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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5218 판결
[공문서변조·변조공문서행사][미간행]
판시사항

[1] 공문서변조죄의 성립 요건 및 최종 결재권자를 보조하여 문서의 기안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이 이미 결재를 받아 완성된 공문서의 내용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변경한 경우, 공문서변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를 증명하는 방법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상승 담당변호사 어수용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문서변조와 변조공문서행사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청주시 소속 공무원으로서 2008. 9.경부터 2012. 7.경까지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과에 근무하면서 ‘청주시 통합정수장 현대화사업’에 관한 설계·시공 등의 감독업무를 담당하였다.

위 사업의 주요기자재인 슬러지수집기의 구매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내부 검토를 거쳐 2012. 4. 15. “슬러지수집기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에 의해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보고자 의견이 제시된 ‘청주시 통합정수장 현대화사업(토목 및 기계 분야) 주요 기자재 구매 검토 보고서’(이하 ‘이 사건 검토보고서’라고 한다)를 기안한 다음, ○○과 공무담당 계장 공소외 2, ○○과장 공소외 3, □□과 회계담당 공소외 4의 중간결재를 받아 최종결재권자인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의 결재를 받았다. 공소외 1 회사는 슬러지수집기 특허기술을 보유한 업체이다.

그런데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위 검토보고서의 내용과 달리 ‘공소외 6 주식회사’를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조달청은 위 상수도사업본부의 구매의뢰에 따라 2012. 5. 30.경 공소외 6 주식회사와 슬러지수집기를 구매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청주시 흥덕구청 △△과에 소속되어 근무하던 중인 2013. 3. 8. 09:00경 감사원의 ‘충청지역 기반시설 건설관리실태’에 관한 감사 과정에서 감사관으로부터 공소외 6 주식회사와 슬러지수집기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위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았다. 피고인은 같은 날 11:00에서 12:00경 상수도사업본부 ○○과 사무실에 가서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찾은 후 보고자 의견이 제시된 보고서 3쪽을 뜯어내어 찢었다. 그 후 피고인은 전에 사용하던 컴퓨터에 저장된 위 검토보고서의 파일을 불러와 ‘보고자 의견’ 부분을 “공소외 1 회사나 동등 이상의 기술이 확보된 업체(지역 업체 포함)에 의해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됨”으로 변경해 인쇄한 다음, 찢어낸 쪽에 끼워 넣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권한 없이 ○○과 공무담당 계장 공소외 2, ○○과장 공소외 3, □□과 회계담당 공소외 4,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 명의의 공문서인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변조하고, 이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공문서인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감사원 감사관에게 제출하여 행사하였다.

2. 원심의 판단과 상고이유의 요지

원심은 (1) 이 사건 검토보고서의 작성권자이자 작성명의인은 최종결재권자인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이므로 피고인이 문서의 작성권자가 아닌 중간결재자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명의의 문서를 변조하였다고 할 수 없고, (2) 피고인이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수정하고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에게 결재를 요청하였다면 공소외 5가 이를 결재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공소외 5 명의의 검토보고서를 변조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위 (2)항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어 피고인에게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 명의의 검토보고서를 변조하려는 범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공문서변조죄는 권한 없는 자가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이미 작성한 문서내용에 대하여 동일성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 변경을 가하여 새로운 증명력을 만들어 냄으로써 공공적 신용을 해칠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도7339 판결 등 참조). 최종 결재권자를 보조하여 문서의 기안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이 이미 결재를 받아 완성된 공문서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그 내용을 변경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문서변조죄가 성립한다.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건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도329 판결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검토보고서는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통합정수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슬러지수집기의 공급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작성한 내부문서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과 소속이던 피고인이 위 문서를 기안하여 2012. 4. 15.경 ○○과 공무담당 계장 등의 중간결재를 거쳐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의 최종결재를 받았다. 피고인은 검토보고서의 ‘보고자 의견’란에 슬러지수집기를 ‘공소외 1 회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재하였다.

(2) 상수도사업본부는 위 기안과 결재 전에 정수장사업의 설계용역을 맡은 회사인 공소외 7 주식회사로부터 ‘특허기술을 가진 공소외 1 회사나 그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로부터 슬러지수집기를 공급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검토의견을 제출받았고, 이를 기초로 감리단의 검토와 사업본부 내부의 검토과정을 거쳤다.

(3) 그러나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는 최종결재 후에도 위와 같이 특정업체인 공소외 1 회사를 수의계약 상대방으로 선정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관하여 고심하였고, 공소외 6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공소외 8로부터 특허가 없는 지역업체에도 기회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후 공소외 5는 피고인에게 특허가 없는 지역업체를 납품업체로 선정하는 데 법적, 기술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것을 지시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 지역업체의 선정이 가능하다는 구두 보고를 받았다.

(4) 상수도사업본부는 2012. 5. 공소외 1 회사가 아닌 공소외 6 주식회사를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조달청은 상수도사업본부의 구매의뢰에 따라 2012. 5. 30.경 공소외 6 주식회사로부터 슬러지수집기를 20억 9,800만 원에 구매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다.

(5) 피고인은 2013. 3.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공소외 6 주식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위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검토보고서의 3면을 교체하여 ‘보고자 의견’란에 기재된 ‘공소외 1 회사’를 ‘공소외 1 회사나 동등 이상의 기술이 확보된 업체(지역업체 포함)’로 변경하였고, 위 문서를 진정하게 성립한 공문서인 것처럼 감사원의 감사관에게 제출하였다.

(6) 한편 문서를 수정할 당시 피고인은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과가 아닌 청주시 흥덕구청 △△과에 소속되어 있었고, 공소외 5는 상수도사업본부장직에서 퇴직한 상태였다. 피고인은 신임 상수도사업본부장에게 위와 같은 문서 수정행위를 보고하지 않았다.

다.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공소사실과 같은 방식으로 수정할 권한이 없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권한이 없음을 인식하면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변조행위를 하였고 이를 행사할 목적도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검토보고서는 최종결재일인 2012. 4. 15.로부터 약 11개월 후에 수정되었다. 수정 당시 피고인은 소속부서가 변경되어 정수장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았고, 공소외 5도 퇴직하여 상수도사업본부장직에 있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이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수정할 권한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② 피고인은 위 최종결재일 이후에 공소외 5의 지시를 받아 지역업체의 선정 여부를 검토하였고 그 보고도 구두로 하였는데,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수정함으로써 그전부터 지역업체의 선정 여부를 검토한 다음 이 사건 검토보고서로 결재를 받은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검토보고서를 수정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③ 피고인은 이 사건 검토보고서의 원본을 훼손하고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추가하였으며, 이러한 사실을 신임 상수도사업본부장에게 보고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검토보고서의 중간결재자였던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으로부터 검토보고서를 수정하겠다는 말을 듣고 이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퇴직한 공소외 5의 내심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변조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이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소외 5 명의의 문서를 변조하려는 범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한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문서변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고, 원심판결 중 공문서변조와 변조공문서행사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권순일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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