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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8오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변경된 죄명: 특수감금)]〈형제복지원 비상상고 사건〉[공2021상,783]
판시사항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 /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의 의미 및 단순히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비상상고 제도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형사소송법이 확정판결을 시정하는 또 다른 절차인 재심과는 달리, 비상상고의 이유를 심판의 법령위반에, 신청권자를 검찰총장에, 관할법원을 대법원에 각각 한정하여 인정하고( 제441조 ), 비상상고 판결의 효력이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도록 규정한 것도( 제447조 ) 이러한 제도 본래의 의의와 기능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은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해석ㆍ판단하는 때에도 중요한 지침이 된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실체법의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단순히 그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비상상고를 허용하는 것이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통일을 도모한다는 비상상고 제도의 목적에 유용하지 않으므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피고인

피고인

비상상고인

검찰총장

주문

이 사건 비상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비상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비상상고 제도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형사소송법이 확정판결을 시정하는 또 다른 절차인 재심과는 달리, 비상상고의 이유를 심판의 법령위반에, 신청권자를 검찰총장에, 관할법원을 대법원에 각각 한정하여 인정하고( 제441조 ), 비상상고 판결의 효력이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도록 규정한 것도( 제447조 ) 이러한 제도 본래의 의의와 기능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

이와 같은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은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해석ㆍ판단하는 때에도 중요한 지침이 된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실체법의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단순히 그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비상상고를 허용하는 것이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통일을 도모한다는 비상상고 제도의 목적에 유용하지 않으므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62. 9. 27. 선고 62오1 판결 ,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오2 판결 등 참조).

2. 원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내무부장관은 1975. 12. 15.경 부랑인의 단속ㆍ수용ㆍ보호를 목적으로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 훈령 제410호, 이하 ‘이 사건 훈령’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이 사건 훈령의 주된 내용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으로 하여금 경찰과 합동으로 부랑인 단속반을 편성하여 정기 또는 수시로 부랑인 단속을 실시하고, 단속된 부랑인 중 연고가 불확실한 사람을 시ㆍ도 단위로 설치된 부랑인수용시설에 위탁 수용하게 하는 것이다.

나. 피고인은 부산 북구 (주소 1 생략) 소재 부랑아 수용ㆍ보호시설인 ‘○○복지원’ 등을 운영하던 사회복지법인 ○○복지원의 대표이사로서, 1975. 7. 25.경 부산직할시장과 부랑인의 수용ㆍ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부랑인선도(수용보호)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국고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 이 사건 훈령 등에 따라 단속기관으로부터 단속된 부랑인의 신병을 인계받아 ○○복지원에 수용하였다.

다. 피고인은, 단속기관에서 인계되는 부랑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1985년 말경 경남 울주군 (주소 2 생략) 일대 토지에 신규 수용시설과 ○○복지원 수용자들의 직업 보도(보도)시설로서의 자동차운전교습소를 건립하기로 한 후 ○○복지원 총무인 공소외인 등을 통해 그곳에 출입문과 창문에 철창시설을 한 숙소시설을 마련하였다(위 토지와 그 지상의 시설물 일체를 합하여 이하 ‘울주작업장’이라 한다).

라. 피고인은 1986. 7.경부터 1987. 1. 16.경까지 ○○복지원 수용자 중에서 선발된 피해자들을 야간에는 위 숙소시설에 수용하면서 자물쇠로 출입문을 잠가 도주하거나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고(이하 ‘야간감금행위’라 한다), 주간에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울주작업장 토지의 평탄화 작업과 석축 공사 등의 노역에 종사하게 하는 한편, 피해자들 중 일부를 경비원으로 임명하여 이들로 하여금 목봉과 감시견 10여 마리를 사용해 다른 피해자들을 감시하게 하였다(이하 ‘주간감금행위’라 한다).

마. 피고인은 1987. 1. 28.경 주간 및 야간감금행위에 대해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으로, ○○복지원 운영 과정에서 수급한 국고 보조금의 횡령행위 등에 대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88. 12. 31. 법률 제4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 등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에 대한 재판의 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다.

(1) 제1심인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은 위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의 죄명과 적용법조를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 특수감금에 맞게 변경하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1987. 6. 23.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 및 벌금 6억 8,178만 원을 선고하였다( 87고합33 판결 ).

(2)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은 1987. 11. 12.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 중 피해자들을 ○○복지원 시설의 일부인 울주작업장에 수용하고 주간에 감시한 주간감금행위 부분에 한하여 형법 제20조 에 따른 정당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아 이유에서 이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였다( 87노1048 판결 ). 피고인만이 위 항소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여 위 주간감금행위 부분은 이후 재판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3) 1차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988. 3. 8. 구 사회복지사업법(1992. 12. 8. 법률 제4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생활보호법(1997. 8. 22. 법률 제53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999. 9. 7. 법률 제6024호로 폐지됨), 이 사건 훈령 등 관련 법령에 의할 때, ○○복지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의 장은 보호기관으로부터 부랑인의 보호위탁을 받은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고, 수용 중인 부랑인의 이탈 방지를 위한 경비, 경계를 철저히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울주작업장이 ○○복지원의 적법한 복지시설의 일부라면 ○○복지원의 장인 피고인이 관계 보호기관으로부터 ○○복지원에 위탁된 부랑인들인 피해자들을 울주작업장에 수용한 조치는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직무수행행위이고,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수용 중인 부랑인들의 이탈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적절치 못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지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상의 감금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울주작업장이 ○○복지원 수용시설의 일부라고 하면서도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가 특수감금죄를 구성한다고 본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87도2671 판결 ).

(4) 1차 환송심인 대구고등법원은 1988. 7. 7. 울주작업장을 법령에 따른 적법한 부랑인 수용시설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주간 및 야간감금행위가 전체적으로 법령에 의한 적법한 수용보호라고 할 수 없어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죄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 중 위 법원의 심판대상에 속한 야간감금행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88노144 판결 ).

(5) 2차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988. 11. 8. 울주작업장의 시설이 ○○복지원 수용시설의 일부라고 전제하고,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그 행위에 이른 과정과 목적, 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회적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에 의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면서 1차 환송심판결을 다시 파기환송하였다( 88도1580 판결 ).

(6) 2차 환송심인 원판결 법원은 1989. 3. 15. 피고인의 주간 및 야간감금행위는 울주작업장이 적법한 수용시설의 일부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용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기속력을 가지는 1, 2차 상고심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인의 야간감금행위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주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은 무죄로, 위 특수감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유죄로 각각 판단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였다( 대구고등법원 88노593 판결 , 이 사건으로 그중 특수감금 무죄 부분의 파기를 구하는 원판결이다).

(7) 3차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989. 7. 11. 위와 같은 원판결 법원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89도698 판결 ).

3. 이 사건 비상상고이유는, 원판결 법원이 위헌ㆍ무효인 이 사건 훈령을 근거로 삼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수감금 부분에 대해 형법 제20조 를 적용하여 무죄로 판단한 것이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원판결 법원이 피고인의 특수감금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면서 적용한 법령은 이 사건 훈령이 아니라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제20조 나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에 관한 법원조직법 제8조 이고, 이 사건 훈령의 존재는 그중 위 형법 제20조 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그 적용의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비상상고인이 비상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사정, 즉 원판결이 이 사건 훈령이 상위법령에 저촉되어 무효임을 간과하였다는 점은 형법 제20조 의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을 오인하였다는 것에 해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특수감금 행위에 형법 제20조 를 적용한 잘못이 있더라도 이는 형법 제20조 의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불과하다. 결국 이 사건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행위에 관한 원판결 법원의 포섭 판단을 탓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비상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441조 가 비상상고의 이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4. 비상상고인은, 이른바 ‘○○복지원 사건’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복지원 사건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과거 국가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가기관의 주도로 건전한 도시 질서를 확립한다는 기치 아래 이른바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단속ㆍ수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권유린이 오랜 기간에 걸쳐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1980. 10. 27. 개정 헌법 제32조 ). 국가는 이러한 취지에 따라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도 아동ㆍ장애인을 포함하여 의지할 곳 없이 빈곤이나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부랑인으로 구분하여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에서 격리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복지원을 사회복지기관으로 인가하여 ‘보호’라는 이름 아래 단속한 부랑인들의 수용을 위탁하고는,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부랑인들을 감금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제노역을 통하여 노동력을 착취하도록 묵인ㆍ비호하였다. 또 당시 전국적으로 ○○복지원 외에도 30여 개의 ‘복지기관’에서 ‘보호’ 명목으로 부랑인 등을 수용하여 왔고, 피고인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비상상고의 대상인 감금죄는 사람의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국가적ㆍ사회적 상황을 살피지 않고 단순히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특수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만을 문제로 삼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단편(단편)만을 보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의 핵심은 단순히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점보다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었다는 점이다.

나. 헌법 제10조 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에 따른 실질적 법치국가는 항상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하고, 국가 활동의 중심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헌법이 선언한 인간 존엄의 불가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인간의 인격성에 대한 상호존중이다. 타인에 의해 존엄성 침해를 받으면 그에 저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의 자의적인 의사에 따라 나의 존엄성이 일방적으로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보편적 인격성에 대한 상호연대이다. 나의 존엄성이 침해될 경우 나 혼자서는 스스로 지켜낼 힘이 없더라도 보편적 인격성에 바탕을 둔 이웃과 연대를 통해 그 침해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존엄성 침해로 인한 피해의 회복에 대한 조력이다. 이미 존엄성이 침해되어 원상회복이 어렵게 되었다 하더라도 사후에라도 기울어진 균형추를 바로 세우고 그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복지원 수용자들은, 아무런 힘도 없어서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죽임을 당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하고 자기의 불행이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에 맡겨진 삶을 살아왔고, 또 ‘부랑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격리ㆍ고립되어 힘이 되어 줄 이웃도 없이 소외된 삶을 살아왔다. 이는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의 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사회 공동체라면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공적 담론을 거쳐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마땅하다.

다. 이 사건의 성격과 발생원인 및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기본권 침해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할 때, 피해자나 유가족에 대한 피해 회복은 특별한 권리를 창설ㆍ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보장되었어야 할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다. 국회는 2020. 6. 9.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개정하여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로 하여금 위 위원회의 활동으로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 제36조 제1항 ). 이는 뒤늦게나마 피해 회복의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서 피해 회복의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더 구체화된 피해 회복 조치가 취해지고,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되어 모두가 바라는 모습으로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라. 재판은 법이라는 천칭으로 대립하는 가치들의 무게를 저울질하여 균형을 찾는 작업이다. 저울의 균형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역사성과 현실성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을 고려하여 사회 시스템이 최적의 상태로 기능하고 최고의 효율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실체의 심각성만으로 절차의 저울 한쪽이 기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원판결에 대한 비상상고의 허용 여부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 사법의 영역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는 비상상고이유의 당부 판단에 앞서 비상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이 형사소송법에서 비상상고이유로 정한 법령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인 법령위반의 의미와 범위에 관하여는 종래 대법원이 다른 비상상고 사건에서 적용하여 온 것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만일 법원이 적법한 비상상고이유에 관하여 그동안 견지해 온 원칙을 벗어나 비상상고를 쉽게 허용한다면, 확정판결의 확정력과 기판력에 토대를 둔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비상상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헤아려 비상상고이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ㆍ적용에 통일을 도모하려는 비상상고 제도 본래의 의의와 기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비상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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