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필요한 입증의 정도 및 그 인과관계 유무의 판단 기준
[2]만 46세 2월의 중년 여성으로서 고도 고혈압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진 근로자가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다가 퇴근길에 급성 심근 경색으로 사망한 경우, 망인의 고혈압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의 과중으로 인한 과로와 감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 심근 경색증을 유발하거나 기존 질환인 고혈압에 겹쳐 급성 심근 경색증을 유발하여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것으로 추단된다는 이유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김낙천
피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처 망 오순옥(1955. 4. 10.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3. 1. 27. 코리아화인 주식회사(이하 '코리아화인'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트랜스사업부 권선반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여 왔는데, 2001. 6. 8. 17:40 경 퇴근하는 통근버스 안에서 언쟁을 하던 다른 근로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외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현대외과의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한 사실,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이 실시되지 아니하였으나, 망인의 사체를 검안한 현대외과의원 소속 의사 김평집은 직장 동료들의 진술과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망인의 사인을 급성 심근 경색에 의한 심장마비 또는 뇌혈관 질환으로 추정한 사실, 망인의 업무 내용은 권선기를 사용하여 0.3~0.5㎜의 동선을 감는 작업으로 비교적 단순한 노무작업인 사실, 망인의 근무시간은 08:30~17:20(휴식시간 70분 포함)이고, 망인은 1주일에 4일간 2시간씩 연장 근무를 하여 왔으며, 매월 2일간 휴일 근무를 한 사실, 망인이 사망하기 이전 1개월간 권선반의 작업량은 그 이전에 비하여 감소하였고, 망인이 사망하기 이전 1주일간 중 2001. 6. 1.에는 08:30∼17:23 근무, 6. 2.에는 토요격주휴무로 휴무, 6. 3.에는 일요일로 휴무, 6. 4.과 6. 5.에는 08:30∼19:20 근무, 6. 6.과 6. 7.에는 08:30∼17:20 근무, 사망한 날인 6. 8.에는 08:30∼17:23 근무한 사실, 코리아화인에서는 2000.경부터 작업시간 중 잡담 및 라디오 청취 금지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고, 허락 없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도록 통제하였으며, 생산계장 김주희는 2001. 4.경 망인을 포함한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불량품이 발생하면 적자가 발생하여 인원 감축 요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생산성을 높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었던 사실, 망인은 2000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으로 내과 치료를 요한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사실 등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과 같이 망인이 1주일에 4일간 2시간씩 연장근무를 하고, 매월 2일간 휴일 근무를 하여 온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심장 질환을 일으킬 정도의 과중한 근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망인의 사망 이전 1개월간 권선반의 작업량이 평소보다 줄었으며, 망인은 사망하기 직전 주말 2일간 쉬고, 사망하기 이전 3일간 정시 퇴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심장 질환을 일으킬 정도의 과중한 근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또 망인의 업무는 어느 정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나 특별히 과도한 정신 집중을 요하는 작업으로 보여지지 않으며, 코리아화인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하여 잡담 금지, 라디오 청취 금지, 화장실 출입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생산계장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하여 불량률 증가에 따른 질책을 한 점은 통상의 직장에서 있을 수 있는 사정으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이 심장 질환을 일으킬 정도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0103 판결 ,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입사시부터 재해 발생 전일까지 약 8년 4개월 동안 매월 46시간 남짓 연장 근로를 하였고, 매월 2일씩 휴일 근무를 하여 온 사실에 비추어 장기간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어 왔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당시 회사가 생산직 근로자에 대하여 잡담 금지, 라디오 청취 금지, 화장실 출입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생산계장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하여 불량률 증가에 따른 질책을 하였을 뿐 아니라 비록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본사 상무이사의 보령 공장 방문과 관련하여 근로자들은 장기간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보령 공장의 경우 생산성이 낮거나 불량률이 높은 근로자들부터 점차 감원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망인이 속한 생산라인의 경우 생산성이 낮은 데다가 불량률마저 높아 다른 근로자들보다 감원이 있게 되면 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이 있었던 점, ③ 그럼에도 망인은 장애자인 남편과 자녀들을 부양하여야 할 입장이었으므로 감원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으리라 보이는 점, ④ 망인의 업무 내용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시간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망인은 당시 만 46세 2월의 중년 여성으로서 고도 고혈압(170120mmHg)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에 비추어 볼 때 과중한 업무로 과로하거나 감원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한편 과로와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켜 급성 심근 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인 소견이므로, 사정이 이러하다면 망인의 고혈압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의 과중으로 인한 과로와 감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 심근 경색증을 유발하거나 기존 질환인 고혈압에 겹쳐 급성 심근 경색증을 유발하여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유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