서도 아래의 규정 내용은 거의 같다)의 조산사 관련 조항에 의하면, 조산사는 ‘조산(조산)과 임부·해산부·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는바( 제2조 제2항 제4호 ), 조산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간호사의 면허를 가지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 1년간 조산의 수습과정을 마친 자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조산사 면허를 받은 자로서 조산사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고( 제6조 ), 한편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는데( 제30조 제2항 ) 조산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도의사를 정하여( 제30조 제7항 ) 관할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25조 ).

여기에서 조산사가 조산원을 개설하여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 ‘조산’이란 임부가 정상분만하는 경우에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뜻하므로, 이상분만으로 인하여 임부·해산부에게 이상현상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처하는 조치(약물투여를 포함한다)를 강구하는 것은 그러한 의료행위를 임무로 하는 산부인과의사 등 다른 의료인의 임무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조산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인 ‘조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88. 9. 13. 선고 84도2316 판결 , 1988. 9. 20. 선고 86도169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조산사가 그와 같은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가 조산원 지도의사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거나 또는 임부·해산부 등에 대한 응급처치가 절실함에도 지도의사와 연락을 할 수 없고 그 지시를 기다리거나 산부인과 의원으로 옮길 시간적 여유도 없어 조산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응급처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구 의료법 제25조 소정의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지도의사의 지시에 의한 행위라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설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조산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조산사인 피고인이 2002. 7. 1. 산모 공소외 1 및 같은 해 8. 16. 산모 공소외 2의 각 분만 과정에서 포도당과 옥시토신을 주사함에 있어, 관할관청에 신고된 지도의사인 공소외 3 또는 피고인이 사실상 지도의사로 삼고 있었다는 공소외 4로부터 그 약물 투여 여부 및 투여시기와 투여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는 사실심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서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1점의 주장과 같이 조산원의 지도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증거의 취사를 그르친 등의 위법이 없다.

3. 응급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 는 ‘응급환자’를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기타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로서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제2조 및 [별표 1] 제2호 (바)목은 ‘분만 또는 성폭력으로 인하여 산부인과적 검사 또는 처치가 필요한 증상’을 ‘응급증상에 준하는 증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분만 과정에 있는 임부·해산부는 응급환자로서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응급의료법 제3조 ).

그러나 분만 과정에 있는 임부·해산부에 대한 응급의료행위라는 이유로 의료인, 특히 조산사가 자신에게 면허된 ‘조산’ 이외의 의료행위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보건대, 응급의료법은 ‘국민들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응급의료제공자의 책임과 권리를 정하고 응급의료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의료의 적정을 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의료인에게 적극적으로 그 면허 범위 외의 응급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 점, 또 의료법은 조산사가 조산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도의사를 정하여 그의 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미 조산원에서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분만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이상분만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조산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응급처치가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이상분만으로 인하여 임부·해산부 등에게 이상현상이 발생하였음에도 조산원 지도의사와 연락을 할 수 없고 또 그 지도의사의 지시를 기다리거나 산부인과의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조산사가 그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약물 투여 등 조산 이외의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에 나타난 증거관계를 살펴보면, 원심이 “산모 공소외 2, 1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분만을 완료하기 전 진통시에 이미 각 산모에게 포도당 또는 옥시토신을 주사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스스로 법정에서 위 각 산모들이 당시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것은 아니라고 진술한 바 있으며, 달리 위 산모들에게 각 약물을 투여할 당시 산부인과 등으로의 전원이 불가능하였다거나 지도의사로부터 지시를 받지 못할 정도의 긴급상황에 있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라고 하여 피고인의 약물투여가 응급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2점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하여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조산사가 분만 과정에 있는 산모에게 포도당과 옥시토신을 주사하는 행위, 특히 분만 직후 출혈을 방지하기 위하여 옥시토신을 주사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원심의 다음과 같은 판단, 즉 조산원에서 산모의 분만을 돕거나 분만 후의 처치를 위하여 옥시토신과 포도당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위 약물들이 산모의 건강을 위하여 투여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그것이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약물투여의 개별적인 경위, 일반인들의 시각, 투약의 동기·목적·방법·횟수, 조산사의 경력, 약물이나 분만에 대한 지식수준, 산모의 나이·체질·건강상태, 그 약물투여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인데,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또 의료인도 각 면허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이는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가할 수 있는 위험성 등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획득함으로써 그 분야의 의료행위로 인한 인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자에게만 면허를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를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 포도당은 보통 환자에게 수분을 보충하고 전해질 균형을 맞추어 주며 응급상황시에는 혈관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나 전해질 상실 또는 혈액정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당뇨병이나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 등에게는 신중하게 투여되어야 하는 점, 옥시토신은 분만 후 자궁이 수축되지 아니하고 출혈이 계속될 때 주사하는 자궁수축제이지만 실제로는 분만촉진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반이뇨작용, 저혈압, 빈맥 등의 부작용이 있는 점, 또한 주사기의 소독상태, 주사방법과 주사량 및 산모의 나이·체질·건강상태와 태아의 상태 등에 따라 위 각 약물은 산모나 신생아에게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점, 게다가 이 사건에서는 각 산모들이 응급환자로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약물투여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3점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5. 법률의 착오 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채용한 증거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조산원의 지도의사를 신고해 두고 있었고, 그 지도의사가 아닌 공소외 4로부터 ‘수분이 부족할 때는 보고 후 포도당 주사를, 분만 후 자궁수축이 안 될 때에는 보고 후 옥시토신을 주사하라’는 내용의 일반적인 사전지도사항이 기재된 서면을 받아두었던 점, 피고인이 제1심법정에서 옥시토신 투여 사실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산모에 대한 포도당과 옥시토신 투여 없이는 분만이 이루어질 수 없고 사실상 조산원도 운영할 수 없다는 취지로 강변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교육 정도 및 조산사로서의 경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자신의 약물투여행위가 조산사로서의 임무범위에 속하거나 응급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조치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있었다고는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와 같이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의 규정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것일 뿐 그 판단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이 부분 원심판결 역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4점의 주장과 같은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6.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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