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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노691 판결
[의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석담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윤홍근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는 위법을 범하였다.

가. 의료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피고인은 지도의사인 공소외 4의 승낙 하에 이 사건 포도당과 옥시토신을 주사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산모들의 경우 응급상황 또는 분만과정에서의 출혈 등 위험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이 정한 응급처치를 한 것으로서 의료법 상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나.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

조산사의 업무, 분만의 성격 등에 비추어 포도당 및 옥시토신 투여 없이 분만을 돕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조산사로서는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

다. 법률의 착오로 책임이 조각된다는 주장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16조 에 의하여 책임이 조각된다.

라. 정당행위, 법률의 착오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는 주장

피고인은 원심에서 위 나. 다.항과 같이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에 관한 진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2. 판단

가. 구성요건해당성 주장에 대한 판단

(1) 지도의사의 지시에 의한 행위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의료법의 관련조항에 의하면, 조산사는 의료인으로서 조산과 임부, 해산부, 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에 종사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바( 제2조 제2항 제4호 ), 조산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간호사의 면허를 가지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 1년간 조산의 수습과정을 마친 다음 조산사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고( 제6조 제1호 ),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는데( 제30조 제2항 ) 조산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도의사를 정하여( 제30조 제7항 ) 관할관청에 신고하도록( 의료법시행규칙 제25조 )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운영하는 (명칭 생략)조산원은 산부인과 의사인 공소외 3을 지도의사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보건소에 신고한 사실, 피고인은 위 신고와는 달리 피고인이 다니는 교회 장로로서 피고인과 평소 가깝게 지내던 병리학 전문의인 공소외 4를 위 조산원의 지도의사로 삼고, “사전 Order”라는 제목 하에 수분이 부족할 때에는 보고 후에 포도당 주사를, 분만 후 자궁수축이 안될 때에는 보고 후에 옥시토신을 주사하라는 내용의 일반적인 사전 지도 사항을 적은 위 공소외 4 명의의 1997. 7. 10.자 오더지를 작성해 둔 사실, 피고인은 2002. 7. 1. 산모 공소외 1, 2002. 8. 16. 산모 공소외 2의 각 출산 과정에서 위 포도당 및 옥시토신을 주사한 사실, 피고인이 위 각 약물을 투여하기 전 보건소에 신고된 공소외 3은 물론 공소외 4로부터 약물투여 여부 및 그 내용과 양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적이 없는 사실(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그에 관한 구체적인 지도를 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으나, 공소외 4의 그 공판기일에서의 증언 전체의 취지, 공소외 4와 피고인과의 관계, 공소외 4가 신고된 지도의사도 아니고 산부인과 전문의도 아닌 점, 공소외 4는 평소 월 3, 4회 피고인의 집에 찾아간다고 진술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과 같이 문제가 된 산모가 있을 때마다, 산모에 대한 진찰 목적이 아닌 컴퓨터나 서류 문제로 위 조산원을 찾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공소외 4는 자신이 지도한 구체적 시기나 산모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그에 관한 처방전 등의 객관적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을 수 없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지도의사인 공소외 4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약물을 투여하였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조산원이 지도의사를 정하여 신고하도록 하고 그 지도의사로부터 지도를 받게 한 의료법의 취지나 구체적인 환자에 따라 약물 투여 여부나 그 양 등이 달라질 수 있는 점, 조산과 관련된 의료행위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 오더’라는 방법으로 지도를 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2) 응급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조산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4호 에 의하면 조산사는 정상분만하는 경우에 분만에 조력하는 행위와 임부·해산부·산욕부·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만을 그 임무로 하는 것으로서 이상분만으로 인하여 해산부와 신생아에게 이상 현상이 생겼을 때에 그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처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의료행위를 임무로 하는 산부인과의사 등 타종의료인의 임무범위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88. 9. 20. 선고 86도1694 판결 ), 낙태나 제왕절개수술은 물론 주사를 놓는 등 자극적인 방법으로 분만시기를 임의로 조절하거나, 태아가 비정상적인 상태인 경우 등의 조치는 모두 의사가 직접 하여야 할 의료행위로서 이를 조산사가 스스로 하였다면 그 면허범위를 넘는 무면허의료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산모가 응급환자로서 산부인과 병원 등으로 전원하거나 의사로 하여금 내원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상황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응급조치는 가능할 것이지만, 의료법이 의료인을 세분하여 그 전문성이나 교육, 훈련정도에 따라 그 면허된 범위 내의 의료행위만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각 의료인은 응급조치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자신의 면허 범위 내의 의료행위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응급 의료행위는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할 것일 뿐 아니라, 그러한 경우에도 지도의사와의 유선 통화 등의 방법으로 환자의 상태를 비롯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바, 공소외 2, 1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분만을 완료하기 전 진통 시에 이미 각 산모에게 이 사건 약물을 투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수사기록 제45, 83, 133-137면), 피고인 스스로도 원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위 각 산모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것은 아니라고 진술한 바 있으며(공판기록 제108면), 달리 위 산모들에게 각 약물을 투여할 당시 산부인과 등으로의 전원이 불가능하였다거나, 지도 의사로부터 지시를 받지 못할 정도의 긴급 상황에 있었다는 등의 사정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응급상황임을 전제로 약물을 투여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피고인은 분만 과정 그 자체가 응급상황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2조 는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기타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를 응급환자로 규정하고 있고, 분만 과정 그 자체가 응급상황이라고 한다면 그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응급상황이라는 이유로 조산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해석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정당행위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참조).

따라서, 조산원에서 산모의 분만을 돕거나 분만 후의 처치를 위하여 옥시토신과 포도당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사건 약물들이 산모의 건강을 위하여 투여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그것이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약물투여의 개별적인 경위, 약물투여 행위의 위험성의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투여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조산사의 약물이나 분만에 대한 지식수준, 경력, 산모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그 약물투여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각 의료인이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의료법 규정과 같이 의료인이 각 면허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가해지는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 등에 대하여 지식과 경험을 획득하여 그 분야의 의료행위로 인한 인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자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를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한편 포도당은 보통 산모에게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고 전해질 균형을 맞추어 주며 응급상황 시에는 혈관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나 전해질 상실 및 혈액정맥염 등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어 당뇨병환자 신부전화자 등에는 신중하게 투여되어야 하며, 옥시토신은 분만 후 자궁이 수축되지 아니하고 출혈이 계속될 때 주사하는 자궁수축제이지만, 실제로는 분만촉진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반이뇨작용, 저혈압이나 빈맥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또한 주사기의 소독상태, 주사방법과 주사량 및 산모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와 태아의 상태 등에 따라 위 투여약물은 산모나 신생아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인데다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임산부들이 구급환자로서 긴급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위 약물 투여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법률의 착오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이 자신의 운영하는 조산원의 지도의사를 신고해 두고 있었고(수사기록 제110면), 공소외 4로부터 일반적 오더도 받아 둔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피고인이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1 산모에 대하여 옥시토신을 투여하였는지에 관하여 진술을 번복한 점, 그밖에 피고인의 교육정도 및 조산사로서의 경력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기의 행위가 조산사로서의 임무 범위 내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는 법률의 규정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것으로 보여질 뿐 그 판단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법률의 착오로 벌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라. 판단유탈·이유불비 주장에 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 은 유죄판결에 명시될 이유로서 같은 조 제1항 소정의 사유 이외에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되는 사실의 진술이 있은 때에는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어서 이러한 판단이 누락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1호 소정의 “판결에 이유를 붙이지 아니한 때”에 해당된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변호인이 2005. 4. 22. 원심 법원에 제출된 변호인의견서 등에서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인 정당행위 및 법률의 착오에 관하여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는바, 원심판결은 이와 같은 판단유탈 내지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경합범 가중

1. 노역장 유치

판사 양호승(재판장) 김성우 박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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