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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7다248919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의 설명의무의 내용과 정도 및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의사 측) /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이 허용되는 경우

[2] 갑이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을이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에 내원하여 상담을 마친 후, 소음순성형과 성감질성형에 동의하는 취지의 수술동의서를 작성하였는데 을이 갑에게 소음순성형술, 음핵성형술 등을 시행한 사안에서, 갑이 작성한 수술동의서 중 ‘소음순성형’ 부분에는 소음순수술과 관련된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음핵성형술과 관련된 아무런 내용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을이 갑에게 음핵성형술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의 산정이 사실심법원의 재량사항인지 여부(적극)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성 담당변호사 이인재)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제일)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위자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이나 그 후에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할 때, 응급 환자인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이나 부작용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필요성과 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해당 의료행위를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28629 판결 등 참조).

의사가 환자에게 위와 같은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도 만약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의료행위에 동의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은,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었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 대법원 1999.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다2287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2. 11. 17.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피고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이하 ‘피고 의원’이라 한다)에 내원하여 피고로부터 소음순성형, 요실금수술, 질성형 등의 수술을 추천받았다.

2) 피고가 원고에게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피고가 그린 해부학 그림과 함께 LCR(음핵성형술), LRL(소음순성형술), ALR(요실금수술), OLR(성감레이저 질성형), MLR(매직레이저 질성형), M-Sling Stem VR(줄기세포 질성형), PHT(음모이식), 질입구 교정술 등의 용어가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와 상담을 마친 원고는 피고 의원의 직원인 소외인과 함께 수술동의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수술동의서에는 ‘요실금수술, 성감질성형, 소음순성형, 임플란트질성형, 줄기세포질성형’의 5가지 수술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에는 소음순성형과 성감질성형에 동의하는 취지의 체크 표시가 되어 있다.

4) 피고는 원고에게 소음순성형술, 음핵성형술, 사마귀제거술, 매직레이저 질성형술, 성감레이저 질성형술 등을 각 시행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음핵성형술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원고가 위 수술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가 원고를 상담하면서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소음순성형, 질성형, 음핵성형, 레이저 질성형 등 여러 수술 용어가 기재되어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수술 방법에 관하여 설명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수술 내용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은 수술동의서에 기재되어 있는 소음순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피고가 음핵성형술에 관하여도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소음순과 음핵은 해부학적으로 다른 신체부위이고, 일반적으로 소음순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되어 시행된다고 볼 자료도 없다. 또한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 중 ‘소음순성형’ 부분에는 소음순수술과 관련된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음핵성형술과 관련된 아무런 내용도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가 음핵성형술에 관하여도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원고가 이에 동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원심은 ‘피고가 소음순, 음핵 등 해부학적 용어나 수술명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설명을 하였고, 원고가 위와 같은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음핵성형술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의사인 피고는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환자에게 수술 내용과 방법, 후유증 등에 관하여 명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에는 음핵성형술이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수술명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설명하였다면 피고가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이해부족 등을 탓하여서는 안 된다.

4) 원고는 당초 소음순 교정과 요실금 치료를 위해 피고 의원에 내원한 점, 소음순 교정을 위해 음핵성형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음핵성형술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수술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볼 수도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음핵성형술에 관하여도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마. 다만 원심은 수술동의서에 표시된 성감질성형술에 매직레이저 질성형술이 포함되어 있어 원고가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가 원고에게 사마귀제거술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으나 사마귀는 소음순성형 과정에서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원고도 이에 동의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와 같이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해서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권에 속하는 재량에 따라 확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 당시 원고의 소음순을 과도하게 절제하고, 질 부위를 과도하게 축소한 과실로 원고에게 외음부 위축증 및 협착, 골반통 등을 발생하게 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원고의 성별과 나이, 이 사건 수술상 나타난 의료과실의 내용 및 경위, 이 사건 의료과실 이후의 사정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7,000,000원을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위자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위자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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