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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손해배상(기)][집42(1)민,267;공1994.6.1.(969),1434]
판시사항

가. 의사의 설명의무

나.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요건

다.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판결요지

가. 의사는 반드시 병을 완치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선의 주의로써 병을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고,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물론, 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투여도 신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 대하여 질환의 증상, 치료방법 및 내용, 그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수술이나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설명을 아니한 채 승낙 없이 침습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

나.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다. 피해자가 의사의 치료상의 과실이 없더라도 그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하였다면 그 위법행위때문에 예기치 못한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고 / 가족들도 위 고통을 함께 입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병원을 경영하는 법인은 위 피해자에게 신체장해 등에 의한 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위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지급할 책임이 있다.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재중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한양학원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정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대한 나머지 상고와, 원고들의 피고 한국업죤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그 각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이하에서는 '피고 법인'이라 한다) 경영의 한양대학부속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인 소외 1은 1983.6.29. 교통사고로 뇌부분에 심한 상처를 입은 직후 응급입원한 원고 1(당시 20세 2개월 남짓한 나이였다) 이 당시 두부손상으로 가면상태에서 의식이 없고, 우측 측두부의 급성뇌막하혈종과 뇌부종으로 뇌압이 상승하고 있었으며, 뇌막파열로 뇌척수액과 혈액이 뇌표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등 생명이 매우 위중한 상황에 있음을 확인하고서 일단 산소공급과 급성 뇌압강하제인 만니톨을 주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한 뒤 뇌압하강과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 쇼크치료제로 쓰이는 부신피질호르몬제제인 솔루메드롤(Solumedrol)을 투약하기로 결정하고, 입원 당일 250mg, 익일인 같은 해 6.30.부터 7.1.까지 매일 500mg씩을, 7.2.부터 4.까지 3일간 매일 250mg씩을 주사함으로써 의식이 정상회복하는 등, 위급한 고비를 넘겨서 투약을 중단하였다가, 그 후 위 두부 외상부의 조직부종으로 인하여 속발된 우측안면신경 중증도 마비를 치료하기 위하여 7.15.부터 같은 달 17.까지 3일간은 매일 250mg씩, 그 다음날부터 7.20.까지 3일간은 매일 125mg씩 주사하였는데, 그 각 투여 당시에 위 원고나 가족의 승낙이나 동의없이 독자적 판단으로 솔루메드롤을 투여한 사실, 그 결과 위 원고의 중증 뇌부종 및 안면신경마비증세를 성공적으로 치료하여 위 원고를 같은 해 9.7. 퇴원시켰으나, 그 1년 5개월 이후에 위 약품투여에 의한 부작용으로 위 원고에게 대퇴골두골저 무혈성괴사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 사실, 이는 대퇴골두에 영양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순환장애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대퇴골 골두의 변형과 함께 고관절의 2차적 변화 및 운동장애가 수반되는 불치의 병으로 대퇴골 및 고관절이 체중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여 보행에 지장을 주는 형태로 증상이 고착되는 사실을 각 인정한 후,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의사 소외 1에게는 위와 같은 투약에 의한 치료상의 과실은 없다고 판단하고서, 그와 아울러 소외 1이 그러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사전에 위 원고나 가족들에게 설명하지 아니한 채 그 승낙없이 위 투약을 계속하였으므로 피고 법인은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내지 선택권은 환자인 위 원고에게만 있고, 나머지 원고들은 설명의무의 상대방 내지는 동의, 승낙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응급입원 당시 및 의식회복 후 발생한 신경마비증세에 대한 치료가 급박하여 치료방법 및 약제사용에 관한 사전설명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달리 대체할 치료방법이 없었으므로, 위 원고가 사전에 치료방법, 약제의 선택 및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해도 투약에 동의할 것으로 추정되며, 위 부작용은 지극히 비전형적인 사례이고, 그 발생가능성 또한 희박한 것이므로, 두부손상이 완치된 후 부작용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아니한 상황에서 그 가능성을 원고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것에 잘못이 없고, 설령 이를 원고들에게 예고하였다손 치더라도 그 발병을 사전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역시 배척하여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나. 의사는 반드시 병을 완치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선의 주의로써 병을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고,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물론, 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투여도 신체에 대한 침습(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 대하여 질환의 증상, 치료방법 및 내용, 그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수술이나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설명을 아니한 채 승낙없이 침습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 할 것이다.

다. 이러한 입장에서 원심의 판단을 차례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1) 먼저, 위 원고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하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여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에서 그 때까지 소외 1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원심판단은 옳다고 수긍된다.

(2) 그러나, 위 원고가 의식을 회복한 후에도 치료의 경과와 부작용의 가능성에 관한 설명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① 원심 판시에 의하여도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태가 존재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다.

② 위 의약품 투여에 따른 부작용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그 투약시 이 사건에서와 같은 부작용이 이미 의학계에 보고되어 있는 형편에서 그 제조판매자인 피고 한국업죤주식회사도 이를 경고하고 있었음은 원심도 인정한 바이고, 위 원고와 같은 입원환자는 통상 의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의약품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는 점, 위에서 본 부작용은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원고에게는 의외의 것이라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부작용이 비전형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 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도 할 수 없으며, 위 원고의 두부손상 치료후에 그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징후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후의 투약을 위하여는 여전히 그에 의한 부작용 등의 가능성에 관한 사전의 설명이 필요하고, 원심 판시와 같이 그에 관한 사전검사나 예방방법이 구체적으로 의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 알려진 부작용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더욱 그 설명의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며, 의사가 그 의약품의 용법과 용량에 따른 투약을 할 경우에도 그 부작용의 가능성을 미리 설명하여 환자의 승낙을 받아야 할 것이다.

③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피고 법인의 이에 관한 주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 판시와 같이 의사입장에서 달리 대체할 치료방법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환자인 원고 1이 위 부작용을 고려하여 여러가지로 대처할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그 투약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라. 결국 위 원고 1은 소외 1의 치료상의 과실이 없더라도 그의 설명의무위반으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하였다면 그 위법행위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고 / 가족인 나머지 원고들도 위 고통을 함께 입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 법인은 위 원고 1에게 신체장해 등에 의한 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지급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설명의무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그 중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위자료부분에 관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니, 원고들의 상고논지는 그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고, 나머지는 이유 없다.

2. 피고 한국업죤 주식회사에 대하여

원심인용의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아도 위 원고에게 투여된 솔루메드롤의 제조, 판매자인 피고 한국업죤 주식회사(이하에서는 '피고 회사'라 함)에게 그 설계와 제조과정상의 잘못이나 발매 후의 부작용에 관한 조사연구를 게을리한 과실이 없으며, 당시까지 알려진 바에 따라 그 약품설명서에 의하여 그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사용지시와 경고의무를 다하였다고 한 원심의 인정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3. 이에 원심판결 중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위자료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같은 피고에 대한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 대한 상고는 이유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김상원 박만호 박준서(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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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동부지원 1991.10.9.선고 88가합20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