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두47264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등 처분 취소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김묘희 외 9인
피고상고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5. 23. 선고 2017누80815 판결
판결선고
2021. 3. 1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한국후지쯔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중 (출산 연월일 생략) 자녀를 출산하여 2014. 12. 30.부터 2015. 12. 29.까지 육아휴직을 하였다.
2) 원고는 2017. 2. 24. 피고에게 위 휴직기간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였다.
3) 피고는 2017. 3. 8. 원고가 구 고용보험법(2019. 1. 15. 법률 제162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0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육아휴직 종료일부터 12개월이 지나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였다는 이유로 육아휴직급여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원심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 관하여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에 별도로 3년의 소멸시효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시효기간 내라면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고,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을 정한 이 사건 조항은 조기 신청을 촉구하는 의미의 훈시규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은 강행규정이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지난 다음 이루어진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대하여 급여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 사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조항을 강행규정과 훈시규정 중 어느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보장수급권의 측면에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권리행사기간에 관한 법적 성격을 검토한 다음, 법해석을 통해 이 사건 조항의 규범적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2. 사회보장수급권의 특수성과 그 권리행사기간에 관한 입법 유형
가. 공법상 각종 급부청구권은 행정청의 심사 결정의 개입 없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와 관할 행정청의 심사·인용결정에 따라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인지는 관계 법령에 구체적인 권리의 존부나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지, 행정청의 거부결정에 대하여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정해진다.
그중 사회보장수급권은 법령에서 실체적 요건을 규정하면서 수급권자 여부, 급여액 범위 등에 관하여 행정청이 1차적으로 심사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사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도 관할 행정청인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심사하여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경우로 앞서 본 후자의 유형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도 사회보장수급권에 관하여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6. 3. 24. 법률 제7911호로 법률명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상 보상금(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누3335 판결), 석탄산업법상 재해위로금(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누5046 판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2598 판결 등)과 같은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후자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 아래에서는 후자의 유형, 즉 일반적인 경우로 한정하여 살펴본다.
나. 사회보장수급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 · 방법·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 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8두46780 판결 등 참조), 급부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청에 그 지급을 신청하여 행정청이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지급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취소 또는 무효확인 판결을 받아 그 기속력에 따른 재처분을 통하여 구체적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행정청이 속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이나 민사소송으로 급부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다277986, 277993 판결 등 참조).
다. 위와 같이 사회보장수급권은 추상적 형태의 권리와 구체적 형태의 권리로 나뉘고, 이들 각각의 권리행사는 그 목적과 방법이 서로 다르다. 개별 실정법에서는 그 권리행사의 방법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각각의 권리 행사기간은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여러 개별 실정법에 나타난 입법형태는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각각의 권리 행사기간을 병존적으로 규정한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법 영역에서는 추상적 권리의 행사방법과 구체적 권리의 행사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제척기간을, 구체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소멸시효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7조, 지방세기본법 제38조, 제39조,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5조, 제19조 참조).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에도 관계 법령에서 달리 규정하지 않은 이상, 수급권자의 관할 행정청에 대한 추상적 권리의 행사(급여 지급 신청)에 관한 기간은 제척기간으로, 관할 행정청의 지급결정이 있은 후 수급권자의 구체적 권리의 행사(청구, 당사자소송 제기)에 관한 기간은 소멸시효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2항, 제16조 참조).
둘째,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만 기간을 규정한 경우이다(석면피해구제법 제9조 제4항 참조). 이런 경우에는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에 관해서는 이를 소멸시효로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제척기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구체적 권리의 행사기간에 관해서는 같은 법률 내에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시효에 관한 일반 조항(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등)에 따라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하여 아무런 기간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이다(「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 제15조 등 참조). 이런 경우는 다시. 추상적 권리를 구체적 권리로 전환하기 위한 권리행사를 별도의 기간 제한 없이 허용하면서 그 권리 행사에 따라 결정되는 구체적 권리를 권리 행사시점부터 장래에 대해서만 인정하는 취지에서 별도로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을 두지 않은 경우와 추상적 권리에 대해서도 그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일반 조항에 따라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어야 함을 전제로 별도의 기간을 두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실정법 규정과 그 권리의 성질에 따라 정할 것이다.
넷째, 각각의 권리 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규정으로 권리행사기간을 규정한 경우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참조). 이런 경우에는 추상적 권리를 구체적 권리로 전환하기 위한 권리행사와 구체적 권리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권리행사에 대하여 각각의 권리가 발생한 때를 기산점으로 하여 같은 기간 규정을 적용하게 된다.
라. 제척기간은 권리자로 하여금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그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를 조속하게 확정하려는 데에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소멸시효가 일정한 기간의 경과와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정에 의하여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관계 법령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곧 권리 소멸의 효과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추상적 권리 행사에 관한 제척기간은 권리자의 권리 행사 태만 여부를 고려하지 않으며, 또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추상적 권리가 실현되므로 기간 진행의 중단·정지를 상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앞서 본 입법 유형 중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과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이 병존하는 첫째 유형이 사회보장수급권의 각 권리 행사기간을 잘 구현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규정은 각각 존재 의의가 있고, 서로 충돌하거나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제척기간은 종기를 특정일로 하여 정할 수도 있고, 또 시기와 종기를 가진 기간으로 하여 정할 수도 있다. 앞서 든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2항은 추상적 권리 단계의 위로금 청구권(위로금 지급신청)의 행사기간을 '2021년 5월 31일까지'로, 제16조는 위로금 지급결정이 있은 후 구체적 권리 단계의 위로금 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지급결정서 정본 송달일로부터 3년'으로 각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전자는 기간 진행의 중단·정지를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제척기간 규정이라고 보아야 하고, 후자는 권리자의 구체적 권리 불행사로 인해 권리 소멸이라는 결과를 안게 되는 법문 그대로 소멸시효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 고용보험법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행사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는 신청기간을 규정하고, 이와 별도로 제107조 제1항에서는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통상적인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 형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제107조 제1항은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 사건 조항과 제107조 제1항은 사회보장수급권의 권리행사기간에 관한 입법유형 중 첫째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은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제척기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법해석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 당한 규범이므로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실정법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 · 적용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나. 구 고용보험법 제70조는 제1항에서 육아휴직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규정하면서, 제2항(이 사건 조항)에서 "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사람은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4조는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천재지변(제1호), 본인이나 배우자의 질병·부상(제2호),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의 질병 · 부상(제3호), 병역법에 따른 의무복무(제4호), 범죄 혐의로 인한 구속이나 형의 집행(제5호)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
이다.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급여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을 정한 이 사건 조항은 훈시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조항은 본문과 단서 모두에서 일정 기간 이내에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정한 기간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법률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특히 이 사건 조항 단서 및 그 위임에 따른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4조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이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청기간을 연장하여 줌으로써, 한편으로는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기계적 · 형식적으로 적용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까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하게 그 권리를 행사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본문과 단서로 이루어진 이 사건 조항의 규정 체계와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이 사건 조항의 본문과 단서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급여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그 신청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조항의 본문과 단서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육아휴직 만료일부터 가급적 1년 이내에 육아 휴직급여를 신청하도록 촉구하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입법자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하여 특별히 이 사건 조항의 본문과 단서를 별도로 규정한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2) 2011. 7. 21. 법률 제108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고용보험법(이하 '2011년 개정 전 법률'이라고 한다)에서는 제70조 제1항 각호에서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을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할 것. 다만, 같은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로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자는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2011. 7. 21. 개정법률에서 제70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내용을 그대로 제2항으로 위치를 옮겨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조항이 되었다.
2011. 7. 21. 법률 제10895호 개정과 관련한 입법논의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내용의 개정은 2011년 개정 전 법률 제70조 제1항 각호에서 규정되었던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을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으로 구분하여 별도로 규정하기 위한 조문 정비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2011년 개정 전 법률의 신청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완화하려는 의도는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육아휴직급여에 관하여 신청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개정이었다면 2011년 개정 전 법률 제70조 제1항 제3호를 완전히 삭제하거나 그 문언을 대폭 수정하였을 것이지, 단순히 조항의 위치만을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세 등에 관하여 부과권의 행사기간은 제척기간으로, 징수권의 행사기간은 소멸시효기간으로 규율하는 것으로 확립되어 있다. 이처럼 양자로 구분하는 권리행사기간의 규정 체계는 다른 공법상 권리에 관한 행사기간의 설정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행정청의 심사·결정으로 구체적 권리로 전환되는 사회보장수급권의 행사기간 역시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즉, 사회보장수급권을 구체적 형태의 권리로 전환하여 달라는 취지에서 행사하는 '신청권'과 구체적 형태의 권리로 전환된 급여액을 지급하여 달라는 취지에서 행사하는 '청구권'은 성질상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달리 규율하는 것이 공법상 권리행사기간 규정 체계에 부합한다.
구 고용보험법의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면, 고용보험법에 의한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는 법령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육아 휴직급여 신청서에 소정의 서류를 첨부하여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함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제70조 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제73조에 따른 급여의 지급 제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한 후 급여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그 권리가 구체적 형태로 전환된다고 보아야 한다.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제척기간)이 적용되고, 구체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의 지급결정이 있은 후 그 결정의 통지를 받은 때부터 제107조 제1항에서 정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이해하면,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이 중첩되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육아휴직급여의 지급은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지급결정을 하면 지체없이 지급신청서에 기재된 금융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육아휴직급여 지급결정과 급여액 지급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짧고 지급결정 후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드물다는 사정으로 인해, 행정실무에서는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12개월의 신청기간이 적용되는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에 관하여 혼란이 있었다. 이러한 혼란은 신청기간과 소멸시효의 관계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서, 급여 지급결정이 있은 후에도 송금이 누락되거나 착오송금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수급권자의 구체적 권리 행사에 관하여 소멸시효 규정이 여전히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신청기간과 소멸시효는 각각 존재할 이유가 있고 서로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적용된다는 점을 더욱 명확하게 함으로써 행정실무상의 오해나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19. 1. 15. 법률 제16269호로 고용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제107조 제1항의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권리의 종류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를 삭제하였다. 이러한 제107조 제1항의 개정 경위를 보더라도 이 사건 조항이 훈시규정이 아님이 더욱 분명해진다. 다만, 위와 같이 법률이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급여 지급결정 후의 청구권에 관하여 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이는 앞서 본 입법 유형 중 둘째 유형에 해당하게 된다.
4) 행정법 영역에서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등 다양한 형식의 행정법규에서 신청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신청기간 규정이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하여 권리 의행사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려는 취지라면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법률에서 직접 정하거나 법률의 위임에 근거하여 하위법령에서 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모법의 위임 없이 하위법령에서 정한 신청기간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제척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0. 9. 28. 선고 89누2493 판결 참조).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6조 제2항은 "육아휴직 등 급여는 매월 단위로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월 중에 실시한 육아휴직분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한 육아휴직등 급여의 지급 신청은 다음 달 말일까지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구 고용보험법 제70조 제4항이 "육아휴직급여의 신청 및 지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였으나, 이것이 이미 이 사건 조항에서 분명하게 정한 신청기간을 고용노동부령에서 추가로 제한함으로써 법률의 규정 내용을 수정 · 변경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며, 하위법령은 모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6조 제2항은, 수급권자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라면 전체 육아휴직 기간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한꺼번에 신청할 수도 있고 몇 번으로 나누어 신청할 수도 있으나, 육아휴직급여를 지나치게 잘게 쪼개어 수시로 지급 신청함에 따라 육아휴직급여를 일할로 계산하여 지급하는 것은 번거로우므로, 고용관계에서의 통상적인 급여지급방식(월급)과 마찬가지로 행정업무편의상 가급적 1개월 단위로 지급신청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지, 다음 달 말일이 지나면 해당 월의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즉, 이 사건 조항은 법률의 규정이므로 이 사건 조항의 법적 성질은 법률 자체의 해석에서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며, 하위법령의 규정 내용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의 법적 성질이 변경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이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이 사건 조항의 해석 ·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안철상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조항 본문인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의 의미와 위 기간이 지난 이후 이루어진 육아휴직급여 신청의 법률적 효과에 관한 '법해석'의 문제이다.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의 부여'와 '육아휴직급여 지급'이 이원화되어 있는 현재의 체계상 수급권자가 직업안정기관의 장에 대하여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하지 아니하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육아휴직 기간 중의 생계 지원이라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12개월의 기간 내에 신청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의 절차적 규정으로서, 그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는 소멸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훈시규정에 해당한다.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기간이 아니라 소멸시효에 관한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경과한 때 시효로 소멸한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조항을 포함한 관련 법령의 입법연혁,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질과 사회보장수급권 행사기간에 관한 다른 법령들과의 비교, 고용보험법령상 육아 휴직급여에 관한 규정들과의 조화로운 해석에 관한 견해를 밝힌다. 이어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논거들을 구체적으로 반박한다.
나. 행정청에 대한 신청기간 규정 해석의 기본원칙
1) 해석 원칙
가)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을 정하지만 그 기간의 법률적 성질에 관하여 명시하지 않고, 또한 그 기간 경과의 효력에 대하여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
나) 고용보험법을 비롯하여 여러 행정법령에서 행사기간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해당 법령에서 기간의 법률적 의미 또는 기간 경과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다면 그 정해진 바에 따라 해석 · 적용하면 될 것이나, 행정법규상 이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법령에서 기간의 성격이나 경과의 효과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이는 법원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다) 기간 규정은 통상적으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기간 내에 권리 행사를 할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취지로 마련되는데, 당사자가 그 기대 또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불이익한 효과를 부여하려면 당사자가 규정 내용을 통해 권리행사기간을 사전에 명확하게 예측하고, 규정 내용에 관한 혼란의 여지가 없어야 하며, 그 기간의 설정이 권리행사에 합당한 것을 전제로 한다. 권리 소멸 등 불이익의 정도가 클수록 위 전제는 더욱 엄격히 보아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사인의 행정청에 대한 공법상 권리를 행사하는 기간을 정하는 규정의 경우 명시적·묵시적인 정함이 없음에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면 당사자는 자신이 보유하던 실체적 권리가 기간 경과를 이유로 소멸함으로써 권리를 부정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해당 규정상의 기간 내에 특정한 행위를 할 것을 촉구하는 목적에서 기간에 관한 규정이 법령상 제시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라) 이러한 해석원칙은 '행정법상 금지규정을 위반한 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법령에 정함이 없는 때에도 그 효력을 부정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그 판단에 있어서 금지규정으로 보호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그리고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하여 활동이 제약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등 참조)'는 선례에 비추어도 타당하다. 더 넓게 시야를 돌려,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 필요가 수익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4두39012 판결)의 취지를 참조할 수 있다.
마)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사인이 행정청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기간을 정하되 그 법률적 성질이나 기간 경과의 효과를 정하지 않은 경우, 이를 제척기간으로 해석함으로써 기간을 경과한 권리 행사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된다.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관련 법령의 입법연혁, 그 기간을 정하게 된 입법취지와 법령의 체계, 청구 기간을 한정함으로써 보호되는 행정적인 목적,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하여 권리가 제약되는 사인의 이익, 유사한 권리에 관한 다른 법령들의 규정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법령에 규정된 여러 절차에 관한 규정 중에서 권리행사기간에 관한 규정을 사전에 예측하여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관련 법령의 제·개정으로 여러 제도가 중첩적으로 마련되고 다양하게 운용됨에 따라 기간 규정을 최초 입법할 당시와 달리 당사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한 제도의 선택권이 다양해졌음에도 특정 행위에 대해서만 권리행사기간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여 제도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등의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는 해석을 하여야 한다.
2) 사회보장수급권과 재산권으로서의 성격
가) 육아휴직급여는 고용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을 통해 지급되고 육아휴직으로 인한 육아 부담비용 등을 사회연대 차원에서 분산시키기 위한 사회보험 수급권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사회보장법적 권리인 사회보장수급권에 해당한다(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 제2호 참조).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하면, 사회보장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여야 하고 사회보장수급권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거나 정지될 수 없다(사회보장기본법 제11조, 제13조 제1항).
나) 또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는 재산권적 성격을 갖고 있다.
육아휴직급여는 고용보험기금 중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계정에서 지급하고, 실업급여 계정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납부한 보험료를 기초로 마련된다(고용보험법 제6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제13조). 또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일정한 자기기여가 요구된다(육아휴직급여 지급 신청의 요건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전에 피보험 단위기간이 통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 이에 반해 육아휴직급여의 지급 주체인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육아휴직급여의 재원 마련에 특별히 기여하는 바가 없고,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납부한 보험료를 기초로 마련된 재원을 관리한다.
다. 육아휴직 및 육아휴직급여 제도의 입법연혁 측면
1) 육아휴직급여 제도는 육아휴직 제도를 전제로 하여 헌법상 모성보호 요청(헌법 제36조 제2항)과 일·가정의 양립을 지원하여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입법 목적에 입각하여 도입되었다. 그 후 개정을 거듭하며 급여 대상이 확대되고, 급여액이 상향되며, 분할 사용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제도 등 관련 제도가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가) 육아휴직 제도는 구 남녀고용평등법(1987. 12. 4. 법률 제3989호로 제정되어 1988. 4. 1.부터 시행된 것)의 제정과 함께 도입되었는데, 도입 당시에는 무급의 육아 휴직제도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었다.
나) 민간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이 무급으로 운영되는 결과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기간에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출산 회피 현상을 심화시켜 초저출산 국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책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출산장려정책을 양산하기보다는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육아휴직 제도의 성공과 출산율 제고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육아휴직급여 제도가 입법되었다. 2001. 8. 14. 법률 제6509호로 고용보험법이 개정되면서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육아 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근거규정이 신설되었다.
다) 육아휴직급여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 육아휴직급여액은 월 20만 원 정액이었는데, 2010. 12. 31.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2603호 개정으로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 원)를 지급하는 정률제로 변경된 이래 2017. 8. 29.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256호 개정으로 3개월까지의 육아휴직급여액을 통상임금의 80%(상한 150만 원), 나머지 기간의 육아휴직 급여액을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 원)로 증액하였고, 현재에는 추가 개정으로 나머지 기간의 육아휴직급여액의 상한을 120만 원으로 증액하였다.
라) 또한 육아휴직급여 신청인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신설 당시 육아휴직급여 신청인은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여성"이었는데, 이후 2005. 12. 30. 법률 제7822호 개정으로 "생후 3년 미만의 영유아를 가진 근로자"로, 2010. 2. 4. 법률 제9998호 개정으로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입양한 자녀 포함)가 있는 근로자"로, 2014. 1. 14. 법률 제12244호 개정으로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 포함)가 있는 근로자"로 점차 확대되어 왔다.
마) 남녀고용평등법이 2007. 12. 21. 법률 제8781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명 변경에 관계없이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로 법률명이 변경되면서 육아휴직 분할 사용 제도(제19조의4)가 신설되었다. 위 개정으로 신설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4에 따라 근로자는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내에서 육아휴직을 6개월 단위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사건 이후 현재에는 2020. 12. 8. 법률 제17602호 개정으로 최소 3개월의 기간으로 2회까지 나누어(이에 의할 경우 육아휴직 1년의 기간은 3회 분할이 가능하다) 사용하는 것까지 허용된다.
바) 남녀고용평등법이 2007. 12. 21. 법률 제8781호로 개정되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제19조의2)가 신설되었다. 신설 당시에는 근로자가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무할 수 있는 제도였는데, 이 사건 이후 현재에는 2019. 8. 27. 법률 제16558호 개정으로 "대신"이라는 요건이 삭제되었고, 이에 더하여 육아휴직 기간 중 사용하지 아니한 기간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에 가산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2 제4항 단서). 한편 고용보험법 제73조의2는 위 제도를 이용한 근로자에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2) 이를 종합하면, 육아휴직 제도는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육아휴직 제도 도입 초기 근로자는 자녀가 1세 미만일 때 1회에 한하여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육아휴직 기간이 최대 1년이므로 위 최대기간까지 1회 사용하면 육아휴직 기간은 종료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법령 개정으로 현재 근로자는 자녀가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에 이르기까지 최대 8년에 걸쳐 육아휴직 기간 1년을 4개월 단위로 3번에 걸쳐 나누어 육아휴직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를 혼용할 수 있다. 다자녀를 둔 근로자라면 육아휴직과 관련한 제도의 선택 가능한 방법과 기간이 더욱 다양해진다.
3) 또한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은 규정 형식의 측면에서 변화하였다. 2011년 개정 전 법률 제70조 제1항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할 것"이라고 규정하여 신청기간 준수를 육아휴직급여 신청의 요건으로 규정(제3호)하였다. 이에 비해 2011년 법률 개정으로 급여 요건에 관한 제1항에서 제3호를 삭제하면서 별도의 조항인 이 사건 조항으로 신청기간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이 법상 신청 요건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제70조 제1항 "다음 각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다."는 부분의 수식을 받지 않게 됨에 따라 그 법률적 성격은 법원의 해석에 따르게 되었다.
4) 육아휴직 제도의 거듭된 개정으로 육아휴직급여의 지급대상자, 급여액은 확대되고 육아휴직 제도를 운용하는 형태 또한 다양해져서 수급권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이상, 육아휴직 제도의 실효성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육아휴직급여 제도, 수급권자의 급여 신청기간에 관한 제도 역시 수급권자의 선택권에 부응하는 제도로 기능하여야 한다.
입법자는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휴직급여 제도를 신설할 당시 근로·육아환경에 대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일·가정의 양립에 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아래 향후 각 제도의 범위가 확대되고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 다.
그럼에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제척기간으로 운용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라고 해석한다면, 향후 법률 개정에 따른 유연한 대처에 저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입법자 스스로 의도하였다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제척기간이라는 해석은 입법자가 의도한 바가 아니고,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
5)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할 것"이라고 규정하여 '육아휴직이 끝난 날'을 기준으로 신청기간을 산정하도록 한다.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될 당시에는 육아휴직을 1년 이내의 기간으로 1회에 한정하여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육아휴직이 끝난 날'을 명확하게 특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을 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을 거듭하면서 육아휴직을 분할 사용할 수 있고 나아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와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 결과, 근로자가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분할하여 수회에 걸쳐 사용한 경우, 이 사건 조항의 '육아휴직이 끝난 날'을 근로자가 분할하여 사용한 1회분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날을 기준으로 해석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실시하여 전체로서의 육아휴직이 최종적으로 종료된 날을 기준으로 해석하여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제척기간으로 운용하는 것은 법률관계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온다.
다수의견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분할하여 사용한 경우에도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실시한 날을 '육아휴직이 끝난 날'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에 의한다면, 조기에 육아휴직 1년을 실시한 근로자에게는 단기의 신청기간이, 장기간 분할 사용한 근로자에게는 장기의 신청기간이 부여되는 결과가 되어 근로자 사이에 권리 행사기간에 관하여 차별적 취급을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또한 실제로는 8년에 이르기까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어서 법률관계 조기 확정이라는 다수의견의 해석 취지가 몰각되게 된다.
따라서 현재에 이르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초래시킬 뿐이다.
라. 소멸시효 규정과의 관계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고용보험법은 제107조 제1항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사건 조항과 위 소멸시효 규정과의 관계를 모순 없이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멸시효에 관한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가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이상 급여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면 12개월의 제척기간과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중복적으로 적용되어 3년의 명시적인 소멸시효기간 규정이 사문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과 배치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1)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신청을 하여야 하고,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받은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신청인의 자녀출산을 행정 전산망을 통해 직권으로 확인하며(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6조 제1항 후단), 신청인의 육아휴직 신청 여부, 육아휴직급여 산정을 위한 통상임금액 등을 신청인이 급여 신청서와 함께 첨부하는 육아휴직 확인서 등의 자료로 확인하여야 한다(같은 항 본문 제1호 각 목),
또한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육아휴직급여 신청서를 받으면 구 고용보험법 제70조 제1항에 따른 요건을 갖추고 지급 제한 등의 사유가 없다면 급여 지급결정 통지서에 따라 신청인에게 그 지급을 알리고 피보험자가 지정한 금융기관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한다(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7조 제1항, 제2항). 또한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지 제101호 서식인 육아휴직급여 지급결정서에는 '급여는 신청자가 신청서에 적은 계좌번호로 즉시 입금됩니다.'라는 취지의 문구가 부동문자로 병기되어 있다.
즉, 육아휴직급여의 경우 고용보험법령상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의 인정을 받는 절차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는 절차가 일원화되어 있다. 근로자는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첨부하는 서류로 수급권자의 지위를 소명하는 것으로 족하다. 직업안정기관의 장 역시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 인정과 급여지급 절차를 구분하지 않고, 근로자의 급여 신청서와 첨부된 자료 및 전산으로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근로자의 신청서 첨부서류 기재 통상임금의 정해진 요율에 따른 액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인정 및 지급절차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그 결과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신청기간인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은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인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의 행사기간 3년'의 일부 기간으로 중복될 뿐이다.
2) 관계 법령들 사이에 모순·충돌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 그러한 모순·충돌을 해 소하는 법령해석을 제시하는 것은 법령에 관한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부여받은 대법원의 고유한 임무이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5두4865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법리는 하나의 법령 안에서 조문들 사이에 모순·충돌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대법원은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과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 사이에서 모순. 충돌이 발생하므로 양자를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은 3년의 기간이 소멸시효임을 명시하므로 그 기간의 법적 성질은 소멸시효기간이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은 그 기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만약 이를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면 근로자는 소멸시효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1년이 경과한 후에는 급여 신청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이 사문화되고, 그 조항을 신뢰한 근로자의 기대권이 박탈된다.
이 사건 조항의 신청기간을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의 소멸시효기간 규정과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요청에, 육아휴직 제도의 취지나 조문 형식 및 내용, 관련 법규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여 당사자에게 위 기간 내에 조속히 신청하도록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면,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준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3조에 따라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근로자를 소멸시효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신청을 촉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한 육아휴직급여 체계상 수급권자의 신청이 있어야만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이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신청에 의한 절차진행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3) 비록 이 사건 이후 2019. 1. 15. 법률 제16269호로 고용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제107조 제1항의 소멸시효대상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 부분이 삭제되었으나, 개정 법률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음은 물론, 개정으로 인해 모순·저촉되는 문제가 없어진다고 하여 이를 가볍게 볼 것도 아니다. 2001년 육아휴직급여 제도가 신설된 때부터 2019년 개정에 이르기까지 약 18년 동안 줄곧 두 조문이 병존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하여 왔고,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의 개정으로 그간 소멸시효 규정을 신뢰하였던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소멸한 것도 아니다.
나아가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6조 제2항 후문은 "해당 월 중에 실시한 육아휴직분에 대한 급여의 지급 신청은 다음 달 말일까지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위 시행규칙에 기초하여 지급실무를 운용한 결과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이 1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대폭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할 경우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6조 제2항 후문 역시 훈시규정으로 해석되어 이 사건 조항과 구 고용보험법 제70조 제4항에 따른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16조 제2항을 통일적으로 해석·운용할 수 있다.
마. 기타 사정
1) 육아휴직 신청기간 규정과의 비교
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6항의 위임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1조에서 육아휴직의 신청 절차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은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는 근로자는 휴직 개시 예정일의 30일 전까지 육아휴직 대상인 영유아의 성명 등에 대한 사항을 신청서에 적어 사업주에게 제출하도록 하면서, 제2항 은 예외적인 경우 휴직 개시 예정일 7일 전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은,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이 본문에서는 1년의 신청기간을 정하되, 단서에서는 "해당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사람은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본문에서 정한 1년이 경과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한 규정의 형태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나) 그런데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1조 제3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제1항에 따른 기한이 지난 뒤에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에는 그 신청일부터 30일 이내에, 제2항에 따른 기한이 지난 뒤에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에는 그 신청일부터 7일 이내에 육아휴직 개시일을 지정하여 육아휴직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제1, 2항의 기간을 경과한 신청이더라도 적법한 것으로 처리하여 육아휴직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점 등으로 볼 때,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1조 제1, 2항은 훈시규정으로 볼 수 있고, 이와 동일한 형태인 이 사건 조항의 성격도 같은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근로자가 육아휴직 신청기간 경과 후에 육아휴직을 신청하였더라도 적법하게 육아휴직을 실시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지난 뒤의 육아 휴직급여 신청 역시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새기는 것이 양자 간의 균형에 맞는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신청 단계에서 신청기간이 지난 후의 육아휴직 신청이더라도 허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을 것이고, 그러한 상태에서 육아휴직 후 급여 신청 단계에 이르러 동일한 구조의 규정 내 신청기간의 경과로 급여가 거부될 것으로 생각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점도 이 사건 조항의 법적 성격 규명에 고려되어야 한다.
2) 공무원의 육아휴직급여 제도와의 비교
가)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면 공무원과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권리보장에서의 본질적 차별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그런데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 모두 유사한 시점(2001년)에 유급 육아휴직 제도로 전환되었음에도,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은 민간 분야에서의 육아휴직급여와 달리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도 지급받을 수 있게 제도화되었다.
이처럼 별도의 신청을 요구하는 것은 민간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허용의 주체(사업주)와 육아휴직급여 재원의 관리주체(국가, 고용노동부)가 다르기 때문으로 불가피한 것이기는 하나, 민간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을 받을 권리와 비교하여 권리의 존속 내지 행사요건에 있어 본질적인 차별이 없도록 하여,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가 공무원보다 현저하게 열악한 지위에 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민간 영역의 근로자 역시 공무원과 동등한 수준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보편적 권리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3) 고용보험 관리기관의 책무육아휴직급여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를 주된 재원으로 하고, 국가가 이를 관리·운용한다.
육아휴직 여부는 근로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지만,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하였다면 해당 근로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고용보험을 관리하는 기관(직업안정기관의 장)의 책무라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신청조차 할 필요 없이 육아휴직자에게 수당이 지급되는 점과 비교해 보더라도 그러하다.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는 사업장을 떠나 개별 가정에 머물러서 하루 종일 취학 전 자녀를 돌보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이 종료한 후에도 근로와 육아를 병행하는 근로자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근로자가 이러한 사정으로 신청기간을 넘겼을 때, 우연한 실수에 기대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소멸된다고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이를 근로자의 손해로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앞으로 육아휴직급여는 물론, 유사한 입법취지를 가진 출산전후휴가 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등 관련 급여의 신청기간 규정들을 정비하여 직업안정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육아휴직 등을 실시한 근로자에게 해당 급여를 지급하도록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9년 고용보험법 개정 당시 소멸시효 대상에서 육아 휴직급여 청구권을 제외한 것으로 해석 못할 바가 아니다.
4) 법익 형량
다수의견은 법률관계 조기 확정과 고용보험기금 재정 안정성을 우선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우선하고자 하는 법률관계 조기 확정의 이익이 실제 육아휴직을 실시한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 사건 조항의 '육아휴직이 끝난 날'의 해석과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정한 기간의 연장 등에 따라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관한 법률관계가 조기에 확정되지 않은 채 장기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견의 견해로도 법률관계 조기 확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다수의견은, 일부 우연한 실수 또는 사정으로 기간을 경과한 일부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거절한다고 하여 얼마나 재정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그렇게 재정지출에 인색하고자 한다면 왜 굳이 육아휴직급여 제도를 도입하였는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일으킨다.
육아휴직 제도는 저출산 · 초고령 사회에서 사회의 재생산과 유지를 위해 긴요하게 필요한 제도로서, 모든 수급권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 · 운용되어야 마땅하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파격적인 제안들이 모색되고 제시되고 있는 이 시기에 그나마 도입된 육아휴직급여 제도를 다수의견과 같이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 다수의견 논거에 대한 구체적 비판
1)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 유형화의 문제
가) 다수의견은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수급권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에서 행정청의 지급결정으로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고 전제한 다음, 양자의 권리 행사기간에 관한 입법형태를 4가지로 구분하고, 이 사건 조항은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과 구체적 권리의 행사기간을 각각 규정한 유형에 해당한다는 견해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1년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면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이 명시한 3년의 소멸시효기간과 중복되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나누고 위 규정들의 적용대상을 달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나) 사회보장수급권이 일반적으로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구분된다고 볼 근거가 없으려니와,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하여는 제척기간을, 후자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기간을 대입하는 해석방식은 대법원 판례에 배치된다. 더욱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은 위와 같은 단계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행정청의 조세 내지 과태료의 부과와 징수에 관한 것으로 조세법률주의 대원칙 하에서 획일적·일률적 · 형식적인 적용이 필요하고 조속한 권리의무관계 확정 요청에 따라 행정청의 권한행사를 엄격히 규율하는 규정이다. 위 규정들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사회보장수급권을 행사하는 이 사건에서 원용할 법령과 거리가 멀다. 뿐만 아니라 국세기본법은 1974. 12. 21. 제정시부터 징수권의 소멸시효에 대하여만 규정하다가 1984. 8. 7. 개정으로 제26조의2를 신설함으로써 비로소 제척기간과 소멸시효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는 현재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을 뿐이다.
나아가 부과기간에 관한 규정이 항상 제척기간으로 해석되는 것도 아니다. 구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1997. 1. 13. 법률 제52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의 "건설부장관은 부과종료시점부터 3월 이내에 개발부담금을 결정 · 부과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에 대하여 대법원 1999. 9. 21. 선고 97누1211 판결은 개발부담금제도의 취지나 조문형식 및 내용, 관련 법규 등을 종합하여 위 기간 규정은 행정청에 대한 직무상의 훈시규정이라고 판시하였다. 구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에 대한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5305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즉, 다수의견이 추상적 권리에 대한 제척기간이라고 하는 규정들과 매우 유사한 다른 법령상의 규정들에 대하여 대법원은 각기 달리 해석하고 있다. 이는 위 대법원 판결들이 판시한 바와 같이 해당 법령에서 정하는 부담금 제도의 입법취지, 조문 형식 및 내용, 관련 규정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부과'와 '징수'에 관하여 별도의 조문을 두고 있다는 점만으로 부과권에 대한 기간규정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할 수 없음에 기인한다.
라) 사회보장수급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이 부분 다수의견의 견해는 사회보장 수급권 관련 법령들의 조문 및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
사회보장수급권에 관한 개별 법령들은 수급권의 실체적 요건과 지급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급권의 인정과 구체적인 지급 절차는 모두 그 지급 근거 법령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야 하고, 이는 법령의 해석 문제이다. 따라서 법령에 정해진 신청기간 규정을 무조건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으로서 제척기간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예로 든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비롯하여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5·18민 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은 법률에서 이원적인 구조를 채택한 경우이다. 위 법률들은 대체로 과거에 발생한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보상하기 위하여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보상금을 지급받을 권리의 존재를 인정받는 절차와 그 인정된 보상금을 청구하여 지급받는 절차를 구분하고 있다.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을 예로 들면, 위 법률은 1948. 8. 15.부터 2002. 12. 31.까지 군 첩보부대에 소속되어 소정의 특수임무를 한 사람에 대한 보상을 위한 법률로서 제10조 내지 제14조에서 보상금 인정절차를 규정한다. 위 법률 제10조 제2항 은 보상금등의 신청기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제정 당시에는 '법 시행일부터 1년 이내'라고 규정하였다가 5차례 개정되면서 신청기간을 계속적으로 연장해 왔다. 위 법률 제20조는 "보상금등의 지급을 받을 권리는 지급결정서 정본이 신청인에게 송달된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보상금청구권의 행사는 특수임무수행자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특수임무수행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전제로 하고 소멸시효 또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에서 든 법률들이 보상금 등 권리 인정 절차와 보상금 등 신청 절차를 구분하여 각기 다른 기간의 규정을 둔 것은, 각 입법취지에 비추어 권리 인정에 기한을 둘 정책적 필요에 따라 신청기간을 정하는 한편, 법에 정해진 기간 내에 보상금 등의 권리를 인정받은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절차를 구분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 다수의견이,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추상적인 권리와 구체적인 권리로 구분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에서 본 일반론의 측면에서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고용보험법령과 명백히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부당하다.
육아휴직급여의 신청에 관하여 고용보험법에서는 이 사건 조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신청에 관한 유일한 규정인 이 사건 조항을 통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나아가 각각의 효과에 관하여 제척기간과 소멸시효기간으로 달리 부여하고 있다. 이는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실현을 위해 하나의 규정만을 둔 입법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론으로 채택하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육아휴직급여의 경우 고용보험법령상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의 인정을 받는 절차와 인정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절차가 구분되지 않고 일원화되어 있다. 즉,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면,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근로자가 제출한 급여 신청서 등을 통해 근로자의 신청이 실체적 요건 등을 갖추었는지 확인하고 신청인인 근로자에게 신청서 기재 통상임금의 정해진 요율에 따른 액수를 기준으로 산정한 육아휴직 급여액을 지급하기까지 한꺼번에 처리한다. 이와 같이 고용보험법령은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 인정 절차와 급여 지급 절차를 하나의 절차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실무도 그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 다수의견은 수급권자의 구체적인 권리 행사가 공법상 당사자소송이라고 한다. 이는 권리 이원론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소송 형태까지 항고소송과 당사자소송으로 구분하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 견해 역시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배치된다.
대법원은 종래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보상금 청구 사건(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누3335 판결), 석탄산업법에 따른 재해위로금 청구 사건(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2598 판결) 등에서 당사자의 지급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 의사표시는 사실상 ·법률상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하여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당사자소송으로 이행을 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재판실무상 당사자소송이 국민에게 불리한 점 등으로 인하여 항고소송 원칙론이 강조되어 오다가,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5두1618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구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위원회의 보상금지급 거부결정에 대한 불복을 구하는 소송이므로 취소소송이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 판례가 법률별로 보상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의 형태를 달리 인정하고 있는 이상, 구체적인 수급권을 다투는 소송이 일률적으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이라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선례와 직접 충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 육아휴직급여를 둘러싼 소송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육아휴직급여 청구와 관련된 소송은 이 사건과 같이 육아휴직을 하고 1년이 경과한 후 비로소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경우와, 육아휴직이 끝난 후 1년 내에 당시의 통상임금에 따른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하였다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의 새로운 판시에 따라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육아휴직급여를 추가 신청하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그 관련자들은 모두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을 근거로 급여신청을 하였다가 거부처분을 받고 이에 대한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원심까지 소송형태에 관한 다툼 없이 소송이 진행되어 현재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만약 다수의견이 이 부분 견해를 유지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당사자소송으로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대하여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을 이유로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자는 자신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구체적 권리가 부여되어 있음을 전제로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의 거부처분에 대하여 항고소송의 형태로 다투게 된다. 그렇다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구체적 권리요건에 관한 다툼을 원인으로 하는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경우에도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90일의 제소기간을 준수하여야 할 것은 당연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구체적 권리'에 관한 쟁송을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당사자소송의 형태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항고소송의 제소기간을 잠탈하는 것으로 행정소송의 체계에 모순을 낳는다.
아) 다수의견은 석면피해구제법 제9조 제4항이 "요양급여의 지급 신청은 3년이 지났을 때에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추상적 권리에 관한 규정으로 제척기간이라고 한다(구체적 권리는 국가재정법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 제1항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한 것은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의 행사기간에 모두 적용되고 각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권리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한다.
이 부분 다수의견의 견해 역시 각 법령들의 조문과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유사한 법령 조문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먼저 석면피해구제법 제9조 제4항은 '요양급여의 지급 신청'이라고 규정하여 문언상 구체적인 요양급여의 지급신청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를 '추상적인 요양급여 관련 권리'라고 볼 여지가 전혀 없다. 또한 위와 같이 구체적인 요양급 여지급신청의 기간이 3년인 이상, 이와 다른 어떤 내용의 급여신청권이 존재하며, 이에 대하여 국가재정법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알 수 없다(나아가 위 법 제50조는 "이 법에 규정된 기간의 계산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의 기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6조 제1항, 제2항은 위 법상 각종 보험급여는 법에 정해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즉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 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고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에 대하여 3년의 소멸시효기간을 정할 뿐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급여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고(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누6544 판결, 대법원 2020. 6. 4. 선고 2020두31774 판결) 판시함으로써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를 구분하지 않고 '법상 보험급여청구권'으로만 취급하여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한다.
자) 한편, 다수의견이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 구분의 근거로 적시한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8두46780 판결은 구체적인 유족연금수급권은 다달이 발생하는 월별수급권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구 군인연금법(2013. 3. 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 유족연금수급권이 시효로 소멸되는 범위를 제한한 취지이다. 오히려 반대의견의 취지에 부합하는 판례에 해당하지, 사회보장수급권이 일률적으로 추상적 수급권과 구체적 수급권의 단계로 구분된다는 취지라고 할 수 없다.
2) 제척기간의 경과 시점과 관련한 문제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 본문과 단서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경과하면 육아휴직급여를 청구할 권리가 상실된다는 견해이다.
나)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 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사람은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4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 그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 단서와 위 시행령 제94조 각호에서 정한 사유의 종료일은 불특정한 시점이다. 특히 제2호, 제3호는 수급권자뿐 아니라 그의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의 질병·부상으로 인하여 급여를 신청할 수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정은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극히 불확정·불확실한 사정으로서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으로서는 육아휴직 종료일부터 12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그 사정의 존부를 알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결국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이 경과하였더라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가 소멸하지 않고, 근로자가 그때까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기 어려웠던 객관적인 사유가 종료하고 30일이 경과한, 즉 '사전에 예측할 수 없고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확정적인 날'에 권리가 소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제척기간은 그 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권리 소멸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그 청구권은 제척기간의 경과로 확정적으로 소멸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다215947 판결 참조). 또는 그 기간의 경과로 해당 청구권이 당연히 소멸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다65399 판결 참조).
따라서 제척기간은 대체로 "~로부터 몇 년" 등과 같이 확정적인 기간으로 규정되어 있다.
다수의견의 해석은 권리가 소멸하는 시기를 불확정적이고 주관적인 요소에 좌우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불확실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다수의견은 스스로 위 규정은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 내에 급여신청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으면 신청기간을 연장하여 줌으로써 본문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는 취지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취지에 따른다면 위 시행령 제94조 각호의 사유는 12개월 내에 급여를 신청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의 '예시'라고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결국 이 사건 조항의 본문과 단서를 합하면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 내에 원칙적으로 급여를 신청할 것을 촉구하되 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정의 종료일부터 30일 내에 청구하면 된다는 취지가 될 것이다.
마) 근로자 및 제3자의 주관적 · 개인적 사정도 기간 경과 후 신청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로 인정하고 나아가 시행령 각호의 규정이 예시적 규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이상, 이 사건 조항 본문에 정해진 기간 경과 후에도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직업안정기관의 장의 재량에 의존하게 된다. 본문에 정해진 기간 경과 후 지급신청을 한 것에 대하여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단서에 정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급여를 지급하면 다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에 따라 제척기간이라고 해석하면 근로자 측에서만 급여 신청을 할 수 없게 되는 편면적인 권리 행사제한의 효과가 발생하고 급여 지급 여부를 직업안 정기관의 장의 재량에 기대게 될 우려가 있어, 근로자가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바) 한편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른 기간 경과를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고 수급권자가 이를 다투는 항고소송을 제기한 경우 기간 경과 사실은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이에 의한다면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종료 후 12개월 내에 급여를 신청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부존재하였다.는 사정까지 증명할 책임이 있고, 법원도 이를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3) 그 밖의 논거에 대한 지적
가) 2011년 고용보험법의 개정에 따라 신청기간에 관한 규정이 요건에서 제외된 취지는 이미 위 다.의 3)항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이에 관한 추가 설명은 생략한다.
나) 다수의견이, 소멸시효 규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제척기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원용한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을 비롯하여 민법 기타 법령은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에 관하여 각기 다른 입법취지에 따라 규정을 두고 있으며 특정한 청구권에 대하여 양자가 경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원칙에 관한 것일 뿐이지, 이 사건 조항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여야 할 근거는 되지 않음을 밝혀 둔 다. 이 사건은 법이 제척기간임을 명시하지 않고 별도로 소멸시효기간을 두고 있음에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면 그 제척기간이 소멸시효기간 내에 포함됨으로써 법이 명시한 소멸시효기간을 사문화시키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
사. 결론
그러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야 한다.
6. 대법관 안철상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법의 효력
1)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조항의 효력, 즉 강제력 여부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강행규정이라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이것이 훈시규정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이 사건 쟁점의 핵심은 법의 일반에 관한 문제이다.
법은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첫째가 강제성이다. 강제력이 없는 법은 루돌프 폰 예링이 말한 바와 같이 '칼날 없는 칼'로서 온전히 갖춘 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입법부가 명확히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는 법률 조항을 사법부가 훈시규정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법률의 폐지와 마찬가지로 사법부 권한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고, 설령 문언 그대로 해석 · 적용한 결과가 타당성이 없어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헌법 질서이다.
2) 물론 입법부가 정한 법률 조항에 다의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있을 때, 사법부가 축소·제한 해석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률 조항의 의미가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다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없음에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축소. 제한 해석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법관이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서까지 법해석의 방식을 통해 입법자의 의사를 왜곡하거나 변형하는 것은 법해석을 통한 새로운 규율을 창조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원칙에 어긋난다.
반대의견은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성격 등을 주요 이유로 들어 이 사건 조항이 훈시규정이라고 한다. 오늘날 복지국가에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가능한 한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구권의 보장은 기본적으로 권리의 실체 문제이고, 그 절차를 정한 신청기간 조항의 효력은 이와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많은 행정법 관련 조항과 일관성 있게 통일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 사건 조항의 문언과 규정 체계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항의 의미는 명확하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일반인의 공법상 급부청구권 신청기간을 정한 법률 조항을 훈시규정이라고 판시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3) 법적 효력이 문제될 수 있는 사항을 규율하는 법률 조항이 여러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법자는 법률 문언이 그 자체 일의적으로 이해되도록 규정하되, 이러한 입법자의 입법 방향으로 인해 구체적 타당성이 도외시되는 경우를 보완하는 취지에서 예외 규정을 별도로 규정하는 입법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상법 제814조 제1항, 관세법 제9조 제1항, 제10조 등), 즉, 입법자가 강행규정의 일의적 해석 · 적용에 따른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과 예외에 관한 규정의 존재 자체가 그 규정이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는 유력한 근거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다수의견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본문이 문언상으로 신청기간을 일정 시기로 제한하고,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단서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이 사건 조항 단서 및 그 위임에 따른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4조는 위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사유를 수급권자가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른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데에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보아 이를 제척기간이 연장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 체계로 이루어진 것을 보더라도 이것은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4) 반대의견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1조 제3항을 근거로 제11조 제1항, 제2항 이 훈시규정에 해당하고, 이는 이 사건 조항의 성격 규명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위 시행령 제11조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이고, 그것도 육아휴직을 하려는 사람이 휴직을 허용받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기간, 즉 휴직신청 절차를 정한 규정이다. 이것은 공법상 각종 급부청구권의 신청기간을 정한 법률 규정인 이 사건 조항과는 그 의미나 내용이 전혀 달라서 같은 차원에서 논의할 성질이 아니다. 나아가 보더라도, 위 시행령 제11조 제1항, 제2항과 제3항의 관계가 이 사건 조항의 본문과 단서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제11조 제1항, 제2항이 제3항과의 관계에서 훈시규정으로 볼 것도 아니다.
나. 사회보장수급권
1) 사회보장급부는, 공무원 급여, 공법상 부당이득 등의 경우와 같이 국가 등이 스스로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이행으로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서 정한 요건에 따른 급부를 법의 집행으로서 지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은 법령에서 정한 실체적 요건에 해당하는지 행정청이 먼저 심사·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법원 판례도, 다수의견에서 본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급부를 청구함에 있어 행정청의 심사·결정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구체적 권리가 발생한다고 본 위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권리의 성격을 근거로 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학계의 견해도 있고, 특히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5두1618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금과 유사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금에 관한 사안에서 법령 규정만으로 바로 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자가 확정된다고 볼 수 없고 심의위원회의 심의·결정을 받아야만 보상금 지급대상자로 확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자는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그 즉시 추상적 권리를 취득하되, 법령에서 정한 방법 · 절차 · 기준을 준수하여 지급 신청을 하고 그에 따라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한 때 비로소 구체적 권리를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수급권자가 최종적으로 급여액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행정청에 대하여 추상적 권리를 구체적 권리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
2)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12개월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면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이 명시한 3년의 소멸시효기간과 중복되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나누고 위 규정들의 적용대상을 달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나누고 있는 것은 학계에 널리 알려진 일이고, 대법원 판례도 오래 전부터 같은 취지로 판시하여 왔으며(대법원 1995. 9. 15. 선고 93누18532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7다42250 판결 등 참조), 최근에도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음은 이미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개별 실정법에서도 이를 구분하여 이들을 달리 취급하는 규정을 둔 경우도 있고, 이 사건 조항도 그중 하나이다. 다만, 조세권과 같은 국가 등 행정주체의 권리에 대해서는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을 부과제척기간이라고 하여 제척기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개인의 공법상 권리에 대해서는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을 '제척기간'이라고 하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공법상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이라는 점에서 같다면, 행정주체의 개인에 대한 권리이든 개인의 행정주체에 대한 권리이든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그런데 사회보장수급권은 그 성질상 행정청의 심사 · 결정이 없는 추상적 권리의 상태에서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이행기의 도래도 있을 수 없고, 지연손해금과 같은 지체책임도 생길 여지가 없다. 또 추상적 권리 상태에서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없어 시효기간이 진행할 수 없고, 시효중단도 상정할 수 없다. 결국 이와 같은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 소멸시효와 대비되는 점에서 제척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법상의 추상적 권리에 대한 제척기간은 원래부터 우리의 법 관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세기본법에서 부과제척기간이 도입된 이래 지방세, 과태료 등에 대하여 확대되어 왔다. 즉, 법학의 발전과 법 제도의 개선에 따라 공법 분야에서도 제척기간의 관념을 도입하여 확대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실정법에서는 제척기간이라는 관념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이 이루어진 관계로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에 대해서도 소멸시효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다수의견에서 본 입법례의 셋째, 넷째 유형 중 일부에 해당한다. 이 경우 그 성질이 소멸시효와 다르지만 법문이 소멸시효라고 하고 있는 이상, 이를 소멸시효로 보면서도 시효중단을 상정할 수 없는 소멸시효로 해석하거나 추상적 권리 상태에서는 소멸시효의 적용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등으로 일반 소멸시효와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규정도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3) 사회보장급부에 대하여 행정청의 심사를 거쳐 그로부터 지급결정을 받아 구체적 권리에 이르렀음에도 행정청이 수급권자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수급권자로서,는 직접 그 수급액의 지급을 청구하거나 당사자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행정청이 부지급결정을 한 경우에는 그 결정에 대하여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곧바로 당사자소송으로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취지에서 구체적 권리로 인정하는 행정청의 결정이 있음에도 이행되지 않은 경우 그 구체적 권리의 행사가 당사자소송의 제기 형태로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구체적 권리로 인정받고자 하는 취지의 신청을 행정청이 거부할 경우 그 소송형태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에 따라 항고소송 내지 당사자소송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선례를 들어 다수의견의 취지를 반박하고 있는데,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와 행정청의 심사와 지급결정을 거쳐 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에 관한 선례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이처럼 사회보장수급권은 입법자의 의도에 따라 행정청의 개입 없이 법령의 규정만으로 구체적 권리가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행정청의 심사 결정을 기준으로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보장수급권이 추상적 권리에 그칠 경우 수급권자가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음에 반해 구체적 권리로 전환된 경우 수급권자는 국가 등을 상대로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등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의 행사기간에 관한 규정을 각기 달리 정하는 것이 사회보장수급권의 이중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권리행사기간을 각각 규정한 첫째 유형의 입법례가 사회보장수급권의 행사기간에 관한 가장 전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의견은,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의 인정을 받는 절차와 인정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절차가 구분되지 않고 일원화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구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육아휴직급여를 위와 같이 일원화한 것은 국민 편의를 위한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 그로 인해 권리의 성질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
5) 이와 같이 사회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사회보장수급권의 권리 행사기간에 대하여 복수의 규정을 두고, 그 규정 중 일부는 추상적 권리를 구체적 권리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기간에 관한 것으로, 나머지는 구체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기간에 관한 것으로 구분 · 적용될 여지가 있다면, 사회보장수급권의 이중적 성격에 부합되게 전자를 추상적 권리의 행사기간으로, 후자를 구체적 권리의 행사기간으로 해석함이 권리의 법적 성격과 법체계에 맞는다.
이 사건 조항과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은 하나의 법률 내에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추상적·구체적 권리에 관한 행사기간을 별도로 규정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어 다수의견에서 구분한 첫째 유형의 입법례로 들 수 있다. 그중 이 사건 조항은 육아 휴직급여 청구권의 추상적 권리에 관한 행사기간을 규정한 것으로, 문언상으로도 입법자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기간을 제척기간으로 염두에 두고 입법하였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만,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2019. 1. 15. 법률 제16269호 고용보험법 개정에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 규정이 삭제되어 현재 이 사건 조항은 앞서 본 입법례 중 둘째 유형에 해당하게 되었다.
다. 육아휴직급여 청구권
1) 육아휴직급여의 지급은 보험료수입 등으로 조성되는 고용보험기금 중 실업급여로 충당되는데(구 고용보험법 제6조 제2항 단서, 제78조 제1항), 근로자에게 고용보험료 중 절반에 대한 납부의무가 규정되어 있고(「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제1호, 제2항),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전 피보험 단위기간이 통산 180일 이상이어야 하여(구 고용보험법 제70조 제1항), 수급권자의 일정한 자기기여가 있으므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이 일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 헌법상의 재산권에 관한 규정은 다른 기본권 규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구체적 모습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되고, 그 법률은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산권을 형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20 결정 참조). 따라서 사유재산제도 보장의 본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입법적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특히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경우 장래 발생 가능한 사회적 위험의 현실적 발생을 조건으로 재산권적 성격을 갖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재산권과는 구별되고, 육아휴직급여 청구권 자체가 사회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사회보험급여로 수급자 개인의 생활보 장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 전체 가입자의 사회보장을 위하여 형성되는 것으로 사회적 관련성이 강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입법자에게 그 형성에 대하여 다른 어떠한 재산권보다도 광범위한 입법적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 대하여 일정기간 이내의 신청을 전제로만 재산권으로 인정하거나 형성하는 입법자의 결단이 사유재산제도 보장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위와 같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는 헌법상 재산권의 성격과 더불어 사회보장수급권의 성격이 불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사회보장수급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국가의 재정능력, 국민 전체의 소득과 생활수준, 전체적인 사회보장 수준과 국민감정 등 사회정책적인 고려, 상충하는 국민 각 계층의 갖가지 이해관계 등 복잡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여 입법 목적 달성에 알맞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고, 여기에 필요한 정책적인 판단 및 결정은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져 있다(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8헌바107 결정 등 참조),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어떤 성격으로, 얼마나 길고 짧게 설정할 것인지도 근로자의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려는 입법목적과 함께 근로자와 관할 행정청 사이의 행정법관계의 조속한 확정, 공적 자원의 합리적·효율적 배분 등 복잡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따라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 재산권적 성격이 인정된다고 하여 행사기간에 관한 입법형성의 재량이 엄격히 제한될 것은 아니다.
3)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법률관계의 조기 확정과 고용보험기금 재정 안정성을 우선한다는 견해라고 단정하고 있으나, 이것은 타당하지 않다. 우선 공법상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은 공법관계의 일반 원칙에 속하는 것으로서 모든 공법관계에 대하여 통일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안정성 문제는 다수의견에서 거론한 바도 없고, 다수의견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이 사건 조항을 다른 행정법 규정과 일관성 있게 통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4) 공무원에게 인정되는 육아휴직수당은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전에 일정 기간 근무하였을 것을 실체적 요건으로 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 외에 별도로 육아휴직수당을 신청할 필요 없이 인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급여 내지 수당과 관련하여 일반 근로자가 공무원에 비해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가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과 달리 형성한 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다시 말하면, 육아휴직급여 지급요건의 확정 등을 위해 근로자의 신청과 사업주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행정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감안할 때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신청기간 등으로 제한한 것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가) 공무원은 근무조건이 법률에 정해져 있으나, 일반 근로자는 근로조건이 기본적으로 사업주와의 협의에 의하여 결정된다. 또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에 대한 사회보장책임과 이에 관한 공무원의 권리를 근거로 하고 있음에 반해, 일반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는 사보험의 법리를 차용한 사회보장책임에 기반하고 있다.
나) 공무원의 경우 임용방식이나 근무형태가 법령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당한 수급권자 여부를 심사할 필요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일반 근로자의 경우 고용방식이나 근무형태가 다양하여 제3자인 행정청이 정당한 수급권자 여부를 심사할 필요성이 크다.
다)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은 '수당'의 일종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그 지급 주체는 해당 공무원이 근무하는 행정기관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 해당 공무원이 근무하는 행정기관에서는 육아휴직 사실을 바로 알게 되어 공무원으로 하여금 별도의 육아휴직수당 신청을 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일반 근로자의 육아 휴직급여는 신청을 받는 측이 사업주이고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측이 관할 직업안 정기관의 장이므로 육아휴직급여의 지급을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별도 신청이 당연히 요구된다.
4) 반대의견은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의 기산일이 '육아휴직이 끝난 날'인데, 육아휴직 분할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끝난 날'이 일정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자 사이에 권리행사기간에 관하여 차별적 취급을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하여 하나의 의견을 제시한다면, 육아휴직은 한 번의 신청에 따라 휴직이 허용되면 허용기간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권리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를 배려하기 위해 육아휴직급여는 월 단위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분할하여 사용하더라도 분할된 육아휴직이 새로운 신청에 따른 휴직이 아닌 이상 분리 전과 후의 권리를 하나로 볼 것이므로, 분할 후의 육아휴직이 최종적으로 끝난 날을 기준으로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의 준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와 혼용하여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육아휴직이 최종적으로 끝난 날을 기준으로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석 한다고 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고, 또 육아휴직 분할제도 등의 도입 자체가 근로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므로 제도를 활용한 근로자와 활용하지 않은 근로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도 활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차별이 없는 이상 근로자를 차별한다고 볼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이 사건 사안과 직접 관련이 없어 다수의견에서 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것이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라. 맺음말
재판은 법이라는 천칭으로 대립하는 가치들의 무게를 저울질하여 균형을 찾는 작업이다. 저울의 균형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역사성과 현실성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을 고려하여 사회 시스템이 최적의 상태로 기능하고 최고의 효율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8오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헌법상 권력분립원칙, 법률 조항 해석의 일관성과 통일성,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 공법상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 등을 바탕으로 대립하는 가치들을 저울질하여 올바른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실체의 저울과 절차의 저울은 각각 지향하는 목적이나 방향이 다를 수 있고, 실체를 이유로 하여 절차의 저울 한쪽이 기울어지는 것은 전체 법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판사
재판장대법원장김명수
대법관박상옥
대법관이기택
대법관김재형
대법관박정화
대법관안철상
주심대법관민유숙
대법관김선수
대법관이동원
대법관노정희
대법관김상환
대법관노태악
대법관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